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좋다는데 주가는 반대…“1,200원 된 환율을 보라”?

입력 2022.01.0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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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국민 투자 시대'

50년대 초반에 출생하신, 올해 일흔이 넘으신 장모님도 투자를 공부한다. 뭘 사시냐고 여쭤봤다. '역시 대한민국 대표종목, 삼성전자가 좋지 않냐'고 여쭤보았더니 고개를 저으신다. 이런 요지다.

'한국 주식은 장기 우상향하지 않는다. 한국 말고 미국 주식을 사야한다. 개별 주식은 어려워서 못하겠고,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QQQ(ETF) 같은 게 관심이 간다'

유튜브가 전 국민을 교육하는 시대다. 어지간한 투자 지식으론 신뢰를 얻기 힘들다. 최고급 투자 전문가들의 무료 콘텐츠가 온라인에 넘쳐난다. 모르는 걸 둘러대면 금방 뽀록난다. 그러니 기자들도 자기 일에 진지하다면 유튜브를 봐야하는 시대다.

■ "한국 시장 저평가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래서 봤다. 일부에선 '나라를 구했다'는 얘기를 하는 '삼프로TV [대선특집]'. 한 시간 넘는 러닝타임은 압박이지만, 1.75배 정도면 들을만하다. '안철수편'의 한 장면. 삼프로의 좌장 김 프로가 묻는다. "한국 시장 저평가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4차 산업 혁명시대와 과학 입국의 비전을 제시하던 안 후보, 살짝 버퍼링을 시작한다. "여러 가지죠, 사실"... 지배구조와 시장 불투명성, 작전세력, 인공지능 통한 감시...

재차 던지는 질문을 통해 삼프로TV의 세 프로는 관심사를 좁혀나간다.


'저평가 해소를 위한 MSCI 지수 편입은 어떻게 생각하나, 공매도와 외환시장 24시간 운영이 양대 선결과제인데?'

만족할 만한 답은 나오지 않고, 외환시장 개방 문제는 끝내 언급도 되지 않는다. 안 후보가 잘못 했단 게 아니다. '투자하는 젊은 남성'이 주타겟 구독자인 삼프로TV가 주목하는 부분과, 대선 후보의 관점이나 관심이 다를 뿐이다. 실제로 투자하는 사람들은 늘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이 질문을 던진다.

'한국 시장 저평가의 원인은 무엇인가?'

■ '동학' 그만하고 '서학'으로 떠나는 개미들

수출은 계속 최고치를 경신한다. 성장률은 연 4%를 넘는다. 실업률도 다시 낮아졌다. 내수도 코로나 이전만은 못하지만 살아나고 있다. 그런데 왜 코스피는 계속 꼬꾸라지는 것일까?

'박스피'나 '외국인 손에 달린 시장'이란 자조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한국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동학 개미가 이젠 한국을 떠난다. 떠나는 이유,가 바로 이 '해소되지 않는 저평가' 때문이라는 사람들이 적잖다. (물론 한국인이 유독 야수의 심장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지금의 코스피가 2~3년 전처럼 저평가되었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최근 주춤한다곤 해도 3천 선을 오간다. 장기 시계열로 본 단순 지수는 분명 재평가받았다.


어찌하여 중력을 거스르게 되었는가? 를 두고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다. 우선은 유동성, 그 다음은 동학개미, 그리고 우호적 경제여건, 상대적으로 선방한 방역, 수출 중심 경제구조... 그리고 빠지지 않는 설명 하나, 환율.

■ '환율이 주가를 결정한다?'

환율? 그렇다, 환율. 삼성전자가 9만 전자가 되고 코스피가 천장을 뚫고 우주까지 솟아오를 것 같던 지난해 1월.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8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최고치에 달했던 6월에도 1,100원 초반대였다. 환율이 떨어지면 주식이 오른다.

좀 더 과거를 봐도 그렇다. 직전 환율 저점은 1,050원대까지 떨어졌던 2018년이다. 이때도 주가는 한참 솟아올랐었다. 실제로 환율과 주가지수는 반비례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시 바이오 붐 등으로 흥분한 투자자들은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끝났다고들 했다.)

