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장] 음주운전 사고·살해 시도 뒤 “심신미약”…법원 판단은?
입력 2022.01.03 (19:45)
수정 2022.01.0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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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강력 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또 법원이 이를 인정해 처벌이 감경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알려질 때마다 심신미약이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되고 있다며 공분을 사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하거나 살인을 시도한 뒤 잇따라 심신미약을 주장한 남성들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음주운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인데, 먼저 음주운전 사건부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들어볼까요?
[기자]
네, 60대 김 모 씨는 지난 5월 6일 새벽 1시 반쯤 천안시 동남구에서 술을 마시고 승용차를 몰았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이라 주의해서 운전해야 했지만 술을 마신 김 씨는 도로 갓길을 따라 걷던 70대 남성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목뼈 쪽을 크게 다쳐 쓰려졌지만 김 씨는 그대로 차를 몰고 달아났고 결국, 남성은 사고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김 씨는 이른바 '윤창호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1심 법원은 김 씨가 아무런 조치 없이 달아나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도주치상과 음주운전으로 여러 번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남성이 항소하면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던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 씨는 금연약을 먹은 상태에서 술을 마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징역 7년은 너무 무겁다고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실제로 널리 알려진 한 금연보조제의 주의 사항을 보면요.
음주를 동반할 경우 때때로 공격적인 행동과 기억상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알코올 섭취를 피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실제로 이런 증상이 나타나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앵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기자]
네, 일단 김 씨가 금연약을 복용하면서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지른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형법 제10조 3항,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자는 심신미약으로 형을 감경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김 씨가 술을 마시고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차를 운전하는 등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건데요.
여기에 피해자를 구하지 않고 달아난 점이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 유족과도 합의되지 않았다며 김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음주운전을 한 남성은 심신미약이 인정이 안 됐고... 살인을 시도한 남성은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네, 대전에 거주하던 79살 A 씨는 기독교에 심취해 있으면서 무속 신앙에 종사하는 부인과 종교적인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러다 2019년부터 주거지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토지보상 절차가 진행되자 부인이 부산에 있는 딸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줬는데요.
이때부터 부인이 자신을 거리로 내쫓고 딸에게 갈 것이라고 의심하며 강한 불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부인이 딸 집에 갔다가 오랜 기간 머물고 돌아오자 이런 의심에 사로 잡혀 부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앵커]
부인을 살해하려고 시도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 걸 보면 다행히 이런 생각이 미수에 그친 거군요?
[기자]
네, A 씨는 부인을 살해하고 교도소에서 여생을 마감하겠다며 범행 전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가정싸움이 크게 나서 사람이 죽게 생겼다는 내용"으로 112에 신고했는데요.
그 뒤 A 씨는 쇠로 된 둔기를 가져와 부인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치고, 배와 팔 등을 마구 밟았습니다.
이어 둔기로 부인을 살해하려고 했는데요.
그 순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이 남성 역시 앞서 이야기한 남성처럼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A 씨는 범행 당시 종교적 과대망상 또는 집에서 내쫓겨 생존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역시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A 씨가 수사기관에서 범행 경위와 당시 정황을 질문에 맞게 대답하는 등 자신의 행동을 비교적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A 씨가 스스로 112에 신고하면서 사람이 죽게 생겼다고 말한 점,
신고 이유에 대해서도 부인이 살 운명이었으면 경찰관이 일찍 도착했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경찰관이 늦게 도착했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을 보면 자신의 행동으로 부인이 숨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종교적 과대망상이 있었다는 주장도 재산 다툼을 원인으로 보고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고, A 씨가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같은 취지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김 씨는 상고했고, A 씨는 아직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는데요.
결론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심신미약 주장,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강력 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또 법원이 이를 인정해 처벌이 감경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알려질 때마다 심신미약이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되고 있다며 공분을 사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하거나 살인을 시도한 뒤 잇따라 심신미약을 주장한 남성들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음주운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인데, 먼저 음주운전 사건부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들어볼까요?
[기자]
네, 60대 김 모 씨는 지난 5월 6일 새벽 1시 반쯤 천안시 동남구에서 술을 마시고 승용차를 몰았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이라 주의해서 운전해야 했지만 술을 마신 김 씨는 도로 갓길을 따라 걷던 70대 남성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목뼈 쪽을 크게 다쳐 쓰려졌지만 김 씨는 그대로 차를 몰고 달아났고 결국, 남성은 사고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김 씨는 이른바 '윤창호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1심 법원은 김 씨가 아무런 조치 없이 달아나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도주치상과 음주운전으로 여러 번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남성이 항소하면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던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 씨는 금연약을 먹은 상태에서 술을 마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징역 7년은 너무 무겁다고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실제로 널리 알려진 한 금연보조제의 주의 사항을 보면요.
