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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독한 엄마에게 간 기증한 고2 아들…“반드시 좋은 엄마 될게”
입력 2022.01.14 (17:05) 수정 2022.01.14 (19:42) 취재K
경남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수술실경남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수술실

■ 간경화에 복수 '생명 위독'…절실했던 간이식 수술

38살 여성 이 모 씨는 1년 전쯤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평균보다 간 검사 수치가 높게 나왔지만 검사 전 종종 술을 마신 탓에 수치가 올라간 것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게 아니었습니다. 이 씨는 얼굴색이 검어지면서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간경화에 급성으로 콩팥 기능이 나빠졌고 소변도 나오지 않아 복수가 하루 3,000㏄가 넘게 찼습니다.

불과 몇 달 만에 생명이 위급한 상황으로 악화되자 병원에서 내린 유일한 해결책은 간이식 수술이었습니다. 생체 간이식을 위해 이 씨의 친동생과 어머니, 남편이 검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이식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뇌사자 간이식을 위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도 등록했지만 기증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단호하게 거부했던 아들의 '간'…더 단호했던 아들의 의지

이 씨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습니다. 큰아들 17살 김모 군은 자신의 엄마가 몸이 아파 입원한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상세한 병세는 알지 못했습니다. 이 씨가 알리기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다른 가족에게 결코 아들의 간은 받지 않겠다며 이식이 필요한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군인이라는 꿈을 가지고 평소 열심히 공부와 운동을 해왔던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아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딸을 잃을 수 없었던 이 씨의 어머니이자 김 군의 할머니는 딸과의 약속을 어기고 김 군에게 상황을 말했습니다.

아들은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상태를 알게 되자 선뜻 간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이식 가능 검사에서도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들의 간만은 받지 않겠다는 엄마를 설득했습니다.

"나를 위한다면, 간을 이식받아 건강하게 내 옆에 있어 달라." 아들은 이식을 거부하는 엄마에게 며칠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만나서, 전화로, SNS 메시지로 간절하고도 단호한 뜻을 전했습니다. '엄마가 꼭 필요하다'는 아들의 뜻에 엄마는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아들의 간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 씨와 김 군 모자이 씨와 김 군 모자

■ 수술까지 이어진 수많은 난관

간을 기증하겠다고 바로 수술로 이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난관은 많았습니다. 우선 김 군의 간 상태가 온전치 않았습니다. 혈관과 담관에 변이가 있었습니다.

김 군이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는 이상이었지만, 이식에는 문제가 됐습니다. 김 군은 수술을 위해 수차례의 사전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김 군이 만 16살을 넘어 기증할 수 있기는 했지만, 미성년 기증자여서 제도적인 제약도 넘어서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김 군은 강한 의지로 한 달여에 걸친 KONOS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 쉽지 않았던 수술…"두 모자의 강한 의지로 성공"

수술은 쉽지 않았습니다. 간이식은 수도권에서는 비교적 드물지 않은 수술이지만, 경남 창원에서는 모든 병원을 통틀어 성공 사례가 서너 차례밖에 없었습니다.

창원경상국립대병원 간담췌외과 김재리 교수는 수술 전 아들의 간 기증만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성장 중인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아무래도 수술로 인한 영향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김 교수는 다른 가족들의 간은 모두 기증할 수 없는 상태였고 O형 간은 뇌사자 기증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인 이 씨의 상태가 위중했습니다. 아들의 기증 없이는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김 군에게 수차례 수술의 어려움과 위험성을 설명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김 군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엄마 없이는 살 수 없어요." 김 군의 의지를 피부로 느낀 의료진은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성탄절을 앞둔 지난달 23일 진행된 수술은 우려했던 대로 김 군의 혈관 및 담관 변이로 까다로웠지만, 의료진 수십 명이 한나절 매달린 끝에 다행히 무사히 마무리됐습니다.

김 교수는 성공적인 수술로 두 사람이 건강을 되찾았고, 김 군은 1년가량 지나면 잘라낸 간이 원래 상태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어느 환자보다 씩씩했고 회복 의지가 강해 수술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술을 마친 이 씨 모자와 의료진수술을 마친 이 씨 모자와 의료진

■ 건강 되찾은 이 씨 "반드시 좋은 엄마 될게"

엄마와 아들은 이번 주 퇴원했습니다. 이 씨는 "생명을 구한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인지, 수술 뒤 아들의 꿈이 군인에서 간호사로 바뀌었다"면서 "회복 과정에서 입원해 있으면서도 문제집을 풀고 있더라"라고 말했습니다.

