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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돋보기] ‘교육의원 폐지’ 급부상…진정한 교육자치는?
입력 2022.01.17 (19:19) 수정 2022.01.17 (20:04) 뉴스7(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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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굵직한 이슈들이 동시에 나온 지난 한 주였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해묵은 지역 이슈가 동시에 터져나왔죠.

대법원 판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영리병원 문제가 다시 뜨거워졌구요.

그동안 논란만 거듭하던 제주 교육의원 폐지 문제도 지방정가의 이슈로 급부상했습니다.

오늘 돋보기에서는 교육의원 문제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앵커]

지난주 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제주 교육의원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전격 발의했죠,

왜 이런 민감한 문제가 지방선거가 다섯 달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나온 걸까요?

[기자]

이번 개정안이 주목받는 건 제주도의원 정수 증원과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주 국회를 방문했던 좌남수 도의회 의장이 개정안과 선거구 획정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한달 전 이 시간에 늦어지는 도의원 선거구획정 문제를 말씀드렸죠.

제주도의원 정수를 46명으로 늘리자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지금 국회 정치개혁 특위에서 멈춰 있습니다.

4년 전에도 법률을 개정해 41명에서 두 명을 늘렸는데 또다시 3명을 더 늘리려고 하니 이게 쉽지 않은 겁니다.

오늘만해도 광역의원 몫이 줄어드는 전국 14개 자자체에서 농어촌 특성을 반영해 광역의원 축소를 막아달라는 공동건의문을 대선 예비후보들에게 전달했거든요.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요구가 쏟아지다보니 제주도의원 정수를 늘리는 문제도 쉽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선 이미 폐지한 교육의원 제도를 제주에서도 폐지한 뒤 그 정원을 도의원 정수로 흡수 통합하려는 시도로 분석됩니다.

[앵커]

한달 전만 해도 교육의원 제도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말씀하지 않았나요?

[기자]

그랬었죠.

그런데 제주에만 남아있는 제도를 폐지하면 도의원 정원 문제도 풀 수 있다는 판단을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국회 정개특위에 제주도의원 정원 3명을 늘리는 법안이 올라가 있는데, 교육의원 정원 5명을 폐지하는 법안을 같이 상정하면, 전체 도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고도 선거구 획정 문제를 해결하는 타협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본 거죠.

[앵커]

그런데 다른 지방에서 이미 폐지한 교육의원 제도가 어떻게 제주에만 남아있게 된 거죠?

[기자]

역사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교육의원 제도는 제주특별법이 2006년 특별자치도특별법으로 모습을 바꾸면서 전국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그 이후 매 4년마다 주민직선을 통해 교육의원을 선출하고 이들이 일반 도의원들과 함께 교육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온 거죠.

다른 15개 시도에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을 거쳐 2010년에 처음으로 제주도와 같은 방식으로 교육의원을 선출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2010년에 시작해서 2014년에 만료되도록 기한을 정해서 도입했습니다.

이런 일몰제 규정에 따라 다른 시도에선 한 번만 시행하고 폐지했는데, 실험장소였던 제주에선 제주특별법의 관련 규정을 손보지 않아 제주에서만 운영하는 특별한 제도로 남게 된 겁니다.

[앵커]

그럼 다른 시도에서는 교육위원회를 운영하지 않는 건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주도의회처럼 상임위원회 형태로 교육위원회를 운영하고는 있는데, 다만, 별도로 선출하는 교육의원이 아니라 일반 도의원들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국회가 국회의원들로 교육위원회를 운영하는 것과 형식적으로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이미 다른 지역에선 사라진 제도를 제주도만 운영한다?

이게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답은 없습니다.

일반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통합론과 분리론으로 팽팽하게 입장이 갈립니다.

교육의 보편성이라는 관점에서 교육행정도 일반행정의 하나라는 입장이 통합론이고, 교육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근거로 일반행정과 구별되는 교육행정의 자치를 주장하는 입장이 분리론입니다.