그래서 환율 그래프 위아래를 뒤집어 주가지수와 겹쳐봤다. 가설이 거짓말이 아니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대단한 사실은 아니다. 많은 투자자가 환율과 주식의 상관관계, 또 선후 관계를 지켜봐 왔다. 어떤 이들은 '환율이 주가의 족쇄'라고까지 한다.

재밌는 건 코스피가 최근엔 언뜻 이 환율이라는 족쇄, 환율이라는 중력을 벗어나 튀어 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단 점이다. 위 그래프는 지난 2020년 11월 작성된 기사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이후 상황을 더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환율 족쇄론자'에겐 실망스럽겠지만, 코스피가 '환율을 뚫고' 솟아오른다. 괴리가 너무 심해져서 이제는 환율로 코스피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할 것만 같다.

그러나 실망하긴 이르다. 코스피가 정점을 찍은 지난해 6월 이후만 떼어내서 추세를 살펴보면, 환율이란 중력이 여전하단 걸 알 수 있다. 즉, 코로나 이후 코스피가 급등한 사실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해도, 환율과 주가의 상관관계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란 얘기다.



■ 왜 환율과 주가는 같이 움직이나?

가장 단순한 설명은 외국인이다. 환율이 낮아지면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 환율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앞으로도 낮아진다면, '주가 차익은 물론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한 뒤 다시 달러로 바꿔 나가는 외국인 측면에서 보면 좋은 일이다. 1,000달러를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0원일 때 환전하면 100만 원이다.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진 뒤 달러로 다시 바꾸면 1,111달러가 된다. 환율의 하락은 시세 차익 없이도 환차익을 거둘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차트에 대한 기술적 분석도 있다. KB증권이 지난 2020년 하반기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환율로 주가를 예측하려는 투자자'는 환율이 높고 낮은 자체만 보면 안 된다. 그보다는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되느냐를 살펴야 한다.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환율이 최근 1년 동안 12% 정도 낮아진 뒤, 앞으로 더 하락'하면 주가는 15~40% 정도 더 오른다. 그러나 환율이 지난 1년 12% 낮아졌더라도, 그 뒤 추세가 반전되면 주가는 보합이거나 20% 정도 하락했다. 역사적으론 그랬다.

(관련기사☞ 코스피를 결정하는 건 환율일까, 외국인일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44373&ref=A

■ 그러면 환율로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가?

단순하게 말하면 '환율이 추세적으로 떨어져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 같으면 주식은 더 오른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떨어졌더라도 앞으로 더 떨어지지 않을 것 같으면 주식은 오르지 않을 확률이 높다' 는 얘기다.

지금은 반대 상황이다. 환율이 추세적으로 올라 1,200원 선까지 넘어섰는데, 앞으로 환율 움직임에 따라 주가를 설명할 수 있을까?

KB증권 이은택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원화 가치가 현재 1,200원에서 1,230원까지 오른대도 주가는 내리지 않을 수 있고 지금 수준에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원화 가치와 주가 사이의 어떤 경향성 자체는 있다. 지금처럼 원화가치가 약세(환율 상승)이면 주가가 약세로 가는 경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환율 뒤에 숨은 '진정한 변수'를 본다면?

인과관계와 혼동하면 곤란하다. 기자가 주가를 환율의 함수로 도식적으로 이해한다는 비난도, 될 수 있으면 참아주시길 당부드린다.

'지표'는 다양한 거시경제 환경이 복합적으로 조합되어 드러나는 '하나의 숫자'다. '환율'이라는 지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수출이 나날이 사상 최대라는 사실, 그래서 경상수지 흑자가 나날이 커진다는 사실만 고려한다면 당연히 환율은 떨어져야 한다. 국내에 달러가 많아지고 원화가치는 높아질테니까. 그러면 이후 '환율 영향으로 비싸진' 한국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이 줄고, 흑자가 적자 반전되면서 환율은 올라간다. 그것이 국제경제학에서 살펴볼 수 있는 환율의 자율조정이다.

그러나 현실은 복합적이다. 경기가 좋아져 원화가치 상승 요인은 발생했지만, 그러는 와중에 공급망 혼란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국제경제 혼란이 가중된다. 불안한 국제 투자자들은 여전히 신흥국 취급을 받는 한국에서 돈을 뺀다.

