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 ‘음담패설’·‘얼차려’…대전 사립고교 잇단 물의

입력 2022.0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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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동안 대전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는 30대 국어 교사가 수업 중에 남학생들을 상대로 음담패설과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았지만 한 학생이 권익위에 진성서를 내기까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용기를 낸 해당 학생은 "대입에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문제제기를 그동안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성적 수치심과 모욕적인 발언 참기 힘들었다" VS "친근감의 표현"

교사 A씨는 지난해 6월, 국어 수업시간에 '춘향전'을 가르치면서 수업과는 상관없는 말을 했습니다. "예쁜 애가 욕하면 당돌하고 귀여운 것 같아요. 못생긴 애가 욕하면 싸가지 없는 것 같아요", "예쁜애가 밝히면 당돌하고 못생긴 애가 밝히면 더럽다"는 여성 비하적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A씨는 또 성인용 영상물을 볼 땐 소리가 중요하다고 하거나 한자어를 설명하면서 성행위를 암시하는 말도 했습니다. "청각적인 자극이 중요한데, 야동 소리 끄고 보면 재미있나?", "'남녀상열지사'는 남녀가 서로 열을 낸다는 이야기야"라는 말이었습니다.

학생 B군은 이런 부적절한 언행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진정서를 권익위에 지난달 중순 접수시켰습니다.

사립학교 재단과 대전교육청은 이 학교 고3 학생 300여 명 전원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교사 A씨의 언행이 문제가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10명 안팎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의견도 냈습니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 사립학교 정기 인사로 교사 A 씨는 다른 학교로 발령됐지만,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교육 당국과 재단 이사회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를 하기로 했습니다. 인사위원회에서 A 교사는 "남학생만 있다 보면 서먹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그랬다", "학생들에 대한 친근감의 표현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교장이 '갑질'에 '가혹행위' 의혹…경찰 수사까지

대전지역 또 다른 사립고등학교에서는 지난 10월, 교장이 갑질 의혹이 불거져 교육청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동원해 학교 벽에 그림을 그리라고 했고, 교사들을 상대로도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같은 학교에서 지난달 또 다른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교장과 교감이 학생들에게 '얼차려'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신고가 이번에는 경찰에 접수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대전에서만 사립고등학교 5곳이 교육청 감사를 받았거나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행정실장의 갑질, 성희롱, 공금횡령 의혹 등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전교조, "전체 학교 대상 학생 성폭력·성희롱 실태 조사해야"

전교조는 "사립학교는 일반 학교와 달리 징계권한이 재단 이사회에 있다 보니 솜방망이 처벌을 하다 보니 문제가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전교조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활동하는 '스쿨미투 대응 공동대책위원회'에서 지난해부터 주장해온 학내 성폭력, 성희롱 실태조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해 우선 지역별 표본조사를 한 뒤 확대하자는 의견을 내 지난해는 지역별로 5~6개 학교를 대상으로만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전교조는 "이번 한 사립고 교사의 지속적인 성희롱성 발언이 드러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육 당국이 실태조사에 적극적이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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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에 ‘음담패설’·‘얼차려’…대전 사립고교 잇단 물의
    • 입력 2022-01-07 07:00:11
    취재K
최근 3년동안 대전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는 30대 국어 교사가 수업 중에 남학생들을 상대로 음담패설과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았지만 한 학생이 권익위에 진성서를 내기까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용기를 낸 해당 학생은 "대입에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문제제기를 그동안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성적 수치심과 모욕적인 발언 참기 힘들었다" VS "친근감의 표현"

교사 A씨는 지난해 6월, 국어 수업시간에 '춘향전'을 가르치면서 수업과는 상관없는 말을 했습니다. "예쁜 애가 욕하면 당돌하고 귀여운 것 같아요. 못생긴 애가 욕하면 싸가지 없는 것 같아요", "예쁜애가 밝히면 당돌하고 못생긴 애가 밝히면 더럽다"는 여성 비하적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A씨는 또 성인용 영상물을 볼 땐 소리가 중요하다고 하거나 한자어를 설명하면서 성행위를 암시하는 말도 했습니다. "청각적인 자극이 중요한데, 야동 소리 끄고 보면 재미있나?", "'남녀상열지사'는 남녀가 서로 열을 낸다는 이야기야"라는 말이었습니다.

학생 B군은 이런 부적절한 언행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진정서를 권익위에 지난달 중순 접수시켰습니다.

사립학교 재단과 대전교육청은 이 학교 고3 학생 300여 명 전원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교사 A씨의 언행이 문제가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10명 안팎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의견도 냈습니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 사립학교 정기 인사로 교사 A 씨는 다른 학교로 발령됐지만,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교육 당국과 재단 이사회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를 하기로 했습니다. 인사위원회에서 A 교사는 "남학생만 있다 보면 서먹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그랬다", "학생들에 대한 친근감의 표현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교장이 '갑질'에 '가혹행위' 의혹…경찰 수사까지

대전지역 또 다른 사립고등학교에서는 지난 10월, 교장이 갑질 의혹이 불거져 교육청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동원해 학교 벽에 그림을 그리라고 했고, 교사들을 상대로도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같은 학교에서 지난달 또 다른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교장과 교감이 학생들에게 '얼차려'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신고가 이번에는 경찰에 접수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대전에서만 사립고등학교 5곳이 교육청 감사를 받았거나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행정실장의 갑질, 성희롱, 공금횡령 의혹 등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전교조, "전체 학교 대상 학생 성폭력·성희롱 실태 조사해야"

전교조는 "사립학교는 일반 학교와 달리 징계권한이 재단 이사회에 있다 보니 솜방망이 처벌을 하다 보니 문제가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전교조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활동하는 '스쿨미투 대응 공동대책위원회'에서 지난해부터 주장해온 학내 성폭력, 성희롱 실태조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해 우선 지역별 표본조사를 한 뒤 확대하자는 의견을 내 지난해는 지역별로 5~6개 학교를 대상으로만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전교조는 "이번 한 사립고 교사의 지속적인 성희롱성 발언이 드러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육 당국이 실태조사에 적극적이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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