주로 통합론은 정치권과 행정에서, 분리론은 교육계에서 주장하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외국 사례를 봐도 나라별로 다르고, 심지어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별로 다른 형태의 교육자치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정치혐오 의식이 높은 한국사회 정서로 보면 분리론 쪽이 더 설득력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지방자치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스위스에선 지방의회의 득표 비중대로 정당에서 추천해 교육위원회를 구성하기는 경우도 있어서 누가 좋다, 나쁘다 누가 맞다, 틀리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사법부의 판단은 어떻습니까?

그동안 교육의원 제도와 관련해 수차례 헌법소원이나 위헌 소송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교육의원 제도와 선출방식, 제도의 변경과 관련해 수 차례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렸는데요.

헌재는 이 문제를 입법론, 즉 법률 제정권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회의 재량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뜻인데요.

이 때문에 교육계 목소리보다는 시도지사나 시도의원 등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이는 정치적 구조로 인해 국회의원들이 분리론보다는 통합론에 입각해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한 분석일 듯 합니다.

[앵커]

꼭 그것 때문일까요?

일반 유권자들도 교육의원 제도에 대해 꼭 호의적이지는 않는데요?

[기자]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교육의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꾸 나오는 건 교육계가 자초했다는 평가도 가능합니다.

제주에서 그동안 네 차례 교육의원 선거를 치렀는데 그 결과를 보면 참담할 정도입니다.

후보 경쟁률은 2006년 2.8대 1을 시작으로 매년 감소하면서 지난 선거에서는 1.2대 1까지 추락했습니다.

5개 선거구 가운데 2014년엔 한 곳에서 2018년엔 무려 네 곳에서 무투표 당선이 됐죠.

당선자의 평균 연령은 60살을 시작으로 잠시 줄었지만, 이후 예순 두 살, 65살 이상으로 선거때마다 늘었습니다.

당선자 경력을 봐도 그간 당선자 20명 가운데 교장과 교육장, 전문직이 18명인데 반해 교사와 교수는 각 1명에 불과합니다.

더욱 심각한 건 당선자 모두 남성이고 후보자를 포함해도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교육의원은 60대 초중등 남성 전직 교장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거죠.

또 한가지 중요한 부작용이 있는데요.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교육자치를 도입했는데, 교육의원들이 본회의에서 모든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가지다보니 민감한 정치 사안의 결정권을 교육의원들이 갖게 되는 심각한 부작용도 낳고 있습니다.

[앵커]

자주 지적되는 비판이긴 한데, 이런 현상이 우연일까요? 아니면 필연적인 걸까요?

[기자]

이게 제주에서만 나타난 현상이라면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물론 한 번 뿐이긴 합니다만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선거제도 자체의 결과로 보는게 타당할 듯 합니다.

교육 또는 교육행정 경력을 요구하다보니, 다른 교육전문가들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고, 현직 교원조차도 사전에 사표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입후보를 막는 거나 마찬가지죠.

또 선거구가 워낙 넓다보니 선거운동을 하기도 쉽지 않죠.

그렇다보니 설령 피선거권이 있다고 해도 입후보 자체가 어려워지게 되는 거죠.

[앵커]

그래도 헌법재판소는 현행 선거방식을 합헌이라고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2018년에 제기한 제주참여환경연대의 위헌 확인 소송에 대해 헌재는 문제 없다고 결정했죠.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교육자치와 관련해 헌재는 입법부의 재량 범위를 폭넓게 보고 있습니다.

합헌이라는 결정과 현행 제도가 최선인가는 다른 차원의 얘기죠.

교육계가 기존 제도에 안주해 있는 사이에 교육자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평가가 나올만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 현역 교육의원들은 반론을 제기합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부공남/제주도 교육의원 : "2018년 11대 의회 첫 5분발언으로 나서서 교육의원 제도의 운용상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 부분을 도와 도의회와 교육청이 같이 힘을 모아서 이 부분을 개선해나가야 된다는 점을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서로가 떠밀면서, 그런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잘못된 것을 고치고 개선하고, 이렇게 해야되는데 그런 부분을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전부 다 기피하고 피하고 안하려고 하는 것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앵커]

교육의원 제도에 대해 공론화를 요구했는데 책임을 진 제주도와 교육청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주장이군요.

