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여 간 출생신고 없이 살아온 세 자매 “함께 살길 원해”

입력 2021.12.3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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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학대 정황 없어…자녀들 분리 조치 원치 않아”

제주에서 출생신고도 없이 유령처럼 살아온 세 자매가 발견된 가운데, 이들 자매는 경찰 수사에서 어머니와 분리 조치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자녀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상 교육적 방임)로 40대 여성 A 씨를 입건하고, 오늘(31일) 10대인 막내딸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세 딸의 나이는 24살과 22살, 15살로, 경찰은 지난 24일 이들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제주시 모 주민센터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돌입했습니다.

경찰과 제주시 조사 결과, 현재까지 신체적·정서적 학대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고, 의식주 제공도 소홀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성인이 된 딸들 역시 의무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들을 상대로도 조사를 벌일 예정인데, 현재 자녀들은 A 씨와 분리 조치를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어떻게 20여 년 만에 드러났나?…“친척도 무호적 사실 몰랐던 듯”


이들 세 자매의 존재가 드러난 건 지난 20일. A씨가 사실혼 관계인 남편의 사망 신고를 하기 위해 세 딸과 함께 제주시 모 주민센터를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첫째 딸이 출생신고에 대해 운을 띄웠고, A씨가 주민센터 직원에게 출생신고 절차를 문의했습니다. 이때 주민센터 측은 사망자 호적에 자녀가 없는 것을 확인했고, 세 자매 모두 무호적 상태(호적에 오르지 않은 상태)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해당 주민센터 조사 결과 사망한 아버지는 제주 출신, A 씨는 경북 출신으로, 그동안 이 가족은 아버지의 경제활동에 의지해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 자녀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EBS 등을 통해 집에서 공부했으며, 크게 아프지 않아 약국에서 해열제 등을 사 먹는 것 외에 병원에 간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A 씨는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와의 면담에서 “세 자녀 모두 집에서 출산했는데 출생신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주민센터 관계자는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출생신고를 하는 게 지연되다 보니 절차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그냥 미뤄버린 것 같다”며 “나머지 두 딸 역시 마찬가지로 보인다”고 추측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일한 친척으로 고모와 고모부가 있는데 이분들 역시 세 자매의 출생신고가 안 돼 있는지 몰랐던 것 같다”며 “과도한 관심으로 이들 가족이 힘들어하고 있으니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제주시와 주민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세 자매는 방문 당시 말도 잘하고 밝은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방임 혐의로 경찰 신고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들은 A 씨는 경찰 조사에 협조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시는 이들 모녀에게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3개월간 생활비를 지원하는 긴급지원제도를 신청하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 관계가 인정되면 출생신고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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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여 간 출생신고 없이 살아온 세 자매 “함께 살길 원해”
    • 입력 2021-12-31 18:29:39
    취재K

■ 경찰 “학대 정황 없어…자녀들 분리 조치 원치 않아”

제주에서 출생신고도 없이 유령처럼 살아온 세 자매가 발견된 가운데, 이들 자매는 경찰 수사에서 어머니와 분리 조치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자녀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상 교육적 방임)로 40대 여성 A 씨를 입건하고, 오늘(31일) 10대인 막내딸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세 딸의 나이는 24살과 22살, 15살로, 경찰은 지난 24일 이들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제주시 모 주민센터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돌입했습니다.

경찰과 제주시 조사 결과, 현재까지 신체적·정서적 학대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고, 의식주 제공도 소홀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성인이 된 딸들 역시 의무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들을 상대로도 조사를 벌일 예정인데, 현재 자녀들은 A 씨와 분리 조치를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어떻게 20여 년 만에 드러났나?…“친척도 무호적 사실 몰랐던 듯”


이들 세 자매의 존재가 드러난 건 지난 20일. A씨가 사실혼 관계인 남편의 사망 신고를 하기 위해 세 딸과 함께 제주시 모 주민센터를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첫째 딸이 출생신고에 대해 운을 띄웠고, A씨가 주민센터 직원에게 출생신고 절차를 문의했습니다. 이때 주민센터 측은 사망자 호적에 자녀가 없는 것을 확인했고, 세 자매 모두 무호적 상태(호적에 오르지 않은 상태)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해당 주민센터 조사 결과 사망한 아버지는 제주 출신, A 씨는 경북 출신으로, 그동안 이 가족은 아버지의 경제활동에 의지해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 자녀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EBS 등을 통해 집에서 공부했으며, 크게 아프지 않아 약국에서 해열제 등을 사 먹는 것 외에 병원에 간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A 씨는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와의 면담에서 “세 자녀 모두 집에서 출산했는데 출생신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주민센터 관계자는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출생신고를 하는 게 지연되다 보니 절차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그냥 미뤄버린 것 같다”며 “나머지 두 딸 역시 마찬가지로 보인다”고 추측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일한 친척으로 고모와 고모부가 있는데 이분들 역시 세 자매의 출생신고가 안 돼 있는지 몰랐던 것 같다”며 “과도한 관심으로 이들 가족이 힘들어하고 있으니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제주시와 주민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세 자매는 방문 당시 말도 잘하고 밝은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방임 혐의로 경찰 신고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들은 A 씨는 경찰 조사에 협조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시는 이들 모녀에게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3개월간 생활비를 지원하는 긴급지원제도를 신청하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 관계가 인정되면 출생신고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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