이건 외국인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개미도 현금이 필요할 땐 '가장 여윳돈'을 가장 먼저 뺀다. 국제 투자자들은 이 '가장 여윳돈'을 신흥국에 투자한다. 그래서 신흥국 자산시장에서 가장 먼저 뺀다. 이렇게 신흥국은 국제 경제 변동에 취약하다.

■ 환율은 '경기, 수출, 공급망 병목,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정책 등' 수많은 변수 영향

게다가 이제 인플레이션을 못 견디겠는 선진국들이 (특히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 그러면 전세계 투자한 미국 자금이, 달러 자금이 되돌아간다. 유동성은 축소된다. 미국으로, 전주의 주머니로. 미국 채권의 상대적인 값이 비싸지므로, 미 국채의 매력이 높아진다.

위기엔 위기라고 신흥국의 돈이 미국으로 돌아가고, 경기가 과열되어서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 금리가 높다고 신흥국 돈이 미국으로 돌아간다. (뭐가 이래? 왜 이렇게 신흥국에 불리한 국제경제인가? 싶지만) 이게 국제자금의 흐름이다.

그리고 이 흐름이 대체로 '환율'이란 지표로 표현된다. 경기와 유동성과 경제 대국의 상황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환율이라는 지표.


■ 환율의 추가 상승 여력은 얼마나 되나?

일단 환율의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은 "상단에 근접했다, 상승하더라도 1,25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근본적 의미에서 자본시장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 상황인데, 경기가 꺼졌다는 근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동성 요인'의 지배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경기다. 유동성 축소의 원인은 경기과열이다. 과열이라 부를 정도로 경기가 좋다. 미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혼자만 좋다면 긴축발작이 오겠지만, 세계는 동시적 인플레를 겪고있다.

만일의 상황이 없다면, 즉, 공급망이나 미·중 분쟁 등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 이 좋은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만 않는다면, 올해도 생산은 늘어나고 수출은 잘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이 '일시적인' 유동성의 시기가 지나고 '본질적 경기'의 시기가 돌아올 것이다. 그때 환율은 유동성이 아닌 '본질적 경기'를 반영해 움직일 것이다.

(인포그래픽 :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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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좋다는데 주가는 반대…“1,200원 된 환율을 보라”?
    • 입력 2022-01-08 08:02:07
    취재K

■ '전 국민 투자 시대'

50년대 초반에 출생하신, 올해 일흔이 넘으신 장모님도 투자를 공부한다. 뭘 사시냐고 여쭤봤다. '역시 대한민국 대표종목, 삼성전자가 좋지 않냐'고 여쭤보았더니 고개를 저으신다. 이런 요지다.

'한국 주식은 장기 우상향하지 않는다. 한국 말고 미국 주식을 사야한다. 개별 주식은 어려워서 못하겠고,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QQQ(ETF) 같은 게 관심이 간다'

유튜브가 전 국민을 교육하는 시대다. 어지간한 투자 지식으론 신뢰를 얻기 힘들다. 최고급 투자 전문가들의 무료 콘텐츠가 온라인에 넘쳐난다. 모르는 걸 둘러대면 금방 뽀록난다. 그러니 기자들도 자기 일에 진지하다면 유튜브를 봐야하는 시대다.

■ "한국 시장 저평가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래서 봤다. 일부에선 '나라를 구했다'는 얘기를 하는 '삼프로TV [대선특집]'. 한 시간 넘는 러닝타임은 압박이지만, 1.75배 정도면 들을만하다. '안철수편'의 한 장면. 삼프로의 좌장 김 프로가 묻는다. "한국 시장 저평가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4차 산업 혁명시대와 과학 입국의 비전을 제시하던 안 후보, 살짝 버퍼링을 시작한다. "여러 가지죠, 사실"... 지배구조와 시장 불투명성, 작전세력, 인공지능 통한 감시...

재차 던지는 질문을 통해 삼프로TV의 세 프로는 관심사를 좁혀나간다.


'저평가 해소를 위한 MSCI 지수 편입은 어떻게 생각하나, 공매도와 외환시장 24시간 운영이 양대 선결과제인데?'

