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 실습 나왔어요” 노인 주머닛돈 슬쩍한 ‘가짜 대학생’

입력 2022.01.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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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앞 서성이는 26살 오 모씨 모습경로당 앞 서성이는 26살 오 모씨 모습

■ "안마 실습 나왔어요" 경로당 찾은 가짜 대학생...정체는 '상습 절도범'

별다른 직업이 없는 26살 오 모씨는 지난달 8일,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 경로당을 찾았습니다.

한참을 서성이던 오 씨는 경로당에 들어가 10여 분을 머물더니, 나오자마자 무언가에 쫓기듯 빠르게 달아났습니다.

자신을 '안마 실습'나온 대학생이라고 속여 경로당 노인들에게 접근한 뒤, 안마를 핑계로 주머니 속 현금을 가로챈 겁니다.

적게는 1~2만 원에서 많게는 60만 원까지, 전국을 돌며 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2달 동안 저지른 동종 범죄만 11건, 가로챈 금액은 221만 원에 달했습니다.

경찰은 적은 돈이 사라진 경우는 신고조차 하지 않아, 파악된 피해보다 오히려 피의자인 오 씨가 진술한 편취 금액이 더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가로챈 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대학생이라는 소리에 그만"...자연스런 행동에 피해 사실도 몰라

피해자들은 아파트 경로당을 찾은 70대 안팎의 노인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젊은 청년의 등장에 어리둥절하면서도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자녀들이 준 용돈 60만 원을 통째로 잃어버린 한 할머니는 오 씨에 대해 "인물도 훤하고 키도 큰데다, 대학교에서 실습을 나왔다고 하니 그런줄만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오 씨는 노인들에게 안마를 해주면서 주머니 등 노출된 곳의 돈을 훔쳐왔는데, 훔칠 돈이 없는 노인들에게도 안마를 해주며 친근하게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치 진짜 안마 실습을 나온 것 같은 자연스럽고 교묘한 행동에 피해를 입었는 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 출소한 지 8개월.."같은 범죄 이번이 벌써 4번 째"

경찰은 범행수법이 특이한 점에 착안해 과거 경로당에서 일어난 절도 사건을 검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 씨의 과거 동종 범죄들을 접하게 됐고, 경로당 외부에 찍힌 CCTV 영상 등과 비교해 오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습니다.

경찰은 신고 20여일 만인 지난해 말, 경기도 성남의 한 모텔에서 오 씨를 붙잡았습니다.

같은 범죄로 붙잡힌 것만 이번이 벌써 네 번째였고, 출소한 지는 불과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오 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오 씨를 절도 혐의로 입건해 구속하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 경로당 노인들, 빼앗긴 돈보다 '어그러진 젊은이' 삶 더 걱정

일정한 주거와 직업이 없는 오 씨, 기초생활비도 안되는 적은 절도 금액에 오 씨의 범행이 선뜻 이해되지 않아 경찰에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가족은 있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26살 청춘의 삶이 그렇게까지 내몰린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경찰은 별다른 점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중 만난 경로당 노인분들의 생각도 비슷했습니다.

오 씨가 괘씸하다면서도, 젊은 나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어쩌다 감옥을 드나드는 신세가 되었냐며 "불쌍하다"는 겁니다.

앞선 3번의 '교정'기회가 무색하게 네 번째 범죄를 짓게 됐지만, 빼앗긴 돈보다 어그러진 젊은이의 삶을 더 걱정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봐서라도 이번 범죄가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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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마 실습 나왔어요” 노인 주머닛돈 슬쩍한 ‘가짜 대학생’
    • 입력 2022-01-06 17:23:14
    취재K
경로당 앞 서성이는 26살 오 모씨 모습
■ "안마 실습 나왔어요" 경로당 찾은 가짜 대학생...정체는 '상습 절도범'

별다른 직업이 없는 26살 오 모씨는 지난달 8일,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 경로당을 찾았습니다.

한참을 서성이던 오 씨는 경로당에 들어가 10여 분을 머물더니, 나오자마자 무언가에 쫓기듯 빠르게 달아났습니다.

자신을 '안마 실습'나온 대학생이라고 속여 경로당 노인들에게 접근한 뒤, 안마를 핑계로 주머니 속 현금을 가로챈 겁니다.

적게는 1~2만 원에서 많게는 60만 원까지, 전국을 돌며 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2달 동안 저지른 동종 범죄만 11건, 가로챈 금액은 221만 원에 달했습니다.

경찰은 적은 돈이 사라진 경우는 신고조차 하지 않아, 파악된 피해보다 오히려 피의자인 오 씨가 진술한 편취 금액이 더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가로챈 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대학생이라는 소리에 그만"...자연스런 행동에 피해 사실도 몰라

피해자들은 아파트 경로당을 찾은 70대 안팎의 노인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젊은 청년의 등장에 어리둥절하면서도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자녀들이 준 용돈 60만 원을 통째로 잃어버린 한 할머니는 오 씨에 대해 "인물도 훤하고 키도 큰데다, 대학교에서 실습을 나왔다고 하니 그런줄만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오 씨는 노인들에게 안마를 해주면서 주머니 등 노출된 곳의 돈을 훔쳐왔는데, 훔칠 돈이 없는 노인들에게도 안마를 해주며 친근하게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치 진짜 안마 실습을 나온 것 같은 자연스럽고 교묘한 행동에 피해를 입었는 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 출소한 지 8개월.."같은 범죄 이번이 벌써 4번 째"

경찰은 범행수법이 특이한 점에 착안해 과거 경로당에서 일어난 절도 사건을 검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 씨의 과거 동종 범죄들을 접하게 됐고, 경로당 외부에 찍힌 CCTV 영상 등과 비교해 오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습니다.

경찰은 신고 20여일 만인 지난해 말, 경기도 성남의 한 모텔에서 오 씨를 붙잡았습니다.

같은 범죄로 붙잡힌 것만 이번이 벌써 네 번째였고, 출소한 지는 불과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오 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오 씨를 절도 혐의로 입건해 구속하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 경로당 노인들, 빼앗긴 돈보다 '어그러진 젊은이' 삶 더 걱정

일정한 주거와 직업이 없는 오 씨, 기초생활비도 안되는 적은 절도 금액에 오 씨의 범행이 선뜻 이해되지 않아 경찰에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가족은 있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26살 청춘의 삶이 그렇게까지 내몰린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경찰은 별다른 점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중 만난 경로당 노인분들의 생각도 비슷했습니다.

오 씨가 괘씸하다면서도, 젊은 나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어쩌다 감옥을 드나드는 신세가 되었냐며 "불쌍하다"는 겁니다.

앞선 3번의 '교정'기회가 무색하게 네 번째 범죄를 짓게 됐지만, 빼앗긴 돈보다 어그러진 젊은이의 삶을 더 걱정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봐서라도 이번 범죄가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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