모자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이 씨는 "사실 수술 전 건강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다"면서 삶을 포기하기 직전 아들의 의지로 다시 살아난 만큼 반드시 건강하고 좋은 엄마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 위독한 엄마에게 간 기증한 고2 아들…“반드시 좋은 엄마 될게”
    • 입력 2022-01-14 17:05:27
    • 수정2022-01-14 19:42:57
    취재K
경남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수술실경남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수술실

■ 간경화에 복수 '생명 위독'…절실했던 간이식 수술

38살 여성 이 모 씨는 1년 전쯤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평균보다 간 검사 수치가 높게 나왔지만 검사 전 종종 술을 마신 탓에 수치가 올라간 것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게 아니었습니다. 이 씨는 얼굴색이 검어지면서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간경화에 급성으로 콩팥 기능이 나빠졌고 소변도 나오지 않아 복수가 하루 3,000㏄가 넘게 찼습니다.

불과 몇 달 만에 생명이 위급한 상황으로 악화되자 병원에서 내린 유일한 해결책은 간이식 수술이었습니다. 생체 간이식을 위해 이 씨의 친동생과 어머니, 남편이 검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이식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뇌사자 간이식을 위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도 등록했지만 기증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단호하게 거부했던 아들의 '간'…더 단호했던 아들의 의지

이 씨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습니다. 큰아들 17살 김모 군은 자신의 엄마가 몸이 아파 입원한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상세한 병세는 알지 못했습니다. 이 씨가 알리기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다른 가족에게 결코 아들의 간은 받지 않겠다며 이식이 필요한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군인이라는 꿈을 가지고 평소 열심히 공부와 운동을 해왔던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아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딸을 잃을 수 없었던 이 씨의 어머니이자 김 군의 할머니는 딸과의 약속을 어기고 김 군에게 상황을 말했습니다.

아들은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상태를 알게 되자 선뜻 간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이식 가능 검사에서도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들의 간만은 받지 않겠다는 엄마를 설득했습니다.

"나를 위한다면, 간을 이식받아 건강하게 내 옆에 있어 달라." 아들은 이식을 거부하는 엄마에게 며칠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만나서, 전화로, SNS 메시지로 간절하고도 단호한 뜻을 전했습니다. '엄마가 꼭 필요하다'는 아들의 뜻에 엄마는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아들의 간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 씨와 김 군 모자이 씨와 김 군 모자

■ 수술까지 이어진 수많은 난관

간을 기증하겠다고 바로 수술로 이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난관은 많았습니다. 우선 김 군의 간 상태가 온전치 않았습니다. 혈관과 담관에 변이가 있었습니다.

김 군이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는 이상이었지만, 이식에는 문제가 됐습니다. 김 군은 수술을 위해 수차례의 사전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김 군이 만 16살을 넘어 기증할 수 있기는 했지만, 미성년 기증자여서 제도적인 제약도 넘어서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김 군은 강한 의지로 한 달여에 걸친 KONOS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 쉽지 않았던 수술…"두 모자의 강한 의지로 성공"

수술은 쉽지 않았습니다. 간이식은 수도권에서는 비교적 드물지 않은 수술이지만, 경남 창원에서는 모든 병원을 통틀어 성공 사례가 서너 차례밖에 없었습니다.

창원경상국립대병원 간담췌외과 김재리 교수는 수술 전 아들의 간 기증만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성장 중인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아무래도 수술로 인한 영향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김 교수는 다른 가족들의 간은 모두 기증할 수 없는 상태였고 O형 간은 뇌사자 기증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인 이 씨의 상태가 위중했습니다. 아들의 기증 없이는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김 군에게 수차례 수술의 어려움과 위험성을 설명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김 군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엄마 없이는 살 수 없어요." 김 군의 의지를 피부로 느낀 의료진은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성탄절을 앞둔 지난달 23일 진행된 수술은 우려했던 대로 김 군의 혈관 및 담관 변이로 까다로웠지만, 의료진 수십 명이 한나절 매달린 끝에 다행히 무사히 마무리됐습니다.

김 교수는 성공적인 수술로 두 사람이 건강을 되찾았고, 김 군은 1년가량 지나면 잘라낸 간이 원래 상태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어느 환자보다 씩씩했고 회복 의지가 강해 수술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술을 마친 이 씨 모자와 의료진수술을 마친 이 씨 모자와 의료진

■ 건강 되찾은 이 씨 "반드시 좋은 엄마 될게"

엄마와 아들은 이번 주 퇴원했습니다. 이 씨는 "생명을 구한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인지, 수술 뒤 아들의 꿈이 군인에서 간호사로 바뀌었다"면서 "회복 과정에서 입원해 있으면서도 문제집을 풀고 있더라"라고 말했습니다.

모자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이 씨는 "사실 수술 전 건강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다"면서 삶을 포기하기 직전 아들의 의지로 다시 살아난 만큼 반드시 건강하고 좋은 엄마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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