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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 방울달기” 같았던 징용 판결 대응책 논의…생생 증언
입력 2022.01.15 (08:00) 취재K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2012년 5월 24일은 한·일 관계의 중요한 기점이 된 날입니다.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강제징용 됐던 한국인 피해자 9명이 이들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한국 대법원이 처음으로 원고 승소 취지 판결(파기환송)을 내린 것입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한·일 관계의 악재로 떠오른 순간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소멸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청구권 문제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한국 정부 입장에 배치되는 판결이었습니다.

이듬해 원고 손을 들어준 파기환송 판결에 일본 기업들이 재상고한 이후,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5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 기간 동안 징용 판결 문제는 양국 외교관계의 시한 폭탄과도 같았습니다. 결국 승소 확정 판결이라는 대형 폭탄이 떨어지면서 냉각된 한·일 관계는 여태껏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법원에서는,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 진행 당시 한국 외교부 내부의 분위기와 고민을 파악할 수 있는 재판이 열렸습니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외교부의 요청을 받아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 재판에 개입할 소지가 있는 보고서 작성을 하급자에게 지시하거나, 재판 관련 비밀을 외부에 누설한 혐의도 받고 있는데요. 이 재판에 현직 외교부 간부 A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1시간 반 동안 증언한 것입니다.


■ 외교부에 '큰 부담'된 강제징용 배상 판결

A 씨는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외교부 국제법률국의 국제법규과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국제법규과는 외교 현안에 대한 법적 자문을 제공하는 것을 기본 업무로 합니다.

제징용 소송 역시 외교부가 신경 쓰던 주요 현안이었고 특히 일본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관련 소송 추이를 꾸준히 모니터링 했다고 A 씨는 밝혔습니다. 또 강제징용 소송 관련 보고사항은 거의 대부분 장관까지 보고됐다고 했습니다.

여러 건의 강제징용 소송 중 가장 관심사는 단연 대법원이 심리 중인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이었습니다. A 씨는 이 사건에서 2012년 대법원 판결대로 '원고 승소'가 확정되면 "한일 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외교부 안에서도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이 판결이 한일 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주일 대사관 "청구권협정 근저부터 흔들 수 있어"

특히 이 문제에 가장 큰 우려를 표명한 곳은 주일 한국대사관이었습니다.

A 씨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은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 문제 관련 당관 건의'라는 제목의 문건을 제시했는데요. 2013년 10월 이병기 당시 주일본대사 명의로 외교부 본부와 청와대, 국무총리실, 법무부 장관에게 발신된 대외비 문서였습니다.

6쪽 짜리 문건의 첫 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혔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 문제는 한일관계의 기본틀이 되어온 1965년 청구권협정을 근저에서부터 흔들 우려가 있는 중대하고도 심각한 사안이며, 일측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중재위원회 회부 등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됨.

2012년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일본은 이를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으로 규정하고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대사관은 이어 "위안부와 역사인식 문제에 있어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 측 인사들"마저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해선 '(한국의) 약속 위반'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의 한일 간 역사 현안은 주로 "일본이 과거의 미결 사안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양상이었지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는 "이미 합의로 매듭지어진 사안을 번복한다"는 측면에서 미래·신뢰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인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외교의 최우선 가치로 주장하고 있는 아베 정권으로서는 사안을 '한국이 조약을 위반해 자국 국민과 기업의 재산을 침해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외교부에서는 또 일본이 수입·수출 규제 등 별도 대항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도 이미 예상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사관은 "재판이 진행 중이니 입장 표명을 자제한다"는 선에서 대외적 입장 표명을 해온 한국 정부가, 판결 확정 이후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지 시급히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A 씨도 주일 한국대사관이 보내온 이 문서를 검토했다면서, 일본 출장 때 만난 이병기 주일대사가 "일본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지를 본국(외교부 본부)에서도 같은 정도로 느끼고 있는지, 혹시 본국에서는 심각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정도로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를 표명하셨던 것 같다"고 증언했습니다.



■ 대법에 전원합의체 회부·지연 요청 검토…"왜 우리가 다 뒤집어 써야 하나"

A 씨 등 외교부 담당 공무원들은 2012년 당시 대법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여러 대응책을 검토했습니다.

A 씨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법정에서 공개된 외교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관련 대응방안' 보고서(외교부 한일청구권협정 대책 TF, 2013년 9월 작성)를 보면, 결론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 대법원을 상대로 한 외교적 문제점 설명

○ 대법원 판결 확정시 예상되는 외교적 문제점 등을 적정한 채널을 통해 알리고, 최대한 신중한 판결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함.
- 대법관을 직접 접촉하여 설명하기 어려울 경우, 세미나 등 간접적 방식으로 대법관/재판연구관에게 정부 입장 전달 시도 등

○ 상기 대응방안을 포함하여 보다 현실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최소한 1년)이 요구되는 바, 대법원 판결이 조기에 선고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음.