그렇다면 제도를 개선해서 교육의원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걸까요?

[기자]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은 있습니다.

최근 제주도교육청의 정책연구과제로 한국교육행정학회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피선거 자격을 크게 완화해 학력 요건이라든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경력, 교육단체, 학부모단체 경력 여건을 추가하는 방안, 선거구를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나눠 중선거구제로 적용하는 방안, 장기적으로는 도의회와 분리된 별도의 교육의회를 신설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제주도의원 선거구획정과 맞물려 있어 국회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거든요.

충분하게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는 불투명한게 현실입니다.

[앵커]

선거를 앞두고서야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게 안타깝네요?

[기자]

정치가 실종된 한국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일 수도 있겠습니다.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에서 규정한 가치라는 점에서 본다면 더욱 정치권이 평소에 무엇을 했는가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데요.

물론 이 비판은 언론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공론의 장에서 논의했어야 할 중요한 주제이거든요.

그런데 한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특별자치 논의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육자치 논의에서도 놓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특별자치를 해서 수많은 권한을 제주도가 가져왔지만 도지사 권한만 강화됐지 도민들에게 권한이 전달되지 않는 것처럼, 현재의 교육자치 논의도 중앙에서 권한을 가져오는 지방교육자치와 일반행정기관에서 권한을 가져오는 교육행정기관의 자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교육자치는 교육주체의 자치, 교육현장의 자율성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인데, 교육행정기관 자치 문제 가운데 하나인 교육의원 제도에만 매몰돼 있다는 점입니다.

[앵커]

선거 6개월 전에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법률이 규정했다면 그 이전에 법안을 제출해서 공론의 장에서 토론을 거쳐 정책 결정을 했어야 한다는 점, 교육자치가 자리의 보전이 아니라 교육현장의 자율성에 대해 더 깊은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늘 돋보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제주 돋보기] ‘교육의원 폐지’ 급부상…진정한 교육자치는?
    • 입력 2022-01-17 19:19:09
    • 수정2022-01-17 20:04:12
    뉴스7(제주)
[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굵직한 이슈들이 동시에 나온 지난 한 주였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해묵은 지역 이슈가 동시에 터져나왔죠.

대법원 판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영리병원 문제가 다시 뜨거워졌구요.

그동안 논란만 거듭하던 제주 교육의원 폐지 문제도 지방정가의 이슈로 급부상했습니다.

오늘 돋보기에서는 교육의원 문제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앵커]

지난주 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제주 교육의원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전격 발의했죠,

왜 이런 민감한 문제가 지방선거가 다섯 달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나온 걸까요?

[기자]

이번 개정안이 주목받는 건 제주도의원 정수 증원과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주 국회를 방문했던 좌남수 도의회 의장이 개정안과 선거구 획정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한달 전 이 시간에 늦어지는 도의원 선거구획정 문제를 말씀드렸죠.

제주도의원 정수를 46명으로 늘리자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지금 국회 정치개혁 특위에서 멈춰 있습니다.

4년 전에도 법률을 개정해 41명에서 두 명을 늘렸는데 또다시 3명을 더 늘리려고 하니 이게 쉽지 않은 겁니다.

오늘만해도 광역의원 몫이 줄어드는 전국 14개 자자체에서 농어촌 특성을 반영해 광역의원 축소를 막아달라는 공동건의문을 대선 예비후보들에게 전달했거든요.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요구가 쏟아지다보니 제주도의원 정수를 늘리는 문제도 쉽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선 이미 폐지한 교육의원 제도를 제주에서도 폐지한 뒤 그 정원을 도의원 정수로 흡수 통합하려는 시도로 분석됩니다.

[앵커]

한달 전만 해도 교육의원 제도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말씀하지 않았나요?

[기자]

그랬었죠.

