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궁지에 몰린 ‘괴짜 총리’…코로나19에 허둥댄 정부에 화난 영국민

입력 2022.01.13 (10:33) 수정 2022.01.13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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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봉쇄 중 총리실 파티 인정하고 사과

한때 ‘영국의 트럼프’로 불릴 만큼 기행과 각종 구설로 유명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영국의 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총리를 추궁하자 그는 “미국 대통령과 잘 지내는 게 영국 총리의 중요한 임무’라고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괴짜’에 대해 너그러운 영국민들은 그런 그를 싫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언론인 시절 ‘기사를 조작 ‘한 일로 해직된 그는 이후 런던 시장으로, 영국 외무장관으로 또 영국 총리로 승승장구해왔다.

그런 그가 이른바 ‘파티 게이트 ‘로 강한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이미 커밍스 전 보좌관의 폭로로 2020년 말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존슨 총리.
최근에는 2020년 5월에도 총리실 관저에서 존슨 총리를 포함해 수십 명이 음주와 함께 모임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당시 영국 정부는 강력한 코로나 19 봉쇄령을 내려 일반 시민은 3명 이상이 사적 모임을 해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영국 가디언지는 존슨 총리가 당시 총리실 뒷마당에서 직원들과 와인을 마시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영국 가디언에 실린 봉쇄 중 총리실 뒷마당 모임 사진. (2020년 5월 15일) 영국 가디언에 실린 봉쇄 중 총리실 뒷마당 모임 사진. (2020년 5월 15일)

현지 시간 1월 12일, 하원에 출석한 존슨 총리는 당시 모임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규정을 만드는 사람들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 파티에 관해 자신이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 보수당 내에서도 존슨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락가락 정부 방역정책에 깊은 내상 입은 영국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다면 첫 번째 변이인 알파 변이는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의 누적 확진자는 1,486만 명(세계 4위), 누적 사망자는 15만 명(세계 7위)이다.
인구 비율을 감안하면 세계 주요국가 가운데 코로나 19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나라로 손꼽힌다. 영국 정부가 이런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영국 정부의 방역 정책은 그동안 일관성 없이 그때그때 여론 상황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이어왔다.
커밍스 전 보좌관의 폭로에 따르면 존슨 정부는 코로나 19 초기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자에서 나온다며 경제적 손실을 주는 봉쇄에 반대한 거로 나온다.

영국발 알파 변이가 확산하기 시작하던 때 총리실 크리스마스 파티 의혹이 나왔고, 내각의 주요 각료는 해외여행을 떠났으며, 행콕 전 보건장관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 와중에 연인과 키스를 하는 장면이 공개돼 사임하기도 했다.

봉쇄 완화 발표하며 펍 찾은 존슨 총리(좌) 사회적 거리 두기 위반으로 사임한 행콕 전 영국 보건장관(우) 봉쇄 완화 발표하며 펍 찾은 존슨 총리(좌) 사회적 거리 두기 위반으로 사임한 행콕 전 영국 보건장관(우)

발 빠른 백신 정책을 시행해 코로나 19를 진정시키는 듯 했으나 서둘러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마스크를 벗었던 영국민들은 델타 변이가 발생하면서 다시 큰 희생을 치렀다.
남아공에서 시작한 오미크론 변이가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가장 먼저 맹위를 떨친 곳도 영국이었다.
존슨 총리의 방역 정책은 무방비-강력한 봉쇄-일상 회복-재봉쇄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갔고 팬데믹 기간 내내 영국 전체가 코로나 19 실험장이 되는 듯한 상황이 펼쳐졌다.

■괴짜에 너그러웠던 영국민, 존슨 총리에 등 돌리나?

본인 스스로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곤욕을 치렀던 존슨 총리.
각료와 보좌관, 대변인 등이 줄줄이 각종 구설에 휘말려 사임을 하는 와중에도 존슨 총리는 화려한 말솜씨로 본인을 향한 각종 의혹을 회피해왔고, 팬데믹 기간이었지만 G7 정상회의와 기후변화 총회의 의장을 맡아 코로나19 방역정책의 그늘을 국제 외교의 스포트라이트로 감추기도 했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분위기다. 존슨 총리가 완성 시킨 브렉시트가 경제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성적표가 나오기 시작했다.
럽에서 건너오던 트럭운전사들이 사라지면서 식료품과 에너지 대란을 겪기도 했다. 존슨 총리와 함께 브렉시트를 지휘했던 프로스트 브렉시트 부장관은 정부의 방역정책에 반기를 들며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17일 끝난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의 텃밭이었던 잉글랜드 중부 노스 슈롭셔에서 자유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일은 영국 정치권에 충격을 던졌다.
189년 동안 단 2년을 제외하곤 줄곧 보수당이 승리했던 선거구를 잃은 것이다.

