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초등생도 19금 볼 수 있다고?…유튜브 따라가다 ‘토끼굴’ 갇혔다

입력 2022.01.08 (11:32) 수정 2022.01.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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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는 왜?... 초등학생도 19금 볼수 있다고요?

요즘 학생들은 숙제하다가 막히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유튜브를 찾아본다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저는 이런 상황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최근에 아이가 숙제를 한다며 앉아서 유튜브를 검색하는 장면을 보고 적지 않게 당황했습니다. '모유'라는 단어를 검색했는데, 여성 모델의 모유를 직접 마셔봤다는 내용부터 성적인 영상까지 줄줄이 나온겁니다. 유튜브에 떠 있는 '유해 동영상' 문제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초등학생의 유튜브 시청 목록도 확인해봤는데요. '친구 괴롭히기'나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춤추기' 같은 패륜적인 내용까지 만화로 포장돼 초등학생들이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19금인 성인용 만화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습니다. 해당 영상들을 '유해 영상'으로 유튜브 회사에 신고해봤습니다. 신고한 뒤에도 유튜브는 비슷한 수준의 성적인 동영상을 이 초등학생에게 추천했습니다. 유튜브가 19금 영상을 초등학생에게 추천하는 상황,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걸까요?

<한 초등학생 유튜브 시청 목록>

■'알고리즘' 너는 누구냐?...추천영상 따라가다 보니 '토끼굴' 갇혀

유튜브 회사는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처리식)을 통해 우리가 뭘 봐야 할지, 뭘 보면 안 되는지 골라줍니다. 그런데 내가 봤던 영상과 비슷한 영상뿐 아니라, 나와 비슷한 나이대에 비슷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본 영상도 함께 추천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인기가 있다면, 자극적인 영상이나 유해한 영상도 함께 추천되는 겁니다. <내가 본 영상+자극적인 추천영상>을 연속해서 시청하다 보면 점차 더 자극적이거나, 한쪽 의견만 듣게 되는 이른바 '토끼굴'에 갇히게 됩니다. 이런 문제는 '정치 분야'에서 더 도드라지는데요. 실제로 그런지 저희 질문하는기자들Q 팀이 직접 우리나라 정치 유튜브 채널 이용자 실태를 분석해봤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시사 유튜브 상위 10개 채널에서 2021년 11~12월 두 달 동안 가장 많이 본 영상 5개씩을 뽑았습니다. 먼저 50개의 영상에서 나오는 추천 영상들을 다섯 단계까지 따라가면서 총 250개 영상을 열어봤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해당 영상에 어떤 영상들을 추천하는지 분석해 봤더니, 진보성향으로 분류된 유튜브 채널에서는 TBS 채널이 20회로 가장 많이 추천됐고, 오마이뉴스와 노무현재단, 김용민 TV 등 비슷한 성향의 채널이 다수 추천됐습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채널들은 뉴스 추천이 많았는데 그 가운데 YTN 뉴스 추천이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와 채널A, 신인균 국방·군사 TV가 뒤를 이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1 차적 진보는 진보끼리.. 보수는 보수끼리 추천하는 양상이 일부 확인된 겁니다.
<진보-보수채널 유튜브 추천영상(2021.11~12월)>

그렇다면 이렇게 알고리즘이 추천한 대로, 진보 유튜브 시청자들은 진보 유튜브를 주로 보고 보수 유튜브 시청자들은 보수 유튜브를 볼까요? 앞서 언급한 콘텐츠에 달려있는 댓글은 모두 10만 7천여 개. 진보 성향에서는 딴지방송국을 중심으로 김용민TV 등의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은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를 시청하고 댓글을 단 비율이 97%에 달했습니다. 보수 성향 채널에서도 90%가 김태우TV와 신의한수, 진성호 방송 등 비슷한 성향을 가진 콘텐츠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동영상을 주로 시청하는 이른바 '토끼굴 현상'을 보인 겁니다.

<진보 성향 유튜브 이용자 댓글 현황>


■유튜브 "유해 콘텐츠에 광고 못 붙이게 한다"... 진짜?

