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 ‘소한’…뒤집힌 겨울 날씨 전망, 왜?

입력 2022.0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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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눈이 오고 추운 날이 많았습니다.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주기적으로 확장하면서 한파와 함께 눈을 몰고 왔기 때문입니다. '성탄 한파'와 '세밑 한파'에 이어, 새해에도 추위가 기승입니다.

오늘(5일)은 절기상 '소한'인데요. 절기답게 경기 북부와 강원 곳곳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지며 '한파주의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 낮에는 찬 공기가 누그러지며 평년기온을 넘어서고, 다음 주 초까지 큰 추위도 없겠습니다.

앞서 올 겨울은 추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었는데요. 하지만 이 전망, 정반대로 뒤집힐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 뒤바뀐 기상 전망… "1월 기온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다"

기상청은 겨울을 앞둔 지난해 11월 말, 올 1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이 전망이 뒤집혔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기상청 3개월 전망지난달 발표된 기상청 3개월 전망

1월 기온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이라는 게 새로 나온 기상청의 예측입니다.

이 예측을 풀어보면, 1월은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인데, 전망대로라면 기록적인 한파는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다가오는 2월에도 평년과 비슷한 기온 분포가 나타나겠다고 기상청은 전망했습니다.

지난 겨울을 떠올려보면 2021년 1월 8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까지 떨어졌습니다. 20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이었는데 말 그대로 온난화 속에 찾아온 '기습 한파'였습니다.

이번 겨울 들어선 지난달 26일 기록된 영하 15.4도가 서울의 가장 낮은 기온 기록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 기록을 넘어서는 추위가 찾아올 확률은 낮아 보입니다.

일단 1월 중순을 넘어가면 추위의 '최대 고비'를 넘기기 때문인데요. 최강 한파는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기온이 내려가며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새해를 기점으로 뒤바뀐 추위 전망, 그 이유가 뭘까요?

[연관기사] ‘12월’ 시작부터 한파…‘더블딥 라니냐’에 올겨울 춥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37579


■ '라니냐' 저온 시그널 vs '북극' 고온 시그널

일단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는 라니냐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번 겨울 기온을 끌어내리는 '저온 시그널'로 꼽힙니다. 라니냐 시기에는 겨울철 몬순이 강화되며 특히 초겨울 추위가 강력한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북극의 상황이 반전되고 있습니다.


올들어 '북극 진동'이 음(-)의 값에서 양(+)의 값으로 바뀌며 동아시아에 밀려오는 한기가 약해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북극 진동이 양의 값을 유지한다는 것은 북극 주변의 제트 기류가 강해지며 한기를 꽁꽁 가둬둔다는 뜻인데요.

이럴경우 추위의 강도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한파에 영향을 주는 북극 바렌츠-카라 해의 얼음 면적이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는 점도 ' 고온 시그널'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 진격의 '온난화'…2021년 기록적으로 따뜻했다!

남은 겨울 동안 저온보다는 '고온' 시그널을 우세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온난화'입니다. 온난화라는 변수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 해외 기후예측 모델들도 공통적으로 1월과 2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모의하고 있는데요.

기후예측 모델이 예상한 1월~3월 기온 분포기후예측 모델이 예상한 1월~3월 기온 분포

그렇다면 2021년에 지구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지난해 가을(9월~11월) 전 지구 표면 온도는 20세기 평균(14.0도)보다 0.89도 높았습니다. 관측 142년 만에 4번째로 따뜻한 가을이었다고 미 국립 해양대기청(NOAA)은 밝혔습니다.

가을뿐만 아니라 2021년 전반적으로 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역대 6~7번째로 더운 해가 될 거라고 NOAA는 전망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 역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7년간이 지구 온도를 관측한 이후 가장 뜨거운 기간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1월부터 11월까지 전 지구 평균기온 편차_출처: NOAA1월부터 11월까지 전 지구 평균기온 편차_출처: NOAA

실제로 1월부터 11월까지 전 지구 평균기온의 편차를 보여주는 위 그래프를 보면 1980년을 기점으로 붉은색이 우세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2015년 이후 붉은색 막대가 부쩍 길어진 모습도 포착됩니다. 온난화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다면 빨간 막대는 더 길어질지 모릅니다.

■ 우리나라도 2021년 11월까지 역대 '최고 고온'

우리나라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의 평균기온이 1973년 관측 이후 가장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12월은 어땠을까요?

2021년 12월 전국 평균기온 편차2021년 12월 전국 평균기온 편차

위 그림을 보면 12월 평균기온의 편차를 알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붉은색'(평년보다 고온)이 우세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파란색으로 보이는 추위가 주기적으로 찾아오긴 했지만, 강력한 한파는 성탄절 무렵 이틀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진격의 온난화' 추세 속에 2021년은 국내 평균기온이 역대 가장 높았던 한해로 기록될까요?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기상자료개방 포털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지난해 평균기온은 13.3도로 2016년(13.4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좀 더 분석해봐야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습니다. 기온 상승이 계속되면 겨울 한파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거라는 점입니다. 이번 세기 말쯤이면 겨울이 더 이상 춥지 않은 계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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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기상 ‘소한’…뒤집힌 겨울 날씨 전망, 왜?
    • 입력 2022-01-05 07:00:02
    취재K

지난달 눈이 오고 추운 날이 많았습니다.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주기적으로 확장하면서 한파와 함께 눈을 몰고 왔기 때문입니다. '성탄 한파'와 '세밑 한파'에 이어, 새해에도 추위가 기승입니다.

