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북한 결산④ [방역] ‘봉쇄’와 ‘비상방역’으로 버틴 1년…언제까지?

입력 2021.12.30 (08:04) 수정 2021.12.30 (08: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홍역을 치렀던 2021년, 북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북한은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모든 교류를 최소화한 채 코로나 방역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철저한 봉쇄...외교관들, 직접 짐 끌며 국경 넘고 후임 대사 취임도 못해

지난해 1월,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북중 접경지를 통한 주민 왕래와 외국인 입국을 차단하고, 중국·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과 국제열차 운행도 원칙적으로 중단했습니다.

북한 주재 외국 공관과 국제기구 직원들은 대부분 짐을 싸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현재 평양에서 대사관 업무가 진행 중인 나라는 중국·러시아·쿠바·이집트·라오스·몽골·시리아·베트남 등 8개국 뿐이고, 이나마도 평상 시 상주 인원의 절반 이하만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2월에는 교통편이 끊겨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과 가족 일행이 직접 철로용 카트에 짐을 싣고 두만강 철교를 건너는 사진이 공개되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출처: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출처: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북한의 국경봉쇄로 뜻하지 않게 최장기 주북 중국 대사를 한 인물도 있습니다. 최근 중국으로 귀국한 리진쥔 대사인데요.

2015년 3월 부임한 리 대사는 6년 9개월을 북한에 근무하며 역대 최장 임기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이 올해 2월 리 대사의 후임으로 왕야쥔 전 대외연락부 부부장을 지명했지만 북한이 국경 봉쇄를 풀지 않아 교체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리 대사는 최근에서야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리 대사가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작별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리 대사의 지병인 당뇨병이 귀국 이유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봉쇄조치로 인해 지병 관리에 필요한 의약품도 제때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후임으로 지명된 왕야쥔 부부장은 여전히 북한에 들어오지 못한 상태입니다. 최대 우방국인 중국의 주재 대사도 없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 셈입니다.

3월부터 재개한다던 북중 열차...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번번히 무산

생필품 교역도 대부분 중단되고, 주재원들은 오도가도 못하고, 북한 내 물류 사정도 나빠지고 있는 상황. 북한도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부분적으로나마 봉쇄를 풀려는 시도가 몇차례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번번이 봉쇄 해제를 미뤄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단둥-북한 신의주간의 화물열차 운행입니다. 올해 3월 쯤부터 열차 운행을 부분적으로 재개할 거라는 예상이 있었는데요.

중국 랴오닝성 정부가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신압록강 대교의 안전검사 입찰 공고를 냈던 게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10월 말, 다시 열차운행 재개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단서는 의주 비행장. 열차 교역 재개를 대비해, 중국에서 반입된 화물에 대한 검역과 방역 조처를 하는 시설을 의주 비행장에 만들었다는 거였는데요.

국가정보원에서도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중 간 열차 운행이 재개될 것으로 본다며, "(북한이) 운영 계획을 중국·러시아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의주 비행장. 출처:Planet Labs의주 비행장. 출처:Planet Labs

하지만 늦어도 11월에는 운행이 재개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번에도 열차운행은 재개되지 않았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철도 운행 재개와 관련해 구체적인 세부 사항까지 합의했지만, 북한과 가까운 중국 헤이룽장과 랴오닝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또 연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게다가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까지 나오면서 열차 운행 재개는 또다시 요원해졌습니다.

여전히 북한의 육로 교역은 모두 중단된 상태고, 북한은 중국 다롄항에서 북한 남포항으로 부정기 화물선을 운항하며 최소한의 물자만 조달하고 있습니다.

공식 확진자는 0, 백신 반입도 아직...언제까지?

12월 29일 노동신문 ‘동대원식료공장에서’12월 29일 노동신문 ‘동대원식료공장에서’

지난 달 4일 노동신문은 '겨울철 조건에 맞는 방역 대책을 빈틈없이 세우자' 제목의 기사에서 "겨울철에 내리는 눈을 통해서도 악성비루스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눈, 비, 바람, 새나 동물까지도 코로나19를 전파시킬 수 있다며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입니다.

이러한 철저한 비상방역 조치 덕분인지 북한의 공식적인 코로나 확진자는 0명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남·동아시아 사무소는 올해 49주차(12월 17일자) '코로나19 주간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9일까지 총 4만 8,449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했으며, 확진자는 없다고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여전히 백신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 백신 공동구매·배분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가 최근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28만 8,800회 분을 추가 배정하면서 총 811만 5,600회분의 백신이 북한 몫으로 배정됐지만, 실제 반입은 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산 백신인 시노팜의 경우 북한이 "코로나19로 더욱 심각한 영향을 받는 나라들에 재배정해 달라"며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현재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과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뿐입니다.

