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사업 1년 8개월째 지연…커져가는 ‘쪽방촌 세입자’ 한숨

입력 2021.12.30 (21:37) 수정 2021.12.3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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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사업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연속 보도, 세번째 순서입니다.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쪽방촌 세입자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 비좁은 쪽방촌에서 기약없는 겨울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재훈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미로같이 꼬여 있는 허름한 골목을 지나고, 사람 한 명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비좁은 복도 끝,

두 다리를 뻗기조차 힘든 쪽방 안에서 51살 강창규 씨는 전기장판 하나로 영하의 추위를 견딥니다.

중증 근무력증과 당뇨, 고혈압을 앓고 있는 강 씨의 머리맡에는 약봉지가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이곳에서 산 지 3년, 기초생활수급비로 월세 20만 원을 내고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근근히 버티고 있습니다.

[강창규/대전역 쪽방촌 세입자 : "지금 여기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생활 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좋겠죠. 훨씬 더 낫고. (월세 값도 더 싸진다면?) 그렇죠. 그런 부분도 많이 혜택이 있을 것 같고."]

50년 넘게 쪽방촌 세입자로 살아온 기초생활수급자 75살 김순일 씨도 새로 지어질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순일/대전역 쪽방촌 세입자 : "내가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좋은데 살고 싶어요. 사실은. 죽을 때까지. 그런데 현재 그렇질 못하잖아요."]

대전시가 집계한 대전역 쪽방촌 세입자는 현재 180여 명 정도.

쪽방촌 세입자들은 이처럼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도시 빈곤층으로 내몰린 쪽방촌 세입자를 내쫓지 않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자는 게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사업의 취집니다.

하지만 사업 추진은 1년 8개월째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쪽방촌 세입자들의 꿈과 희망은 멀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보상 문제로 갈등을 빚는 주민 비대위의 빗장을 풀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조부활/대전역 쪽방상담소 소장 : "이것을 반대해서 시간이 지나가면 지구 지정된 것도 취소될 것이고, 이 사업도 진행되지 않고 그러면 이곳에 생활하는 쪽방 주민들의 희망이 싸그리 사라지는 거죠."]

한여름 찜통더위와 한겨울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며 몸 하나 추스리기 힘든 삶. 쪽방촌 세입자들에게 하루는 1년같은 고된 기다림입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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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재생사업 1년 8개월째 지연…커져가는 ‘쪽방촌 세입자’ 한숨
    • 입력 2021-12-30 21:36:59
    • 수정2021-12-30 22:01:33
    뉴스9(대전)
[앵커]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사업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연속 보도, 세번째 순서입니다.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쪽방촌 세입자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 비좁은 쪽방촌에서 기약없는 겨울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재훈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미로같이 꼬여 있는 허름한 골목을 지나고, 사람 한 명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비좁은 복도 끝,

두 다리를 뻗기조차 힘든 쪽방 안에서 51살 강창규 씨는 전기장판 하나로 영하의 추위를 견딥니다.

중증 근무력증과 당뇨, 고혈압을 앓고 있는 강 씨의 머리맡에는 약봉지가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이곳에서 산 지 3년, 기초생활수급비로 월세 20만 원을 내고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근근히 버티고 있습니다.

[강창규/대전역 쪽방촌 세입자 : "지금 여기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생활 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좋겠죠. 훨씬 더 낫고. (월세 값도 더 싸진다면?) 그렇죠. 그런 부분도 많이 혜택이 있을 것 같고."]

50년 넘게 쪽방촌 세입자로 살아온 기초생활수급자 75살 김순일 씨도 새로 지어질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순일/대전역 쪽방촌 세입자 : "내가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좋은데 살고 싶어요. 사실은. 죽을 때까지. 그런데 현재 그렇질 못하잖아요."]

대전시가 집계한 대전역 쪽방촌 세입자는 현재 180여 명 정도.

쪽방촌 세입자들은 이처럼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도시 빈곤층으로 내몰린 쪽방촌 세입자를 내쫓지 않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자는 게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사업의 취집니다.

하지만 사업 추진은 1년 8개월째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쪽방촌 세입자들의 꿈과 희망은 멀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보상 문제로 갈등을 빚는 주민 비대위의 빗장을 풀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조부활/대전역 쪽방상담소 소장 : "이것을 반대해서 시간이 지나가면 지구 지정된 것도 취소될 것이고, 이 사업도 진행되지 않고 그러면 이곳에 생활하는 쪽방 주민들의 희망이 싸그리 사라지는 거죠."]

한여름 찜통더위와 한겨울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며 몸 하나 추스리기 힘든 삶. 쪽방촌 세입자들에게 하루는 1년같은 고된 기다림입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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