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청소년수당 지급 1년…“서점 사용 1위”

입력 2022.0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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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이 청소년들에게 지급한 청소년수당 카드고성군이 청소년들에게 지급한 청소년수당 카드

■ 경남 고성군이 전국 처음으로 시작한 '꿈 키움 바우처'

경남 고성군 철성고등학교 3학년 김창민 군은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왔습니다.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어 쓰겠다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오래 하다 보니 돈 쓰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밥 한 끼, 책 한 권 사려다 보면 '아르바이트를 몇 시간은 해야 벌 수 있는 돈인데…'라는 생각에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 군은 지난해부터 조금은 마음 편하게 친구들과 밥을 먹을 수도, 학용품을 살 수도 있게 됐습니다.

한 달에 7만 원씩 고성군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청소년수당 카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김 군은 청소년수당 덕분에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조금 더 모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군 주변에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한 달 용돈이 5만 원 남짓한 친구들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

그 친구들은 용돈이 2배 넘게 늘어난 셈입니다.

김 군은 청소년수당 덕분에 친구들 사이 빈부격차가 줄어들고 용돈이 평준화된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군은 "저도 이제 스무 살이 돼 일하면 세금을 내는 것을 알고 있다"라면서 "청소년수당이 세금에서 나가는 것을 알기에 어른들 입장에서 아까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청소년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돈의 소중함을 알게 돼 경제적 관념이 생긴 것도 수당 카드의 효과였다"고 덧붙였습니다.


■ 고성군, 한 달에 7만 원씩 '청소년수당 카드' 지급...19억 원 투입

경남 고성군은 지난해 전국 처음으로 '꿈 키움 바우처'라는 이름의 청소년수당을 지급했습니다.

한 달에 중학생은 5만 원, 고등학생은 7만 원을 쓸 수 있는 카드를 지급한 겁니다.

청소년들의 교육과 문화, 여가 활동에 도움을 주고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다는 명분입니다.

고성군의 중·고등학생은 모두 2,508명, 지난 한 해 총 예산은 19억 원이 들었습니다.

사업을 시행한 지 만 1년, 고성군이 지난해 청소년수당 카드 사용 실적을 살펴봤습니다.

가맹점 511곳에서 모두 17억 8,402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사용금액 가장 많은 곳은 '서점' ..."청소년들 자기 계발에 투자"

사용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서점'이었습니다.

전체 17.5%를 차지해 3억 1,000만 원 정도가 사용됐습니다.

이어 문구점이 13.9%로 2위, 음식점이 11.7%로 3위, 의류점이 10.8%로 4위, 편의점이 10.1%로 5위였습니다.

미용실과 안경원, 병원·약국, 슈퍼마켓과 교통비, 화장품, 독서실, 체육시설이 차례로 뒤를 이었습니다.

고성군은 긍정적인 자체 평가를 했습니다.

사업 시행 전 대부분 먹는 것에 사용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기 계발에 투자해 사업 가치를 높였다고 자평했습니다.

다양한 사용처에 쓰이면서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자영업자에게 도움도 줄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지역 상인들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카드 효과 커"

실제 지역 상인들은 청소년수당의 효과가 꽤 크다고 말합니다.

경남 고성군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57살 김종란 씨는 지난해 매출이 예년보다 30%가량 올랐습니다.

요즘 대규모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 이용이 늘면서 지역의 소규모 서점들은 어려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김 씨의 서점에는 유난히 책을 사려 서점을 찾는 청소년들이 늘었습니다.

김 씨가 1년 운영 내용을 살펴 봤더니 청소년수당 카드 결제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김 씨는 청소년수당 카드가 고성군 안에서만 쓸 수 있어 학생들이 반드시 사야 할 책이나 학용품은 학교 근처 서점이나 문방구를 많이 이용한 것 같다며, 매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반색했습니다.

경남 고성군청경남 고성군청

■ 사업 시행 전에는 '논란'…지금은 다른 지자체로 '확산 중'

사업 시행 전에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청소년수당 지급 조례는 고성군의회에서 2019년 7월과 10월, 다음 해 4월까지 모두 3차례나 부결된 뒤 통과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고성군의 재정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교육에 편중돼 형평에 벗어난 조례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고성군은 소멸위기에 처한 도시가 할 수 있는 출산 장려 정책의 하나라며 재정 건전성은 문제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여당 군수와 야당 중심의 의회가 맞서 집행부와 의회 사이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였습니다.

