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기자가 돌아본 올해 제주지역 사건·사고

입력 2021.12.30 (19:20) 수정 2021.12.3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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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곳곳을 발로 뛴 취재기자들과 함께 올 한해 제주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사회 분야인데요.

문준영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문 기자, 올 한해 주로 제주 사회분야와 관련해 취재를 주로 해오셨는데요.

올해도 정말 다양한 사건·사고가 있었잖아요.

어떤 사건이 기억에 남으시나요?

[기자]

개인적으로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14일이었죠.

규모 4.9, 기상청 관측이래 가장 강력한 규모의 지진에 도민들이 많이 놀라고 불안해하셨는데요.

저도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기억이 몇 장면 떠오릅니다.

저희 KBS가 재난주관방송사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속보를 전해야 하잖아요.

전국 특보에 더해서 제주에서도 지진 발생 20분 만에 전화 연결로 지진 발생 소식을 전하고, 피해가 없는지 재난 CCTV도 확인하고. 내부는 그렇게 진행이 됐고요.

저는 곧바로 지진 발생 지점인 마라도 해역에서 가장 인근에 있는 모슬포로 갔거든요.

그런데 당시 퇴근 시간과 맞물리면서 차는 막히고, 빨리 취재해서 뉴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은 촉박하고.

겨우겨우 현장 가서 지진과 관련한 CCTV 영상을 입수하고, 인터뷰 진행하고, 차 안에서 기사 쓰고 읽고.

그렇게 정신없이 보도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앵커]

네, 저도 현장에서 급하게 방송 준비를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기자]

네, 제주시 지역에 계신 분들 만나보면 지진 발생 당시 떨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충격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제가 현장에서 만난 모슬포 시장 상인분들과 주민들은 엄청난 굉음에 매우 놀라셨다 했고요.

또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까 놀라서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쩌지' 라고 생각하시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해 하셨습니다.

특히 이런 재난은 취약계층분들에게 더 힘들게 다가오거든요.

방송 보시는 분 중에 지진을 비롯한 폭설과 화재, 대형사고 등을 겪으신 분들 계시면 '제주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로 연락해서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으니까 참고하시면 좋겠고요.

또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서 운영하는 제주안전체험관 방문하셔서 미리미리 재난 대비를 위한 교육을 받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건이 안 되시는 분들은 저희 KBS재난포털 사이트를 방문하셔서 대피 요령과 실시간 재난 정보를 확인하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앵커]

제주지역에서의 역대급 지진, 첫 소식으로 전해주셨고요.

사회분야를 취재 하시다 보면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접하실 텐데, 물론 안 좋고 슬픈 소식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는 미담도 있잖아요?

[기자]

네, 올해도 여러 미담이 있었는데요.

지난 8월 KBS에서 단독 보도해드렸던 '중고 냉장고에 딸려온 현금 1억 원'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제가 제보를 받고 취재했는데요.

어떻게 5만 원권 2,200장, 현금 1억 원이 중고 냉장고 바닥에 붙어서 제주도로 오게 됐을까 궁금했거든요.

경찰이 한 달 반에 걸친 수사 끝에 서울에 거주하던 60대를 주인으로 특정했는데, 이 분이 지난해 9월 숨진 고인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돌아가시면서 이 냉장고가 폐기물 업체에 넘어갔고, 또 몇 차례 다른 폐기물 업체를 돌다가 제주에서 사업하시는 분이 구매하면서 제주로 오게 된 거였는데요.

경찰은 현금 봉투에 적힌 고인의 필적을 국과수에 맡긴 결과 동일 필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감정을 받았고, 또 유족이 당시 폐기물 견적을 확인하기 위해 찍어둔 냉장고 사진과 모델이 같은 점 등을 근거로 주인을 찾았습니다.

당시 현금은 고인의 손 글씨가 적힌 꼬깃한 봉투에 보관돼 있었거든요.

고인이 평생 모아온 재산이 양심 있는 시민과 끈질긴 경찰의 수사 덕에 유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게 됐습니다.

당시 냉장고 구매자분을 수소문해서 어렵게 통화를 했었는데요.

'당연한 일을 했고, 유족들에게 돈이 전달돼 오히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취재할 때는 힘들었지만 따뜻함을 느껴봤던 취재였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앵커]

당시 이 냉장고 보도가 전국적으로도 정말 큰 이슈가 됐었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큰 귀감이 되기도 했죠.

저도 그때 문 기자 기사가 기억이 나는데, 삼형제분들께서 사업에 필요해서 중고 냉장고를 사게 됐다고 했죠.

[기자]

네, 맞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따듯한 마음으로 사업도 잘되고, 크게 번창하셨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문 기자가 꼽은 올해의 사건 사고가 있다면요?

[기자]

네 제주에서 발생한 중학생 피살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매우 아픈 사건인데요.

잘 아시다시피 지난 7월 전 연인의 아들, 그러니까 아무 죄 없는 10대 학생을 성인 남성 두 명이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었죠.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곧바로 현장을 찾았는데요.

