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의 상징? 김정은의 ‘가죽 롱코트 통치법’

입력 2022.01.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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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노동신문, 김덕훈 총리 현지지도7일 노동신문, 김덕훈 총리 현지지도

북한의 고위층이 연일 경제 현장을 시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마친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결정사항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특히 경제 부문이 '사회주의 건설의 기본전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독 눈에 띄는 것도 있는데요, 바로 현장을 방문한 김덕훈 내각 총리의 옷차림입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김덕훈 동지가 새해 첫 전투로 들끓는 농업과 경공업 부문의 사업을 현지에서 료해(파악)하였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했습니다.

이 사진에서 김덕훈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검은색의 긴 가죽 코트에 털모자를 쓰고 등장했습니다.

3일 노동신문, 김덕훈 총리 황해제철연합기업소 현지지도3일 노동신문, 김덕훈 총리 황해제철연합기업소 현지지도

지난 3일 1면 기사에서도 "내각 총리인 김덕훈 동지가 새해 첫 전투에 진입한 황해제철연합기업소를 현지에서 료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옷차림도 가죽 롱코트였습니다.

'가죽 롱코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옷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선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이 옷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1월 열린 제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입니다.

이 때 김 위원장은 조용원 당 비서와 김여정·현송월 당 부부장과 나란히 검은 가죽 롱코트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자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을 '가죽 코트 3인방'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월  제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 왼쪽부터 김여정 부부장, 김정은 위원장, 조용원 당 비서  출처: 연합뉴스지난해 1월 제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 왼쪽부터 김여정 부부장, 김정은 위원장, 조용원 당 비서 출처: 연합뉴스

북한에서도 이 의상이 화제가 되며 유행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11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가죽 코트는 남성들뿐 아니라 힘 있는 여성들의 상징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가죽 코트가 권력의 상징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자, 개인 의류 장사꾼들이 지난 9월부터 해상무역을 하는 무역회사 간부들에 합성 가죽 원단의 수입을 의뢰해 최고 존엄과 큰 간부들이 입었던 가죽 코트를 그대로 본을 따 장마당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가죽 롱코트'의 상징성은 북한이 이 의상을 단속한다고 전해지면서 더 확고해졌습니다.

북한은 "최고 존엄의 가죽 코트를 그대로 본을 따 입고 다니는 건 최고 존엄 권위에 올라타려는 불순한 동향"이라면서 당 차원에서 가죽 코트를 입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은 전했습니다.

'가죽 롱코트'는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이어야만 입을 수 있는 일종의 상징이 된 겁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덕훈 총리가 잇따라 이 의상을 입고 현지 시찰을 하는 것은 김덕훈의 정치적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북한은 지난해를 '승리의 해'로 선언한 뒤 경제 성과에 의미를 부여했고, 올해도 경제가 최우선 과제임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 부문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일부러 김덕훈 총리의 현지 시찰 모습을 연출했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현장에 전하는 인물이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김덕훈 총리는 2020년 8월 당 전원회의에서 내각 총리로 임명됐고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거됐으며,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 보선됐습니다.

지난 5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에서는 주석단 첫 자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궐기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김덕훈 총리가 최고지도자의 권한을 대신 행사한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2020년부터 김정은 위원장이 각 부문 간부들에게 권한을 상당 부분 위임하는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굳이 김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찾는 대신, 당과 공식 협의체를 통해 노선과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 통치로 정상국가의 모습을 갖추려 한다는 분석이었습니다.

밖으로는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안에서는 '경제 성장'이라는 최고 존엄의 뜻을 전달해야 하는 북한의 상황, 김덕훈 총리의 가죽 롱코트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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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측근의 상징? 김정은의 ‘가죽 롱코트 통치법’
    • 입력 2022-01-07 16:57:53
    취재K
7일 노동신문, 김덕훈 총리 현지지도
북한의 고위층이 연일 경제 현장을 시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마친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결정사항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특히 경제 부문이 '사회주의 건설의 기본전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독 눈에 띄는 것도 있는데요, 바로 현장을 방문한 김덕훈 내각 총리의 옷차림입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김덕훈 동지가 새해 첫 전투로 들끓는 농업과 경공업 부문의 사업을 현지에서 료해(파악)하였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했습니다.

이 사진에서 김덕훈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검은색의 긴 가죽 코트에 털모자를 쓰고 등장했습니다.

3일 노동신문, 김덕훈 총리 황해제철연합기업소 현지지도
지난 3일 1면 기사에서도 "내각 총리인 김덕훈 동지가 새해 첫 전투에 진입한 황해제철연합기업소를 현지에서 료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옷차림도 가죽 롱코트였습니다.

'가죽 롱코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옷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선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이 옷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1월 열린 제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입니다.

이 때 김 위원장은 조용원 당 비서와 김여정·현송월 당 부부장과 나란히 검은 가죽 롱코트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자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을 '가죽 코트 3인방'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월  제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 왼쪽부터 김여정 부부장, 김정은 위원장, 조용원 당 비서  출처: 연합뉴스
북한에서도 이 의상이 화제가 되며 유행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11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가죽 코트는 남성들뿐 아니라 힘 있는 여성들의 상징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가죽 코트가 권력의 상징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자, 개인 의류 장사꾼들이 지난 9월부터 해상무역을 하는 무역회사 간부들에 합성 가죽 원단의 수입을 의뢰해 최고 존엄과 큰 간부들이 입었던 가죽 코트를 그대로 본을 따 장마당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가죽 롱코트'의 상징성은 북한이 이 의상을 단속한다고 전해지면서 더 확고해졌습니다.

북한은 "최고 존엄의 가죽 코트를 그대로 본을 따 입고 다니는 건 최고 존엄 권위에 올라타려는 불순한 동향"이라면서 당 차원에서 가죽 코트를 입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은 전했습니다.

'가죽 롱코트'는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이어야만 입을 수 있는 일종의 상징이 된 겁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덕훈 총리가 잇따라 이 의상을 입고 현지 시찰을 하는 것은 김덕훈의 정치적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북한은 지난해를 '승리의 해'로 선언한 뒤 경제 성과에 의미를 부여했고, 올해도 경제가 최우선 과제임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 부문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일부러 김덕훈 총리의 현지 시찰 모습을 연출했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현장에 전하는 인물이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김덕훈 총리는 2020년 8월 당 전원회의에서 내각 총리로 임명됐고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거됐으며,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 보선됐습니다.

지난 5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에서는 주석단 첫 자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궐기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김덕훈 총리가 최고지도자의 권한을 대신 행사한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2020년부터 김정은 위원장이 각 부문 간부들에게 권한을 상당 부분 위임하는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굳이 김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찾는 대신, 당과 공식 협의체를 통해 노선과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 통치로 정상국가의 모습을 갖추려 한다는 분석이었습니다.

밖으로는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안에서는 '경제 성장'이라는 최고 존엄의 뜻을 전달해야 하는 북한의 상황, 김덕훈 총리의 가죽 롱코트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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