내가 보고 싶은 영상도, 보면 안 되는 영상도 유튜브 알고리즘이 정한다굽쇼? 취재를 하다 보니 '참, 알고리즘의 노예였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유튜브 회사는 이런 유해 영상을 막기 위해 '노란딱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동그란 원 안에 노란색 달러 표시가 들어있는 일명 '노란딱지'. 유튜브 측이 자체적으로 유해콘텐츠로 분류해 광고를 붙일 수 없는 조치를 했다는 표십니다.



크게 사기성 스팸, 폭력적인 콘텐츠, 범죄 관련 등 5가지 기준을 위배했을 때 붙입니다. 이 조치는 '광고주 친화 정책'의 일환인데요. 동영상이 유해 콘텐츠일 경우 거기에 붙은 광고의 효과가 반감될 것을 우려해서, 유튜브 회사가 유해 영상을 만들지 말라고 유인 하는 겁니다. 그런데 유튜버들의 말은 다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 '노란딱지'를 붙이는 기준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최영민/열린공감TV PD
"저희가 원자력 관련해서도 방송을 한 1년 동안 해왔거든요. 그런데 그 노란 딱지가 붙어요.
이해가 안 되는 거죠. 도저히. 우리가 왜 무슨 내용을 얘기했길래. 그러니까 원자력 이슈 중에서 위험성이라든지 문제점이라든가 뭐 잔인한 사진을 쓴 것도 아니에요"

유튜브 알고리즘은 일차적으로 제목과 해시태그를 감지해 부적절한 단어가 있으면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으로 동영상 내용을 본다고 하는데요... 이 '노란딱지' 를 어떤 기준으로 붙이는 지, 공영방송인 저희 KBS뉴스 유튜브 동영상 4년 치를 분석해 봤습니다. 경찰의 신변보호 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한 기사, 인천-제주 뱃길이 열렸다는 뉴스에도 모두 노란 딱지가 붙었습니다. 전혀 자극적이지 않을뿐더러 일반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였습니다.
유튜브에 게시된 KBS 뉴스 영상에 붙은 '노란 딱지'는 모두 8천 53건이나 됐는데요. 노란 딱지가 달린 뉴스 영상 태그를 분석해봤더니, 단일 단어로는 '경찰'이라는 단어가 396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코로나, 성추행, 학대, 감염, 검찰 등의 순서로 노란 딱지가 붙었습니다.

<KBS뉴스 유튜브 '노란딱지' 현황(2018~2021년)>

2020년에는 코로나 관련 단어에 대부분 노란 딱지가 붙었고, 2019년에는 홍콩 시위, 2018년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세월호 관련해서도 노란 딱지가 나왔습니다. 유튜브가 특정 단어를 기준으로 일괄 차단을 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노락딱지가 붙은 121개 단어는 모두 시청자들이 매일 접하는 뉴스에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 국민들이 정당하게 접해야 할 뉴스를 제재한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유튜브 광고비를 유튜브 회사와 유튜버가 4:6 비율로 나눠 갖다 보니, 광고가 붙은 동영상이 추천이 잘 되는데. 이렇게 노란 딱지를 적용해 광고가 붙지 않게 되면 추천 영상에서 접하기 어려워, 일반 시청자들의 뉴스 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정작 가짜 뉴스와 같은 유해 콘텐츠에는 노란 딱지를 붙이지 않는 일부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군인들이 헬기에서 민간인을 향해 총을 쐈다는 '헬기 사격설'의 경우 최근 법원에서 사실로 확인됐지만, 유튜브에서는 이런 내용을 부인하는 가짜뉴스가 '노란딱지'가 붙지 않은 채 돌아다닙니다. 북한 간첩이 5.18 운동을 주도했다는 가짜뉴스에도 유튜브 측이 광고제한조치를 하지 않아 정부 정책방송인 KTV와 대기업 광고까지 붙어 있습니다. 노란 딱지를 붙여야 할 데는 안 붙이고 안 붙여야 할 데는 붙이는 실태가 확인된 겁니다.

