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스쿠버 다이빙하다 숨진 20대 청년…유족 “이해할 수 없는 사고”
입력 2022.01.10 (08:00)
수정 2022.01.1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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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사고가 발생한 서귀포시 문섬 일대 해상
한 달 전,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20대 여성 관광객이 숨졌습니다. 피해자는 올해로 30살이 됐을 문 모 씨입니다. 문 씨는 바다로 입수한 뒤 얼마 안 돼 다이버들을 태우는 선박 아래 있는 '스크루'에 크게 다쳐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고가 발생한 걸까요? KBS는 사고 당시 상황과 원인을 짚어보는 연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
피해자 문 씨는 '직장인 스쿠버 다이버'였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다이빙을 즐겼고, 지난해 11월까지 스쿠버 다이빙을 위한 두 가지 자격증(오픈워터, 어드밴스드)을 모두 취득할 정도로 부쩍 열의를 보였습니다.
지난달 10일, 문 씨는 다이빙 강사 등 일행 5명과 함께 제주 여행을 왔습니다. 함께 취미 생활을 하며 얼굴을 익힌 다이버들이었습니다. 이날 여행도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주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들은 다음날 오후, 제주 다이빙숍 강사의 인솔 아래 배를 타고 서귀포시 문섬 인근 해상으로 향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 사고로 숨진 29살 문 모 씨(오른쪽). 유가족 제공
즐거운 다이빙 여행의 꿈은 그러나, 한순간에 사그라졌습니다.
서귀포해양경찰서의 당시 사고 자료를 보면, 문 씨가 변을 당한 건 당일 낮 12시 50분에서 12시 53분 사이.
문 씨는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배에서 뛰어내린 지 몇 분 안 돼, 선박 스크루(screw)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스크루는 수중에서 선박을 움직이게 하는 프로펠러의 일종으로, 선미(船尾) 하부에 달려있어 수면 위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시동을 켠 상태에선 기어가 중립(N)일 때를 제외하면, 스크루가 움직여 물을 빨아들이고 밀어내 선박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추진력을 냅니다.
이 스크루는 조금만 돌아가도 사람들이 빨려 들어갈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스쿠버 다이빙 기초 교육 단계에서 '배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입수하고, 프로펠러에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 이유입니다.
입수 전 장비를 확인하는 다이버들 모습 (사고와 관계없는 사진임을 알려드립니다.)
문 씨 일행은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KBS 취재진이 접촉한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당시 이들은 '체크 다이빙(check diving)'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체크 다이빙이란 바닷물 온도와 장비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하는 첫 다이빙을 말합니다.
사고는 이때 발생했습니다.
목격자 A 씨는 "수심 1.5m가량에서 하강을 시도하던 중, 프로펠러(스크루)가 도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며 "가까이 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발차기해 피했는데 순간 물보라가 나를 확 덮쳤고, 피해자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바다 밑으로 떨어지는 게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이들 일행을 인솔한 현지 다이빙 강사이자 목격자 B 씨도 비슷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다이빙 강사 B 씨는 "손님 한 명이 선수(船首) 쪽에 머리를 부딪칠 것 같아서 잡아당겨 빼 주는 동안, 피해자가 배 밑으로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면서 "위험하다는 판단에 얼른 피해자 팔을 잡아당기려 했지만, 이미 바다에 피가 번지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 사고로 숨진 29살 문 모 씨. 유가족 제공
하루아침에 딸을 잃은 유가족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 직장을 잡아 두세 달에 한 번꼴로 만날 수 있었지만, 가족들에게 매일 전화할 정도로 살가웠던 딸이었기 때문입니다.
문 씨의 부친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날 김장을 하러 고향에 내려갔다가, 소식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비행기를 타 제주에 왔다"며 "딸을 생각하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 지금도 '아빠' 하면서 집에 올 것 같고, 전화가 올 것 같다"고 울먹였습니다.
