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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밤마다 스프레이 들고 나서는 아프간 여성들…변화 가져올까
입력 2022.01.12 (10:47) 특파원 리포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등장한  ‘벽 메시지’ (출처 : 트위터 @afgwomenmovement)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등장한 ‘벽 메시지’ (출처 : 트위터 @afgwomenmovement)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혹독한 추위에, 그리고 혹독한 가난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아프간 여성들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여성들의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탈레반 정권의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탈레반 정권이 다시 카불을 점령할 때부터 종종 시위를 벌여왔습니다.

얼굴과 몸을 모두 가리는 검은 부르카를 벗고 거리행진을 하기도 하고, 외국 언론에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드러내왔습니다.

하지만 탈레반 정권 하에서 쉽지 않았고 시위를 취재하는 취재진을 구타하는 일이 생기자, 여성들은 시위 방식을 바꿨습니다.

밤에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구호를 쓰는 여성 (출처 : 트위터 @afgwomenmovement)밤에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구호를 쓰는 여성 (출처 : 트위터 @afgwomenmovement)

■ 밤마다 스프레이를 들고 여성 권리 요구 "부르카는 히잡이 아니다"

최근 SNS에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 벽 곳곳에 쓰여진 구호를 찍은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간 여성 단체들은 어두운 밤 히잡을 쓴 여성이 스프레이를 들고 담벼락에 구호를 쓰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대낮 시위가 탈레반으로부터 위협받자, 아프간 여성들이 이를 피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택한 방법입니다.

"부르카는 히잡이 아니다"
"여성의 권리에 반하는 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우리는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프간 여성들의 '벽메시지' 구호들 中)

(*부르카 : 이슬람 여성들의 의상 가운데 하나. 눈 부위만 망사로 되어있으며 전신을 모두 가리는 의상
*히잡 :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 등을 가리기 위해 쓰는 스카프의 일종)

벽에 적힌 구호들은 대부분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와 일을 할 권리, 부르카를 쓰지 않을 권리 등을 주장하는 내용들입니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재집권 당시 여성 인권 존중 등 여러가지 변화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이 수업을 받을 수 없고, 여학생들은 여 선생님으로부터 교육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많은 학교에서 여학생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여성들의 취업도 제한했는데, 특히 여성 언론인의 84%가 실직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습니다.

탈레반이 재집권하면서 거리에서 지워졌던 여성 광고들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으며, 여성의 TV 드라마 출연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은 방송 지침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아버지 또는 남자 형제 등 가까운 친척 남성과 동행하지 않은 채 72km 이상의 장거리 여행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권선징악부는 최근 부르카를 입은 여성의 이미지와 함께 "반드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붙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탈레반 집권 초기부터 지적됐지만 여전히 내각에는 여성이 한 명도 없습니다.

위 : 아프간 여성들의 전통의상 시위(출처 : SNS #DoNotTouchMyClothes)/ 아래 : 거리 시위 나선 아프간 여성들(지난 1월 11일, 카불)위 : 아프간 여성들의 전통의상 시위(출처 : SNS #DoNotTouchMyClothes)/ 아래 : 거리 시위 나선 아프간 여성들(지난 1월 11일, 카불)

■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 높여 온 아프간 여성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이같은 상황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탈레반 집권 초기 수도 카불과 헤라트, 마자르-이-샤리프 등 여러 지역에서 여성들은 거리로 나와 용감하게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프간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수 십 명씩 모여 게릴라식 시위를 벌여 왔습니다. 여성들의 교육 기회와 일 할 권리 등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내각에 여성을 포함시켜 줄 것도 꾸준히 요구했습니다.

SNS 상에서도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있었던 #DoNotTouchMyClothes(내 옷에 손대지 말라)는 SNS 해시태그 시위가 대표적입니다.

탈레반이 강요하는 검정색의 부르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아프가니스탄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들을 올린 겁니다.

이 시위는 SNS상에서 많은 지지를 얻었고 아프간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는 데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강조하는 안내문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강조하는 안내문

■ '내각에 여성 참여 방안 논의하겠다'는 탈레반, 변할 수 있을까

탈레반은 지난해 12월 강제결혼 금지령 등을 포함하는 여성 인권 신장 조치들을 내놨습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 아쿤드자다는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특별 포고령을 발표했는데, '누구도 결혼을 강요할 수 없다', '여성의 재혼 여부는 스스로 결정한다', '여성은 소유물이 아니다' 등의 6개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어린 소녀의 매매혼 등으로 논란이 되자 내놓은 조치인데, 다만 여성의 일할 권리와 교육권 보장 등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내각에 여성을 포함하는 것과 관련해 "여성 권리 등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의견을 종교학자들이 제시하면 국정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집권 이후 끊임없이 '여성 인권을 존중하는 변화된 모습'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인정을 요구해 온 탈레반.

