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림자 아이’ 서울서도 발견…“13년간 출생신고 안 해”

입력 2022.01.13 (21:28) 수정 2022.01.1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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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말 제주에선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학교도 병원도 못 가고 살아온 20대와 10대, 세 자매의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세상에 살고 있지만 행정상으론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인데 최근 서울에서도 이렇게 출생신고 없이 살고 있는 열세 살 어린이가 확인됐습니다.

먼저 황현규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 보시고, 이 문제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60대 남성 한 명이 이 경찰서를 찾아왔습니다.

사실혼 관계인 여성이 가출했다며 경찰관에게 상담을 청했습니다.

집 나간 여성이 키우던 아이가 홀로 남았는데 출생신고가 안 돼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서울 은평경찰서 관계자 :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이 집을 나가버려서 피해 아동이 혼자있다고..."]

남성과 여성은 같이 살진 않았고, 아이는 주로 여성과 지냈다고 남성은 설명했습니다.

이곳은 여성과 아이가 최근까지 함께 살았던 집입니다.

반지하의 약 20 제곱미터 짜리 집으로 좁은 부엌과 화장실 방 하나가 전부인 곳입니다.

[집 주인/음성변조 : "보증금이 4백만 원에 25만 원씩 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방세를 안 주더라고. '내가 일을 못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1년 반 가까이 월세가 밀려 집주인이 퇴거를 통보하자 여성은 지난해 10월 아이만 남기고 집을 나갔습니다.

[집 주인/음성변조 : "가스요금도 밀리고, 수도요금도 1년 이상 안 냈으니까. (지난해) 10월 5일에 도망갔어. 문을 두드리니까 애가 혼자 있는거야."]

아이가 알고 있는 생년월일대로면 올해 13살로, 초등학교 6학년 나이지만 학교를 다닌 적은 없습니다.

[인근 상점 주인/음성변조 : "애가 진짜 학교에 안 갈 거라고는 생각은 못 하고. 아, 코로나니까 요즘 집에서도 하고..."]

경찰은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과 연락이 닿는대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경위와 생모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남성이 친부인지 여부도 확인중입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애가 참 이쁘다 내가 그랬는데, '엄마' 이러는데 굉장히 목소리가 맑던데. 이쁜 아이가 왜 그렇게 됐지, 어제저녁 내내 그 아이 눈에 밟혀서 혼났네. 애가 이뻐요..."]

관할 구청은 아이를 복지시설로 옮긴 뒤 출생 등록과 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영상편집:차정남

학교도, 병원도 못 가…이웃과 주민센터 3년 반 넘게 몰라

[앵커]

이정은 기자, 그럼 이 아이가 13년 동안 학교도 안 가고, 어떻게 지내온거죠?

[기자]

아이와 여성이 이 동네에 산 게 한 4년쯤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민들은 아이를 한두 번 본 게 전부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친구 없이,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 거 같고요.

유튜브를 보며 지냈다고 구청 직원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앵커]

아이는 건강한가요?

[기자]

구청과 경찰에서 면담을 했는데, 학대 정황은 없어 보인다고 합니다.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고 하고요,

한글을 읽을 수 있고, 의사소통도 문제 없다고 합니다.

다만 한글 쓰는 건 좀 어려워 한다고 합니다.

[앵커]

이웃들은 출생신고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를 수 있는데, 주민센터 는 파악을 못한 건가?

[기자]

주민센터는 이 아이를 2017년부터 알았다고 합니다.

아까 리포트에 나왔던 60대 남성을 조사할 일이 있어서 아이의 존재도 알게 된 건데요.

하지만 여성과 아이가 이 동네에 전입 신고를 안 한 상태여서, 주민센터가 아이의 출생 등록 여부를 파악할 순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이런 '그림자' 아이들, 전국에 몇 명이나 있는지, 정확히 파악이 안되는거죠?

[기자]

현재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은 출생 등록을 한 아이들만 모니터링하도록 돼 있거든요.

등록조차 안 된 아이들을 집계한 정부 통계는 없습니다.

다만 한 비영리 단체에서 공공 위탁 시설을 대상으로 이런 아이들이 몇 명인지 2019년과 2020년 2년 동안 실태조사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확인된 출생 미등록 아이들이 모두 백46명이었습니다.

[앵커]

출생 신고 안 하면 학교도 병원도 못 가는데, 방법이 없습니까?

[기자]

정부가 이른바 '출생통보제'라는 걸 추진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지자체에 통보가 되고, 부모가 출생신고를 안 하면 지자체가 법원 확인을 거쳐 직권으로 등록하는 겁니다.

