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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일본을 제치지만, 그 전에 타이완에 추월당할 ‘이것’
입력 2021.12.30 (07:00) 취재K
'2027년, 1인당 국민소득에서 일본을 제칠 수 있지만, 그 전에 타이완에 추월 당할 수도 있다'

당장의 국민소득 비교에 일희일비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소득 변화의 장기 추세가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큰 흐름에서 찬찬히 살펴보자는 얘기다.

■한창때의 일본 : 1982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가 쓴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1982년, 40년 전 일본을 다룬 소설이다. 한 건축사 사무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름다웠던 그때’를 회상하는 형식이다. 전성기를 지나 기울어가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짙다.


과거에 대한 빼어난 묘사는 그 자체도 아름답지만, 소설을 통해 엿보는 1982년 일본의 생활 수준도 흥미롭다. 무더운 여름엔 사무소 직원 전원이 짐을 싸 들고 여름별장으로 가서 일한다. (두어 달을 가족과 헤어져 그렇게 사는 것이 꼭 행복한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 시대 ‘워케이션 work + vacation’ 가능한 직장이 동경대상인 걸 보면, 당시 일본 사회의 경제력과 여유를 엿볼 수 있다.

‘무라이 별장’이라 불리는 이 여름별장이 있는 마을 자체가 일본의 경제력을 투영하기도 한다. 도쿄에서 좀 떨어진 산간마을로, 소설가와 건축가 등 여러 사람이 합심해서 만든 ‘별장촌'이다. 마음 맞던 초창기 멤버들은 하나 둘 세상을 뜨고 있다는 표현도 나온다. 1960~70년대에 이미 일본의 경제 수준은 이미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한 모양이다.

자동차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다. 한 구절 인용하면 이렇다.

여자 직원들 방이 늘어서 있는 동관 곁에 세워진 목조 차고에는 다섯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크림색 볼보 스테이션왜건240은 선생님의 장거리 여행용 차인데, 여름 별장에서는 주로 장 보러 갈 때 이용했다. 그 옆이 이구치 씨의 다크 그레이 메르세데스 벤츠 스테이션왜건 300TD. 그리고 가와라자키 씨의 메탈릭 블루 시트로엥 DS21과 고바야시 씨의 짙은 감색 푸조305왜건. 제일 끝에 차 주변이 텅 빌 정도로 작은, 마리코의 까만 르노5가 서 있다.

마리코는 선생님의 볼보가 아니라 르노5로 향했다. “이구치 씨도 안 가고 오늘 쇼핑 리스트는 이걸로 충분해. 사실 볼보는 우물거려서 싫거든.

40년 전 건축사무소 직원들이 사용하는 승용차 5대가 모두 ‘이른바’ 외제차다. 직원들은 볼보와 르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취향을 드러낸다. ‘선호를 보여주는 도구의 하나’로 수입차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물론 지금의 우리도 그런 종류의 ‘선호’를 외제차로 표현할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은 40년 전에 이미 그러했고, 우리는 최근 들어서야 그럴 수 있게 됐단 점이다.

■ 2021년의 일본 : 한국의 발전상을 비추는 거울

일본과의 경제력 비교가 기분을 좋게 하는 시대다. 세계은행 데이터로 보면 구매력(PPP) 기준 1인당 국민소득(GNI)은 이미 역전을 했다.


물론 전체 경제 규모 자체는 여전히 1/3 수준(1조 6천억 달러 vs 5조 달러)이지만, 1982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 같은 상황이다. 1982년 당시 경제 규모는 (GDP, 780억 달러 vs 1조 1,350억 달러) 1/15 수준이었다. 이 해의 1인당 경상 국민소득(GNI, 2,050달러 vs 일본 10550달러)은 1/5이었다.


최근 화제가 된 노구치 유키오 교수의 칼럼은 이런 면에서 일본을 걱정하는 시각을 보여준다. 대졸 초임에서 한국이 추월한 지는 꽤 되었고, IMD 국가 경쟁력도, UN의 정부 경쟁력도, 세계 상위 100대 대학 수(QS)도, 심지어 영어점수(토플)도 한국이 낫다. 1등 기업 시가총액도 삼성이 토요타의 2배다.

[연관 기사] [ET] 일본의 경제석학이 ‘한국 〉 일본’이라고 한 이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49130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실질임금이다. 실질임금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이나 국가가 아닌 노동자에 주목해 노동자의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OECD 공개 데이터를 90년대부터 추적해보면 정체된 일본과 성장하는 한국의 대조가 명확해진다.


이 숫자는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비춰 일본에 더 뼈아프다.

