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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22 대통령 선거
[여심야심] ‘멸공’으로 부활한 멸치와 콩
입력 2022.01.10 (18:35) 수정 2022.01.10 (18:36) 여심야심

원래 정치권에서 멸치의 원조 격은 YS, 즉 김영삼 전 대통령입니다.

김 전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 씨가 경남 거제에서 큰 멸치 선단을 운영했고, 여기서 나온 멸치를 주요 정치인들이나 민주화 동지들에게 선물로 종종 보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깁니다.

그리고 이 멸치는 'YS멸치' 또는 '민주 멸치'라고도 불렸습니다.


■ 멸치, '멸공'으로 부활하다

그런데 이 멸치가 이번에는 '멸공'의 상징이 돼서 정치권에서 부활했습니다. 멸공은 군가 '멸공의 횃불'에 대표적으로 사용됐으며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뜻입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SNS (지난 6일)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SNS (지난 6일)

지난 6일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SNS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이 시작이었습니다.

신세계 정 부회장의 게시물이 올라온 다음날(7일) 조국 전 장관이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다"라고 공격했고, 윤 후보는 여기에 곧바로 대응했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SNS (지난 7일)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SNS (지난 7일)

하루만인 8일 윤 후보는 신세계가 운영하는 이마트 이수점을 찾아 장을 보는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보란 듯이 멸치와 콩을 사는 모습이 포착됐고 #멸치, #콩을 해시태그로도 사용했습니다. 멸치와 콩의 첫 글자를 따면 '멸콩'으로 '멸공'과 비슷하다는 걸 활용한 겁니다.

이후 윤 후보와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멸치와 콩을 곁들여 식사하는 장면을,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역시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으로 장을 보는 사진을 올리는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멸공 챌린지가 릴레이처럼 이어졌습니다.


■ 민주당 "일베 같은 놀이"

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

당초 민주당은 주말 내내 이어진 국민의힘의 멸공 행렬에 공식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9일 "2022년에 멸공을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멸치와 콩으로 장난처럼 던지는 메시지가 너무 유치해서 공식 대응은 안 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가 좀 바뀌었습니다.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이 직접 나섰습니다.

송영길 당 대표는 10일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측에 대해 "달걀, 파, 콩, 멸치를 사면서 일베 같은 놀이를 하고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송 대표는 "멸치 논란으로 색깔론을 가지고 표를 가르는 모습이 참 유치해 보인다"면서 " 나라를 끌고 가기에는 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는 윤호중 원내대표가 입을 열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유통업체 대표의 '멸공 놀이'를 말려도 시원찮을 판인데 따라 하는 것을 보니 역시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경원 전 의원과 대놓고 일베 놀이를 즐기면서 도로 극우 보수의 품으로 돌아간 듯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선대위 차원의 공식 논평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정책으로 정정당당하게 선거하자는 게 기본 기조인데, 멸공 논란처럼 선거를 색깔론 등 진흙탕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는 사안은 참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이준석 "가볍고 익살스럽게 대응한 것"


멸공 논란이 확대되자 국민의힘은 한 발을 빼는 모양샙니다.

윤석열 후보는 10일 멸공챌린지에 대해 비판 여론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산 것일 뿐"이라면서 "멸치 육수를 많이 먹어서 멸치는 자주 사는 편이고, 아침에 콩국 해놨다가 많이 먹기 때문에 콩도 늘 사는 품목"이라고 답했습니다. (윤 후보가 산 멸치는 <조림용> 이었습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정책 대결 아닌 이념 대결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헌법 질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나가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단순히 장을 봤을 뿐이니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해석을 하지 말라면서도, 이념 대결의 의미가 없다고는 명확히 하지 않은 겁니다.

이준석 당 대표도 거들었습니다.

이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윤석열 후보가 가볍고 익살스럽게 대응한 걸 주변에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후보의 모든 행보 하나하나를 너무 깊게 관찰하시는 분들이 이를 '챌린지'로 이어나가시는 게 과한 것"이라면서 윤 후보의 멸공 해시태그와 이어진 국민의힘 인사들의 멸공챌린지를 구분 대응했습니다.

국민의힘 측 설명을 종합하면, 윤석열 후보는 젊은 층의 감각에 맞게 재미있게 표현한 것일 뿐인데, 주변 인물들이 이를 멸공챌린지로 보고 참전하면서 그 뜻이 왜곡·확대됐다는 겁니다.


■ 정의당 "멸공 논란, 염치가 없어도 도를 넘었다"

공식 논평을 내고 강하게 비판한 건 정의당이었습니다.

정의당은 "1987년 이전 군부독재 정부의 지향이 2022년 대선에서 다시 소환되고 있다"면서 "멸공이라는 단어가 우리 역사에서 가진 상징성을 고민한다면 차마 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멸공이라는 국시 아래 탄압받은 수많은 민주화 투사들의 노력과 헌신 덕분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대선도 출마하고 기업 활동도 하는 당사자들이 재미 삼아 멸공을 말한다니, 제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도를 넘어섰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다가,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호남 출신 이용호 의원은 9일 SNS를 통해 "표현의 자유는 존중한다. 그러나 좌우 막론하고 멸공을 외칠 때는 아니다"며 이제 멈춰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의원은 "멸공은 1950∼1960년대 한국전쟁 후 구호일 뿐 지금은 누가 뭐래도 남북 평화 공존의 시대"라고 강조했습니다.