정부는 이 내용을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 달 제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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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그림자 아이’ 서울서도 발견…“13년간 출생신고 안 해”
    • 입력 2022-01-13 21:28:04
    • 수정2022-01-13 22:07:40
    뉴스 9
[앵커]

지난해 말 제주에선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학교도 병원도 못 가고 살아온 20대와 10대, 세 자매의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세상에 살고 있지만 행정상으론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인데 최근 서울에서도 이렇게 출생신고 없이 살고 있는 열세 살 어린이가 확인됐습니다.

먼저 황현규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 보시고, 이 문제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60대 남성 한 명이 이 경찰서를 찾아왔습니다.

사실혼 관계인 여성이 가출했다며 경찰관에게 상담을 청했습니다.

집 나간 여성이 키우던 아이가 홀로 남았는데 출생신고가 안 돼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서울 은평경찰서 관계자 :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이 집을 나가버려서 피해 아동이 혼자있다고..."]

남성과 여성은 같이 살진 않았고, 아이는 주로 여성과 지냈다고 남성은 설명했습니다.

이곳은 여성과 아이가 최근까지 함께 살았던 집입니다.

반지하의 약 20 제곱미터 짜리 집으로 좁은 부엌과 화장실 방 하나가 전부인 곳입니다.

[집 주인/음성변조 : "보증금이 4백만 원에 25만 원씩 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방세를 안 주더라고. '내가 일을 못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1년 반 가까이 월세가 밀려 집주인이 퇴거를 통보하자 여성은 지난해 10월 아이만 남기고 집을 나갔습니다.

[집 주인/음성변조 : "가스요금도 밀리고, 수도요금도 1년 이상 안 냈으니까. (지난해) 10월 5일에 도망갔어. 문을 두드리니까 애가 혼자 있는거야."]

아이가 알고 있는 생년월일대로면 올해 13살로, 초등학교 6학년 나이지만 학교를 다닌 적은 없습니다.

[인근 상점 주인/음성변조 : "애가 진짜 학교에 안 갈 거라고는 생각은 못 하고. 아, 코로나니까 요즘 집에서도 하고..."]

경찰은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과 연락이 닿는대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경위와 생모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남성이 친부인지 여부도 확인중입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애가 참 이쁘다 내가 그랬는데, '엄마' 이러는데 굉장히 목소리가 맑던데. 이쁜 아이가 왜 그렇게 됐지, 어제저녁 내내 그 아이 눈에 밟혀서 혼났네. 애가 이뻐요..."]

관할 구청은 아이를 복지시설로 옮긴 뒤 출생 등록과 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영상편집:차정남

학교도, 병원도 못 가…이웃과 주민센터 3년 반 넘게 몰라

[앵커]

이정은 기자, 그럼 이 아이가 13년 동안 학교도 안 가고, 어떻게 지내온거죠?

[기자]

아이와 여성이 이 동네에 산 게 한 4년쯤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민들은 아이를 한두 번 본 게 전부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친구 없이,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 거 같고요.

유튜브를 보며 지냈다고 구청 직원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앵커]

아이는 건강한가요?

[기자]

구청과 경찰에서 면담을 했는데, 학대 정황은 없어 보인다고 합니다.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고 하고요,

한글을 읽을 수 있고, 의사소통도 문제 없다고 합니다.

다만 한글 쓰는 건 좀 어려워 한다고 합니다.

[앵커]

이웃들은 출생신고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를 수 있는데, 주민센터 는 파악을 못한 건가?

[기자]

주민센터는 이 아이를 2017년부터 알았다고 합니다.

아까 리포트에 나왔던 60대 남성을 조사할 일이 있어서 아이의 존재도 알게 된 건데요.

하지만 여성과 아이가 이 동네에 전입 신고를 안 한 상태여서, 주민센터가 아이의 출생 등록 여부를 파악할 순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이런 '그림자' 아이들, 전국에 몇 명이나 있는지, 정확히 파악이 안되는거죠?

[기자]

현재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은 출생 등록을 한 아이들만 모니터링하도록 돼 있거든요.

등록조차 안 된 아이들을 집계한 정부 통계는 없습니다.

다만 한 비영리 단체에서 공공 위탁 시설을 대상으로 이런 아이들이 몇 명인지 2019년과 2020년 2년 동안 실태조사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확인된 출생 미등록 아이들이 모두 백46명이었습니다.

[앵커]

출생 신고 안 하면 학교도 병원도 못 가는데, 방법이 없습니까?

[기자]

정부가 이른바 '출생통보제'라는 걸 추진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지자체에 통보가 되고, 부모가 출생신고를 안 하면 지자체가 법원 확인을 거쳐 직권으로 등록하는 겁니다.

정부는 이 내용을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 달 제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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