사업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청소년수당 지급은 다른 지자체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충북 옥천군과 제천시, 충남 청양군, 전북 진안군이 올해부터 청소년수당 지급 사업을 시행하거나 시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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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첫 청소년수당 지급 1년…“서점 사용 1위”
    • 입력 2022-01-06 07:00:42
    취재K
고성군이 청소년들에게 지급한 청소년수당 카드
■ 경남 고성군이 전국 처음으로 시작한 '꿈 키움 바우처'

경남 고성군 철성고등학교 3학년 김창민 군은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왔습니다.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어 쓰겠다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오래 하다 보니 돈 쓰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밥 한 끼, 책 한 권 사려다 보면 '아르바이트를 몇 시간은 해야 벌 수 있는 돈인데…'라는 생각에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 군은 지난해부터 조금은 마음 편하게 친구들과 밥을 먹을 수도, 학용품을 살 수도 있게 됐습니다.

한 달에 7만 원씩 고성군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청소년수당 카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김 군은 청소년수당 덕분에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조금 더 모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군 주변에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한 달 용돈이 5만 원 남짓한 친구들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

그 친구들은 용돈이 2배 넘게 늘어난 셈입니다.

김 군은 청소년수당 덕분에 친구들 사이 빈부격차가 줄어들고 용돈이 평준화된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군은 "저도 이제 스무 살이 돼 일하면 세금을 내는 것을 알고 있다"라면서 "청소년수당이 세금에서 나가는 것을 알기에 어른들 입장에서 아까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청소년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돈의 소중함을 알게 돼 경제적 관념이 생긴 것도 수당 카드의 효과였다"고 덧붙였습니다.


■ 고성군, 한 달에 7만 원씩 '청소년수당 카드' 지급...19억 원 투입

경남 고성군은 지난해 전국 처음으로 '꿈 키움 바우처'라는 이름의 청소년수당을 지급했습니다.

한 달에 중학생은 5만 원, 고등학생은 7만 원을 쓸 수 있는 카드를 지급한 겁니다.

청소년들의 교육과 문화, 여가 활동에 도움을 주고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다는 명분입니다.

고성군의 중·고등학생은 모두 2,508명, 지난 한 해 총 예산은 19억 원이 들었습니다.

사업을 시행한 지 만 1년, 고성군이 지난해 청소년수당 카드 사용 실적을 살펴봤습니다.

가맹점 511곳에서 모두 17억 8,402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사용금액 가장 많은 곳은 '서점' ..."청소년들 자기 계발에 투자"

사용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서점'이었습니다.

전체 17.5%를 차지해 3억 1,000만 원 정도가 사용됐습니다.

이어 문구점이 13.9%로 2위, 음식점이 11.7%로 3위, 의류점이 10.8%로 4위, 편의점이 10.1%로 5위였습니다.

미용실과 안경원, 병원·약국, 슈퍼마켓과 교통비, 화장품, 독서실, 체육시설이 차례로 뒤를 이었습니다.

고성군은 긍정적인 자체 평가를 했습니다.

사업 시행 전 대부분 먹는 것에 사용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기 계발에 투자해 사업 가치를 높였다고 자평했습니다.

다양한 사용처에 쓰이면서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자영업자에게 도움도 줄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지역 상인들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카드 효과 커"

실제 지역 상인들은 청소년수당의 효과가 꽤 크다고 말합니다.

경남 고성군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57살 김종란 씨는 지난해 매출이 예년보다 30%가량 올랐습니다.

요즘 대규모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 이용이 늘면서 지역의 소규모 서점들은 어려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김 씨의 서점에는 유난히 책을 사려 서점을 찾는 청소년들이 늘었습니다.

김 씨가 1년 운영 내용을 살펴 봤더니 청소년수당 카드 결제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김 씨는 청소년수당 카드가 고성군 안에서만 쓸 수 있어 학생들이 반드시 사야 할 책이나 학용품은 학교 근처 서점이나 문방구를 많이 이용한 것 같다며, 매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반색했습니다.

경남 고성군청
■ 사업 시행 전에는 '논란'…지금은 다른 지자체로 '확산 중'

사업 시행 전에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청소년수당 지급 조례는 고성군의회에서 2019년 7월과 10월, 다음 해 4월까지 모두 3차례나 부결된 뒤 통과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고성군의 재정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교육에 편중돼 형평에 벗어난 조례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고성군은 소멸위기에 처한 도시가 할 수 있는 출산 장려 정책의 하나라며 재정 건전성은 문제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여당 군수와 야당 중심의 의회가 맞서 집행부와 의회 사이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였습니다.

사업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청소년수당 지급은 다른 지자체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충북 옥천군과 제천시, 충남 청양군, 전북 진안군이 올해부터 청소년수당 지급 사업을 시행하거나 시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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