북한이 백신을 반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콜드체인' 등 백신 유통과 접종에 필요한 기반 시설이 준비되지 않아 그렇다는 설, 아스트라제네카나 시노팜이 아닌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원한다는 설, 전 국민이 한꺼번에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인 5천만 도즈 정도를 한번에 들여오려고 준비 중이라는 설 등 다양합니다. 조만간 백신을 도입할 거라는 전망은 나오지만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휘청거리고 있는 와중에 비상방역과 봉쇄로 대응하고 있는 북한, 하지만 언제까지 이 방법으로 버틸수 있을지는 정말 미지수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2021 북한 결산④ [방역] ‘봉쇄’와 ‘비상방역’으로 버틴 1년…언제까지?
    • 입력 2021-12-30 08:04:03
    • 수정2021-12-30 08:04:25
    취재K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홍역을 치렀던 2021년, 북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북한은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모든 교류를 최소화한 채 코로나 방역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철저한 봉쇄...외교관들, 직접 짐 끌며 국경 넘고 후임 대사 취임도 못해

지난해 1월,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북중 접경지를 통한 주민 왕래와 외국인 입국을 차단하고, 중국·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과 국제열차 운행도 원칙적으로 중단했습니다.

북한 주재 외국 공관과 국제기구 직원들은 대부분 짐을 싸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현재 평양에서 대사관 업무가 진행 중인 나라는 중국·러시아·쿠바·이집트·라오스·몽골·시리아·베트남 등 8개국 뿐이고, 이나마도 평상 시 상주 인원의 절반 이하만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2월에는 교통편이 끊겨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과 가족 일행이 직접 철로용 카트에 짐을 싣고 두만강 철교를 건너는 사진이 공개되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출처: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북한의 국경봉쇄로 뜻하지 않게 최장기 주북 중국 대사를 한 인물도 있습니다. 최근 중국으로 귀국한 리진쥔 대사인데요.

2015년 3월 부임한 리 대사는 6년 9개월을 북한에 근무하며 역대 최장 임기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이 올해 2월 리 대사의 후임으로 왕야쥔 전 대외연락부 부부장을 지명했지만 북한이 국경 봉쇄를 풀지 않아 교체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리 대사는 최근에서야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리 대사가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작별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리 대사의 지병인 당뇨병이 귀국 이유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봉쇄조치로 인해 지병 관리에 필요한 의약품도 제때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후임으로 지명된 왕야쥔 부부장은 여전히 북한에 들어오지 못한 상태입니다. 최대 우방국인 중국의 주재 대사도 없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 셈입니다.

3월부터 재개한다던 북중 열차...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번번히 무산

생필품 교역도 대부분 중단되고, 주재원들은 오도가도 못하고, 북한 내 물류 사정도 나빠지고 있는 상황. 북한도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부분적으로나마 봉쇄를 풀려는 시도가 몇차례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번번이 봉쇄 해제를 미뤄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단둥-북한 신의주간의 화물열차 운행입니다. 올해 3월 쯤부터 열차 운행을 부분적으로 재개할 거라는 예상이 있었는데요.

중국 랴오닝성 정부가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신압록강 대교의 안전검사 입찰 공고를 냈던 게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10월 말, 다시 열차운행 재개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단서는 의주 비행장. 열차 교역 재개를 대비해, 중국에서 반입된 화물에 대한 검역과 방역 조처를 하는 시설을 의주 비행장에 만들었다는 거였는데요.

국가정보원에서도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중 간 열차 운행이 재개될 것으로 본다며, "(북한이) 운영 계획을 중국·러시아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의주 비행장. 출처:Planet Labs
하지만 늦어도 11월에는 운행이 재개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번에도 열차운행은 재개되지 않았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철도 운행 재개와 관련해 구체적인 세부 사항까지 합의했지만, 북한과 가까운 중국 헤이룽장과 랴오닝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또 연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게다가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까지 나오면서 열차 운행 재개는 또다시 요원해졌습니다.

여전히 북한의 육로 교역은 모두 중단된 상태고, 북한은 중국 다롄항에서 북한 남포항으로 부정기 화물선을 운항하며 최소한의 물자만 조달하고 있습니다.

공식 확진자는 0, 백신 반입도 아직...언제까지?

12월 29일 노동신문 ‘동대원식료공장에서’
지난 달 4일 노동신문은 '겨울철 조건에 맞는 방역 대책을 빈틈없이 세우자' 제목의 기사에서 "겨울철에 내리는 눈을 통해서도 악성비루스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눈, 비, 바람, 새나 동물까지도 코로나19를 전파시킬 수 있다며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입니다.

이러한 철저한 비상방역 조치 덕분인지 북한의 공식적인 코로나 확진자는 0명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남·동아시아 사무소는 올해 49주차(12월 17일자) '코로나19 주간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9일까지 총 4만 8,449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했으며, 확진자는 없다고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여전히 백신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 백신 공동구매·배분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가 최근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28만 8,800회 분을 추가 배정하면서 총 811만 5,600회분의 백신이 북한 몫으로 배정됐지만, 실제 반입은 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산 백신인 시노팜의 경우 북한이 "코로나19로 더욱 심각한 영향을 받는 나라들에 재배정해 달라"며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현재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과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뿐입니다.

북한이 백신을 반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콜드체인' 등 백신 유통과 접종에 필요한 기반 시설이 준비되지 않아 그렇다는 설, 아스트라제네카나 시노팜이 아닌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원한다는 설, 전 국민이 한꺼번에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인 5천만 도즈 정도를 한번에 들여오려고 준비 중이라는 설 등 다양합니다. 조만간 백신을 도입할 거라는 전망은 나오지만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휘청거리고 있는 와중에 비상방역과 봉쇄로 대응하고 있는 북한, 하지만 언제까지 이 방법으로 버틸수 있을지는 정말 미지수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