음주를 동반할 경우 때때로 공격적인 행동과 기억상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알코올 섭취를 피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실제로 이런 증상이 나타나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앵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기자]
네, 일단 김 씨가 금연약을 복용하면서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지른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형법 제10조 3항,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자는 심신미약으로 형을 감경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김 씨가 술을 마시고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차를 운전하는 등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건데요.
여기에 피해자를 구하지 않고 달아난 점이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 유족과도 합의되지 않았다며 김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음주운전을 한 남성은 심신미약이 인정이 안 됐고... 살인을 시도한 남성은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네, 대전에 거주하던 79살 A 씨는 기독교에 심취해 있으면서 무속 신앙에 종사하는 부인과 종교적인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러다 2019년부터 주거지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토지보상 절차가 진행되자 부인이 부산에 있는 딸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줬는데요.
이때부터 부인이 자신을 거리로 내쫓고 딸에게 갈 것이라고 의심하며 강한 불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부인이 딸 집에 갔다가 오랜 기간 머물고 돌아오자 이런 의심에 사로 잡혀 부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앵커]
부인을 살해하려고 시도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 걸 보면 다행히 이런 생각이 미수에 그친 거군요?
[기자]
네, A 씨는 부인을 살해하고 교도소에서 여생을 마감하겠다며 범행 전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가정싸움이 크게 나서 사람이 죽게 생겼다는 내용"으로 112에 신고했는데요.
그 뒤 A 씨는 쇠로 된 둔기를 가져와 부인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치고, 배와 팔 등을 마구 밟았습니다.
이어 둔기로 부인을 살해하려고 했는데요.
그 순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이 남성 역시 앞서 이야기한 남성처럼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A 씨는 범행 당시 종교적 과대망상 또는 집에서 내쫓겨 생존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역시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A 씨가 수사기관에서 범행 경위와 당시 정황을 질문에 맞게 대답하는 등 자신의 행동을 비교적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A 씨가 스스로 112에 신고하면서 사람이 죽게 생겼다고 말한 점,
신고 이유에 대해서도 부인이 살 운명이었으면 경찰관이 일찍 도착했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경찰관이 늦게 도착했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을 보면 자신의 행동으로 부인이 숨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종교적 과대망상이 있었다는 주장도 재산 다툼을 원인으로 보고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고, A 씨가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같은 취지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김 씨는 상고했고, A 씨는 아직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는데요.
결론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심신미약 주장,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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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강력 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또 법원이 이를 인정해 처벌이 감경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알려질 때마다 심신미약이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되고 있다며 공분을 사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하거나 살인을 시도한 뒤 잇따라 심신미약을 주장한 남성들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음주운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인데, 먼저 음주운전 사건부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들어볼까요?
[기자]
네, 60대 김 모 씨는 지난 5월 6일 새벽 1시 반쯤 천안시 동남구에서 술을 마시고 승용차를 몰았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이라 주의해서 운전해야 했지만 술을 마신 김 씨는 도로 갓길을 따라 걷던 70대 남성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목뼈 쪽을 크게 다쳐 쓰려졌지만 김 씨는 그대로 차를 몰고 달아났고 결국, 남성은 사고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김 씨는 이른바 '윤창호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1심 법원은 김 씨가 아무런 조치 없이 달아나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도주치상과 음주운전으로 여러 번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남성이 항소하면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던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 씨는 금연약을 먹은 상태에서 술을 마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징역 7년은 너무 무겁다고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실제로 널리 알려진 한 금연보조제의 주의 사항을 보면요.
음주를 동반할 경우 때때로 공격적인 행동과 기억상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알코올 섭취를 피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실제로 이런 증상이 나타나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앵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기자]
네, 일단 김 씨가 금연약을 복용하면서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지른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형법 제10조 3항,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자는 심신미약으로 형을 감경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김 씨가 술을 마시고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차를 운전하는 등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건데요.
여기에 피해자를 구하지 않고 달아난 점이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 유족과도 합의되지 않았다며 김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음주운전을 한 남성은 심신미약이 인정이 안 됐고... 살인을 시도한 남성은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네, 대전에 거주하던 79살 A 씨는 기독교에 심취해 있으면서 무속 신앙에 종사하는 부인과 종교적인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러다 2019년부터 주거지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토지보상 절차가 진행되자 부인이 부산에 있는 딸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줬는데요.
이때부터 부인이 자신을 거리로 내쫓고 딸에게 갈 것이라고 의심하며 강한 불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부인이 딸 집에 갔다가 오랜 기간 머물고 돌아오자 이런 의심에 사로 잡혀 부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앵커]
부인을 살해하려고 시도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 걸 보면 다행히 이런 생각이 미수에 그친 거군요?
