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피소드] 교황 “아이 대신 반려동물, 이기적” 비판?…논란 따라가 보니

입력 2022.01.16 (07:06) 수정 2022.01.1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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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77번째 생일에 바티칸 근처 노숙자들을 초청해 아침 식사를 함께 한 프란치스코 교황. 한 노숙자는 반려견을 데리고 왔다.지난 2013년 77번째 생일에 바티칸 근처 노숙자들을 초청해 아침 식사를 함께 한 프란치스코 교황. 한 노숙자는 반려견을 데리고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초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있었던 수요 일반 알현(미사)에서 한 설교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자리에서 예수의 육신으로서의 아버지이자 '성모 마리아'의 배우자였던 요셉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혈연으로 맺어진 사랑을 뛰어넘는 '입양의 성스러움'에 대한 설교를 하다 갑자기(?) 반려동물 문화를 논했다.

"우리는 입양이라는 선택에 대해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늘날 고아들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 일종의 '이기심(selfishness)' 또한 목격되는데, 예전에 제가 오늘날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인구학적 겨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자녀를 갖길 원치 않거나 또는 하나만 낳고 더 이상 낳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요. 많은 부부들이 아이를 원치 않아서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습니다. 그러면서 개나 고양이는 여럿 키웁니다. 반려동물이 자녀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죠. 웃기지만 현실입니다.

이렇게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는 걸 부정하는 것은 우리를 작게 만들고 인간애(humanity)를 앗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사회가 노령화되고 인간답지 않게 되는 거죠. 바로 우리가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됨으로써 느낄 수 있는 충만함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요셉은 '입양'이라는 선택이 가장 숭고한 형태의 사랑이자 아빠됨과 엄마됨의 발로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세상에 누군가 보살펴주기를 바라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고 싶어하지만 생물학적 이유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고요? 이미 자녀가 있는데도 그러한 가족애를 고아들에게까지 확장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입양이라는 선택을, 자녀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위험(risk)을 감수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자녀를 갖거나 받아들이는 것도 위험스런 일이지만 자녀가 없는 건 더더욱 위험합니다. 꼭 한번 생각해봐주십시오."

바티칸 교황청에서 대중을 상대로 설교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지난 5일)바티칸 교황청에서 대중을 상대로 설교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지난 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면서 '입양 전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입양 절차의 간소화'를 촉구했다. 가족을 꿈꾸는 아이들에겐 꿈을 이뤄주고, 자녀로 인한 사랑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꿈 역시 실현될 수 있도록 하자고 독려하면서…….

그런데 이러한 교황의 설교는 "교황이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를 이기적이라고 했다"라고 보도되며 즉각 논란을 야기했다. 교황명이 유래한 프란치스코 성인이 특히 '동물들의 수호 성인'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비판이 쇄도했다.

동물들의 수호 성인으로 알려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현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따랐다.동물들의 수호 성인으로 알려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현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따랐다.

■ 프란치스코 교황 "성경, 우리 주위 모든 생명을 아울러야 한다는 것 가르쳐"

프란치스코 교황은 많은 역대 교황들과 달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전 발언들을 살펴보면 이번 논란과는 반대로 논란이 되어온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일반 알현에서 '사후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동물들도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확히는 "성경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훌륭한 계획의 완성은 우리 주위의 모든 생명을 아우른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당시 교황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동물들에게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주장해온 가톨릭 보수 신학과 배치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큰 논란에 휩싸였다.

어린이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은 물론이고 동성애자나 미혼모, 비혼커플에게까지도 관대한 태도를 취해온 프란치스코 교황답다는 평가와 함께. 동물옹호론자들은 '동물들도 감각이 있고 조물주에게 의미있는 존재'라는 것을 교황이 확인시켜주었다며 환영했다.

같은해 교황은 한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반려동물이 아이들보다 더 중요하냐?'는 직설적인 질문도 받았는데 "자녀보다 반려동물을 더 우선시하는 현실에 대해선 '문화적 퇴보'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교황은 "그러한 현실은 반려동물과의 감정적 관계 맺음이 아이들과의 관계 맺음보다 더 쉽기 때문"이라고 부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과 입을 것, 건강 관리 다음으로 화장품과 반려동물에 많은 돈을 쓰는 현실을 지적해 부각시켰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사람'과 모든 다른 '피조물'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강조하며 동물들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강조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해 주교들에게 보내는 회칙에 "모든 피조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각각 다 귀하게 여겨야 하고 사랑과 존중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살아있는 생물로서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 "출산율은 떨어지고 반려동물 키우는 가구는 늘어나는 게 현실"

지난 주 논란이 있은 이후 한 가톨릭 매체는 교황의 발언과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면밀히 보도했다.

