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소가 코 앞인데…“외출 막히고, 지원책 몰라 막막”

입력 2022.01.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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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을 도운 아프간 친구들을 우리는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8월 26일, 법무부장관 브리핑)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재집권하자, 한국을 도왔던 현지인들이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정부는 이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뒤 '특별기여자'란 지위를 부여받고 현재 여수 해경교육원에서 생활하는 아프가니스탄인은 3백여 명입니다.

입국한 뒤 5개월이 돼가는 시점에 간간이 미디어를 통해 어린 아이들이 자유롭게 운동하고 우리말을 배우는 모습 등 긍정적인 장면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난민지원단체들은 오늘,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 "외출·면회는 제한...퇴소 후 지원 몰라 답답"

난민지원단체들이 모인 난민인권네트워크가 현재까지 직간접적으로 소통한 시설 내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10여 명입니다.

신원 노출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사례까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대다수 특별기여자가 힘들다고 말한 부분은 '외부 외출이 제한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해경교육원 밖으로 자유롭게 외출하는 것이 금지되고, 외부인과의 접촉이 차단돼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현서 화우공익재단 변호사는 "약품이나 안경 등 당사자의 특징에 따라 직접 맞춰야만 하는 것이 필요한 제품마저 제때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년 가량 동네 슈퍼조차 마음대로 못 가게 하고 외부인 면회를 차단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7일, 아프간 특별기여자 7가구가 여수 해경교육원을 퇴소하고 있다지난 7일, 아프간 특별기여자 7가구가 여수 해경교육원을 퇴소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처음으로 아프간 특별기여자들 7가구가 취업과 함께 시설을 퇴소했습니다. 다음 달 11일쯤에는 모든 특별기여자들이 퇴소하는 상황인데, 난민인권네트워크는 걱정이 많다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특별기여자들에게 '퇴소 후 지원대책'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김연주 난민인권네트워크 변호사는 "퇴소 이후가 불안한 이들이 향후 한국 정부의 계획 등을 물어도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해 듣는다"면서, 앞으로 어떤 생활 지원을 받게 되는지 알지 못해 답답함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수 해경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특별기여자 아동들여수 해경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특별기여자 아동들

■ 2월 퇴소 후에도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에 대한 관심 필요

난민네트워크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 다음 달 이들이 퇴소하는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특별기여자'라는 지위 자체가 처음 생긴 것이어서 여러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겁니다. 난민과 달리 재난지원금은 물론 여타 사회보장급여나 행정서비스에서 배제될 확률이 있는 만큼 '구멍'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난민지원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진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사진 담긴 보도자료와 '꽤 노력했다'는 자체적인 평가로 멈추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외출·면회 제한은 해경교육원의 시설 특성과 코로나19 감염 확산 등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특별기여자들을 대상으로 멘토단을 운영하고 있고, 퇴소 후에도 지역 협력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연계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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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소가 코 앞인데…“외출 막히고, 지원책 몰라 막막”
    • 입력 2022-01-13 16:07:23
    취재K

" 대한민국을 도운 아프간 친구들을 우리는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8월 26일, 법무부장관 브리핑)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재집권하자, 한국을 도왔던 현지인들이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정부는 이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뒤 '특별기여자'란 지위를 부여받고 현재 여수 해경교육원에서 생활하는 아프가니스탄인은 3백여 명입니다.

입국한 뒤 5개월이 돼가는 시점에 간간이 미디어를 통해 어린 아이들이 자유롭게 운동하고 우리말을 배우는 모습 등 긍정적인 장면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난민지원단체들은 오늘,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 "외출·면회는 제한...퇴소 후 지원 몰라 답답"

난민지원단체들이 모인 난민인권네트워크가 현재까지 직간접적으로 소통한 시설 내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10여 명입니다.

신원 노출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사례까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대다수 특별기여자가 힘들다고 말한 부분은 '외부 외출이 제한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해경교육원 밖으로 자유롭게 외출하는 것이 금지되고, 외부인과의 접촉이 차단돼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현서 화우공익재단 변호사는 "약품이나 안경 등 당사자의 특징에 따라 직접 맞춰야만 하는 것이 필요한 제품마저 제때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년 가량 동네 슈퍼조차 마음대로 못 가게 하고 외부인 면회를 차단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7일, 아프간 특별기여자 7가구가 여수 해경교육원을 퇴소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처음으로 아프간 특별기여자들 7가구가 취업과 함께 시설을 퇴소했습니다. 다음 달 11일쯤에는 모든 특별기여자들이 퇴소하는 상황인데, 난민인권네트워크는 걱정이 많다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특별기여자들에게 '퇴소 후 지원대책'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김연주 난민인권네트워크 변호사는 "퇴소 이후가 불안한 이들이 향후 한국 정부의 계획 등을 물어도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해 듣는다"면서, 앞으로 어떤 생활 지원을 받게 되는지 알지 못해 답답함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수 해경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특별기여자 아동들
■ 2월 퇴소 후에도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에 대한 관심 필요

난민네트워크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 다음 달 이들이 퇴소하는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특별기여자'라는 지위 자체가 처음 생긴 것이어서 여러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겁니다. 난민과 달리 재난지원금은 물론 여타 사회보장급여나 행정서비스에서 배제될 확률이 있는 만큼 '구멍'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난민지원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진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사진 담긴 보도자료와 '꽤 노력했다'는 자체적인 평가로 멈추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외출·면회 제한은 해경교육원의 시설 특성과 코로나19 감염 확산 등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특별기여자들을 대상으로 멘토단을 운영하고 있고, 퇴소 후에도 지역 협력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연계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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