그런데 제주에만 남아있는 제도를 폐지하면 도의원 정원 문제도 풀 수 있다는 판단을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국회 정개특위에 제주도의원 정원 3명을 늘리는 법안이 올라가 있는데, 교육의원 정원 5명을 폐지하는 법안을 같이 상정하면, 전체 도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고도 선거구 획정 문제를 해결하는 타협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본 거죠.

[앵커]

그런데 다른 지방에서 이미 폐지한 교육의원 제도가 어떻게 제주에만 남아있게 된 거죠?

[기자]

역사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교육의원 제도는 제주특별법이 2006년 특별자치도특별법으로 모습을 바꾸면서 전국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그 이후 매 4년마다 주민직선을 통해 교육의원을 선출하고 이들이 일반 도의원들과 함께 교육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온 거죠.

다른 15개 시도에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을 거쳐 2010년에 처음으로 제주도와 같은 방식으로 교육의원을 선출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2010년에 시작해서 2014년에 만료되도록 기한을 정해서 도입했습니다.

이런 일몰제 규정에 따라 다른 시도에선 한 번만 시행하고 폐지했는데, 실험장소였던 제주에선 제주특별법의 관련 규정을 손보지 않아 제주에서만 운영하는 특별한 제도로 남게 된 겁니다.

[앵커]

그럼 다른 시도에서는 교육위원회를 운영하지 않는 건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주도의회처럼 상임위원회 형태로 교육위원회를 운영하고는 있는데, 다만, 별도로 선출하는 교육의원이 아니라 일반 도의원들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국회가 국회의원들로 교육위원회를 운영하는 것과 형식적으로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이미 다른 지역에선 사라진 제도를 제주도만 운영한다?

이게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답은 없습니다.

일반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통합론과 분리론으로 팽팽하게 입장이 갈립니다.

교육의 보편성이라는 관점에서 교육행정도 일반행정의 하나라는 입장이 통합론이고, 교육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근거로 일반행정과 구별되는 교육행정의 자치를 주장하는 입장이 분리론입니다.

주로 통합론은 정치권과 행정에서, 분리론은 교육계에서 주장하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외국 사례를 봐도 나라별로 다르고, 심지어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별로 다른 형태의 교육자치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정치혐오 의식이 높은 한국사회 정서로 보면 분리론 쪽이 더 설득력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지방자치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스위스에선 지방의회의 득표 비중대로 정당에서 추천해 교육위원회를 구성하기는 경우도 있어서 누가 좋다, 나쁘다 누가 맞다, 틀리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사법부의 판단은 어떻습니까?

그동안 교육의원 제도와 관련해 수차례 헌법소원이나 위헌 소송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교육의원 제도와 선출방식, 제도의 변경과 관련해 수 차례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렸는데요.

헌재는 이 문제를 입법론, 즉 법률 제정권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회의 재량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뜻인데요.

이 때문에 교육계 목소리보다는 시도지사나 시도의원 등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이는 정치적 구조로 인해 국회의원들이 분리론보다는 통합론에 입각해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한 분석일 듯 합니다.

[앵커]

꼭 그것 때문일까요?

일반 유권자들도 교육의원 제도에 대해 꼭 호의적이지는 않는데요?

[기자]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교육의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꾸 나오는 건 교육계가 자초했다는 평가도 가능합니다.

제주에서 그동안 네 차례 교육의원 선거를 치렀는데 그 결과를 보면 참담할 정도입니다.

후보 경쟁률은 2006년 2.8대 1을 시작으로 매년 감소하면서 지난 선거에서는 1.2대 1까지 추락했습니다.

5개 선거구 가운데 2014년엔 한 곳에서 2018년엔 무려 네 곳에서 무투표 당선이 됐죠.

당선자의 평균 연령은 60살을 시작으로 잠시 줄었지만, 이후 예순 두 살, 65살 이상으로 선거때마다 늘었습니다.

당선자 경력을 봐도 그간 당선자 20명 가운데 교장과 교육장, 전문직이 18명인데 반해 교사와 교수는 각 1명에 불과합니다.

