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리’ 적발 됐는데…비위간부 징계 대신 ‘문책성 연수’

입력 2022.0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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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자신의 친척을 항만터미널에 취업시키려 항운노조 간부에게 수 천만 원을 건넨 간부가 '징계' 대신 '연수'를 가게 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부산항만공사가 회삿돈으로 수천만 원짜리 대학 연수를 보내 주기로 한 건데요, 특혜가 아니라 자숙의 시간을 가지라는 문책성 연수라는 해명이었습니다.

부산항운노조 조합원들이 부산항운노조와 부산항만공사의 유착 관계  비리에 대한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년  12월1일,  부산지방경찰청 앞)부산항운노조 조합원들이 부산항운노조와 부산항만공사의 유착 관계 비리에 대한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년 12월1일, 부산지방경찰청 앞)

■ 항운노조 조합원 폭로로 취업알선 뇌물수수 비리 드러나

지난해 12월 부산항만공사 고위 간부가 2천만 원을 항운노조 간부에게 주고, 자신의 친척을 항만터미널에 취직시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실은 돈을 직접 받은 부산항운노조 조합원의 폭로 기자회견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항만공사는 기자회견 직후 이 간부를 직위 해제하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감사실 조사에서 2012년 이 간부가 항운노조 간부에게 현금 2천만 원을 건네고, 자신의 친척을 항만터미널에 취업시킨 것으로 확인됐고, 본인도 인정했습니다. 감사실은 명백한 윤리강령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항만공사 측은 아직까지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부산항만공사 감사실 관계자는 "해양수산부가 이 건에 대해 감사를 하겠다고 통보해 왔고, 부산경찰청도 수사하고 있어 결과를 보고 결정하지는 취지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 수천만 원짜리 연수가 '문책성 연수'? …부산항만공사의 '취업 비리' 대처법

부산항만공사는 최근 이 간부를 징계하는 대신 부산대학교 경제통상연구원에서 하는 '공기업 리더십 과정'에 연수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공기업 관리자를 육성하기 위한 연수 프로그램으로 1년 과정에 4급 이상 공기업 간부만 들을 수 있는 과정입니다. 학비만 한 해 2천2백만 원입니다.

교육비 부담은 부산항만공사가 하고, 비위 간부는 직무수당만 빼고 연봉도 그대로 받습니다. 부산항만공사는 이 연수를 "문책성 연수"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부원 부산항만공사 경영본부장은 "교육을 보낸다 하는 것은 가서 편히 있으라는 그런 뜻은 아닙니다. 자기도 얼마나 힘들고 괴롭겠습니까? 그래서 자기를 뒤돌아 보고 성찰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입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국립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수천만 원짜리 공기업 리더십 연수가 비위 간부들이 받는 정신 교육으로 둔갑한 겁니다.



■ "항만공사가 앞장서 항만 취업 비리 부추기는 거냐" 비판 목소리 높아

비위 간부에게 징계 대신 특혜 교육을 시켜주자 내부에서는 항만 관리 권한을 가진 부산항만공사가 항만 취업 비리를 부추기는 모양새가 됐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부산항만공사 노조 관계자는 "비위를 저지르고도 불이익은커녕 연수까지 가게 되면 누가 청렴의무를 지키겠냐"며 "경영진을 비판하는 내부 목소리가 크다."고 한탄했습니다.

부산항만공사 한 직원은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해양수산부 차관까지 지냈고, 취임 초기 혁신 경영을 내세우며 경영성과를 강조했는데, 이번 조치로 '혁신 경영' 구호가 무색하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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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비리’ 적발 됐는데…비위간부 징계 대신 ‘문책성 연수’
    • 입력 2022-01-11 07:00:05
    취재K
자신의 친척을 항만터미널에 취업시키려 항운노조 간부에게 수 천만 원을 건넨 간부가 '징계' 대신 '연수'를 가게 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부산항만공사가 회삿돈으로 수천만 원짜리 대학 연수를 보내 주기로 한 건데요, 특혜가 아니라 자숙의 시간을 가지라는 문책성 연수라는 해명이었습니다. <br />
부산항운노조 조합원들이 부산항운노조와 부산항만공사의 유착 관계  비리에 대한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년  12월1일,  부산지방경찰청 앞)
■ 항운노조 조합원 폭로로 취업알선 뇌물수수 비리 드러나

지난해 12월 부산항만공사 고위 간부가 2천만 원을 항운노조 간부에게 주고, 자신의 친척을 항만터미널에 취직시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실은 돈을 직접 받은 부산항운노조 조합원의 폭로 기자회견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항만공사는 기자회견 직후 이 간부를 직위 해제하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감사실 조사에서 2012년 이 간부가 항운노조 간부에게 현금 2천만 원을 건네고, 자신의 친척을 항만터미널에 취업시킨 것으로 확인됐고, 본인도 인정했습니다. 감사실은 명백한 윤리강령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항만공사 측은 아직까지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부산항만공사 감사실 관계자는 "해양수산부가 이 건에 대해 감사를 하겠다고 통보해 왔고, 부산경찰청도 수사하고 있어 결과를 보고 결정하지는 취지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 수천만 원짜리 연수가 '문책성 연수'? …부산항만공사의 '취업 비리' 대처법

부산항만공사는 최근 이 간부를 징계하는 대신 부산대학교 경제통상연구원에서 하는 '공기업 리더십 과정'에 연수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공기업 관리자를 육성하기 위한 연수 프로그램으로 1년 과정에 4급 이상 공기업 간부만 들을 수 있는 과정입니다. 학비만 한 해 2천2백만 원입니다.

교육비 부담은 부산항만공사가 하고, 비위 간부는 직무수당만 빼고 연봉도 그대로 받습니다. 부산항만공사는 이 연수를 "문책성 연수"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부원 부산항만공사 경영본부장은 "교육을 보낸다 하는 것은 가서 편히 있으라는 그런 뜻은 아닙니다. 자기도 얼마나 힘들고 괴롭겠습니까? 그래서 자기를 뒤돌아 보고 성찰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입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국립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수천만 원짜리 공기업 리더십 연수가 비위 간부들이 받는 정신 교육으로 둔갑한 겁니다.



■ "항만공사가 앞장서 항만 취업 비리 부추기는 거냐" 비판 목소리 높아

비위 간부에게 징계 대신 특혜 교육을 시켜주자 내부에서는 항만 관리 권한을 가진 부산항만공사가 항만 취업 비리를 부추기는 모양새가 됐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부산항만공사 노조 관계자는 "비위를 저지르고도 불이익은커녕 연수까지 가게 되면 누가 청렴의무를 지키겠냐"며 "경영진을 비판하는 내부 목소리가 크다."고 한탄했습니다.

부산항만공사 한 직원은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해양수산부 차관까지 지냈고, 취임 초기 혁신 경영을 내세우며 경영성과를 강조했는데, 이번 조치로 '혁신 경영' 구호가 무색하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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