외교부는 또 대법원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에서 사건이 심리될 수 있다면 결론이 뒤집힐 수 있다고 보고, 대법원에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전원합의체 회부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A 씨는 '강제징용 사건의 전원합의체 심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거나 '전원합의체 심리 시 기존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은 "당시 (외교부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다루고 있던 사람들이 그냥 상식적으로 다 이해하고 있던 의견, 생각들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대응 방안들을 보고서에 쓰긴 하지만 그걸 실제 "누가 하느냐"가 항상 문제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관련 논의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청와대 등 윗선에서 '대법원에 의견을 전달하라'는 원칙론적 얘기만 할 뿐 구체적 의견은 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A 씨는 "외교부에서 대법원에 직접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통로"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걸 왜 우리(외교부)가 다 뒤집어 쓰고 해야 하나" "실제 액션(행동)은 너무 외교부에 미루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외교부가) 분명히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를 어떤 형식으로든 풀어는 봐야되지만, 그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이 우리한테 있느냐, 어떤 리소스가 있느냐 하는 측면에서 회의적이었다"고 부연했습니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은 내부 검토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대법원 측에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2013년 12월과 2014년 11월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소인수 회의'에 참석해, 회의 참석자였던 차한성·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각각 2012년 대법 판결의 문제점과 외교부의 우려·희망 사항을 브리핑한 것입니다.

여기서 윤병세 장관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입법·사법·행정부의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를 취하면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정치적·외교적 해결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2012년 대법 판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사실이, 수사와 재판을 거쳐 확인됐습니다.

당시 정부가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특정 재판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판을 불러온 대목입니다.

실무자로서 다른 업무도 병행하던 A 씨는 해당 '소인수 회의'에 대한 정보를 당시 공유받지 못했고, 나중에 신문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A 씨는 또 공문 등의 방식으로 대법원을 직접 접촉하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에, 세미나 개최와 같은 간접적 방식으로 외교부의 의견을 대법원에 전달하는 방안을 당시 논의했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 “고양이 목 방울달기” 같았던 징용 판결 대응책 논의…생생 증언
    • 입력 2022-01-15 08:00:35
    취재K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2012년 5월 24일은 한·일 관계의 중요한 기점이 된 날입니다.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강제징용 됐던 한국인 피해자 9명이 이들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한국 대법원이 처음으로 원고 승소 취지 판결(파기환송)을 내린 것입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한·일 관계의 악재로 떠오른 순간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소멸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청구권 문제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한국 정부 입장에 배치되는 판결이었습니다.

이듬해 원고 손을 들어준 파기환송 판결에 일본 기업들이 재상고한 이후,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5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 기간 동안 징용 판결 문제는 양국 외교관계의 시한 폭탄과도 같았습니다. 결국 승소 확정 판결이라는 대형 폭탄이 떨어지면서 냉각된 한·일 관계는 여태껏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법원에서는,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 진행 당시 한국 외교부 내부의 분위기와 고민을 파악할 수 있는 재판이 열렸습니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외교부의 요청을 받아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 재판에 개입할 소지가 있는 보고서 작성을 하급자에게 지시하거나, 재판 관련 비밀을 외부에 누설한 혐의도 받고 있는데요. 이 재판에 현직 외교부 간부 A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1시간 반 동안 증언한 것입니다.


■ 외교부에 '큰 부담'된 강제징용 배상 판결

A 씨는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외교부 국제법률국의 국제법규과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국제법규과는 외교 현안에 대한 법적 자문을 제공하는 것을 기본 업무로 합니다.

제징용 소송 역시 외교부가 신경 쓰던 주요 현안이었고 특히 일본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관련 소송 추이를 꾸준히 모니터링 했다고 A 씨는 밝혔습니다. 또 강제징용 소송 관련 보고사항은 거의 대부분 장관까지 보고됐다고 했습니다.

여러 건의 강제징용 소송 중 가장 관심사는 단연 대법원이 심리 중인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이었습니다. A 씨는 이 사건에서 2012년 대법원 판결대로 '원고 승소'가 확정되면 "한일 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외교부 안에서도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이 판결이 한일 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주일 대사관 "청구권협정 근저부터 흔들 수 있어"

특히 이 문제에 가장 큰 우려를 표명한 곳은 주일 한국대사관이었습니다.