아베노믹스는 ‘실질 임금이 오를 때까지 돈을 푼다’는 정책이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수하고,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오를 수 있게 경기를 부양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실질임금이 미미하게 증가하는 데 그쳤단 점은 정책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일본 최대의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의 싱크탱크 니혼게이자이연구센터는 2027년이면 한국이 1인당 명목 GDP로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했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는 그만큼 대한민국의 성취에 뿌듯할 수 있다.

■2021년의 타이완 : '추격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대상

그 반대편에 타이완이 있다.

전경련은 ‘타이완이 최근 5년간의 성장세를 지속하면 2025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을 추월한다’고 발표했다. 환율 등의 영향으로 당장 올해 역전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타이완의 외환보유액은 우리보다 많고, 환율도 우리보다 안정되어 있다.


전경련은 타이완 경제의 급성장 비결을 1. 미·중 경쟁으로 인해 타이완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미국 테크기업과의 투자와 거래가 급증해서 2. TSMC 등 타이완 반도체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커져서 3. 차이 총통의 경제 우선 국정운영 덕분에, 라고 꼽았다.

특히 최근 미·중 경쟁 구도에서 미국과 밀착하며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구매력(PPP)을 기준으로 한 비교는 기분이 더 불편해질 수 있다. IMF 데이터상으로, 한국은 최근 30년 동안 구매력 기준으로 타이완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았던 적이 없다.


이럴 때 흔히 시도하는 인지 부조화의 전략, '체급이 다르다'는 표현이다. 사실 타이완과의 비교가 나올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규모가 작은 경제여서 비교의 가치가 떨어진단 이야기다. 실제로 인구가 우리의 절반 이하(2,385만)이고, 경제 규모도 그만큼 작다.

하지만 체급이 다르기는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체급과 관계없이 비교는 의미가 있다.

■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 것'


일본의 정체 상태를 곱씹으며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똑같이 수출 주도형 경제로 성장을 지속하던 일본은 80년대 후반 이후 정체에 들어갔다. 반도체나 가전제품 등 주력 수출품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이 여전하긴 하지만, 반도체나 가전 등에 비해 상징성이나 내실이 떨어진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한 경제운용으로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했지만 실패했다. 부동산과 함께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모두 수포가 되었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지출은 백약이 무효였고, 산더미 같은 정부 부채만 남겼다.

■ '닮은 꼴 경제' 타이완에서 살필 것

타이완 역시 우리 경제와 구조가 닮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주도형 경제를 꾸린다. 중국의 주변에서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역할을 떠맡아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최근의 성장은 정부 정책의 성공으로 평가할 만하다. 원래 중소기업 중심이던 타이완 경제는 정부 정책으로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일본의 하청기지로 성장한 타이완 경제는 2000년대 초반 한계를 노출하면서 1인당 명목 국민소득에서 우리나라에 추월을 당한다. '재벌'과 같은 큰 기업이 이끄는 한국 경제를 부러워했다. 이후 반도체 분야에 정부의 집중 투자 지원이 이뤄졌다.

그 성과가 지금의 혁신 반도체 기업들이다. 2020년 타이완 전체 수출의 3분의 1이 반도체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 파운드리의 북극성 'TSMC' 를 비롯해 미디어텍, UMC, 폭스콘, HTC 등 대기업이 즐비하다.

특히 TSMC의 눈부신 성장은 그 상징이다. 전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50% 이상이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지닌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는 경기 사이클에 따른 가격 변동이 적다. 주문받아 만들어 재고 걱정도 없고,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할 정도로 부가가치도 높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파운드리 투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다.

[연관 기사] 첨단 반도체 ‘승자독식’은 TSMC 몫?…삼성의 미래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03199

지난 10년간 TSMC와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 그래프는 이런 타이완 반도체 산업의 비교 우위를 상징한다. 우리 경제도 성장했지만, 타이완 경제는 더 빠르게 성장했다.


동시에 타이완 경제의 약점은 그대로 우리의 약점이 된다.

미국과 밀착하니 중국의존도가 낮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2018년 기준 대중국(본토 및 홍콩 포함) 수출은 대만 전체 수출의 41.2%를 차지했고, 투자에서도 대만의 전체 ODI 중 39.8%가 중국에 집중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0)

중국의 성장이 주춤하면 그대로 반영된다. 미·중 경쟁 구도 같은 지정학적 변동성 역시 위험요소다. 지금은 미국의 편에서 동맹에 준하는 위치를 점유하고 반사이익을 그대로 보고 있지만, 상황은 변하게 마련이다.

