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49층 아파트 화재 났는데…‘사다리차’ 무용지물 왜?

입력 2022.01.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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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어제(12일) 강원도 춘천의 공사 중인 49층 높이 아파트에서 불이 났습니다. 강원도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입니다. 불이 완전히 꺼 지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불을 끄기 위해, 소방관들은 소화기를 직접 들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강원도소방본부의 고층아파트 화재 대응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불이 난 강원도 춘천의 아파트. 49층 높이 건물의 꼭대기 층에서 불이 났다.불이 난 강원도 춘천의 아파트. 49층 높이 건물의 꼭대기 층에서 불이 났다.

어제(12일) 아침 9시 40분쯤. 강원도 춘천의 한 공사 중인 아파트 꼭대기에서 하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습니다. 외벽 일부는 까맣게 그을렸습니다. 불이 난 곳은 49층, 지상에서 160m 지점입니다.

출입구에는 출입 통제를 알리는 차단 띠가 둘러져 있었습니다. 방화복을 입은 소방대원들이 다급하게 건물을 드나들었습니다.

집 안에서 시작된 불이 연기와 함께 창문으로 빠져나오면서 건물 외벽까지 그을었다.집 안에서 시작된 불이 연기와 함께 창문으로 빠져나오면서 건물 외벽까지 그을었다.

이 불로 당시 화재가 난 집 내부에서 일하던 근로자 4명이 대피했습니다. 이 가운데 1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습니다. 한 근로자는 "1층 내부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현장 관리자가 '불났으니까 나오라고, 대피하라고 해서 다 튀어나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불로 아파트 84㎡가 탔고, 소방 추산 6,7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불을 끄기 위해 투입된 진화 인력은 40여 명. 소방차 20여 대에 소방헬기 1대까지 출동했습니다. 큰 불길을 잡는 데 40분 정도가 걸렸고, 완전히 불이 꺼지기 까지는 1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불이 난 아파트는 아직 준공 전이라, 소방대원들이 직접 소화기를 들고 올라가 진화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화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소화기를 들고 49층까지 올라가야 했다. 불이 난 아파트는 준공 전이라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화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소화기를 들고 49층까지 올라가야 했다. 불이 난 아파트는 준공 전이라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진규 춘천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소화기 50대 정도를 가지고 올라가서 진압했고. 마침 바로 밑의 층 세대에서 수도에서 물이 나와서 그 물과 소화기를 이용해서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했고, 잔불 정리를 할 때는 1층에서 49층까지 호스를 연결해 불을 껐다"라고 밝혔습니다.

강원도에는 30층을 넘는 고층건축물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장비가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지난해, 고층 건물 화재에 대비하겠다며 원주소방서에 68m짜리 고가사다리차를 도입했습니다. 강원도에 배치된 장비 중 가장 긴 사다리차입니다. 이 장비는 아파트 23층 높이까지 사다리를 연장할 수 있고, 물은 아파트 40층 높이인 120m까지 뿌릴 수 있습니다.

결국 춘천의 화재 현장에 이 사다리차가 투입됐더라도 불이 났던 곳까지는 물을 뿌릴 수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원주에 배치된 68m급 고가사다리차. 물을 뿌릴 수 있는 최고 높이는 120m 정도다. 강원도 내에선 가장 긴 사다리차다.원주에 배치된 68m급 고가사다리차. 물을 뿌릴 수 있는 최고 높이는 120m 정도다. 강원도 내에선 가장 긴 사다리차다.

다른 지역 상황은 더 안 좋습니다. 태백과 정선에는 48m짜리가 각각 한 대씩, 나머지 15개 시군에는 53m짜리 사다리차가 1개씩 배치돼 있습니다.

사다리차로 진화 작업을 벌일 수 없는 높이에서 불이 나면, 물을 옆으로 쏠 수 있는 헬기가 있어야 하는데, 강원도엔 이런 소방헬기도 없습니다. 전부 산불을 끌 때처럼 위에서 아래로 물을 쏟아내는 장치만 달려 있습니다.

