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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고단한 시절을 데워준 홍합탕 “고맙습니다”
입력 2021.12.30 (08:04) 사회

한 경찰 지구대에 멀리 미국 뉴욕에서 편지와 함께 수표 두 장이 도착했습니다. 70대 미국 교포가 50년 전 시장 아주머니에게 홍합탕을 얻어먹고 값을 치르지 못한 부끄러움을 이제서야 갚는다는 사연을 적은 편지였습니다.

존경하는 신촌파출소 소장님께

이렇게 갑자기 서신 올려 죄송하오며 먼저 용서를 빕니다.
공무에 바쁘실텐데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미국 뉴욕에 살고있는 000입니다.
나이는 72세이고 직장에서 은퇴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소장님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제 부탁을 드리고자 이 글 올리오니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970년대 중반 저는 강원도 농촌에서 올라와
신촌에 살던 고학생이었습니다.
어느 겨울날 밤 알바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신촌시장 뒷골목에서 리어카에서
홍합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너무도 허기가 져서 염치도 없이 그것 한그릇 먹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돈은 내일 갖다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들 중 한 분이 선뜻 자기 리어카에서
뜨끈한 홍합 한 그릇을 서슴없이 퍼주셨습니다.
그 아주머니에게 너무도 고마웠고 잘 먹기는 했습니다만
그 다음날이라고 제가 무슨 돈이 있었겠습니까?
저는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 이민길에 올라
그 친절하셨던 아주머니에게 000으로 살아왔습니다.
이제 제 삶을 돌아보고 청산해가면서 너무 늦었지만
어떻게든 그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소장님께 이런 편지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여기 2,000불 체크를 동봉하오니 지역 내에서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제공해주시면 더할 나위없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도 작은 액수라 부끄럽습니다만 그 아주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속죄의 심정으로 부탁드리오니 제 청을 들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소장님과 가족분들 모두에게 건강 주시기를 기원드리오며
또 함께 일하시는 직원분들과 돌보시는 신촌의 모든 시민들이 다 평안하시기를 빌며
이만 줄입니다.
느닷없고 두서없는 제 편지 끝까지 읽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며, 안녕히 계십시오.

2021년 10월25일 뉴욕에서


구성: 김지혜, 영상편집: 이동주
  • [사사건건] 고단한 시절을 데워준 홍합탕 “고맙습니다”
    • 입력 2021-12-30 08:04:04
    사회

한 경찰 지구대에 멀리 미국 뉴욕에서 편지와 함께 수표 두 장이 도착했습니다. 70대 미국 교포가 50년 전 시장 아주머니에게 홍합탕을 얻어먹고 값을 치르지 못한 부끄러움을 이제서야 갚는다는 사연을 적은 편지였습니다.

존경하는 신촌파출소 소장님께

이렇게 갑자기 서신 올려 죄송하오며 먼저 용서를 빕니다.
공무에 바쁘실텐데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미국 뉴욕에 살고있는 000입니다.
나이는 72세이고 직장에서 은퇴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소장님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제 부탁을 드리고자 이 글 올리오니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970년대 중반 저는 강원도 농촌에서 올라와
신촌에 살던 고학생이었습니다.
어느 겨울날 밤 알바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신촌시장 뒷골목에서 리어카에서
홍합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너무도 허기가 져서 염치도 없이 그것 한그릇 먹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돈은 내일 갖다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들 중 한 분이 선뜻 자기 리어카에서
뜨끈한 홍합 한 그릇을 서슴없이 퍼주셨습니다.
그 아주머니에게 너무도 고마웠고 잘 먹기는 했습니다만
그 다음날이라고 제가 무슨 돈이 있었겠습니까?
저는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 이민길에 올라
그 친절하셨던 아주머니에게 000으로 살아왔습니다.
이제 제 삶을 돌아보고 청산해가면서 너무 늦었지만
어떻게든 그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소장님께 이런 편지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여기 2,000불 체크를 동봉하오니 지역 내에서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제공해주시면 더할 나위없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도 작은 액수라 부끄럽습니다만 그 아주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속죄의 심정으로 부탁드리오니 제 청을 들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소장님과 가족분들 모두에게 건강 주시기를 기원드리오며
또 함께 일하시는 직원분들과 돌보시는 신촌의 모든 시민들이 다 평안하시기를 빌며
이만 줄입니다.
느닷없고 두서없는 제 편지 끝까지 읽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며, 안녕히 계십시오.

2021년 10월25일 뉴욕에서


구성: 김지혜, 영상편집: 이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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