 영국 하원에 출석해 총리실 파티 인정하고 사과한 존슨 총리 영국 하원에 출석해 총리실 파티 인정하고 사과한 존슨 총리

그동안 영국 의회에서 야당의원들의 모진 공세에도 때론 거칠게, 때론 유머 있게 맞받아쳐 왔던 존슨 영국 총리.
하지만 ‘파티 게이트 ‘를 사과하는 자리에서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파티는 끝났다. 남은 문제는 국민이 쫓아낼 것인가, 보수당에서 내보낼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BC는 이번 이슈가 쉽사리 덮이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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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궁지에 몰린 ‘괴짜 총리’…코로나19에 허둥댄 정부에 화난 영국민
    • 입력 2022-01-13 10:33:18
    • 수정2022-01-13 12:49:02
    특파원 리포트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봉쇄 중 총리실 파티 인정하고 사과

한때 ‘영국의 트럼프’로 불릴 만큼 기행과 각종 구설로 유명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영국의 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총리를 추궁하자 그는 “미국 대통령과 잘 지내는 게 영국 총리의 중요한 임무’라고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괴짜’에 대해 너그러운 영국민들은 그런 그를 싫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언론인 시절 ‘기사를 조작 ‘한 일로 해직된 그는 이후 런던 시장으로, 영국 외무장관으로 또 영국 총리로 승승장구해왔다.

그런 그가 이른바 ‘파티 게이트 ‘로 강한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이미 커밍스 전 보좌관의 폭로로 2020년 말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존슨 총리.
최근에는 2020년 5월에도 총리실 관저에서 존슨 총리를 포함해 수십 명이 음주와 함께 모임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당시 영국 정부는 강력한 코로나 19 봉쇄령을 내려 일반 시민은 3명 이상이 사적 모임을 해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영국 가디언지는 존슨 총리가 당시 총리실 뒷마당에서 직원들과 와인을 마시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영국 가디언에 실린 봉쇄 중 총리실 뒷마당 모임 사진. (2020년 5월 15일)
현지 시간 1월 12일, 하원에 출석한 존슨 총리는 당시 모임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규정을 만드는 사람들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 파티에 관해 자신이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 보수당 내에서도 존슨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락가락 정부 방역정책에 깊은 내상 입은 영국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다면 첫 번째 변이인 알파 변이는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의 누적 확진자는 1,486만 명(세계 4위), 누적 사망자는 15만 명(세계 7위)이다.
인구 비율을 감안하면 세계 주요국가 가운데 코로나 19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나라로 손꼽힌다. 영국 정부가 이런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영국 정부의 방역 정책은 그동안 일관성 없이 그때그때 여론 상황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이어왔다.
커밍스 전 보좌관의 폭로에 따르면 존슨 정부는 코로나 19 초기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자에서 나온다며 경제적 손실을 주는 봉쇄에 반대한 거로 나온다.

영국발 알파 변이가 확산하기 시작하던 때 총리실 크리스마스 파티 의혹이 나왔고, 내각의 주요 각료는 해외여행을 떠났으며, 행콕 전 보건장관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 와중에 연인과 키스를 하는 장면이 공개돼 사임하기도 했다.

봉쇄 완화 발표하며 펍 찾은 존슨 총리(좌) 사회적 거리 두기 위반으로 사임한 행콕 전 영국 보건장관(우)
발 빠른 백신 정책을 시행해 코로나 19를 진정시키는 듯 했으나 서둘러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마스크를 벗었던 영국민들은 델타 변이가 발생하면서 다시 큰 희생을 치렀다.
남아공에서 시작한 오미크론 변이가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가장 먼저 맹위를 떨친 곳도 영국이었다.
존슨 총리의 방역 정책은 무방비-강력한 봉쇄-일상 회복-재봉쇄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갔고 팬데믹 기간 내내 영국 전체가 코로나 19 실험장이 되는 듯한 상황이 펼쳐졌다.

■괴짜에 너그러웠던 영국민, 존슨 총리에 등 돌리나?

본인 스스로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곤욕을 치렀던 존슨 총리.
각료와 보좌관, 대변인 등이 줄줄이 각종 구설에 휘말려 사임을 하는 와중에도 존슨 총리는 화려한 말솜씨로 본인을 향한 각종 의혹을 회피해왔고, 팬데믹 기간이었지만 G7 정상회의와 기후변화 총회의 의장을 맡아 코로나19 방역정책의 그늘을 국제 외교의 스포트라이트로 감추기도 했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분위기다. 존슨 총리가 완성 시킨 브렉시트가 경제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성적표가 나오기 시작했다.
럽에서 건너오던 트럭운전사들이 사라지면서 식료품과 에너지 대란을 겪기도 했다. 존슨 총리와 함께 브렉시트를 지휘했던 프로스트 브렉시트 부장관은 정부의 방역정책에 반기를 들며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17일 끝난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의 텃밭이었던 잉글랜드 중부 노스 슈롭셔에서 자유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일은 영국 정치권에 충격을 던졌다.
189년 동안 단 2년을 제외하곤 줄곧 보수당이 승리했던 선거구를 잃은 것이다.

 영국 하원에 출석해 총리실 파티 인정하고 사과한 존슨 총리
그동안 영국 의회에서 야당의원들의 모진 공세에도 때론 거칠게, 때론 유머 있게 맞받아쳐 왔던 존슨 영국 총리.
하지만 ‘파티 게이트 ‘를 사과하는 자리에서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파티는 끝났다. 남은 문제는 국민이 쫓아낼 것인가, 보수당에서 내보낼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BC는 이번 이슈가 쉽사리 덮이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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