그러면서 교황의 출신지역인 남미의 현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즉, 빈국이 많은 남미의 경우 '사람조차도 열악한 환경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나라의 사람들은, 개가 사람처럼 사는 걸 보면 가증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황의 이번 발언은 "입양을 통해서든 자연 임신을 통해서든 아이를 키울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자녀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현실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그들의 아픔을 헤아리고, 스스로 성직자의 길을 택해 부모가 되지 못한(?) 교황이 자녀를 갖지 않는 게 이기적이라고 한 뜻은 결코 아니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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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6 07:06:09
    • 수정2022-01-16 08:55:53
    애피소드
지난 2013년 77번째 생일에 바티칸 근처 노숙자들을 초청해 아침 식사를 함께 한 프란치스코 교황. 한 노숙자는 반려견을 데리고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초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있었던 수요 일반 알현(미사)에서 한 설교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자리에서 예수의 육신으로서의 아버지이자 '성모 마리아'의 배우자였던 요셉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혈연으로 맺어진 사랑을 뛰어넘는 '입양의 성스러움'에 대한 설교를 하다 갑자기(?) 반려동물 문화를 논했다.

"우리는 입양이라는 선택에 대해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늘날 고아들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 일종의 '이기심(selfishness)' 또한 목격되는데, 예전에 제가 오늘날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인구학적 겨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자녀를 갖길 원치 않거나 또는 하나만 낳고 더 이상 낳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요. 많은 부부들이 아이를 원치 않아서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습니다. 그러면서 개나 고양이는 여럿 키웁니다. 반려동물이 자녀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죠. 웃기지만 현실입니다.

이렇게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는 걸 부정하는 것은 우리를 작게 만들고 인간애(humanity)를 앗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사회가 노령화되고 인간답지 않게 되는 거죠. 바로 우리가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됨으로써 느낄 수 있는 충만함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요셉은 '입양'이라는 선택이 가장 숭고한 형태의 사랑이자 아빠됨과 엄마됨의 발로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세상에 누군가 보살펴주기를 바라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고 싶어하지만 생물학적 이유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고요? 이미 자녀가 있는데도 그러한 가족애를 고아들에게까지 확장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입양이라는 선택을, 자녀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위험(risk)을 감수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자녀를 갖거나 받아들이는 것도 위험스런 일이지만 자녀가 없는 건 더더욱 위험합니다. 꼭 한번 생각해봐주십시오."

바티칸 교황청에서 대중을 상대로 설교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지난 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면서 '입양 전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입양 절차의 간소화'를 촉구했다. 가족을 꿈꾸는 아이들에겐 꿈을 이뤄주고, 자녀로 인한 사랑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꿈 역시 실현될 수 있도록 하자고 독려하면서…….

그런데 이러한 교황의 설교는 "교황이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를 이기적이라고 했다"라고 보도되며 즉각 논란을 야기했다. 교황명이 유래한 프란치스코 성인이 특히 '동물들의 수호 성인'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비판이 쇄도했다.

동물들의 수호 성인으로 알려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현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따랐다.
■ 프란치스코 교황 "성경, 우리 주위 모든 생명을 아울러야 한다는 것 가르쳐"

프란치스코 교황은 많은 역대 교황들과 달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전 발언들을 살펴보면 이번 논란과는 반대로 논란이 되어온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일반 알현에서 '사후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동물들도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확히는 "성경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훌륭한 계획의 완성은 우리 주위의 모든 생명을 아우른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당시 교황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동물들에게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주장해온 가톨릭 보수 신학과 배치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큰 논란에 휩싸였다.

어린이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은 물론이고 동성애자나 미혼모, 비혼커플에게까지도 관대한 태도를 취해온 프란치스코 교황답다는 평가와 함께. 동물옹호론자들은 '동물들도 감각이 있고 조물주에게 의미있는 존재'라는 것을 교황이 확인시켜주었다며 환영했다.

같은해 교황은 한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반려동물이 아이들보다 더 중요하냐?'는 직설적인 질문도 받았는데 "자녀보다 반려동물을 더 우선시하는 현실에 대해선 '문화적 퇴보'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교황은 "그러한 현실은 반려동물과의 감정적 관계 맺음이 아이들과의 관계 맺음보다 더 쉽기 때문"이라고 부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과 입을 것, 건강 관리 다음으로 화장품과 반려동물에 많은 돈을 쓰는 현실을 지적해 부각시켰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사람'과 모든 다른 '피조물'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강조하며 동물들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강조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해 주교들에게 보내는 회칙에 "모든 피조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각각 다 귀하게 여겨야 하고 사랑과 존중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살아있는 생물로서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 "출산율은 떨어지고 반려동물 키우는 가구는 늘어나는 게 현실"

지난 주 논란이 있은 이후 한 가톨릭 매체는 교황의 발언과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면밀히 보도했다.

그러면서 교황의 출신지역인 남미의 현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즉, 빈국이 많은 남미의 경우 '사람조차도 열악한 환경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나라의 사람들은, 개가 사람처럼 사는 걸 보면 가증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황의 이번 발언은 "입양을 통해서든 자연 임신을 통해서든 아이를 키울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자녀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현실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그들의 아픔을 헤아리고, 스스로 성직자의 길을 택해 부모가 되지 못한(?) 교황이 자녀를 갖지 않는 게 이기적이라고 한 뜻은 결코 아니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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