[기자]
네, A 씨는 부인을 살해하고 교도소에서 여생을 마감하겠다며 범행 전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가정싸움이 크게 나서 사람이 죽게 생겼다는 내용"으로 112에 신고했는데요.
그 뒤 A 씨는 쇠로 된 둔기를 가져와 부인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치고, 배와 팔 등을 마구 밟았습니다.
이어 둔기로 부인을 살해하려고 했는데요.
그 순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이 남성 역시 앞서 이야기한 남성처럼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A 씨는 범행 당시 종교적 과대망상 또는 집에서 내쫓겨 생존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역시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A 씨가 수사기관에서 범행 경위와 당시 정황을 질문에 맞게 대답하는 등 자신의 행동을 비교적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A 씨가 스스로 112에 신고하면서 사람이 죽게 생겼다고 말한 점,
신고 이유에 대해서도 부인이 살 운명이었으면 경찰관이 일찍 도착했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경찰관이 늦게 도착했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을 보면 자신의 행동으로 부인이 숨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종교적 과대망상이 있었다는 주장도 재산 다툼을 원인으로 보고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고, A 씨가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같은 취지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김 씨는 상고했고, A 씨는 아직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는데요.
결론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심신미약 주장,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강력 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또 법원이 이를 인정해 처벌이 감경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알려질 때마다 심신미약이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되고 있다며 공분을 사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하거나 살인을 시도한 뒤 잇따라 심신미약을 주장한 남성들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음주운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인데, 먼저 음주운전 사건부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들어볼까요?
[기자]
네, 60대 김 모 씨는 지난 5월 6일 새벽 1시 반쯤 천안시 동남구에서 술을 마시고 승용차를 몰았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이라 주의해서 운전해야 했지만 술을 마신 김 씨는 도로 갓길을 따라 걷던 70대 남성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목뼈 쪽을 크게 다쳐 쓰려졌지만 김 씨는 그대로 차를 몰고 달아났고 결국, 남성은 사고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김 씨는 이른바 '윤창호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1심 법원은 김 씨가 아무런 조치 없이 달아나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도주치상과 음주운전으로 여러 번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남성이 항소하면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던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 씨는 금연약을 먹은 상태에서 술을 마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징역 7년은 너무 무겁다고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실제로 널리 알려진 한 금연보조제의 주의 사항을 보면요.
음주를 동반할 경우 때때로 공격적인 행동과 기억상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알코올 섭취를 피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실제로 이런 증상이 나타나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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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기자]
네, 일단 김 씨가 금연약을 복용하면서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지른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형법 제10조 3항,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자는 심신미약으로 형을 감경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김 씨가 술을 마시고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차를 운전하는 등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건데요.
여기에 피해자를 구하지 않고 달아난 점이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 유족과도 합의되지 않았다며 김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음주운전을 한 남성은 심신미약이 인정이 안 됐고... 살인을 시도한 남성은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네, 대전에 거주하던 79살 A 씨는 기독교에 심취해 있으면서 무속 신앙에 종사하는 부인과 종교적인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러다 2019년부터 주거지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토지보상 절차가 진행되자 부인이 부산에 있는 딸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줬는데요.
이때부터 부인이 자신을 거리로 내쫓고 딸에게 갈 것이라고 의심하며 강한 불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부인이 딸 집에 갔다가 오랜 기간 머물고 돌아오자 이런 의심에 사로 잡혀 부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앵커]
부인을 살해하려고 시도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 걸 보면 다행히 이런 생각이 미수에 그친 거군요?
[기자]
네, A 씨는 부인을 살해하고 교도소에서 여생을 마감하겠다며 범행 전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가정싸움이 크게 나서 사람이 죽게 생겼다는 내용"으로 112에 신고했는데요.
그 뒤 A 씨는 쇠로 된 둔기를 가져와 부인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치고, 배와 팔 등을 마구 밟았습니다.
이어 둔기로 부인을 살해하려고 했는데요.
그 순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이 남성 역시 앞서 이야기한 남성처럼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A 씨는 범행 당시 종교적 과대망상 또는 집에서 내쫓겨 생존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역시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A 씨가 수사기관에서 범행 경위와 당시 정황을 질문에 맞게 대답하는 등 자신의 행동을 비교적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A 씨가 스스로 112에 신고하면서 사람이 죽게 생겼다고 말한 점,
신고 이유에 대해서도 부인이 살 운명이었으면 경찰관이 일찍 도착했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경찰관이 늦게 도착했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을 보면 자신의 행동으로 부인이 숨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종교적 과대망상이 있었다는 주장도 재산 다툼을 원인으로 보고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고, A 씨가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같은 취지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김 씨는 상고했고, A 씨는 아직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는데요.
결론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심신미약 주장,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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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희 기자 heest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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