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주민, 더 오래 살고 덜 아프다”

입력 2022.01.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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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강남3구'로 불리는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주민들이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건강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명은 더 길고,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더 낮은 것이다.

■ 건강지표 1등은 송파구…서초구·강남구가 2등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건강 관련 특성과 여건을 분석한 '2020 서울시 지역사회 건강 프로파일'을 펴냈다고 오늘(12일) 밝혔다.

여기엔 노인·기초생활수급자 비율 등 인구 특성부터 주민들의 교육 수준, 자치구의 예산, 의료기관 현황, 흡연율·음주율 등 생활습관까지 망라돼있다.

이 모든 요소는 결국 '건강 결과'를 통해 요약된다. 한 마디로, 누가 더 건강하냐다.


1등은 송파구였다. 15개 지표 가운데 무려 11개 지표에서 상위 5개구 안에 들었다. 그 다음은 강남구와 서초구였다. 각각 9개 지표에서 상위 5개구 안에 들었다. 강남3구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한 셈이다.

도표로 그려보면 그 차이는 한눈에 확인된다. 암과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병 사망률이나 고혈압·당뇨병 진단율 등 소위 '나쁜 지표'는 죄다 낮은데, 기대여명 같은 '좋은 지표'는 평균을 뛰어넘었다.

2017년에서 2019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의 기대여명은 서초구가 84.48살로 가장 길었다. 강북구는 81.89살로 가장 짧았다.

2017~2019년의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을 보면, 가장 낮은 구는 서초구로 228.1명이었다. 반면 가장 높은 구는 강북구로 326.2명, 그 격차는 1.4배로 나타났다.

암 사망률과 심장질환 사망률이 낮은 구는 강남구였고, 뇌혈관질환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구는 서초구였다.

■ 강남구엔 도봉구보다 4배 많은 병원이 있다

통계상 차이가 두드러진 부분은 또 있다. 가지고 있는 보건의료 자원이다. 앞서 본 건강한 자치구, 강남3구의 보건의료 자원은 전체적으로 서울시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인구 1만 명당 보건의료기관 수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강남구로 49.9개소였다. 가장 낮은 자치구인 도봉구는 11.3개소였으니, 4배가 넘게 차이 나는 셈이다.

도봉구의 경우, 서울시 평균에 미치는 의료자원이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의 경우 가장 많은 자치구는 종로구로 159.5명이었는데, 가장 낮은 관악구는 11.8명이었다. 차이가 13배에 달했다. 인구 1만 명당 간호사 수의 경우, 가장 높은 자치구인 종로구는 261.4명, 가장 낮은 자치구인 마포구는 10.3명으로 역시 25배 넘게 차이가 났다.

종로구의 경우 대형 병원이 있으면서 인구 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이런 통계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 "'의료자원 쏠림'은 정책으로 해소 가능…여기서부터 시작해야"

그렇다면 이러한 의료자원 쏠림 문제를 해결하면, 자치구간 건강 격차가 사라질까?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캐나다의 보건부 장관이었던 마크 라론드는 1974년 '라론드 보고서(Lalonde Report)'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의료서비스, 생활습관 등 4가지로 분류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의 큰 영향을 주는 건 바로 생활습관이라고 말이다.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의료서비스가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강남3구의 경우 생활습관도 우수한 편이었다. 2019년 기준으로, 서초구는 남성 현재 흡연율이 26.0%, 고위험 음주율이 9.4%로 25개 자치구 중에 가장 낮았다. 강남구도 각각 27.1%, 11.2%로 모두 서울시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흡연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광진구로 39.5%, 고위험 음주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동대문구로 22.3%에 달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통해 직접 손을 댈 수 있는 요소는 의료서비스뿐일 것이다. 아직도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라면, 여기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도시보건정책본부의 지남주 정책소통팀장은 "건강지표에는 지역경제 수준이나 고용률 등의 요소들도 종합적으로 반영됐을 것"이라면서도 "나머지는 정책으로 중재하기 어렵다면, 보건의료자원은 각 구청장의 의지 등으로 인력 충원과 조정 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시와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지역별 의료기관의 인력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공감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 팀장은 "지역의 보건의료수준 차이는 결국 건강 차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문제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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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3구 주민, 더 오래 살고 덜 아프다”
    • 입력 2022-01-12 18:00:35
    취재K

이른바 '강남3구'로 불리는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주민들이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건강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명은 더 길고,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더 낮은 것이다.

