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반지하방 살던 13살 아이…“출생신고한 적 없다”

입력 2022.01.13 (16:38) 수정 2022.01.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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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엄마!' 그러는데 굉장히 목소리가 맑던데…", "참 맑고 예뻤어"

이웃들은 동네 아이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한 주민은 "아이가 조그마했을 때 만났다"며 "아이가 '엄마 위층 아주머니야!'라고 말하는데 맑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이웃도 "아이가 참 밝았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러나 이웃들은 아이를 만난 게 3년 반 넘는 기간 동안 단 두세 번뿐이라고 했습니다. 아이의 나이는 올해로 13살. 한창 학교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릴 나이지만, 아이는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 '그림자 아이'…"학교도, 병원도 못 다녀"

알고 보니, 서울 은평구에 살았던 이 아이는 13년 동안 출생신고 없이 살아온 '그림자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출생 신고가 안 돼 학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병원도 못 다녔고, 연령에 따라 접종해야 할 예방접종 주사도 맞지 못했던 거로 보입니다. 구청 측은 다만 "병원 검진 결과, 아이 건강 상태는 양호한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이는 담당 공무원 등과의 대화에서 "그동안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생활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는 한글을 잘 읽고 의사소통할 수 있지만, 직접 한글을 쓰는 건 어려워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취재진이 이 동네를 찾아갔을 때, 일부 이웃들만 아이를 기억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아이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던 건 전혀 몰랐습니다. 한 이웃은 아이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에도 제주에서 출생신고 없이 살아온 세 자매가 발견됐습니다. 이들은 14살과 21살, 23살이었습니다.

이들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온 사실은, 제주시가 세 자매 아버지의 사망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알려졌습니다.

아이와 50대 여성 A 씨가 2018년부터 살았던 집아이와 50대 여성 A 씨가 2018년부터 살았던 집

■ 50대 여성과 함께 산 아이…또 다른 양육자의 신고로 파악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아이는 50대 여성 A 씨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A 씨와 이 아이는 2018년 1월부터 서울 은평구의 한 반지하 방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A 씨가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갔습니다. 당시 방세 17개월 치를 내지 못해 퇴거 요청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A 씨가 집을 나가고 한 달쯤 뒤, 사실혼 관계였던 60대 남성이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했습니다. 이 남성은 "부인이 집을 나갔다"며 "아이가 있는데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당시 경찰관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신고자인 60대 남성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지 검토 중입니다. 또 아이와 함께 살았던 50대 여성 A 씨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는데, 연락이 닿는 대로 조사할 예정입니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학교를 보내지 않는 행위는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아이가 함께 살았던 50대 여성 A 씨와 신고자인 60대 남성이 부모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관할 구청은 아이 증언 등을 토대로 이들이 아이 부모일 거로 추정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친부모인지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 확실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구청은 아이를 분리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임시 보호 시설로 인계했습니다. 또, 아이의 출생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할 교육청도 구청과 협의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늘 KBS 뉴스9에서는 사건의 자세한 내용과 함께, 현행 출생신고 제도에 보완할 점이 없는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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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평구 반지하방 살던 13살 아이…“출생신고한 적 없다”
    • 입력 2022-01-13 16:38:51
    • 수정2022-01-13 18:06:30
    취재K

"아이가 '엄마!' 그러는데 굉장히 목소리가 맑던데…", "참 맑고 예뻤어"

이웃들은 동네 아이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한 주민은 "아이가 조그마했을 때 만났다"며 "아이가 '엄마 위층 아주머니야!'라고 말하는데 맑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이웃도 "아이가 참 밝았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러나 이웃들은 아이를 만난 게 3년 반 넘는 기간 동안 단 두세 번뿐이라고 했습니다. 아이의 나이는 올해로 13살. 한창 학교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릴 나이지만, 아이는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 '그림자 아이'…"학교도, 병원도 못 다녀"

알고 보니, 서울 은평구에 살았던 이 아이는 13년 동안 출생신고 없이 살아온 '그림자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출생 신고가 안 돼 학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병원도 못 다녔고, 연령에 따라 접종해야 할 예방접종 주사도 맞지 못했던 거로 보입니다. 구청 측은 다만 "병원 검진 결과, 아이 건강 상태는 양호한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이는 담당 공무원 등과의 대화에서 "그동안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생활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는 한글을 잘 읽고 의사소통할 수 있지만, 직접 한글을 쓰는 건 어려워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취재진이 이 동네를 찾아갔을 때, 일부 이웃들만 아이를 기억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아이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던 건 전혀 몰랐습니다. 한 이웃은 아이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에도 제주에서 출생신고 없이 살아온 세 자매가 발견됐습니다. 이들은 14살과 21살, 23살이었습니다.

이들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온 사실은, 제주시가 세 자매 아버지의 사망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알려졌습니다.

아이와 50대 여성 A 씨가 2018년부터 살았던 집
■ 50대 여성과 함께 산 아이…또 다른 양육자의 신고로 파악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아이는 50대 여성 A 씨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A 씨와 이 아이는 2018년 1월부터 서울 은평구의 한 반지하 방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A 씨가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갔습니다. 당시 방세 17개월 치를 내지 못해 퇴거 요청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A 씨가 집을 나가고 한 달쯤 뒤, 사실혼 관계였던 60대 남성이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했습니다. 이 남성은 "부인이 집을 나갔다"며 "아이가 있는데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당시 경찰관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신고자인 60대 남성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지 검토 중입니다. 또 아이와 함께 살았던 50대 여성 A 씨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는데, 연락이 닿는 대로 조사할 예정입니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학교를 보내지 않는 행위는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아이가 함께 살았던 50대 여성 A 씨와 신고자인 60대 남성이 부모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관할 구청은 아이 증언 등을 토대로 이들이 아이 부모일 거로 추정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친부모인지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 확실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구청은 아이를 분리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임시 보호 시설로 인계했습니다. 또, 아이의 출생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할 교육청도 구청과 협의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늘 KBS 뉴스9에서는 사건의 자세한 내용과 함께, 현행 출생신고 제도에 보완할 점이 없는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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