반도체 의존도도 지나치게 높다.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2027년, 1인당 국민소득에서 일본을 제칠 수 있지만, 그 전에 타이완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

당장의 국민소득 비교에 일희일비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소득 변화의 장기 추세가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큰 흐름에서 찬찬히 살펴보자는 얘기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김현수)
  • 2027년 일본을 제치지만, 그 전에 타이완에 추월당할 ‘이것’
    • 입력 2021-12-30 07:00:43
    취재K
'2027년, 1인당 국민소득에서 일본을 제칠 수 있지만, 그 전에 타이완에 추월 당할 수도 있다'<br /><br />당장의 국민소득 비교에 일희일비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소득 변화의 장기 추세가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큰 흐름에서 찬찬히 살펴보자는 얘기다.<br />

■한창때의 일본 : 1982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가 쓴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1982년, 40년 전 일본을 다룬 소설이다. 한 건축사 사무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름다웠던 그때’를 회상하는 형식이다. 전성기를 지나 기울어가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짙다.


과거에 대한 빼어난 묘사는 그 자체도 아름답지만, 소설을 통해 엿보는 1982년 일본의 생활 수준도 흥미롭다. 무더운 여름엔 사무소 직원 전원이 짐을 싸 들고 여름별장으로 가서 일한다. (두어 달을 가족과 헤어져 그렇게 사는 것이 꼭 행복한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 시대 ‘워케이션 work + vacation’ 가능한 직장이 동경대상인 걸 보면, 당시 일본 사회의 경제력과 여유를 엿볼 수 있다.

‘무라이 별장’이라 불리는 이 여름별장이 있는 마을 자체가 일본의 경제력을 투영하기도 한다. 도쿄에서 좀 떨어진 산간마을로, 소설가와 건축가 등 여러 사람이 합심해서 만든 ‘별장촌'이다. 마음 맞던 초창기 멤버들은 하나 둘 세상을 뜨고 있다는 표현도 나온다. 1960~70년대에 이미 일본의 경제 수준은 이미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한 모양이다.

자동차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다. 한 구절 인용하면 이렇다.

여자 직원들 방이 늘어서 있는 동관 곁에 세워진 목조 차고에는 다섯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크림색 볼보 스테이션왜건240은 선생님의 장거리 여행용 차인데, 여름 별장에서는 주로 장 보러 갈 때 이용했다. 그 옆이 이구치 씨의 다크 그레이 메르세데스 벤츠 스테이션왜건 300TD. 그리고 가와라자키 씨의 메탈릭 블루 시트로엥 DS21과 고바야시 씨의 짙은 감색 푸조305왜건. 제일 끝에 차 주변이 텅 빌 정도로 작은, 마리코의 까만 르노5가 서 있다.

마리코는 선생님의 볼보가 아니라 르노5로 향했다. “이구치 씨도 안 가고 오늘 쇼핑 리스트는 이걸로 충분해. 사실 볼보는 우물거려서 싫거든.

40년 전 건축사무소 직원들이 사용하는 승용차 5대가 모두 ‘이른바’ 외제차다. 직원들은 볼보와 르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취향을 드러낸다. ‘선호를 보여주는 도구의 하나’로 수입차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물론 지금의 우리도 그런 종류의 ‘선호’를 외제차로 표현할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은 40년 전에 이미 그러했고, 우리는 최근 들어서야 그럴 수 있게 됐단 점이다.

■ 2021년의 일본 : 한국의 발전상을 비추는 거울

일본과의 경제력 비교가 기분을 좋게 하는 시대다. 세계은행 데이터로 보면 구매력(PPP) 기준 1인당 국민소득(GNI)은 이미 역전을 했다.


물론 전체 경제 규모 자체는 여전히 1/3 수준(1조 6천억 달러 vs 5조 달러)이지만, 1982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 같은 상황이다. 1982년 당시 경제 규모는 (GDP, 780억 달러 vs 1조 1,350억 달러) 1/15 수준이었다. 이 해의 1인당 경상 국민소득(GNI, 2,050달러 vs 일본 10550달러)은 1/5이었다.


최근 화제가 된 노구치 유키오 교수의 칼럼은 이런 면에서 일본을 걱정하는 시각을 보여준다. 대졸 초임에서 한국이 추월한 지는 꽤 되었고, IMD 국가 경쟁력도, UN의 정부 경쟁력도, 세계 상위 100대 대학 수(QS)도, 심지어 영어점수(토플)도 한국이 낫다. 1등 기업 시가총액도 삼성이 토요타의 2배다.

[연관 기사] [ET] 일본의 경제석학이 ‘한국 〉 일본’이라고 한 이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49130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실질임금이다. 실질임금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이나 국가가 아닌 노동자에 주목해 노동자의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OECD 공개 데이터를 90년대부터 추적해보면 정체된 일본과 성장하는 한국의 대조가 명확해진다.


이 숫자는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비춰 일본에 더 뼈아프다.