더욱 심각한 건 당선자 모두 남성이고 후보자를 포함해도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교육의원은 60대 초중등 남성 전직 교장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거죠.

또 한가지 중요한 부작용이 있는데요.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교육자치를 도입했는데, 교육의원들이 본회의에서 모든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가지다보니 민감한 정치 사안의 결정권을 교육의원들이 갖게 되는 심각한 부작용도 낳고 있습니다.

[앵커]

자주 지적되는 비판이긴 한데, 이런 현상이 우연일까요? 아니면 필연적인 걸까요?

[기자]

이게 제주에서만 나타난 현상이라면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물론 한 번 뿐이긴 합니다만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선거제도 자체의 결과로 보는게 타당할 듯 합니다.

교육 또는 교육행정 경력을 요구하다보니, 다른 교육전문가들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고, 현직 교원조차도 사전에 사표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입후보를 막는 거나 마찬가지죠.

또 선거구가 워낙 넓다보니 선거운동을 하기도 쉽지 않죠.

그렇다보니 설령 피선거권이 있다고 해도 입후보 자체가 어려워지게 되는 거죠.

[앵커]

그래도 헌법재판소는 현행 선거방식을 합헌이라고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2018년에 제기한 제주참여환경연대의 위헌 확인 소송에 대해 헌재는 문제 없다고 결정했죠.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교육자치와 관련해 헌재는 입법부의 재량 범위를 폭넓게 보고 있습니다.

합헌이라는 결정과 현행 제도가 최선인가는 다른 차원의 얘기죠.

교육계가 기존 제도에 안주해 있는 사이에 교육자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평가가 나올만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 현역 교육의원들은 반론을 제기합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부공남/제주도 교육의원 : "2018년 11대 의회 첫 5분발언으로 나서서 교육의원 제도의 운용상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 부분을 도와 도의회와 교육청이 같이 힘을 모아서 이 부분을 개선해나가야 된다는 점을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서로가 떠밀면서, 그런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잘못된 것을 고치고 개선하고, 이렇게 해야되는데 그런 부분을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전부 다 기피하고 피하고 안하려고 하는 것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앵커]

교육의원 제도에 대해 공론화를 요구했는데 책임을 진 제주도와 교육청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주장이군요.

그렇다면 제도를 개선해서 교육의원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걸까요?

[기자]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은 있습니다.

최근 제주도교육청의 정책연구과제로 한국교육행정학회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피선거 자격을 크게 완화해 학력 요건이라든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경력, 교육단체, 학부모단체 경력 여건을 추가하는 방안, 선거구를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나눠 중선거구제로 적용하는 방안, 장기적으로는 도의회와 분리된 별도의 교육의회를 신설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제주도의원 선거구획정과 맞물려 있어 국회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거든요.

충분하게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는 불투명한게 현실입니다.

[앵커]

선거를 앞두고서야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게 안타깝네요?

[기자]

정치가 실종된 한국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일 수도 있겠습니다.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에서 규정한 가치라는 점에서 본다면 더욱 정치권이 평소에 무엇을 했는가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데요.

물론 이 비판은 언론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공론의 장에서 논의했어야 할 중요한 주제이거든요.

그런데 한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특별자치 논의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육자치 논의에서도 놓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특별자치를 해서 수많은 권한을 제주도가 가져왔지만 도지사 권한만 강화됐지 도민들에게 권한이 전달되지 않는 것처럼, 현재의 교육자치 논의도 중앙에서 권한을 가져오는 지방교육자치와 일반행정기관에서 권한을 가져오는 교육행정기관의 자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교육자치는 교육주체의 자치, 교육현장의 자율성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인데, 교육행정기관 자치 문제 가운데 하나인 교육의원 제도에만 매몰돼 있다는 점입니다.

[앵커]

선거 6개월 전에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법률이 규정했다면 그 이전에 법안을 제출해서 공론의 장에서 토론을 거쳐 정책 결정을 했어야 한다는 점, 교육자치가 자리의 보전이 아니라 교육현장의 자율성에 대해 더 깊은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늘 돋보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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