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왜 팔았나”…실손보험료 해법은?

입력 2021.12.29 (18:03) 수정 2021.12.2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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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준으로 가입자만 3,900만 명, 실손의료보험이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바로 이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내년에 크게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보험업계는 1· 2세대 실손보험 인상률을 연간 인상 폭 상한선인 25%에 가깝게 올려야 한다고 금융위원회에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보험사들이 요청한 인상 폭의 60% 수준인 15~16% 정도에서 인상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보통 금융당국이 제시한 인상률을 적용해 보험료를 산출하기 때문에, 당국이 제시한 수준에서 인상률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1·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2,700만 명의 실손보험료가 내년에는 15~16%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문제는 연간 인상률이 평균 15% 수준에서 결정되더라도, 가입자들의 체감 인상률은 더 높을 수 있다는 겁니다.


1·2 세대 실손보험은 가입 조건에 따라 최장 3년에서 5년 주기로 보험료가 갱신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내년 1월에 3년이나 5년 만에 갱신을 해야 하는 가입자의 경우 그간 누적된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보험료가 많게는 2~3배 오를 수도 있습니다.

특히 60~70대 가입자의 경우 연령 증가에 따른 요율 상승까지 추가되기 때문에 내야 할 보험료가 더 늘 수밖에 없습니다.

■ "병원 한 번도 안 갔는데"… 보험료 왜 오르나?

보험업계는 올해 손해액이 3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일부 가입자들이 '의료 쇼핑' , 즉 과잉 진료 등으로 보험금을 대거 받아가면서 손해액이 커졌다는 겁니다. 결국, 보험료를 대폭 올려 적자를 메우겠다는 계산입니다.

전체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은 9월 말 기준으로 131.0%입니다. 보험료는 100원을 받았는데. 보험금으로는 130원 이상을 지급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실손보험 구조가 태생적으로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것을 왜 이제 와서 가입자들에게 떠넘기냐는 것입니다. 특히 병원에 가지도 않고, 보험금을 타지도 않은 '선량한 가입자' 들로부터 "이럴 거면 왜 이런 보험 상품을 설계하고 팔았나?"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 가입자 62.4% "실손보험, 한 번도 청구 안 했다"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의 62.4%는 보험금을 단 한 푼도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체 가입자의 2.2%는 1,000만 원 넘는 보험금을 타갔고, 보험금을 받은 사람 중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8%를 받아갔습니다. 대부분 백내장과 도수치료 등 고가의 비급여 치료 항목입니다.

■ '선량한 가입자' 위한 대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는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내년 6월까지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면 1년간 보험료를 50% 정도 할인해주는 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본인부담금이 20~30%로 늘어나지만, 보험 청구 빈도에 따라 보험료를 올리거나, 할인해주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과 협의를 거쳐 동의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보험금을 많이 타 갈수록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을 이용한 '과잉 비급여 진료'를 막을 보완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비급여 항목을 심사해 적정한 진료인지 판단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이 방안도 시행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의료계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마다 각기 다릅니다. 의료계 입장에선 민감한 사안인 비급여 진료 정보를 심평원에 공개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당국은 '선량한 가입자'를 보호할 방안을 찾는 한편, 올해 안으로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29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실손보험료 인상률과 관련해 "올해가 얼마 안 남아서 올해 안에 할 수 있을지 내년 초에 할 수 있을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하게 될 것"이라며 "최종협의를 하고 있으니 마무리되는 대로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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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럴거면 왜 팔았나”…실손보험료 해법은?
    • 입력 2021-12-29 18:03:45
    • 수정2021-12-29 22:50:20
    취재K

올해 기준으로 가입자만 3,900만 명, 실손의료보험이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바로 이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내년에 크게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보험업계는 1· 2세대 실손보험 인상률을 연간 인상 폭 상한선인 25%에 가깝게 올려야 한다고 금융위원회에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보험사들이 요청한 인상 폭의 60% 수준인 15~16% 정도에서 인상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보통 금융당국이 제시한 인상률을 적용해 보험료를 산출하기 때문에, 당국이 제시한 수준에서 인상률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1·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2,700만 명의 실손보험료가 내년에는 15~16%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문제는 연간 인상률이 평균 15% 수준에서 결정되더라도, 가입자들의 체감 인상률은 더 높을 수 있다는 겁니다.


1·2 세대 실손보험은 가입 조건에 따라 최장 3년에서 5년 주기로 보험료가 갱신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내년 1월에 3년이나 5년 만에 갱신을 해야 하는 가입자의 경우 그간 누적된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보험료가 많게는 2~3배 오를 수도 있습니다.

특히 60~70대 가입자의 경우 연령 증가에 따른 요율 상승까지 추가되기 때문에 내야 할 보험료가 더 늘 수밖에 없습니다.

■ "병원 한 번도 안 갔는데"… 보험료 왜 오르나?

보험업계는 올해 손해액이 3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일부 가입자들이 '의료 쇼핑' , 즉 과잉 진료 등으로 보험금을 대거 받아가면서 손해액이 커졌다는 겁니다. 결국, 보험료를 대폭 올려 적자를 메우겠다는 계산입니다.

전체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은 9월 말 기준으로 131.0%입니다. 보험료는 100원을 받았는데. 보험금으로는 130원 이상을 지급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실손보험 구조가 태생적으로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것을 왜 이제 와서 가입자들에게 떠넘기냐는 것입니다. 특히 병원에 가지도 않고, 보험금을 타지도 않은 '선량한 가입자' 들로부터 "이럴 거면 왜 이런 보험 상품을 설계하고 팔았나?"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 가입자 62.4% "실손보험, 한 번도 청구 안 했다"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의 62.4%는 보험금을 단 한 푼도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체 가입자의 2.2%는 1,000만 원 넘는 보험금을 타갔고, 보험금을 받은 사람 중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8%를 받아갔습니다. 대부분 백내장과 도수치료 등 고가의 비급여 치료 항목입니다.

■ '선량한 가입자' 위한 대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는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내년 6월까지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면 1년간 보험료를 50% 정도 할인해주는 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본인부담금이 20~30%로 늘어나지만, 보험 청구 빈도에 따라 보험료를 올리거나, 할인해주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과 협의를 거쳐 동의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보험금을 많이 타 갈수록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을 이용한 '과잉 비급여 진료'를 막을 보완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비급여 항목을 심사해 적정한 진료인지 판단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이 방안도 시행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의료계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마다 각기 다릅니다. 의료계 입장에선 민감한 사안인 비급여 진료 정보를 심평원에 공개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당국은 '선량한 가입자'를 보호할 방안을 찾는 한편, 올해 안으로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29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실손보험료 인상률과 관련해 "올해가 얼마 안 남아서 올해 안에 할 수 있을지 내년 초에 할 수 있을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하게 될 것"이라며 "최종협의를 하고 있으니 마무리되는 대로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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