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물의·막말로 제명’ 소송 끝에 돌아온 지방의원

입력 2021.12.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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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적절한 관계’ 논란 속 막말…그리고 의원직 제명

할 말 있으면 해 봐. 할 말 있으면 해보라고!”
(지난해 7월 1일, 전북 김제시의회)

전북 김제시의회 소속 유 모 의원이 의회 내에서, 함께 사생활 논란의 대상이 됐던 여성 의원에게 고성을 지르며 막말을 했던 사건. 이 사건은 지난해 여름 불거졌던 김제시의회 소속 남녀 의원의 ‘부적절한 관계’ 논란이 그 배경이었습니다.

이 일이 있기 전부터 지역 사회 내에서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가 논란이었습니다. 앞서 현충일 행사장에서 유 의원이 여성 의원에게 폭언을 내뱉은 적이 있고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A 여성 의원과 불륜 행위를 했다며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1일, 시의회에서 막말을 내뱉은 유 의원의 돌발 행동이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비난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김제시민들은 지방의원의 품위와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했습니다.

결국 김제시의회는 7월 16일에 유 의원을, 7월 22일에는 A 의원을 제명조치했습니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뒤 전북 지역에서는 지방의원이 제명된 첫 사례입니다. 징계 절차가 늦어지면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제명과 함께 이들이 의회에서 사라지면서 사태는 마무리되는 듯 했습니다.


■ 근황 알 수 없었던 제명 의원…행정소송과 함께 수면 위로


그러나 2라운드가 머지않아 시작됐습니다. 두 사람이 각각 지난해 10월 김제시의회를 상대로 ‘제명처분 취소소송’을 낸 것입니다. 제명이 부당하니 이를 법원에서 따져보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소송 시작 1년이 넘은 지난 16일, 유 의원에 대한 전주지방법원 행정1부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1심에서 유 의원의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와 유 의원은 김제시의원 신분을 회복하고 그동안 지급되지 않았던 의원 급여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재판부는 유 의원 제명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을까요? 판결문을 살펴봤습니다.


■ 재판부, “징계 절차에서 일부 행정적인 하자…제명 취소”

유 의원 측은 재판 내내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김제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원고에 대한 징계 건에 관한 부의 및 의결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처분에 앞서 충분한 질의와 토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원고에게 윤리특별위원회 개회에 관한 통지 절차가 생략되어 김제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규칙을 위반한 점 윤리특별위원회 및 본회의 의결 내용을 통보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전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윤리특별위원회 개회에 앞서 그 개회일시, 장소 등을 원고에게 통지하지 않았고, 윤리특별위원장이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아니한 채 ‘품위유지 위반’으로만 기재하여 원고에게 의결 통지서를 보낸 사실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제시의회 윤리특별위원장이 사전통지절차를 생략해 유 의원이 자기 뜻을 변명하고 관련 사실을 소명해 징계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방어권 행사 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봤습니다. 또, 이미 유 의원이 앞서 기자회견에서 의원직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 하더라도 절차를 제대로 밟았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절차적 하자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지만 의원 제명 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유 의원이 주장하는 ‘제명 처분 무효’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전주지법은 징계까지 이어지는 절차에서 일부 행정적인 결함이 발견됐으니 제명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낸 것입니다.

일부 승소한 판결에 힘입어 의원직에 복귀하게 된 유 의원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며, 의원직에 복귀한 뒤 받을 급여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반성한다면서 왜 소송을 제기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 여성의원도 승소해 나란히 복귀…내년 지방선거 나설까?

한편, 함께 물의를 일으킨 여성의원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지난달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해 유 의원보다 먼저 의원직에 복귀했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 제1행정부는 “다른 의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행위에 공적인 요소가 얼마나 개입됐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며 ‘비위행위’를 통한 범법행위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김제시의회는 유 의원 1심 선고에 항소하고 여성의원 항소심 선고에도 상고했습니다. 남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두 의원은 남은 민선 7기 지방의원의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입니다. 민선 8기 지방선거는 5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두 의원은 각각 탈당과 제명 조치를 당해 현재 무소속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의회로 복귀한 두 의원이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의정 활동을 할지, 그리고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해 지역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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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생활 물의·막말로 제명’ 소송 끝에 돌아온 지방의원
    • 입력 2021-12-30 15:41:56
    취재K