아베노믹스는 ‘실질 임금이 오를 때까지 돈을 푼다’는 정책이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수하고,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오를 수 있게 경기를 부양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실질임금이 미미하게 증가하는 데 그쳤단 점은 정책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일본 최대의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의 싱크탱크 니혼게이자이연구센터는 2027년이면 한국이 1인당 명목 GDP로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했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는 그만큼 대한민국의 성취에 뿌듯할 수 있다.

■2021년의 타이완 : '추격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대상

그 반대편에 타이완이 있다.

전경련은 ‘타이완이 최근 5년간의 성장세를 지속하면 2025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을 추월한다’고 발표했다. 환율 등의 영향으로 당장 올해 역전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타이완의 외환보유액은 우리보다 많고, 환율도 우리보다 안정되어 있다.


전경련은 타이완 경제의 급성장 비결을 1. 미·중 경쟁으로 인해 타이완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미국 테크기업과의 투자와 거래가 급증해서 2. TSMC 등 타이완 반도체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커져서 3. 차이 총통의 경제 우선 국정운영 덕분에, 라고 꼽았다.

특히 최근 미·중 경쟁 구도에서 미국과 밀착하며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구매력(PPP)을 기준으로 한 비교는 기분이 더 불편해질 수 있다. IMF 데이터상으로, 한국은 최근 30년 동안 구매력 기준으로 타이완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았던 적이 없다.


이럴 때 흔히 시도하는 인지 부조화의 전략, '체급이 다르다'는 표현이다. 사실 타이완과의 비교가 나올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규모가 작은 경제여서 비교의 가치가 떨어진단 이야기다. 실제로 인구가 우리의 절반 이하(2,385만)이고, 경제 규모도 그만큼 작다.

하지만 체급이 다르기는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체급과 관계없이 비교는 의미가 있다.

■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 것'


일본의 정체 상태를 곱씹으며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똑같이 수출 주도형 경제로 성장을 지속하던 일본은 80년대 후반 이후 정체에 들어갔다. 반도체나 가전제품 등 주력 수출품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이 여전하긴 하지만, 반도체나 가전 등에 비해 상징성이나 내실이 떨어진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한 경제운용으로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했지만 실패했다. 부동산과 함께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모두 수포가 되었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지출은 백약이 무효였고, 산더미 같은 정부 부채만 남겼다.

■ '닮은 꼴 경제' 타이완에서 살필 것

타이완 역시 우리 경제와 구조가 닮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주도형 경제를 꾸린다. 중국의 주변에서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역할을 떠맡아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최근의 성장은 정부 정책의 성공으로 평가할 만하다. 원래 중소기업 중심이던 타이완 경제는 정부 정책으로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일본의 하청기지로 성장한 타이완 경제는 2000년대 초반 한계를 노출하면서 1인당 명목 국민소득에서 우리나라에 추월을 당한다. '재벌'과 같은 큰 기업이 이끄는 한국 경제를 부러워했다. 이후 반도체 분야에 정부의 집중 투자 지원이 이뤄졌다.

그 성과가 지금의 혁신 반도체 기업들이다. 2020년 타이완 전체 수출의 3분의 1이 반도체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 파운드리의 북극성 'TSMC' 를 비롯해 미디어텍, UMC, 폭스콘, HTC 등 대기업이 즐비하다.

특히 TSMC의 눈부신 성장은 그 상징이다. 전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50% 이상이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지닌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는 경기 사이클에 따른 가격 변동이 적다. 주문받아 만들어 재고 걱정도 없고,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할 정도로 부가가치도 높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파운드리 투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다.

[연관 기사] 첨단 반도체 ‘승자독식’은 TSMC 몫?…삼성의 미래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03199

지난 10년간 TSMC와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 그래프는 이런 타이완 반도체 산업의 비교 우위를 상징한다. 우리 경제도 성장했지만, 타이완 경제는 더 빠르게 성장했다.


동시에 타이완 경제의 약점은 그대로 우리의 약점이 된다.

미국과 밀착하니 중국의존도가 낮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2018년 기준 대중국(본토 및 홍콩 포함) 수출은 대만 전체 수출의 41.2%를 차지했고, 투자에서도 대만의 전체 ODI 중 39.8%가 중국에 집중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0)

중국의 성장이 주춤하면 그대로 반영된다. 미·중 경쟁 구도 같은 지정학적 변동성 역시 위험요소다. 지금은 미국의 편에서 동맹에 준하는 위치를 점유하고 반사이익을 그대로 보고 있지만, 상황은 변하게 마련이다.

반도체 의존도도 지나치게 높다.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2027년, 1인당 국민소득에서 일본을 제칠 수 있지만, 그 전에 타이완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

당장의 국민소득 비교에 일희일비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소득 변화의 장기 추세가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큰 흐름에서 찬찬히 살펴보자는 얘기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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