당시 범인들이 도주한 상태였기 때문에 현장 CCTV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었거든요.

범행이 발생한 주택 주변을 나름 샅샅이 뒤졌지만 CCTV가 없는 거예요.

사건 발생 주택에는 폴리스라인이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고, 다시 주변을 한참 돌다가 마침 범행이 발생한 주택 앞뒤에 CCTV를 발견했습니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CCTV가 두 대나 설치된 집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피해자가 10대 학생이다,

그때 이게 신변보호용 CCTV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취재를 하게 됐죠.

그 이후에 유족과 경찰을 취재해보니, 여러 차례 가정폭력 신고와 이상 징후에도 경찰이 적극적인 검거에 나서지 않은 점, 또 부실한 신변보호 실태 등을 취재해 보도했고요.

국민적 공분이 일자 경찰청에서 스마트워치 추가 보급과 신변보호 강화 대책 등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여전히 다른 지역에서 사회적 약자, 여성이나 아동에 대한 강력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도 느끼고 있습니다.

[앵커]

보도 이후에 여러 개선 대책이 이뤄지고 있고, 이번에 제주경찰청에서 여성폭력 대응 전담반을 신설하기도 했죠.

그래서 우리 사회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경종을 울린 건 분명한 것 같고요.

범인인 백광석, 김시남에게도 중형이 선고됐죠?

[기자]

네, 1심 법원은 백광석과 김시남에게 각각 징역 30년과 27년을 선고했습니다.

당초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형이 너무 낮다며 항소했고, 유족도 엄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제가 취재하면서 입수했던 백광석과 김시남이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입니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다 오늘 처음 공개하는 건데요.

내용을 보시면, '주시는 벌 전부 받고, 평생 살아가며 사죄하며 살겠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진짜 잘하겠다', '저의 잘못을 잘 알고 있다',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 이런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직접적인 살인 행위에 대해서는 재판 내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 모두 살인에 가담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사건 발생부터 재판과정까지, 다섯 달 가까이 취재하면서, 저도 기자이기 전에 사람인지라 끌어 오르는 감정을 참느라 많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요즘도, 가끔씩 사건 현장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기자 생활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사건 현장을 봐왔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10대 학생이고, 또 우리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론 성인으로서 죄책감도 들고, 아쉬움도 많이 남는 사건입니다.

부족하지만 유의미한 대책을 이끌어 내기도 했기 때문에 제 올해의 사건으로 선정해봤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년에도 더 열심히 현장을 누비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문준영 기자, 고생 많으셨고요.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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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K] 기자가 돌아본 올해 제주지역 사건·사고
    • 입력 2021-12-30 19:20:14
    • 수정2021-12-30 20:01:13
    뉴스7(제주)
[앵커]

제주 곳곳을 발로 뛴 취재기자들과 함께 올 한해 제주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사회 분야인데요.

문준영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문 기자, 올 한해 주로 제주 사회분야와 관련해 취재를 주로 해오셨는데요.

올해도 정말 다양한 사건·사고가 있었잖아요.

어떤 사건이 기억에 남으시나요?

[기자]

개인적으로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14일이었죠.

규모 4.9, 기상청 관측이래 가장 강력한 규모의 지진에 도민들이 많이 놀라고 불안해하셨는데요.

저도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기억이 몇 장면 떠오릅니다.

저희 KBS가 재난주관방송사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속보를 전해야 하잖아요.

전국 특보에 더해서 제주에서도 지진 발생 20분 만에 전화 연결로 지진 발생 소식을 전하고, 피해가 없는지 재난 CCTV도 확인하고. 내부는 그렇게 진행이 됐고요.

저는 곧바로 지진 발생 지점인 마라도 해역에서 가장 인근에 있는 모슬포로 갔거든요.

그런데 당시 퇴근 시간과 맞물리면서 차는 막히고, 빨리 취재해서 뉴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은 촉박하고.

겨우겨우 현장 가서 지진과 관련한 CCTV 영상을 입수하고, 인터뷰 진행하고, 차 안에서 기사 쓰고 읽고.

그렇게 정신없이 보도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앵커]

네, 저도 현장에서 급하게 방송 준비를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기자]

네, 제주시 지역에 계신 분들 만나보면 지진 발생 당시 떨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충격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제가 현장에서 만난 모슬포 시장 상인분들과 주민들은 엄청난 굉음에 매우 놀라셨다 했고요.

또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까 놀라서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쩌지' 라고 생각하시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해 하셨습니다.

특히 이런 재난은 취약계층분들에게 더 힘들게 다가오거든요.

방송 보시는 분 중에 지진을 비롯한 폭설과 화재, 대형사고 등을 겪으신 분들 계시면 '제주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로 연락해서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으니까 참고하시면 좋겠고요.

또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서 운영하는 제주안전체험관 방문하셔서 미리미리 재난 대비를 위한 교육을 받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건이 안 되시는 분들은 저희 KBS재난포털 사이트를 방문하셔서 대피 요령과 실시간 재난 정보를 확인하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앵커]

제주지역에서의 역대급 지진, 첫 소식으로 전해주셨고요.

