졸음운전, “봄에 가장 위험하다?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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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만 되면 유달리 피곤하고, 나른해지면서, 졸음이 쏟아지곤 합니다. 이른바 '춘곤증'입니다. 이 때문에, 졸음운전도 봄에 가장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진짜일까요? KBS가 직접 실험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 깜빡했다가 '쾅'…고속도로 졸음운전 사망사고 비율, 겨울철 73%로 최다
출근 시간, 중부내륙 고속도로의 한 터널 내부. 차량들이 줄지어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움직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별안간 승합차가 뛰어들어 앞서 가던 트럭을 들이받습니다. 앞서 가던 차량들이 잇따라 부딪혔습니다.
공사 차량을 들이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고속도로 1차로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흰색 승용차가 공사 트럭으로 돌진합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보지만, 속도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두 사고 다 이번 달에 발생했습니다. 사고를 낸 차량 두 대의 운전자들은 모두 숨졌습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전국의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사망사고는 모두 582건입니다. 이 가운데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403건이 발생해 전체의 69%를 차지했습니다. 계절별로 보면, 겨울철의 비율이 73%로 가장 높습니다. 뒤이어 여름철 비율이 71%, 봄이 70%입니다. 가장 낮은 건 여름으로 64%수준이었습니다.
■ 문제는 '이산화탄소'…"뇌의 산소 공급량 줄면 졸려"
겨울엔 바깥 공기가 춥다보니, 문을 닫은 채 오랜 시간 운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제 내린천휴게소에서 만난 경기도 광주시 염동훈 씨는 "겨울에 추워서 보통 히터를 켜고 운전하는데,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졸아서 눈 한번 깜빡하다 보면 차선 막 벗어나려고 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땐 바로 휴게소나 졸음쉼터를 찾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양동혁 씨는 "강릉에서 출발해 일산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졸려서 바로 휴게소로 들어왔다. 창문을 여는게 제일 쉽긴 하지만, 그 정도론 안 돼서 들렀다"라고 말했습니다.
왜 유독 겨울에 더 졸음운전 사망사고 비율이 높을까요?
문제는 이산화탄솝니다.
밀폐된 상태에서 장시간 운전을 하는 경우, 차량 내부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고, 산소 농도는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윤석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반대로 산소 농도는 낮아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뇌로 가는 산소의 양이 줄기 때문에 졸음이 유발된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실험해보니 1시간만에 5,000ppm 넘어…"30분마다 환기는 필수"
문을 닫은 상태에서 차 안의 이산화탄소 농도 얼마나 될까? 이산화탄소 측정기로 직접 실험해 봤습니다. 실험은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우선, 운전자를 포함해 4명이 차를 탄 상태에서 차를 밀폐시켰습니다. 처음에 이산화탄소 농도는 1,000ppm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시간 만에 5,000ppm을 넘었습니다.
보통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ppm~400ppm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농도가 10배 이상 짙어진 것입니다.
30분이 지난 시점부터 졸음이 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정도가 심해졌습니다.
이번엔 환기를 시키면서, 차 안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측정해 봤습니다. 창문을 연지 10분도 안 돼 농도가 1,000ppm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을 넘게 되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5,000ppm을 넘게 되면 참기 힘든 졸음이 몰려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또, "시속 100km로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3~4초정도 잠깐만 졸더라도 70~80m는 전혀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행하는 것과 비슷해서, 이런 경우 교통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감속을 할 수 있는 구간도 짧은데다, 준비도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를 막으려면 첫번째로 주기적인 환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적어도 30분에 한 번은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졸음을 막을 수 있는데, 시간에 상관 없이 차량 내부가 더워진다거나 답답하다고 느끼면 수시로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또, 이렇게 창문을 열어도 잠이 깨지 않는다면 곧장 가까운 졸음쉼터나 휴게소를 찾아서 쉬어가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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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음운전, “봄에 가장 위험하다?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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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2-29 15:31:50
- 수정2021-12-29 15:36:11
■ 깜빡했다가 '쾅'…고속도로 졸음운전 사망사고 비율, 겨울철 73%로 최다
출근 시간, 중부내륙 고속도로의 한 터널 내부. 차량들이 줄지어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움직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별안간 승합차가 뛰어들어 앞서 가던 트럭을 들이받습니다. 앞서 가던 차량들이 잇따라 부딪혔습니다.
공사 차량을 들이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고속도로 1차로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흰색 승용차가 공사 트럭으로 돌진합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보지만, 속도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두 사고 다 이번 달에 발생했습니다. 사고를 낸 차량 두 대의 운전자들은 모두 숨졌습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전국의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사망사고는 모두 582건입니다. 이 가운데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403건이 발생해 전체의 69%를 차지했습니다. 계절별로 보면, 겨울철의 비율이 73%로 가장 높습니다. 뒤이어 여름철 비율이 71%, 봄이 70%입니다. 가장 낮은 건 여름으로 64%수준이었습니다.
■ 문제는 '이산화탄소'…"뇌의 산소 공급량 줄면 졸려"
겨울엔 바깥 공기가 춥다보니, 문을 닫은 채 오랜 시간 운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제 내린천휴게소에서 만난 경기도 광주시 염동훈 씨는 "겨울에 추워서 보통 히터를 켜고 운전하는데,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졸아서 눈 한번 깜빡하다 보면 차선 막 벗어나려고 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땐 바로 휴게소나 졸음쉼터를 찾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양동혁 씨는 "강릉에서 출발해 일산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졸려서 바로 휴게소로 들어왔다. 창문을 여는게 제일 쉽긴 하지만, 그 정도론 안 돼서 들렀다"라고 말했습니다.
왜 유독 겨울에 더 졸음운전 사망사고 비율이 높을까요?
문제는 이산화탄솝니다.
밀폐된 상태에서 장시간 운전을 하는 경우, 차량 내부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고, 산소 농도는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윤석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반대로 산소 농도는 낮아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뇌로 가는 산소의 양이 줄기 때문에 졸음이 유발된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실험해보니 1시간만에 5,000ppm 넘어…"30분마다 환기는 필수"
문을 닫은 상태에서 차 안의 이산화탄소 농도 얼마나 될까? 이산화탄소 측정기로 직접 실험해 봤습니다. 실험은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우선, 운전자를 포함해 4명이 차를 탄 상태에서 차를 밀폐시켰습니다. 처음에 이산화탄소 농도는 1,000ppm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시간 만에 5,000ppm을 넘었습니다.
보통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ppm~400ppm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농도가 10배 이상 짙어진 것입니다.
30분이 지난 시점부터 졸음이 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정도가 심해졌습니다.
이번엔 환기를 시키면서, 차 안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측정해 봤습니다. 창문을 연지 10분도 안 돼 농도가 1,000ppm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을 넘게 되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5,000ppm을 넘게 되면 참기 힘든 졸음이 몰려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또, "시속 100km로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3~4초정도 잠깐만 졸더라도 70~80m는 전혀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행하는 것과 비슷해서, 이런 경우 교통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감속을 할 수 있는 구간도 짧은데다, 준비도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를 막으려면 첫번째로 주기적인 환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적어도 30분에 한 번은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졸음을 막을 수 있는데, 시간에 상관 없이 차량 내부가 더워진다거나 답답하다고 느끼면 수시로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또, 이렇게 창문을 열어도 잠이 깨지 않는다면 곧장 가까운 졸음쉼터나 휴게소를 찾아서 쉬어가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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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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