유승현/민언련 정책위원
"노란 딱지를 통해서 유해 콘텐츠나 가짜 뉴스에 대한 부분들, 그런 부분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실제로 이런 우리의 영상, 추천 영상이라든가 우리 알고리즘을 개선할 의지는 좀 낮은 것이
아니냐. 이런 생각이 좀 듭니다. "

이렇게 제도의 허점을 파악한 일부 유튜버들은 노란 딱지를 뗄 방안까지 콘텐츠로 제작해 올려놓을 정돕니다.
한 유튜버는 자신의 영상에 '마스크'라는 태그를 붙였다가 노란 딱지를 받았는데, '마0크'로 태그를 바꿔 달았더니 노란 딱지에서 벗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유튜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하는기자들Q 팀과 한국전파진흥협회가 '유튜버 인식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했는데요. 54명의 유튜버가 답변했는데, 노란 딱지 제도에 대해 필요한 제도지만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유튜버가 45%로 가장 많았고,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이 35%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가 15%로 뒤를 이었습니다. 노란 딱지 제도에 대해 불만인 이유로는 왜 붙었는지 '상세 설명'이 부족하다가 40%, 기준 가이드라인이 모호하다 30%, 유튜브 회사에만 상업적으로 유리하다가 20%였습니다.


1월 9일(일) 저녁 8시 10분 KBS1TV에서 방송되는 <질문하는기자들Q> 35회에서는 '알고리즘 올라탄 유튜브 유해 콘텐츠, 방패막은 ‘노란 딱지’?' 라는 주제로 유튜브상의 유해콘텐츠 문제와 알고리즘 추천 영상의 폐해를 짚어봅니다. 이날 방송에는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조수진 장신대 교양학 미디어트랙 교수,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KBS 김효신 기자가 출연합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는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 질문하는 기자들 Q (https://program.kbs.co.kr/1tv/culture/question)
▲ 유튜브 계정 : 질문하는 기자들 Q (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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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초등생도 19금 볼 수 있다고?…유튜브 따라가다 ‘토끼굴’ 갇혔다
    • 입력 2022-01-08 11:32:22
    • 수정2022-01-08 14:10:11
    취재K

■유튜브에서는 왜?... 초등학생도 19금 볼수 있다고요?

요즘 학생들은 숙제하다가 막히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유튜브를 찾아본다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저는 이런 상황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최근에 아이가 숙제를 한다며 앉아서 유튜브를 검색하는 장면을 보고 적지 않게 당황했습니다. '모유'라는 단어를 검색했는데, 여성 모델의 모유를 직접 마셔봤다는 내용부터 성적인 영상까지 줄줄이 나온겁니다. 유튜브에 떠 있는 '유해 동영상' 문제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초등학생의 유튜브 시청 목록도 확인해봤는데요. '친구 괴롭히기'나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춤추기' 같은 패륜적인 내용까지 만화로 포장돼 초등학생들이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19금인 성인용 만화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습니다. 해당 영상들을 '유해 영상'으로 유튜브 회사에 신고해봤습니다. 신고한 뒤에도 유튜브는 비슷한 수준의 성적인 동영상을 이 초등학생에게 추천했습니다. 유튜브가 19금 영상을 초등학생에게 추천하는 상황,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걸까요?