사회분야를 취재 하시다 보면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접하실 텐데, 물론 안 좋고 슬픈 소식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는 미담도 있잖아요?

[기자]

네, 올해도 여러 미담이 있었는데요.

지난 8월 KBS에서 단독 보도해드렸던 '중고 냉장고에 딸려온 현금 1억 원'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제가 제보를 받고 취재했는데요.

어떻게 5만 원권 2,200장, 현금 1억 원이 중고 냉장고 바닥에 붙어서 제주도로 오게 됐을까 궁금했거든요.

경찰이 한 달 반에 걸친 수사 끝에 서울에 거주하던 60대를 주인으로 특정했는데, 이 분이 지난해 9월 숨진 고인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돌아가시면서 이 냉장고가 폐기물 업체에 넘어갔고, 또 몇 차례 다른 폐기물 업체를 돌다가 제주에서 사업하시는 분이 구매하면서 제주로 오게 된 거였는데요.

경찰은 현금 봉투에 적힌 고인의 필적을 국과수에 맡긴 결과 동일 필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감정을 받았고, 또 유족이 당시 폐기물 견적을 확인하기 위해 찍어둔 냉장고 사진과 모델이 같은 점 등을 근거로 주인을 찾았습니다.

당시 현금은 고인의 손 글씨가 적힌 꼬깃한 봉투에 보관돼 있었거든요.

고인이 평생 모아온 재산이 양심 있는 시민과 끈질긴 경찰의 수사 덕에 유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게 됐습니다.

당시 냉장고 구매자분을 수소문해서 어렵게 통화를 했었는데요.

'당연한 일을 했고, 유족들에게 돈이 전달돼 오히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취재할 때는 힘들었지만 따뜻함을 느껴봤던 취재였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앵커]

당시 이 냉장고 보도가 전국적으로도 정말 큰 이슈가 됐었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큰 귀감이 되기도 했죠.

저도 그때 문 기자 기사가 기억이 나는데, 삼형제분들께서 사업에 필요해서 중고 냉장고를 사게 됐다고 했죠.

[기자]

네, 맞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따듯한 마음으로 사업도 잘되고, 크게 번창하셨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문 기자가 꼽은 올해의 사건 사고가 있다면요?

[기자]

네 제주에서 발생한 중학생 피살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매우 아픈 사건인데요.

잘 아시다시피 지난 7월 전 연인의 아들, 그러니까 아무 죄 없는 10대 학생을 성인 남성 두 명이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었죠.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곧바로 현장을 찾았는데요.

당시 범인들이 도주한 상태였기 때문에 현장 CCTV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었거든요.

범행이 발생한 주택 주변을 나름 샅샅이 뒤졌지만 CCTV가 없는 거예요.

사건 발생 주택에는 폴리스라인이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고, 다시 주변을 한참 돌다가 마침 범행이 발생한 주택 앞뒤에 CCTV를 발견했습니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CCTV가 두 대나 설치된 집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피해자가 10대 학생이다,

그때 이게 신변보호용 CCTV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취재를 하게 됐죠.

그 이후에 유족과 경찰을 취재해보니, 여러 차례 가정폭력 신고와 이상 징후에도 경찰이 적극적인 검거에 나서지 않은 점, 또 부실한 신변보호 실태 등을 취재해 보도했고요.

국민적 공분이 일자 경찰청에서 스마트워치 추가 보급과 신변보호 강화 대책 등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여전히 다른 지역에서 사회적 약자, 여성이나 아동에 대한 강력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도 느끼고 있습니다.

[앵커]

보도 이후에 여러 개선 대책이 이뤄지고 있고, 이번에 제주경찰청에서 여성폭력 대응 전담반을 신설하기도 했죠.

그래서 우리 사회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경종을 울린 건 분명한 것 같고요.

범인인 백광석, 김시남에게도 중형이 선고됐죠?

[기자]

네, 1심 법원은 백광석과 김시남에게 각각 징역 30년과 27년을 선고했습니다.

당초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형이 너무 낮다며 항소했고, 유족도 엄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제가 취재하면서 입수했던 백광석과 김시남이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입니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다 오늘 처음 공개하는 건데요.

내용을 보시면, '주시는 벌 전부 받고, 평생 살아가며 사죄하며 살겠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진짜 잘하겠다', '저의 잘못을 잘 알고 있다',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 이런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직접적인 살인 행위에 대해서는 재판 내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 모두 살인에 가담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사건 발생부터 재판과정까지, 다섯 달 가까이 취재하면서, 저도 기자이기 전에 사람인지라 끌어 오르는 감정을 참느라 많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요즘도, 가끔씩 사건 현장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기자 생활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사건 현장을 봐왔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10대 학생이고, 또 우리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론 성인으로서 죄책감도 들고, 아쉬움도 많이 남는 사건입니다.

부족하지만 유의미한 대책을 이끌어 내기도 했기 때문에 제 올해의 사건으로 선정해봤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년에도 더 열심히 현장을 누비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문준영 기자, 고생 많으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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