만족할 만한 답은 나오지 않고, 외환시장 개방 문제는 끝내 언급도 되지 않는다. 안 후보가 잘못 했단 게 아니다. '투자하는 젊은 남성'이 주타겟 구독자인 삼프로TV가 주목하는 부분과, 대선 후보의 관점이나 관심이 다를 뿐이다. 실제로 투자하는 사람들은 늘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이 질문을 던진다.

'한국 시장 저평가의 원인은 무엇인가?'

■ '동학' 그만하고 '서학'으로 떠나는 개미들

수출은 계속 최고치를 경신한다. 성장률은 연 4%를 넘는다. 실업률도 다시 낮아졌다. 내수도 코로나 이전만은 못하지만 살아나고 있다. 그런데 왜 코스피는 계속 꼬꾸라지는 것일까?

'박스피'나 '외국인 손에 달린 시장'이란 자조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한국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동학 개미가 이젠 한국을 떠난다. 떠나는 이유,가 바로 이 '해소되지 않는 저평가' 때문이라는 사람들이 적잖다. (물론 한국인이 유독 야수의 심장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지금의 코스피가 2~3년 전처럼 저평가되었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최근 주춤한다곤 해도 3천 선을 오간다. 장기 시계열로 본 단순 지수는 분명 재평가받았다.


어찌하여 중력을 거스르게 되었는가? 를 두고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다. 우선은 유동성, 그 다음은 동학개미, 그리고 우호적 경제여건, 상대적으로 선방한 방역, 수출 중심 경제구조... 그리고 빠지지 않는 설명 하나, 환율.

■ '환율이 주가를 결정한다?'

환율? 그렇다, 환율. 삼성전자가 9만 전자가 되고 코스피가 천장을 뚫고 우주까지 솟아오를 것 같던 지난해 1월.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8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최고치에 달했던 6월에도 1,100원 초반대였다. 환율이 떨어지면 주식이 오른다.

좀 더 과거를 봐도 그렇다. 직전 환율 저점은 1,050원대까지 떨어졌던 2018년이다. 이때도 주가는 한참 솟아올랐었다. 실제로 환율과 주가지수는 반비례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시 바이오 붐 등으로 흥분한 투자자들은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끝났다고들 했다.)

그래서 환율 그래프 위아래를 뒤집어 주가지수와 겹쳐봤다. 가설이 거짓말이 아니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대단한 사실은 아니다. 많은 투자자가 환율과 주식의 상관관계, 또 선후 관계를 지켜봐 왔다. 어떤 이들은 '환율이 주가의 족쇄'라고까지 한다.

재밌는 건 코스피가 최근엔 언뜻 이 환율이라는 족쇄, 환율이라는 중력을 벗어나 튀어 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단 점이다. 위 그래프는 지난 2020년 11월 작성된 기사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이후 상황을 더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환율 족쇄론자'에겐 실망스럽겠지만, 코스피가 '환율을 뚫고' 솟아오른다. 괴리가 너무 심해져서 이제는 환율로 코스피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할 것만 같다.

그러나 실망하긴 이르다. 코스피가 정점을 찍은 지난해 6월 이후만 떼어내서 추세를 살펴보면, 환율이란 중력이 여전하단 걸 알 수 있다. 즉, 코로나 이후 코스피가 급등한 사실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해도, 환율과 주가의 상관관계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란 얘기다.



■ 왜 환율과 주가는 같이 움직이나?

가장 단순한 설명은 외국인이다. 환율이 낮아지면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 환율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앞으로도 낮아진다면, '주가 차익은 물론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한 뒤 다시 달러로 바꿔 나가는 외국인 측면에서 보면 좋은 일이다. 1,000달러를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0원일 때 환전하면 100만 원이다.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진 뒤 달러로 다시 바꾸면 1,111달러가 된다. 환율의 하락은 시세 차익 없이도 환차익을 거둘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차트에 대한 기술적 분석도 있다. KB증권이 지난 2020년 하반기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환율로 주가를 예측하려는 투자자'는 환율이 높고 낮은 자체만 보면 안 된다. 그보다는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되느냐를 살펴야 한다.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환율이 최근 1년 동안 12% 정도 낮아진 뒤, 앞으로 더 하락'하면 주가는 15~40% 정도 더 오른다. 그러나 환율이 지난 1년 12% 낮아졌더라도, 그 뒤 추세가 반전되면 주가는 보합이거나 20% 정도 하락했다. 역사적으론 그랬다.