<한 초등학생 유튜브 시청 목록>

■'알고리즘' 너는 누구냐?...추천영상 따라가다 보니 '토끼굴' 갇혀

유튜브 회사는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처리식)을 통해 우리가 뭘 봐야 할지, 뭘 보면 안 되는지 골라줍니다. 그런데 내가 봤던 영상과 비슷한 영상뿐 아니라, 나와 비슷한 나이대에 비슷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본 영상도 함께 추천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인기가 있다면, 자극적인 영상이나 유해한 영상도 함께 추천되는 겁니다. <내가 본 영상+자극적인 추천영상>을 연속해서 시청하다 보면 점차 더 자극적이거나, 한쪽 의견만 듣게 되는 이른바 '토끼굴'에 갇히게 됩니다. 이런 문제는 '정치 분야'에서 더 도드라지는데요. 실제로 그런지 저희 질문하는기자들Q 팀이 직접 우리나라 정치 유튜브 채널 이용자 실태를 분석해봤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시사 유튜브 상위 10개 채널에서 2021년 11~12월 두 달 동안 가장 많이 본 영상 5개씩을 뽑았습니다. 먼저 50개의 영상에서 나오는 추천 영상들을 다섯 단계까지 따라가면서 총 250개 영상을 열어봤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해당 영상에 어떤 영상들을 추천하는지 분석해 봤더니, 진보성향으로 분류된 유튜브 채널에서는 TBS 채널이 20회로 가장 많이 추천됐고, 오마이뉴스와 노무현재단, 김용민 TV 등 비슷한 성향의 채널이 다수 추천됐습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채널들은 뉴스 추천이 많았는데 그 가운데 YTN 뉴스 추천이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와 채널A, 신인균 국방·군사 TV가 뒤를 이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1 차적 진보는 진보끼리.. 보수는 보수끼리 추천하는 양상이 일부 확인된 겁니다.
<진보-보수채널 유튜브 추천영상(2021.11~12월)>

그렇다면 이렇게 알고리즘이 추천한 대로, 진보 유튜브 시청자들은 진보 유튜브를 주로 보고 보수 유튜브 시청자들은 보수 유튜브를 볼까요? 앞서 언급한 콘텐츠에 달려있는 댓글은 모두 10만 7천여 개. 진보 성향에서는 딴지방송국을 중심으로 김용민TV 등의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은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를 시청하고 댓글을 단 비율이 97%에 달했습니다. 보수 성향 채널에서도 90%가 김태우TV와 신의한수, 진성호 방송 등 비슷한 성향을 가진 콘텐츠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동영상을 주로 시청하는 이른바 '토끼굴 현상'을 보인 겁니다.

<진보 성향 유튜브 이용자 댓글 현황>


■유튜브 "유해 콘텐츠에 광고 못 붙이게 한다"... 진짜?

내가 보고 싶은 영상도, 보면 안 되는 영상도 유튜브 알고리즘이 정한다굽쇼? 취재를 하다 보니 '참, 알고리즘의 노예였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유튜브 회사는 이런 유해 영상을 막기 위해 '노란딱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동그란 원 안에 노란색 달러 표시가 들어있는 일명 '노란딱지'. 유튜브 측이 자체적으로 유해콘텐츠로 분류해 광고를 붙일 수 없는 조치를 했다는 표십니다.



크게 사기성 스팸, 폭력적인 콘텐츠, 범죄 관련 등 5가지 기준을 위배했을 때 붙입니다. 이 조치는 '광고주 친화 정책'의 일환인데요. 동영상이 유해 콘텐츠일 경우 거기에 붙은 광고의 효과가 반감될 것을 우려해서, 유튜브 회사가 유해 영상을 만들지 말라고 유인 하는 겁니다. 그런데 유튜버들의 말은 다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 '노란딱지'를 붙이는 기준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최영민/열린공감TV PD
"저희가 원자력 관련해서도 방송을 한 1년 동안 해왔거든요. 그런데 그 노란 딱지가 붙어요.
이해가 안 되는 거죠. 도저히. 우리가 왜 무슨 내용을 얘기했길래. 그러니까 원자력 이슈 중에서 위험성이라든지 문제점이라든가 뭐 잔인한 사진을 쓴 것도 아니에요"

유튜브 알고리즘은 일차적으로 제목과 해시태그를 감지해 부적절한 단어가 있으면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으로 동영상 내용을 본다고 하는데요... 이 '노란딱지' 를 어떤 기준으로 붙이는 지, 공영방송인 저희 KBS뉴스 유튜브 동영상 4년 치를 분석해 봤습니다. 경찰의 신변보호 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한 기사, 인천-제주 뱃길이 열렸다는 뉴스에도 모두 노란 딱지가 붙었습니다. 전혀 자극적이지 않을뿐더러 일반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였습니다.
유튜브에 게시된 KBS 뉴스 영상에 붙은 '노란 딱지'는 모두 8천 53건이나 됐는데요. 노란 딱지가 달린 뉴스 영상 태그를 분석해봤더니, 단일 단어로는 '경찰'이라는 단어가 396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코로나, 성추행, 학대, 감염, 검찰 등의 순서로 노란 딱지가 붙었습니다.

