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날씨에 양말 바람으로 집 뛰쳐나온 80대 할머니, 왜?

입력 2022.01.17 (21:23) 수정 2022.01.1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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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 내 노인 학대 사건도 늘고 있습니다.

얼마전 한 80대 노인이 아들이 두렵다며 영하의 날씨에 양말만 신은 채 집에서 도망쳐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김화영 기잡니다.

[리포트]

지난 8일 밤, 한 노인이 동네 슈퍼마켓으로 힘겹게 들어옵니다.

한겨울인데, 외투도 없고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가게 주인이 차갑게 언 노인의 손을 주물러 녹여주고, 슬리퍼도 꺼내줍니다.

[허태순/슈퍼마켓 사장 : "다리하고 손하고 막 벌벌 떨어서 뭘 먹고 싶냐 그랬더니 '박카스 좀 갖다달라' 그러더라고…."]

인근 아파트에 사는 80대 노인 A 씨가 함께 사는 50대 아들이 술에 취해 해코지 할까 봐 도망쳐 나온 거였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날 밤은 최저기온 영하 5도에 달하는 추운 날씨였습니다.

당시 A 씨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집에서 도망쳐 이 마트로 들어갔습니다.

["오늘 밤 내가 (아들과) 같이 잘 수가 없다고 무서워 하셔가지고. 그냥 말씀하신 게 아니고 부들부들 떨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어요."]

A 씨는 경찰과 사회복지사 도움으로 지금은 노인보호 쉼터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노인은 아들에게 여러 차례 욕설을 듣고 위협을 당해왔다며, 따로 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고건/서울시 북부 노인보호전문기관 과장 : "물건을 '피해 노인'이 있는 주위로 던진다든지, 술을 마시고 피해 노인에게 아무 이유 없이 욕설을 한다든지..."]

노인 학대 사건은 2017년 4천6백여 건에서 해마다 늘어, 2020년엔 6천2백여 건이었습니다.

이 중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 90% 가까이 됩니다.

경찰은 A 씨의 아들을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최창준

코로나19 이후 노인학대 24% 증가…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앵커]

그럼 이 문제 함께 취재한 사회부 양민철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양 기자, 가정 내 노인학대 건수, 특히 2020년에 확 늘었어요.

코로나 영향으로 봐야할까요?

[기자]

2017년에 4천 백 건인데, 2020년은 5천 5백건이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상당히 빨리 늘었죠.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가족이 함께 머무는 시간이 늘다 보니 불화가 생기기 쉽다는 거죠.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이 문을 닫으면서, 돌봄 부담은 커졌습니다.

물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인구 자체가 많아진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앵커]

이런 학대를 당하면, 노인들은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합니까.

[기자]

전국에 38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있습니다.

여기서 학대가 인정되면 전용 쉼터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숙식과 의료가 제공되고 상담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대 6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습니다.

다만 노인들은 자신에 대한 학대로 자식이 처벌을 받거나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걸 꺼려서 신고를 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앵커]

주변에서 빨리 신고를 하면 좋을텐데, 어떤 경우에 학대를 의심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제시한 일종의 징후가 있습니다.

치료를 받지 못한 상처가 있거나 큰소리로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경우들입니다.

노인이 요양원 등 시설에 입소한 뒤 가족이 한참 동안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도 주의깊게 봐야 합니다.

특히 알코올 의존증이 있거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자녀들과 사는 노인이 위험합니다.

[앵커]

그럼 신고는 어디에 해야 합니까?

[기자]

조금 전 말씀드린 노인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서에 하면 됩니다.

번호를 모를 때는 정부 콜센터 110으로 전화하면 연결해줍니다.

또 '나비새김'이라는 이름의 어플리케이션이 있거든요.

이 앱을 다운 받아서, 신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앵커]

​양민철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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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하 날씨에 양말 바람으로 집 뛰쳐나온 80대 할머니, 왜?
    • 입력 2022-01-17 21:23:55
    • 수정2022-01-17 22:02:55
    뉴스 9
[앵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 내 노인 학대 사건도 늘고 있습니다.

얼마전 한 80대 노인이 아들이 두렵다며 영하의 날씨에 양말만 신은 채 집에서 도망쳐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김화영 기잡니다.

[리포트]

지난 8일 밤, 한 노인이 동네 슈퍼마켓으로 힘겹게 들어옵니다.

한겨울인데, 외투도 없고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가게 주인이 차갑게 언 노인의 손을 주물러 녹여주고, 슬리퍼도 꺼내줍니다.

[허태순/슈퍼마켓 사장 : "다리하고 손하고 막 벌벌 떨어서 뭘 먹고 싶냐 그랬더니 '박카스 좀 갖다달라' 그러더라고…."]

인근 아파트에 사는 80대 노인 A 씨가 함께 사는 50대 아들이 술에 취해 해코지 할까 봐 도망쳐 나온 거였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날 밤은 최저기온 영하 5도에 달하는 추운 날씨였습니다.

당시 A 씨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집에서 도망쳐 이 마트로 들어갔습니다.

["오늘 밤 내가 (아들과) 같이 잘 수가 없다고 무서워 하셔가지고. 그냥 말씀하신 게 아니고 부들부들 떨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어요."]

A 씨는 경찰과 사회복지사 도움으로 지금은 노인보호 쉼터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노인은 아들에게 여러 차례 욕설을 듣고 위협을 당해왔다며, 따로 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고건/서울시 북부 노인보호전문기관 과장 : "물건을 '피해 노인'이 있는 주위로 던진다든지, 술을 마시고 피해 노인에게 아무 이유 없이 욕설을 한다든지..."]

노인 학대 사건은 2017년 4천6백여 건에서 해마다 늘어, 2020년엔 6천2백여 건이었습니다.

이 중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 90% 가까이 됩니다.

경찰은 A 씨의 아들을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최창준

코로나19 이후 노인학대 24% 증가…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앵커]

그럼 이 문제 함께 취재한 사회부 양민철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양 기자, 가정 내 노인학대 건수, 특히 2020년에 확 늘었어요.

코로나 영향으로 봐야할까요?

[기자]

2017년에 4천 백 건인데, 2020년은 5천 5백건이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상당히 빨리 늘었죠.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가족이 함께 머무는 시간이 늘다 보니 불화가 생기기 쉽다는 거죠.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이 문을 닫으면서, 돌봄 부담은 커졌습니다.

물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인구 자체가 많아진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앵커]

이런 학대를 당하면, 노인들은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합니까.

[기자]

전국에 38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있습니다.

여기서 학대가 인정되면 전용 쉼터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숙식과 의료가 제공되고 상담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대 6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습니다.

다만 노인들은 자신에 대한 학대로 자식이 처벌을 받거나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걸 꺼려서 신고를 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앵커]

주변에서 빨리 신고를 하면 좋을텐데, 어떤 경우에 학대를 의심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제시한 일종의 징후가 있습니다.

치료를 받지 못한 상처가 있거나 큰소리로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경우들입니다.

노인이 요양원 등 시설에 입소한 뒤 가족이 한참 동안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도 주의깊게 봐야 합니다.

특히 알코올 의존증이 있거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자녀들과 사는 노인이 위험합니다.

[앵커]

그럼 신고는 어디에 해야 합니까?

[기자]

조금 전 말씀드린 노인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서에 하면 됩니다.

번호를 모를 때는 정부 콜센터 110으로 전화하면 연결해줍니다.

또 '나비새김'이라는 이름의 어플리케이션이 있거든요.

이 앱을 다운 받아서, 신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앵커]

​양민철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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