■ ‘부적절한 관계’ 논란 속 막말…그리고 의원직 제명

할 말 있으면 해 봐. 할 말 있으면 해보라고!”
(지난해 7월 1일, 전북 김제시의회)

전북 김제시의회 소속 유 모 의원이 의회 내에서, 함께 사생활 논란의 대상이 됐던 여성 의원에게 고성을 지르며 막말을 했던 사건. 이 사건은 지난해 여름 불거졌던 김제시의회 소속 남녀 의원의 ‘부적절한 관계’ 논란이 그 배경이었습니다.

이 일이 있기 전부터 지역 사회 내에서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가 논란이었습니다. 앞서 현충일 행사장에서 유 의원이 여성 의원에게 폭언을 내뱉은 적이 있고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A 여성 의원과 불륜 행위를 했다며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1일, 시의회에서 막말을 내뱉은 유 의원의 돌발 행동이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비난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김제시민들은 지방의원의 품위와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했습니다.

결국 김제시의회는 7월 16일에 유 의원을, 7월 22일에는 A 의원을 제명조치했습니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뒤 전북 지역에서는 지방의원이 제명된 첫 사례입니다. 징계 절차가 늦어지면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제명과 함께 이들이 의회에서 사라지면서 사태는 마무리되는 듯 했습니다.


■ 근황 알 수 없었던 제명 의원…행정소송과 함께 수면 위로


그러나 2라운드가 머지않아 시작됐습니다. 두 사람이 각각 지난해 10월 김제시의회를 상대로 ‘제명처분 취소소송’을 낸 것입니다. 제명이 부당하니 이를 법원에서 따져보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소송 시작 1년이 넘은 지난 16일, 유 의원에 대한 전주지방법원 행정1부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1심에서 유 의원의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와 유 의원은 김제시의원 신분을 회복하고 그동안 지급되지 않았던 의원 급여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재판부는 유 의원 제명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을까요? 판결문을 살펴봤습니다.


■ 재판부, “징계 절차에서 일부 행정적인 하자…제명 취소”

유 의원 측은 재판 내내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김제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원고에 대한 징계 건에 관한 부의 및 의결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처분에 앞서 충분한 질의와 토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원고에게 윤리특별위원회 개회에 관한 통지 절차가 생략되어 김제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규칙을 위반한 점 윤리특별위원회 및 본회의 의결 내용을 통보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전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윤리특별위원회 개회에 앞서 그 개회일시, 장소 등을 원고에게 통지하지 않았고, 윤리특별위원장이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아니한 채 ‘품위유지 위반’으로만 기재하여 원고에게 의결 통지서를 보낸 사실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제시의회 윤리특별위원장이 사전통지절차를 생략해 유 의원이 자기 뜻을 변명하고 관련 사실을 소명해 징계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방어권 행사 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봤습니다. 또, 이미 유 의원이 앞서 기자회견에서 의원직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 하더라도 절차를 제대로 밟았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절차적 하자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지만 의원 제명 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유 의원이 주장하는 ‘제명 처분 무효’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전주지법은 징계까지 이어지는 절차에서 일부 행정적인 결함이 발견됐으니 제명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낸 것입니다.

일부 승소한 판결에 힘입어 의원직에 복귀하게 된 유 의원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며, 의원직에 복귀한 뒤 받을 급여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반성한다면서 왜 소송을 제기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 여성의원도 승소해 나란히 복귀…내년 지방선거 나설까?

한편, 함께 물의를 일으킨 여성의원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지난달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해 유 의원보다 먼저 의원직에 복귀했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 제1행정부는 “다른 의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행위에 공적인 요소가 얼마나 개입됐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며 ‘비위행위’를 통한 범법행위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김제시의회는 유 의원 1심 선고에 항소하고 여성의원 항소심 선고에도 상고했습니다. 남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두 의원은 남은 민선 7기 지방의원의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입니다. 민선 8기 지방선거는 5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두 의원은 각각 탈당과 제명 조치를 당해 현재 무소속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의회로 복귀한 두 의원이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의정 활동을 할지, 그리고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해 지역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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