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수감 중 40대 수용자 사망…진실은?

입력 2022.01.0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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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중 사망한 40대 수용자의 유족이 사건 설명을 듣기 위해 공주교도소에 들어서고 있다수감중 사망한 40대 수용자의 유족이 사건 설명을 듣기 위해 공주교도소에 들어서고 있다

■ 출소 3개월 앞두고 주검으로 돌아온 40대 수용자...유족 , '은폐 의혹' 제기

공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42살 박 모 씨는 지난 21일, 출소를 3개월여 앞두고 숨을 거뒀습니다.
교도소 측이 처음 유족들에게 설명한 사인은 '호흡곤란'이었지만, 박 씨의 몸 곳곳에서는 멍자국이 발견됐고, 무언가에 찔린 듯한 상처도 목격됐습니다. 1차 부검에서는 갈비뼈 골절도 확인됐습니다.

유족들은 교도소가 사건을 은폐하려거나 축소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당시 외상이 심한데도 폭행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갈비뼈 골절 소견이 나오고 나서야 30% 정도 폭행 가능성이 있다는 짤막한 설명만 들었다는 주장입니다.

유족들은 "박 씨가 공주의료원 이송 중 숨졌다"는 교도소의 설명마저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귀책을 줄이기 위해 사망 시점을 미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송 당시 구급 차량의 CCTV를 보여달라고 정보공개를 신청한 상황입니다.

교도소의 수용자 관리부실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박 씨는 숨지기 한 달여 전, 가족들에게 같은 방 수용자인 이 모씨 이름으로 영치금을 넣어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습니다. 20만 원씩 두 차례 돈을 넣어줬지만, 의심스러운 마음에 세 번째 요구는 거부한 참이었습니다.

교도소 측도 인정했듯, 이 시기 박 씨와 이 씨가 함께 생활하는 수용실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많은 부식을 구매했고, 박 씨 개인적으로는 파스와 연고 등 의약품 구매가 늘어난 시기와 일치합니다.

장기간 폭행 또는 가혹 행위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 사망 사건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게 유족의 주장입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 씨에 대한 또 다른 수용자 A씨의 자필 민원.이번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 씨에 대한 또 다른 수용자 A씨의 자필 민원.

■ 3개월 전, 주범 추정 수용자에 비슷한 민원.. 왜 분리 안 됐나?

더 안타까운 점은 이번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 모씨에 대한 민원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3개월 전, 또 다른 수용자 A씨는 지인에게 보낸 자필 편지를 통해 이 씨가 "연장 만들어서 눈을 파겠다고 한다. X신 될까 봐 두렵다"는 등 공포감을 호소했습니다. 교도관들이 이 씨를 싸고 돌아, 더 안하무인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교도소 측은 해당 수용실에 특별검사를 실시하고, 관련 수용자와 심층 상담을 했지만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종결했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이 지점에서 교도소의 대응은 너무 안일했습니다. 이 씨의 폭력성이 의심되는 상황인데도, 다른 수용자들과 이 씨를 분리하는 최소한의 조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독실이 부족해 분리가 어려웠다면, 적어도 이 씨가 있는 해당 거실을 관심 있게 지켜봤어야 합니다. 갑자기 많은 부식이 들어가고, 박 씨가 다량의 약을 구매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누구도 민감하게 받아들인 이가 없었다는 겁니다.

특히 박 씨 사망 전 20여 일은 코로나19로 수용자들이 방 안에만 머물던 시기여서, 수용자 간 갈등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피해 신고를 '한 방'에서 하라고?.. 사실상 무용지물

공주교도소는 매달 폭행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폭행 사실 신고' 설문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용자를 분리하지 않고, 한 방에서 설문을 작성하게 한다는 겁니다.

무기명이긴 하지만 가해자 앞에서 폭행 피해를 적어 내라는 건데, 설문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본부에 개선 요구를 하겠다던 교도소 측은 서면 답변에선 말을 바꿔, 복도와 접견실 등에 신고함이 충분히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앞서 A씨의 민원조차 별다른 조치 없이 종결된 상황에서 박 씨를 포함한 수용자들은 무력감에 빠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고 폭행이나 괴롭힘이 계속된다면,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상황이라면 아무리 신고함이 많다고 해도, 섣불리 나설 수용자는 없을 겁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교도소의 물리적인 공간 특성을 감안해서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교도소의 역할'이라고 말했습니다.