강원도소방본부가 운영 중인 소방헬기. 고층 아파트 화재 진압에 능력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강원도소방본부가 운영 중인 소방헬기. 고층 아파트 화재 진압에 능력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만수 강원도소방본부 종합상황실장은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헬기가 투입된다고 하면 물을 담아서 옥상에 임시 저수조를 만들거나 했을 때 거기에 뿌려줄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이 화재 진압 측면에선 작전상 실효성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강원도에 있는 30층 이상 고층건축물은 모두 79동. 2015년 춘천에 처음으로 7동이 들어섰는데, 지금은 열 배가 넘게 늘어난 겁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준공 여부를 떠나서 건물 내부의 소화 장비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라며, "이번처럼 스프링클러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방 장비 확충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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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천 49층 아파트 화재 났는데…‘사다리차’ 무용지물 왜?
    • 입력 2022-01-13 15:03:31
    취재K
어제(12일) 강원도 춘천의 공사 중인 49층 높이 아파트에서 불이 났습니다. 강원도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입니다. 불이 완전히 꺼 지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br /><br />불을 끄기 위해, 소방관들은 소화기를 직접 들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강원도소방본부의 고층아파트 화재 대응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불이 난 강원도 춘천의 아파트. 49층 높이 건물의 꼭대기 층에서 불이 났다.
어제(12일) 아침 9시 40분쯤. 강원도 춘천의 한 공사 중인 아파트 꼭대기에서 하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습니다. 외벽 일부는 까맣게 그을렸습니다. 불이 난 곳은 49층, 지상에서 160m 지점입니다.

출입구에는 출입 통제를 알리는 차단 띠가 둘러져 있었습니다. 방화복을 입은 소방대원들이 다급하게 건물을 드나들었습니다.

집 안에서 시작된 불이 연기와 함께 창문으로 빠져나오면서 건물 외벽까지 그을었다.
이 불로 당시 화재가 난 집 내부에서 일하던 근로자 4명이 대피했습니다. 이 가운데 1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습니다. 한 근로자는 "1층 내부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현장 관리자가 '불났으니까 나오라고, 대피하라고 해서 다 튀어나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불로 아파트 84㎡가 탔고, 소방 추산 6,7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불을 끄기 위해 투입된 진화 인력은 40여 명. 소방차 20여 대에 소방헬기 1대까지 출동했습니다. 큰 불길을 잡는 데 40분 정도가 걸렸고, 완전히 불이 꺼지기 까지는 1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불이 난 아파트는 아직 준공 전이라, 소방대원들이 직접 소화기를 들고 올라가 진화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화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소화기를 들고 49층까지 올라가야 했다. 불이 난 아파트는 준공 전이라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진규 춘천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소화기 50대 정도를 가지고 올라가서 진압했고. 마침 바로 밑의 층 세대에서 수도에서 물이 나와서 그 물과 소화기를 이용해서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했고, 잔불 정리를 할 때는 1층에서 49층까지 호스를 연결해 불을 껐다"라고 밝혔습니다.

강원도에는 30층을 넘는 고층건축물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장비가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지난해, 고층 건물 화재에 대비하겠다며 원주소방서에 68m짜리 고가사다리차를 도입했습니다. 강원도에 배치된 장비 중 가장 긴 사다리차입니다. 이 장비는 아파트 23층 높이까지 사다리를 연장할 수 있고, 물은 아파트 40층 높이인 120m까지 뿌릴 수 있습니다.

결국 춘천의 화재 현장에 이 사다리차가 투입됐더라도 불이 났던 곳까지는 물을 뿌릴 수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원주에 배치된 68m급 고가사다리차. 물을 뿌릴 수 있는 최고 높이는 120m 정도다. 강원도 내에선 가장 긴 사다리차다.
다른 지역 상황은 더 안 좋습니다. 태백과 정선에는 48m짜리가 각각 한 대씩, 나머지 15개 시군에는 53m짜리 사다리차가 1개씩 배치돼 있습니다.

사다리차로 진화 작업을 벌일 수 없는 높이에서 불이 나면, 물을 옆으로 쏠 수 있는 헬기가 있어야 하는데, 강원도엔 이런 소방헬기도 없습니다. 전부 산불을 끌 때처럼 위에서 아래로 물을 쏟아내는 장치만 달려 있습니다.

강원도소방본부가 운영 중인 소방헬기. 고층 아파트 화재 진압에 능력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만수 강원도소방본부 종합상황실장은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헬기가 투입된다고 하면 물을 담아서 옥상에 임시 저수조를 만들거나 했을 때 거기에 뿌려줄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이 화재 진압 측면에선 작전상 실효성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강원도에 있는 30층 이상 고층건축물은 모두 79동. 2015년 춘천에 처음으로 7동이 들어섰는데, 지금은 열 배가 넘게 늘어난 겁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준공 여부를 떠나서 건물 내부의 소화 장비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라며, "이번처럼 스프링클러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방 장비 확충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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