■ 건강지표 1등은 송파구…서초구·강남구가 2등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건강 관련 특성과 여건을 분석한 '2020 서울시 지역사회 건강 프로파일'을 펴냈다고 오늘(12일) 밝혔다.

여기엔 노인·기초생활수급자 비율 등 인구 특성부터 주민들의 교육 수준, 자치구의 예산, 의료기관 현황, 흡연율·음주율 등 생활습관까지 망라돼있다.

이 모든 요소는 결국 '건강 결과'를 통해 요약된다. 한 마디로, 누가 더 건강하냐다.


1등은 송파구였다. 15개 지표 가운데 무려 11개 지표에서 상위 5개구 안에 들었다. 그 다음은 강남구와 서초구였다. 각각 9개 지표에서 상위 5개구 안에 들었다. 강남3구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한 셈이다.

도표로 그려보면 그 차이는 한눈에 확인된다. 암과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병 사망률이나 고혈압·당뇨병 진단율 등 소위 '나쁜 지표'는 죄다 낮은데, 기대여명 같은 '좋은 지표'는 평균을 뛰어넘었다.

2017년에서 2019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의 기대여명은 서초구가 84.48살로 가장 길었다. 강북구는 81.89살로 가장 짧았다.

2017~2019년의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을 보면, 가장 낮은 구는 서초구로 228.1명이었다. 반면 가장 높은 구는 강북구로 326.2명, 그 격차는 1.4배로 나타났다.

암 사망률과 심장질환 사망률이 낮은 구는 강남구였고, 뇌혈관질환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구는 서초구였다.

■ 강남구엔 도봉구보다 4배 많은 병원이 있다

통계상 차이가 두드러진 부분은 또 있다. 가지고 있는 보건의료 자원이다. 앞서 본 건강한 자치구, 강남3구의 보건의료 자원은 전체적으로 서울시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인구 1만 명당 보건의료기관 수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강남구로 49.9개소였다. 가장 낮은 자치구인 도봉구는 11.3개소였으니, 4배가 넘게 차이 나는 셈이다.

도봉구의 경우, 서울시 평균에 미치는 의료자원이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의 경우 가장 많은 자치구는 종로구로 159.5명이었는데, 가장 낮은 관악구는 11.8명이었다. 차이가 13배에 달했다. 인구 1만 명당 간호사 수의 경우, 가장 높은 자치구인 종로구는 261.4명, 가장 낮은 자치구인 마포구는 10.3명으로 역시 25배 넘게 차이가 났다.

종로구의 경우 대형 병원이 있으면서 인구 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이런 통계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 "'의료자원 쏠림'은 정책으로 해소 가능…여기서부터 시작해야"

그렇다면 이러한 의료자원 쏠림 문제를 해결하면, 자치구간 건강 격차가 사라질까?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캐나다의 보건부 장관이었던 마크 라론드는 1974년 '라론드 보고서(Lalonde Report)'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의료서비스, 생활습관 등 4가지로 분류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의 큰 영향을 주는 건 바로 생활습관이라고 말이다.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의료서비스가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강남3구의 경우 생활습관도 우수한 편이었다. 2019년 기준으로, 서초구는 남성 현재 흡연율이 26.0%, 고위험 음주율이 9.4%로 25개 자치구 중에 가장 낮았다. 강남구도 각각 27.1%, 11.2%로 모두 서울시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흡연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광진구로 39.5%, 고위험 음주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동대문구로 22.3%에 달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통해 직접 손을 댈 수 있는 요소는 의료서비스뿐일 것이다. 아직도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라면, 여기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도시보건정책본부의 지남주 정책소통팀장은 "건강지표에는 지역경제 수준이나 고용률 등의 요소들도 종합적으로 반영됐을 것"이라면서도 "나머지는 정책으로 중재하기 어렵다면, 보건의료자원은 각 구청장의 의지 등으로 인력 충원과 조정 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시와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지역별 의료기관의 인력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공감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 팀장은 "지역의 보건의료수준 차이는 결국 건강 차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문제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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