A 씨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은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 문제 관련 당관 건의'라는 제목의 문건을 제시했는데요. 2013년 10월 이병기 당시 주일본대사 명의로 외교부 본부와 청와대, 국무총리실, 법무부 장관에게 발신된 대외비 문서였습니다.

6쪽 짜리 문건의 첫 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혔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 문제는 한일관계의 기본틀이 되어온 1965년 청구권협정을 근저에서부터 흔들 우려가 있는 중대하고도 심각한 사안이며, 일측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중재위원회 회부 등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됨.

2012년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일본은 이를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으로 규정하고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대사관은 이어 "위안부와 역사인식 문제에 있어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 측 인사들"마저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해선 '(한국의) 약속 위반'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의 한일 간 역사 현안은 주로 "일본이 과거의 미결 사안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양상이었지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는 "이미 합의로 매듭지어진 사안을 번복한다"는 측면에서 미래·신뢰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인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외교의 최우선 가치로 주장하고 있는 아베 정권으로서는 사안을 '한국이 조약을 위반해 자국 국민과 기업의 재산을 침해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외교부에서는 또 일본이 수입·수출 규제 등 별도 대항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도 이미 예상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사관은 "재판이 진행 중이니 입장 표명을 자제한다"는 선에서 대외적 입장 표명을 해온 한국 정부가, 판결 확정 이후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지 시급히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A 씨도 주일 한국대사관이 보내온 이 문서를 검토했다면서, 일본 출장 때 만난 이병기 주일대사가 "일본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지를 본국(외교부 본부)에서도 같은 정도로 느끼고 있는지, 혹시 본국에서는 심각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정도로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를 표명하셨던 것 같다"고 증언했습니다.



■ 대법에 전원합의체 회부·지연 요청 검토…"왜 우리가 다 뒤집어 써야 하나"

A 씨 등 외교부 담당 공무원들은 2012년 당시 대법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여러 대응책을 검토했습니다.

A 씨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법정에서 공개된 외교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관련 대응방안' 보고서(외교부 한일청구권협정 대책 TF, 2013년 9월 작성)를 보면, 결론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 대법원을 상대로 한 외교적 문제점 설명

○ 대법원 판결 확정시 예상되는 외교적 문제점 등을 적정한 채널을 통해 알리고, 최대한 신중한 판결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함.
- 대법관을 직접 접촉하여 설명하기 어려울 경우, 세미나 등 간접적 방식으로 대법관/재판연구관에게 정부 입장 전달 시도 등

○ 상기 대응방안을 포함하여 보다 현실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최소한 1년)이 요구되는 바, 대법원 판결이 조기에 선고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음.

외교부는 또 대법원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에서 사건이 심리될 수 있다면 결론이 뒤집힐 수 있다고 보고, 대법원에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전원합의체 회부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A 씨는 '강제징용 사건의 전원합의체 심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거나 '전원합의체 심리 시 기존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은 "당시 (외교부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다루고 있던 사람들이 그냥 상식적으로 다 이해하고 있던 의견, 생각들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대응 방안들을 보고서에 쓰긴 하지만 그걸 실제 "누가 하느냐"가 항상 문제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관련 논의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청와대 등 윗선에서 '대법원에 의견을 전달하라'는 원칙론적 얘기만 할 뿐 구체적 의견은 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A 씨는 "외교부에서 대법원에 직접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통로"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걸 왜 우리(외교부)가 다 뒤집어 쓰고 해야 하나" "실제 액션(행동)은 너무 외교부에 미루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외교부가) 분명히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를 어떤 형식으로든 풀어는 봐야되지만, 그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이 우리한테 있느냐, 어떤 리소스가 있느냐 하는 측면에서 회의적이었다"고 부연했습니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은 내부 검토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대법원 측에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2013년 12월과 2014년 11월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소인수 회의'에 참석해, 회의 참석자였던 차한성·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각각 2012년 대법 판결의 문제점과 외교부의 우려·희망 사항을 브리핑한 것입니다.

여기서 윤병세 장관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입법·사법·행정부의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를 취하면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정치적·외교적 해결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2012년 대법 판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사실이, 수사와 재판을 거쳐 확인됐습니다.

당시 정부가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특정 재판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판을 불러온 대목입니다.

실무자로서 다른 업무도 병행하던 A 씨는 해당 '소인수 회의'에 대한 정보를 당시 공유받지 못했고, 나중에 신문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A 씨는 또 공문 등의 방식으로 대법원을 직접 접촉하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에, 세미나 개최와 같은 간접적 방식으로 외교부의 의견을 대법원에 전달하는 방안을 당시 논의했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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