오늘(5일)은 절기상 '소한'인데요. 절기답게 경기 북부와 강원 곳곳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지며 '한파주의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 낮에는 찬 공기가 누그러지며 평년기온을 넘어서고, 다음 주 초까지 큰 추위도 없겠습니다.

앞서 올 겨울은 추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었는데요. 하지만 이 전망, 정반대로 뒤집힐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 뒤바뀐 기상 전망… "1월 기온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다"

기상청은 겨울을 앞둔 지난해 11월 말, 올 1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이 전망이 뒤집혔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기상청 3개월 전망
1월 기온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이라는 게 새로 나온 기상청의 예측입니다.

이 예측을 풀어보면, 1월은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인데, 전망대로라면 기록적인 한파는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다가오는 2월에도 평년과 비슷한 기온 분포가 나타나겠다고 기상청은 전망했습니다.

지난 겨울을 떠올려보면 2021년 1월 8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까지 떨어졌습니다. 20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이었는데 말 그대로 온난화 속에 찾아온 '기습 한파'였습니다.

이번 겨울 들어선 지난달 26일 기록된 영하 15.4도가 서울의 가장 낮은 기온 기록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 기록을 넘어서는 추위가 찾아올 확률은 낮아 보입니다.

일단 1월 중순을 넘어가면 추위의 '최대 고비'를 넘기기 때문인데요. 최강 한파는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기온이 내려가며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새해를 기점으로 뒤바뀐 추위 전망, 그 이유가 뭘까요?

[연관기사] ‘12월’ 시작부터 한파…‘더블딥 라니냐’에 올겨울 춥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37579


■ '라니냐' 저온 시그널 vs '북극' 고온 시그널

일단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는 라니냐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번 겨울 기온을 끌어내리는 '저온 시그널'로 꼽힙니다. 라니냐 시기에는 겨울철 몬순이 강화되며 특히 초겨울 추위가 강력한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북극의 상황이 반전되고 있습니다.


올들어 '북극 진동'이 음(-)의 값에서 양(+)의 값으로 바뀌며 동아시아에 밀려오는 한기가 약해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북극 진동이 양의 값을 유지한다는 것은 북극 주변의 제트 기류가 강해지며 한기를 꽁꽁 가둬둔다는 뜻인데요.

이럴경우 추위의 강도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한파에 영향을 주는 북극 바렌츠-카라 해의 얼음 면적이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는 점도 ' 고온 시그널'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 진격의 '온난화'…2021년 기록적으로 따뜻했다!

남은 겨울 동안 저온보다는 '고온' 시그널을 우세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온난화'입니다. 온난화라는 변수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 해외 기후예측 모델들도 공통적으로 1월과 2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모의하고 있는데요.

기후예측 모델이 예상한 1월~3월 기온 분포
그렇다면 2021년에 지구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지난해 가을(9월~11월) 전 지구 표면 온도는 20세기 평균(14.0도)보다 0.89도 높았습니다. 관측 142년 만에 4번째로 따뜻한 가을이었다고 미 국립 해양대기청(NOAA)은 밝혔습니다.

가을뿐만 아니라 2021년 전반적으로 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역대 6~7번째로 더운 해가 될 거라고 NOAA는 전망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 역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7년간이 지구 온도를 관측한 이후 가장 뜨거운 기간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1월부터 11월까지 전 지구 평균기온 편차_출처: NOAA
실제로 1월부터 11월까지 전 지구 평균기온의 편차를 보여주는 위 그래프를 보면 1980년을 기점으로 붉은색이 우세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2015년 이후 붉은색 막대가 부쩍 길어진 모습도 포착됩니다. 온난화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다면 빨간 막대는 더 길어질지 모릅니다.

■ 우리나라도 2021년 11월까지 역대 '최고 고온'

우리나라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의 평균기온이 1973년 관측 이후 가장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12월은 어땠을까요?

2021년 12월 전국 평균기온 편차
위 그림을 보면 12월 평균기온의 편차를 알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붉은색'(평년보다 고온)이 우세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파란색으로 보이는 추위가 주기적으로 찾아오긴 했지만, 강력한 한파는 성탄절 무렵 이틀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진격의 온난화' 추세 속에 2021년은 국내 평균기온이 역대 가장 높았던 한해로 기록될까요?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기상자료개방 포털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지난해 평균기온은 13.3도로 2016년(13.4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좀 더 분석해봐야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습니다. 기온 상승이 계속되면 겨울 한파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거라는 점입니다. 이번 세기 말쯤이면 겨울이 더 이상 춥지 않은 계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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