그는 "얼굴이 그렇게 (훼손)됐다는 얘기를 듣고, 집사람에겐 딸의 마지막 얼굴을 보여주지도 못했다"며 "서른도 안 돼서 너무 짧은 인생을 살고 갔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유가족들은 특히 다이빙 강사와 선장 등 안전관리자가 있는데도 왜 사고가 난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위험한 상황이 있으면 다이빙 강사가 빨리 조처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선장도 다이버들이 완전히 잠수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 확인도 하지 않고 다이버들이 있는데 움직였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사고 선박 선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현지 다이빙 강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 다음 기사에선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번 사고의 의문점들을 짚어보고, 왜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는지 구조적인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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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스쿠버 다이빙하다 숨진 20대 청년…유족 “이해할 수 없는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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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1-10 08:00:09
- 수정2022-01-12 20:27:47
한 달 전,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20대 여성 관광객이 숨졌습니다. 피해자는 올해로 30살이 됐을 문 모 씨입니다. 문 씨는 바다로 입수한 뒤 얼마 안 돼 다이버들을 태우는 선박 아래 있는 '스크루'에 크게 다쳐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고가 발생한 걸까요? KBS는 사고 당시 상황과 원인을 짚어보는 연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
피해자 문 씨는 '직장인 스쿠버 다이버'였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다이빙을 즐겼고, 지난해 11월까지 스쿠버 다이빙을 위한 두 가지 자격증(오픈워터, 어드밴스드)을 모두 취득할 정도로 부쩍 열의를 보였습니다.
지난달 10일, 문 씨는 다이빙 강사 등 일행 5명과 함께 제주 여행을 왔습니다. 함께 취미 생활을 하며 얼굴을 익힌 다이버들이었습니다. 이날 여행도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주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들은 다음날 오후, 제주 다이빙숍 강사의 인솔 아래 배를 타고 서귀포시 문섬 인근 해상으로 향했습니다.
즐거운 다이빙 여행의 꿈은 그러나, 한순간에 사그라졌습니다.
서귀포해양경찰서의 당시 사고 자료를 보면, 문 씨가 변을 당한 건 당일 낮 12시 50분에서 12시 53분 사이.
문 씨는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배에서 뛰어내린 지 몇 분 안 돼, 선박 스크루(screw)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스크루는 수중에서 선박을 움직이게 하는 프로펠러의 일종으로, 선미(船尾) 하부에 달려있어 수면 위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시동을 켠 상태에선 기어가 중립(N)일 때를 제외하면, 스크루가 움직여 물을 빨아들이고 밀어내 선박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추진력을 냅니다.
이 스크루는 조금만 돌아가도 사람들이 빨려 들어갈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스쿠버 다이빙 기초 교육 단계에서 '배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입수하고, 프로펠러에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 이유입니다.
문 씨 일행은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KBS 취재진이 접촉한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당시 이들은 '체크 다이빙(check diving)'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체크 다이빙이란 바닷물 온도와 장비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하는 첫 다이빙을 말합니다.
사고는 이때 발생했습니다.
목격자 A 씨는 "수심 1.5m가량에서 하강을 시도하던 중, 프로펠러(스크루)가 도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며 "가까이 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발차기해 피했는데 순간 물보라가 나를 확 덮쳤고, 피해자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바다 밑으로 떨어지는 게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이들 일행을 인솔한 현지 다이빙 강사이자 목격자 B 씨도 비슷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다이빙 강사 B 씨는 "손님 한 명이 선수(船首) 쪽에 머리를 부딪칠 것 같아서 잡아당겨 빼 주는 동안, 피해자가 배 밑으로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면서 "위험하다는 판단에 얼른 피해자 팔을 잡아당기려 했지만, 이미 바다에 피가 번지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딸을 잃은 유가족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 직장을 잡아 두세 달에 한 번꼴로 만날 수 있었지만, 가족들에게 매일 전화할 정도로 살가웠던 딸이었기 때문입니다.
문 씨의 부친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날 김장을 하러 고향에 내려갔다가, 소식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비행기를 타 제주에 왔다"며 "딸을 생각하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 지금도 '아빠' 하면서 집에 올 것 같고, 전화가 올 것 같다"고 울먹였습니다.
그는 "얼굴이 그렇게 (훼손)됐다는 얘기를 듣고, 집사람에겐 딸의 마지막 얼굴을 보여주지도 못했다"며 "서른도 안 돼서 너무 짧은 인생을 살고 갔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유가족들은 특히 다이빙 강사와 선장 등 안전관리자가 있는데도 왜 사고가 난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위험한 상황이 있으면 다이빙 강사가 빨리 조처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선장도 다이버들이 완전히 잠수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 확인도 하지 않고 다이버들이 있는데 움직였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사고 선박 선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현지 다이빙 강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 다음 기사에선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번 사고의 의문점들을 짚어보고, 왜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는지 구조적인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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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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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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