김근식 선대위 전 비전전략실장도 10일 CBS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극단적인 우파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고 멸공이라는 단어가 갖는 섬뜩함이 있어서 2022년에 정치적으로 쓸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된다"면서 "정치인들의 릴레이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여심야심] ‘멸공’으로 부활한 멸치와 콩
    • 입력 2022-01-10 18:35:44
    • 수정2022-01-10 18:36:11
    여심야심

원래 정치권에서 멸치의 원조 격은 YS, 즉 김영삼 전 대통령입니다.

김 전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 씨가 경남 거제에서 큰 멸치 선단을 운영했고, 여기서 나온 멸치를 주요 정치인들이나 민주화 동지들에게 선물로 종종 보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깁니다.

그리고 이 멸치는 'YS멸치' 또는 '민주 멸치'라고도 불렸습니다.


■ 멸치, '멸공'으로 부활하다

그런데 이 멸치가 이번에는 '멸공'의 상징이 돼서 정치권에서 부활했습니다. 멸공은 군가 '멸공의 횃불'에 대표적으로 사용됐으며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뜻입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SNS (지난 6일)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SNS (지난 6일)

지난 6일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SNS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이 시작이었습니다.

신세계 정 부회장의 게시물이 올라온 다음날(7일) 조국 전 장관이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다"라고 공격했고, 윤 후보는 여기에 곧바로 대응했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SNS (지난 7일)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SNS (지난 7일)

하루만인 8일 윤 후보는 신세계가 운영하는 이마트 이수점을 찾아 장을 보는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보란 듯이 멸치와 콩을 사는 모습이 포착됐고 #멸치, #콩을 해시태그로도 사용했습니다. 멸치와 콩의 첫 글자를 따면 '멸콩'으로 '멸공'과 비슷하다는 걸 활용한 겁니다.

이후 윤 후보와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멸치와 콩을 곁들여 식사하는 장면을,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역시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으로 장을 보는 사진을 올리는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멸공 챌린지가 릴레이처럼 이어졌습니다.


■ 민주당 "일베 같은 놀이"

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

당초 민주당은 주말 내내 이어진 국민의힘의 멸공 행렬에 공식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9일 "2022년에 멸공을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멸치와 콩으로 장난처럼 던지는 메시지가 너무 유치해서 공식 대응은 안 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가 좀 바뀌었습니다.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이 직접 나섰습니다.

송영길 당 대표는 10일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측에 대해 "달걀, 파, 콩, 멸치를 사면서 일베 같은 놀이를 하고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송 대표는 "멸치 논란으로 색깔론을 가지고 표를 가르는 모습이 참 유치해 보인다"면서 " 나라를 끌고 가기에는 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는 윤호중 원내대표가 입을 열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유통업체 대표의 '멸공 놀이'를 말려도 시원찮을 판인데 따라 하는 것을 보니 역시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경원 전 의원과 대놓고 일베 놀이를 즐기면서 도로 극우 보수의 품으로 돌아간 듯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선대위 차원의 공식 논평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정책으로 정정당당하게 선거하자는 게 기본 기조인데, 멸공 논란처럼 선거를 색깔론 등 진흙탕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는 사안은 참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이준석 "가볍고 익살스럽게 대응한 것"


멸공 논란이 확대되자 국민의힘은 한 발을 빼는 모양샙니다.

윤석열 후보는 10일 멸공챌린지에 대해 비판 여론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산 것일 뿐"이라면서 "멸치 육수를 많이 먹어서 멸치는 자주 사는 편이고, 아침에 콩국 해놨다가 많이 먹기 때문에 콩도 늘 사는 품목"이라고 답했습니다. (윤 후보가 산 멸치는 <조림용> 이었습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정책 대결 아닌 이념 대결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헌법 질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나가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단순히 장을 봤을 뿐이니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해석을 하지 말라면서도, 이념 대결의 의미가 없다고는 명확히 하지 않은 겁니다.

이준석 당 대표도 거들었습니다.

이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윤석열 후보가 가볍고 익살스럽게 대응한 걸 주변에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후보의 모든 행보 하나하나를 너무 깊게 관찰하시는 분들이 이를 '챌린지'로 이어나가시는 게 과한 것"이라면서 윤 후보의 멸공 해시태그와 이어진 국민의힘 인사들의 멸공챌린지를 구분 대응했습니다.

국민의힘 측 설명을 종합하면, 윤석열 후보는 젊은 층의 감각에 맞게 재미있게 표현한 것일 뿐인데, 주변 인물들이 이를 멸공챌린지로 보고 참전하면서 그 뜻이 왜곡·확대됐다는 겁니다.


■ 정의당 "멸공 논란, 염치가 없어도 도를 넘었다"

공식 논평을 내고 강하게 비판한 건 정의당이었습니다.

정의당은 "1987년 이전 군부독재 정부의 지향이 2022년 대선에서 다시 소환되고 있다"면서 "멸공이라는 단어가 우리 역사에서 가진 상징성을 고민한다면 차마 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멸공이라는 국시 아래 탄압받은 수많은 민주화 투사들의 노력과 헌신 덕분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대선도 출마하고 기업 활동도 하는 당사자들이 재미 삼아 멸공을 말한다니, 제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도를 넘어섰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다가,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호남 출신 이용호 의원은 9일 SNS를 통해 "표현의 자유는 존중한다. 그러나 좌우 막론하고 멸공을 외칠 때는 아니다"며 이제 멈춰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의원은 "멸공은 1950∼1960년대 한국전쟁 후 구호일 뿐 지금은 누가 뭐래도 남북 평화 공존의 시대"라고 강조했습니다.

김근식 선대위 전 비전전략실장도 10일 CBS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극단적인 우파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고 멸공이라는 단어가 갖는 섬뜩함이 있어서 2022년에 정치적으로 쓸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된다"면서 "정치인들의 릴레이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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