<KBS뉴스 유튜브 '노란딱지' 현황(2018~2021년)>

2020년에는 코로나 관련 단어에 대부분 노란 딱지가 붙었고, 2019년에는 홍콩 시위, 2018년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세월호 관련해서도 노란 딱지가 나왔습니다. 유튜브가 특정 단어를 기준으로 일괄 차단을 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노락딱지가 붙은 121개 단어는 모두 시청자들이 매일 접하는 뉴스에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 국민들이 정당하게 접해야 할 뉴스를 제재한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유튜브 광고비를 유튜브 회사와 유튜버가 4:6 비율로 나눠 갖다 보니, 광고가 붙은 동영상이 추천이 잘 되는데. 이렇게 노란 딱지를 적용해 광고가 붙지 않게 되면 추천 영상에서 접하기 어려워, 일반 시청자들의 뉴스 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정작 가짜 뉴스와 같은 유해 콘텐츠에는 노란 딱지를 붙이지 않는 일부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군인들이 헬기에서 민간인을 향해 총을 쐈다는 '헬기 사격설'의 경우 최근 법원에서 사실로 확인됐지만, 유튜브에서는 이런 내용을 부인하는 가짜뉴스가 '노란딱지'가 붙지 않은 채 돌아다닙니다. 북한 간첩이 5.18 운동을 주도했다는 가짜뉴스에도 유튜브 측이 광고제한조치를 하지 않아 정부 정책방송인 KTV와 대기업 광고까지 붙어 있습니다. 노란 딱지를 붙여야 할 데는 안 붙이고 안 붙여야 할 데는 붙이는 실태가 확인된 겁니다.

유승현/민언련 정책위원
"노란 딱지를 통해서 유해 콘텐츠나 가짜 뉴스에 대한 부분들, 그런 부분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실제로 이런 우리의 영상, 추천 영상이라든가 우리 알고리즘을 개선할 의지는 좀 낮은 것이
아니냐. 이런 생각이 좀 듭니다. "

이렇게 제도의 허점을 파악한 일부 유튜버들은 노란 딱지를 뗄 방안까지 콘텐츠로 제작해 올려놓을 정돕니다.
한 유튜버는 자신의 영상에 '마스크'라는 태그를 붙였다가 노란 딱지를 받았는데, '마0크'로 태그를 바꿔 달았더니 노란 딱지에서 벗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유튜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하는기자들Q 팀과 한국전파진흥협회가 '유튜버 인식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했는데요. 54명의 유튜버가 답변했는데, 노란 딱지 제도에 대해 필요한 제도지만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유튜버가 45%로 가장 많았고,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이 35%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가 15%로 뒤를 이었습니다. 노란 딱지 제도에 대해 불만인 이유로는 왜 붙었는지 '상세 설명'이 부족하다가 40%, 기준 가이드라인이 모호하다 30%, 유튜브 회사에만 상업적으로 유리하다가 20%였습니다.


1월 9일(일) 저녁 8시 10분 KBS1TV에서 방송되는 <질문하는기자들Q> 35회에서는 '알고리즘 올라탄 유튜브 유해 콘텐츠, 방패막은 ‘노란 딱지’?' 라는 주제로 유튜브상의 유해콘텐츠 문제와 알고리즘 추천 영상의 폐해를 짚어봅니다. 이날 방송에는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조수진 장신대 교양학 미디어트랙 교수,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KBS 김효신 기자가 출연합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는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 질문하는 기자들 Q (https://program.kbs.co.kr/1tv/culture/question)
▲ 유튜브 계정 : 질문하는 기자들 Q (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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