법무부, 폭행사고 예방 실태 점검 한다는데..신뢰는 '글쎄'

법무부는 이번 사망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 교정시설 수용자 폭행사고 예방 실태 특별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점검 결과에 따라 대책 수립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 31일 열린 유족 설명회에서는 별다른 내용 없이 상호 간에 이견만 확인했습니다. 유족들이 요청한 CCTV 자료나 의약품 구매 목록 등은 제공되지 않았고, 앞으로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언론을 통한 해명 또는 설명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법무부는 우리 교정당국이 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교도소 안이 영화 '프리즌'처럼 극단적으로 악하지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처럼 인간적인 것만도 아니라는 걸, 이럴 때라도 정확하고 투명하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수용자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폭행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 공론의 장에서 함께 논의할 줄 아는 교정 당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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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도소 수감 중 40대 수용자 사망…진실은?
    • 입력 2022-01-02 07:02:07
    취재K
수감중 사망한 40대 수용자의 유족이 사건 설명을 듣기 위해 공주교도소에 들어서고 있다
■ 출소 3개월 앞두고 주검으로 돌아온 40대 수용자...유족 , '은폐 의혹' 제기

공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42살 박 모 씨는 지난 21일, 출소를 3개월여 앞두고 숨을 거뒀습니다.
교도소 측이 처음 유족들에게 설명한 사인은 '호흡곤란'이었지만, 박 씨의 몸 곳곳에서는 멍자국이 발견됐고, 무언가에 찔린 듯한 상처도 목격됐습니다. 1차 부검에서는 갈비뼈 골절도 확인됐습니다.

유족들은 교도소가 사건을 은폐하려거나 축소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당시 외상이 심한데도 폭행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갈비뼈 골절 소견이 나오고 나서야 30% 정도 폭행 가능성이 있다는 짤막한 설명만 들었다는 주장입니다.

유족들은 "박 씨가 공주의료원 이송 중 숨졌다"는 교도소의 설명마저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귀책을 줄이기 위해 사망 시점을 미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송 당시 구급 차량의 CCTV를 보여달라고 정보공개를 신청한 상황입니다.

교도소의 수용자 관리부실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박 씨는 숨지기 한 달여 전, 가족들에게 같은 방 수용자인 이 모씨 이름으로 영치금을 넣어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습니다. 20만 원씩 두 차례 돈을 넣어줬지만, 의심스러운 마음에 세 번째 요구는 거부한 참이었습니다.

교도소 측도 인정했듯, 이 시기 박 씨와 이 씨가 함께 생활하는 수용실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많은 부식을 구매했고, 박 씨 개인적으로는 파스와 연고 등 의약품 구매가 늘어난 시기와 일치합니다.

장기간 폭행 또는 가혹 행위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 사망 사건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게 유족의 주장입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 씨에 대한 또 다른 수용자 A씨의 자필 민원.
■ 3개월 전, 주범 추정 수용자에 비슷한 민원.. 왜 분리 안 됐나?

더 안타까운 점은 이번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 모씨에 대한 민원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3개월 전, 또 다른 수용자 A씨는 지인에게 보낸 자필 편지를 통해 이 씨가 "연장 만들어서 눈을 파겠다고 한다. X신 될까 봐 두렵다"는 등 공포감을 호소했습니다. 교도관들이 이 씨를 싸고 돌아, 더 안하무인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교도소 측은 해당 수용실에 특별검사를 실시하고, 관련 수용자와 심층 상담을 했지만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종결했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이 지점에서 교도소의 대응은 너무 안일했습니다. 이 씨의 폭력성이 의심되는 상황인데도, 다른 수용자들과 이 씨를 분리하는 최소한의 조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독실이 부족해 분리가 어려웠다면, 적어도 이 씨가 있는 해당 거실을 관심 있게 지켜봤어야 합니다. 갑자기 많은 부식이 들어가고, 박 씨가 다량의 약을 구매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누구도 민감하게 받아들인 이가 없었다는 겁니다.

특히 박 씨 사망 전 20여 일은 코로나19로 수용자들이 방 안에만 머물던 시기여서, 수용자 간 갈등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피해 신고를 '한 방'에서 하라고?.. 사실상 무용지물

공주교도소는 매달 폭행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폭행 사실 신고' 설문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용자를 분리하지 않고, 한 방에서 설문을 작성하게 한다는 겁니다.

무기명이긴 하지만 가해자 앞에서 폭행 피해를 적어 내라는 건데, 설문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본부에 개선 요구를 하겠다던 교도소 측은 서면 답변에선 말을 바꿔, 복도와 접견실 등에 신고함이 충분히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앞서 A씨의 민원조차 별다른 조치 없이 종결된 상황에서 박 씨를 포함한 수용자들은 무력감에 빠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고 폭행이나 괴롭힘이 계속된다면,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상황이라면 아무리 신고함이 많다고 해도, 섣불리 나설 수용자는 없을 겁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교도소의 물리적인 공간 특성을 감안해서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교도소의 역할'이라고 말했습니다.

법무부, 폭행사고 예방 실태 점검 한다는데..신뢰는 '글쎄'

법무부는 이번 사망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 교정시설 수용자 폭행사고 예방 실태 특별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점검 결과에 따라 대책 수립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 31일 열린 유족 설명회에서는 별다른 내용 없이 상호 간에 이견만 확인했습니다. 유족들이 요청한 CCTV 자료나 의약품 구매 목록 등은 제공되지 않았고, 앞으로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언론을 통한 해명 또는 설명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법무부는 우리 교정당국이 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교도소 안이 영화 '프리즌'처럼 극단적으로 악하지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처럼 인간적인 것만도 아니라는 걸, 이럴 때라도 정확하고 투명하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수용자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폭행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 공론의 장에서 함께 논의할 줄 아는 교정 당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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