하지만 당사자인 아프간 여성들이 느끼지 못하는 변화를 '변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 [특파원 리포트] 밤마다 스프레이 들고 나서는 아프간 여성들…변화 가져올까
    • 입력 2022-01-12 10:47:01
    특파원 리포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등장한  ‘벽 메시지’ (출처 : 트위터 @afgwomenmovement)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등장한 ‘벽 메시지’ (출처 : 트위터 @afgwomenmovement)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혹독한 추위에, 그리고 혹독한 가난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아프간 여성들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여성들의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탈레반 정권의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탈레반 정권이 다시 카불을 점령할 때부터 종종 시위를 벌여왔습니다.

얼굴과 몸을 모두 가리는 검은 부르카를 벗고 거리행진을 하기도 하고, 외국 언론에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드러내왔습니다.

하지만 탈레반 정권 하에서 쉽지 않았고 시위를 취재하는 취재진을 구타하는 일이 생기자, 여성들은 시위 방식을 바꿨습니다.

밤에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구호를 쓰는 여성 (출처 : 트위터 @afgwomenmovement)밤에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구호를 쓰는 여성 (출처 : 트위터 @afgwomenmovement)

■ 밤마다 스프레이를 들고 여성 권리 요구 "부르카는 히잡이 아니다"

최근 SNS에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 벽 곳곳에 쓰여진 구호를 찍은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간 여성 단체들은 어두운 밤 히잡을 쓴 여성이 스프레이를 들고 담벼락에 구호를 쓰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대낮 시위가 탈레반으로부터 위협받자, 아프간 여성들이 이를 피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택한 방법입니다.

"부르카는 히잡이 아니다"
"여성의 권리에 반하는 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우리는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프간 여성들의 '벽메시지' 구호들 中)

(*부르카 : 이슬람 여성들의 의상 가운데 하나. 눈 부위만 망사로 되어있으며 전신을 모두 가리는 의상
*히잡 :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 등을 가리기 위해 쓰는 스카프의 일종)

벽에 적힌 구호들은 대부분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와 일을 할 권리, 부르카를 쓰지 않을 권리 등을 주장하는 내용들입니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재집권 당시 여성 인권 존중 등 여러가지 변화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이 수업을 받을 수 없고, 여학생들은 여 선생님으로부터 교육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많은 학교에서 여학생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여성들의 취업도 제한했는데, 특히 여성 언론인의 84%가 실직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습니다.

탈레반이 재집권하면서 거리에서 지워졌던 여성 광고들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으며, 여성의 TV 드라마 출연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은 방송 지침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아버지 또는 남자 형제 등 가까운 친척 남성과 동행하지 않은 채 72km 이상의 장거리 여행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권선징악부는 최근 부르카를 입은 여성의 이미지와 함께 "반드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붙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탈레반 집권 초기부터 지적됐지만 여전히 내각에는 여성이 한 명도 없습니다.

위 : 아프간 여성들의 전통의상 시위(출처 : SNS #DoNotTouchMyClothes)/ 아래 : 거리 시위 나선 아프간 여성들(지난 1월 11일, 카불)위 : 아프간 여성들의 전통의상 시위(출처 : SNS #DoNotTouchMyClothes)/ 아래 : 거리 시위 나선 아프간 여성들(지난 1월 11일, 카불)

■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 높여 온 아프간 여성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이같은 상황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탈레반 집권 초기 수도 카불과 헤라트, 마자르-이-샤리프 등 여러 지역에서 여성들은 거리로 나와 용감하게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프간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수 십 명씩 모여 게릴라식 시위를 벌여 왔습니다. 여성들의 교육 기회와 일 할 권리 등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내각에 여성을 포함시켜 줄 것도 꾸준히 요구했습니다.

SNS 상에서도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있었던 #DoNotTouchMyClothes(내 옷에 손대지 말라)는 SNS 해시태그 시위가 대표적입니다.

탈레반이 강요하는 검정색의 부르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아프가니스탄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들을 올린 겁니다.

이 시위는 SNS상에서 많은 지지를 얻었고 아프간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는 데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강조하는 안내문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강조하는 안내문

■ '내각에 여성 참여 방안 논의하겠다'는 탈레반, 변할 수 있을까

탈레반은 지난해 12월 강제결혼 금지령 등을 포함하는 여성 인권 신장 조치들을 내놨습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 아쿤드자다는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특별 포고령을 발표했는데, '누구도 결혼을 강요할 수 없다', '여성의 재혼 여부는 스스로 결정한다', '여성은 소유물이 아니다' 등의 6개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어린 소녀의 매매혼 등으로 논란이 되자 내놓은 조치인데, 다만 여성의 일할 권리와 교육권 보장 등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내각에 여성을 포함하는 것과 관련해 "여성 권리 등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의견을 종교학자들이 제시하면 국정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집권 이후 끊임없이 '여성 인권을 존중하는 변화된 모습'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인정을 요구해 온 탈레반.

하지만 당사자인 아프간 여성들이 느끼지 못하는 변화를 '변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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