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서대문구청 공무원 유죄…“구청장 개입 제대로 조사했나 의문”

입력 2022.01.17 (10:14) 수정 2022.01.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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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청의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를 뽑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대문구 전 공무원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이영훈 부장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지방공무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서대문구청 전 환경도시국장 64살 황 모 씨에 대해 지난 12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면접을 앞두고 황 씨에게 자신의 지인 A 씨를 채용해 달라며 청탁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서대문구청장 정책보좌관 54살 서 모 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황 씨는 2015년, 7급 상당의 대우를 받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다’급 임용시험에서 A 씨를 뽑기 위해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A 씨의 점수가 5명 중 2등으로 불합격할 것으로 보이자, 1등의 면접 점수는 낮추고 A 씨의 점수는 만점으로 높여 최종 합격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재판부는 “특정인을 합격시키려고 직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면접점수를 고친 잘못을 저질러 임용시험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고 구청 내에서 상당한 파문과 혼란이 초래됐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면접 점수 조작 외의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는 하지 않았고, 오랜 시간 공무원으로 일하며 별다른 과오 없이 업무를 수행해 온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책보좌관 서 씨에 대해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이 충분하게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한편 법원은 황 씨, 서 씨와 함께 검찰 수사를 받은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검찰은 앞서 문 구청장이 황 씨에게 “‘임용 시험에 대해 서 씨와 상의해서 조치하라’, ‘서 씨와 상의했느냐’라고 한 말이 A 씨를 채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문 구청장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구청장 발언은 객관적으로는 채용 지시로 볼 수 없다고 평가절하하면서 서 씨 부탁은 황 씨가 심리적 부담을 느낄 만한 영향력 행사라고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부자연스럽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중요한 참고인인 A 씨는 조사하지 않는 등 부실한 감사를 했다는 징후가 뚜렷한데, 임용시험과 그 뒤 감사 과정에서 구청장이나 부구청장에 의한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가 제대로 조사됐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 구청장과 두 피고인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의뢰로 2020년 초부터 경찰 수사를 받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문 구청장에겐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나머지 두 명만 재판에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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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용비리’ 서대문구청 공무원 유죄…“구청장 개입 제대로 조사했나 의문”
    • 입력 2022-01-17 10:14:59
    • 수정2022-01-17 10:17:23
    사회
서울 서대문구청의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를 뽑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대문구 전 공무원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이영훈 부장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지방공무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서대문구청 전 환경도시국장 64살 황 모 씨에 대해 지난 12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면접을 앞두고 황 씨에게 자신의 지인 A 씨를 채용해 달라며 청탁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서대문구청장 정책보좌관 54살 서 모 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황 씨는 2015년, 7급 상당의 대우를 받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다’급 임용시험에서 A 씨를 뽑기 위해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A 씨의 점수가 5명 중 2등으로 불합격할 것으로 보이자, 1등의 면접 점수는 낮추고 A 씨의 점수는 만점으로 높여 최종 합격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재판부는 “특정인을 합격시키려고 직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면접점수를 고친 잘못을 저질러 임용시험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고 구청 내에서 상당한 파문과 혼란이 초래됐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면접 점수 조작 외의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는 하지 않았고, 오랜 시간 공무원으로 일하며 별다른 과오 없이 업무를 수행해 온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책보좌관 서 씨에 대해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이 충분하게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한편 법원은 황 씨, 서 씨와 함께 검찰 수사를 받은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검찰은 앞서 문 구청장이 황 씨에게 “‘임용 시험에 대해 서 씨와 상의해서 조치하라’, ‘서 씨와 상의했느냐’라고 한 말이 A 씨를 채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문 구청장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구청장 발언은 객관적으로는 채용 지시로 볼 수 없다고 평가절하하면서 서 씨 부탁은 황 씨가 심리적 부담을 느낄 만한 영향력 행사라고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부자연스럽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중요한 참고인인 A 씨는 조사하지 않는 등 부실한 감사를 했다는 징후가 뚜렷한데, 임용시험과 그 뒤 감사 과정에서 구청장이나 부구청장에 의한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가 제대로 조사됐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 구청장과 두 피고인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의뢰로 2020년 초부터 경찰 수사를 받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문 구청장에겐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나머지 두 명만 재판에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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