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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믿었습니다”…이용수 할머니는 왜 울분을 터뜨렸나
입력 2022.01.07 (07:00) 수정 2022.01.07 (09:11)

‘1992년 1월 8일 ~ 2022년 1월 5일’

2022년 1월 5일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30주년을 맞은 날이었습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최초로 공개 증언에 나선 후, 일본 총리 방한을 계기로 시작된 수요시위는 꼬박 30년 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수요시위 30주년을 맞아 위안부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 뵀습니다.

■ “바위처럼 살자꾸나” 수요시위 30년의 회고

5일 오후 2시, 이용수 할머니는 자줏빛 한복 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대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으로 들어섰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할머니는 취재진에게 노래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대지에 깊이 박힌 저 바위는
굳세게도 서 있으리
우리 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치면서
마침내 올 해방 세상 주춧돌이 될
바위처럼 살자꾸나

노래를 마친 이 할머니는 잠시 멈췄다가 입을 뗐습니다. “이 노래를 (수요) 시위에서 참 많이도 불렀습니다. 30주년, 말이 30주년이지 참 힘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나가서 다 같이 그저 외치고만 했습니다. 어린 사람들이 와가지고 울면서 시위에 참석하는데, 내가 참 마음이 아팠지요.”


강산이 세 차례나 바뀔 동안 이어온 수요시위의 방향이 이제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언급도 이어졌습니다.

“시위에선 ‘위안부 문제 사죄하고, 배상해라.’ 이것밖에 없습니다. 다른 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위를 통해선 알릴대로 알렸으니까 이제는 해결을 해야 해요.”

위안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양국 학생들 간의 교류 그리고 올바른 역사 교육이 필요합니다. 일본이 위안부를 만든 이유, 그 시설에서 일본이 행한 고문 등의 행위, 할머니들은 왜 위안부가 되었나 등에 대해서 교육해야 합니다. 앞으론 그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흔을 훌쩍 넘긴 연세, 그럼에도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여러 피해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도, 이웃 나라에도 피해자들이 많습니다. 그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싶어요. 제가 많이 모자라지만 시민들이 보태주신 힘과 함께 그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 새로운 접근법으로 떠오른 ‘CAT’

앞서 지난해 2월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해 국제법에 따른 판단을 받아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일본 정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
VS
우리 정부: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면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이 필요하다.

이렇게 한 일 양국의 입장이 조금도 좁혀지지 않고 있으니,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시시비비를 따져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애초에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재판을 시작하려면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 모두가 재판에 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UN Committee Against Torture‧CAT)가 새 돌파구로 떠올랐습니다. CAT는 인간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 중 하나인 고문을 예방·감독하기 위한 기구입니다. 고문방지협약을 통해선 일본의 동의 없이 한국 정부가 결심만 한다면 단독으로 조정 절차를 밟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는 정부 측에 수차례 CAT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아직도 공식적인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던 이용수 할머니는 울분을 토했습니다.

“문 대통령님이 약속을 했습니다. 임기 중에 꼭 문제를 해결하겠다고요. 대통령님을 믿었지만 이제 임기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약속하신 대로 꼭 임기 전에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는 시간이 없습니다. 세월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너무나 답답한 심정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단 13명. 수십 년간 산증인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초조해지는 생존자들은 실질적인 대안을 담은 정부의 목소리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 “대통령님, 믿었습니다”…이용수 할머니는 왜 울분을 터뜨렸나
    • 입력 2022-01-07 07:00:12
    • 수정2022-01-07 09:11:21

‘1992년 1월 8일 ~ 2022년 1월 5일’

2022년 1월 5일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30주년을 맞은 날이었습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최초로 공개 증언에 나선 후, 일본 총리 방한을 계기로 시작된 수요시위는 꼬박 30년 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수요시위 30주년을 맞아 위안부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 뵀습니다.

■ “바위처럼 살자꾸나” 수요시위 30년의 회고

5일 오후 2시, 이용수 할머니는 자줏빛 한복 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대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으로 들어섰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할머니는 취재진에게 노래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대지에 깊이 박힌 저 바위는
굳세게도 서 있으리
우리 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치면서
마침내 올 해방 세상 주춧돌이 될
바위처럼 살자꾸나

노래를 마친 이 할머니는 잠시 멈췄다가 입을 뗐습니다. “이 노래를 (수요) 시위에서 참 많이도 불렀습니다. 30주년, 말이 30주년이지 참 힘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나가서 다 같이 그저 외치고만 했습니다. 어린 사람들이 와가지고 울면서 시위에 참석하는데, 내가 참 마음이 아팠지요.”


강산이 세 차례나 바뀔 동안 이어온 수요시위의 방향이 이제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언급도 이어졌습니다.

“시위에선 ‘위안부 문제 사죄하고, 배상해라.’ 이것밖에 없습니다. 다른 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위를 통해선 알릴대로 알렸으니까 이제는 해결을 해야 해요.”

위안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양국 학생들 간의 교류 그리고 올바른 역사 교육이 필요합니다. 일본이 위안부를 만든 이유, 그 시설에서 일본이 행한 고문 등의 행위, 할머니들은 왜 위안부가 되었나 등에 대해서 교육해야 합니다. 앞으론 그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흔을 훌쩍 넘긴 연세, 그럼에도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여러 피해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도, 이웃 나라에도 피해자들이 많습니다. 그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싶어요. 제가 많이 모자라지만 시민들이 보태주신 힘과 함께 그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 새로운 접근법으로 떠오른 ‘CAT’

앞서 지난해 2월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해 국제법에 따른 판단을 받아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일본 정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
VS
우리 정부: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면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이 필요하다.

이렇게 한 일 양국의 입장이 조금도 좁혀지지 않고 있으니,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시시비비를 따져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애초에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재판을 시작하려면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 모두가 재판에 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UN Committee Against Torture‧CAT)가 새 돌파구로 떠올랐습니다. CAT는 인간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 중 하나인 고문을 예방·감독하기 위한 기구입니다. 고문방지협약을 통해선 일본의 동의 없이 한국 정부가 결심만 한다면 단독으로 조정 절차를 밟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는 정부 측에 수차례 CAT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아직도 공식적인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던 이용수 할머니는 울분을 토했습니다.

“문 대통령님이 약속을 했습니다. 임기 중에 꼭 문제를 해결하겠다고요. 대통령님을 믿었지만 이제 임기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약속하신 대로 꼭 임기 전에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는 시간이 없습니다. 세월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너무나 답답한 심정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단 13명. 수십 년간 산증인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초조해지는 생존자들은 실질적인 대안을 담은 정부의 목소리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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