(관련기사☞ 코스피를 결정하는 건 환율일까, 외국인일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44373&ref=A

■ 그러면 환율로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가?

단순하게 말하면 '환율이 추세적으로 떨어져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 같으면 주식은 더 오른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떨어졌더라도 앞으로 더 떨어지지 않을 것 같으면 주식은 오르지 않을 확률이 높다' 는 얘기다.

지금은 반대 상황이다. 환율이 추세적으로 올라 1,200원 선까지 넘어섰는데, 앞으로 환율 움직임에 따라 주가를 설명할 수 있을까?

KB증권 이은택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원화 가치가 현재 1,200원에서 1,230원까지 오른대도 주가는 내리지 않을 수 있고 지금 수준에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원화 가치와 주가 사이의 어떤 경향성 자체는 있다. 지금처럼 원화가치가 약세(환율 상승)이면 주가가 약세로 가는 경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환율 뒤에 숨은 '진정한 변수'를 본다면?

인과관계와 혼동하면 곤란하다. 기자가 주가를 환율의 함수로 도식적으로 이해한다는 비난도, 될 수 있으면 참아주시길 당부드린다.

'지표'는 다양한 거시경제 환경이 복합적으로 조합되어 드러나는 '하나의 숫자'다. '환율'이라는 지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수출이 나날이 사상 최대라는 사실, 그래서 경상수지 흑자가 나날이 커진다는 사실만 고려한다면 당연히 환율은 떨어져야 한다. 국내에 달러가 많아지고 원화가치는 높아질테니까. 그러면 이후 '환율 영향으로 비싸진' 한국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이 줄고, 흑자가 적자 반전되면서 환율은 올라간다. 그것이 국제경제학에서 살펴볼 수 있는 환율의 자율조정이다.

그러나 현실은 복합적이다. 경기가 좋아져 원화가치 상승 요인은 발생했지만, 그러는 와중에 공급망 혼란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국제경제 혼란이 가중된다. 불안한 국제 투자자들은 여전히 신흥국 취급을 받는 한국에서 돈을 뺀다.

이건 외국인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개미도 현금이 필요할 땐 '가장 여윳돈'을 가장 먼저 뺀다. 국제 투자자들은 이 '가장 여윳돈'을 신흥국에 투자한다. 그래서 신흥국 자산시장에서 가장 먼저 뺀다. 이렇게 신흥국은 국제 경제 변동에 취약하다.

■ 환율은 '경기, 수출, 공급망 병목,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정책 등' 수많은 변수 영향

게다가 이제 인플레이션을 못 견디겠는 선진국들이 (특히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 그러면 전세계 투자한 미국 자금이, 달러 자금이 되돌아간다. 유동성은 축소된다. 미국으로, 전주의 주머니로. 미국 채권의 상대적인 값이 비싸지므로, 미 국채의 매력이 높아진다.

위기엔 위기라고 신흥국의 돈이 미국으로 돌아가고, 경기가 과열되어서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 금리가 높다고 신흥국 돈이 미국으로 돌아간다. (뭐가 이래? 왜 이렇게 신흥국에 불리한 국제경제인가? 싶지만) 이게 국제자금의 흐름이다.

그리고 이 흐름이 대체로 '환율'이란 지표로 표현된다. 경기와 유동성과 경제 대국의 상황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환율이라는 지표.


■ 환율의 추가 상승 여력은 얼마나 되나?

일단 환율의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은 "상단에 근접했다, 상승하더라도 1,25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근본적 의미에서 자본시장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 상황인데, 경기가 꺼졌다는 근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동성 요인'의 지배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경기다. 유동성 축소의 원인은 경기과열이다. 과열이라 부를 정도로 경기가 좋다. 미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혼자만 좋다면 긴축발작이 오겠지만, 세계는 동시적 인플레를 겪고있다.

만일의 상황이 없다면, 즉, 공급망이나 미·중 분쟁 등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 이 좋은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만 않는다면, 올해도 생산은 늘어나고 수출은 잘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이 '일시적인' 유동성의 시기가 지나고 '본질적 경기'의 시기가 돌아올 것이다. 그때 환율은 유동성이 아닌 '본질적 경기'를 반영해 움직일 것이다.

(인포그래픽 :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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