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탄소중립의 ‘조연’ 될 수 있나?

입력 2022.01.17 (21:32) 수정 2022.01.1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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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탄소중립연속 기획, 오늘(17일)은 두 번째로 원전을 둘러싼 쟁점 짚어봅니다.

체르노빌, 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큰 충격을 남겼고, 원전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크죠.

그런데 최근 세계 여러 나라가 탄소중립에 열을 올리면서 원전이 전혀 다른 이미지, '친환경'의 얼굴로 등장합니다.

원전의 탄소 배출량이 석탄의 1.4%밖에 안되고, 태양광보다도 적다는 겁니다.

특히 유럽에선 풍력 발전량이 크게 줄어 전기료가 서너 배씩 뛰자 이런 논리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안은 원전뿐이다', '아니다, 원전은 여전히 위험하다' 엇갈린 주장이 팽행하게 맞서고 있는데 먼저, 원전을 대안 카드로 꺼내든 유럽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파리, 유원중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영국 북해 연안의 해상 풍력발전 단지.

이상기후로 지난해 북유럽의 바람이 예년보다 약해 전력생산이 15%가량 줄었습니다.

풍력발전량 감소는 화석 에너지 의존도를 다시 높였습니다.

러시아와의 불화 속에 지난해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과 전력거래소의 전기 도매가격이 한때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에너지 위기감이 고조되자 유럽 각국이 원자력 발전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취임 초 원전 비중을 낮추겠다고 선언했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6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마크롱/프랑스 대통령/지난해 11월 9일 :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합리적 가격의 에너지 비용을 내려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생산에 계속 투자해야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탄소 배출이 적은 원전의 이점이 부각 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과 기후에 친화적인 '녹색' 사업으로 분류하기 위한 규정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이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규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겁니다.

이에 대해 프랑스와 폴란드 등은 찬성을,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은 반대하고 있어 EU가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독일 정부 대변인 : "우리는 원자력 기술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폐기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환경 시민단체들은 원자력 발전이 탄소 배출이 적다고 하더라도 전력을 많이 쓰는 현재의 소비행태가 변하지 않는 한 기후변화 대응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김현석

[앵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원전 부활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당장 대선 후보들부터 '감원전', '탈원전 폐기'얘기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안전성과 경제성 때문에 원전은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먼저 기후위기 대응팀 김덕훈 기자 취재 내용 보시고, 남은 문제, 더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10만 년간 보관해야 하는 사용 후 핵연료봉.

국내에는 영구 저장시설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핵폐기장! 결사 반대!"]

1986년부터 아홉 차례 추진했던 폐기물 처리장 건립이 모두 무산됐고, 폐연료봉은 40년 넘게 원전 부지 안에 쌓이고 있습니다.

누적량은 50만 다발, 2만 6천 톤.

당장 9년 뒤면 한빛원전부터 저장 공간이 꽉 찹니다.

[김경수/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 : "(방폐장 설치를) 계속 미루는 건 탄소 제로를 가는 데 바람직한 방향은 아닙니다. 이게 전제가 안 되고서는 원자력의 입지가 굉장히 불안하다고 보죠."]

계속 오르는 생산비도 부담입니다.

국내에서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의 정산단가는 지난 10년 사이 50% 올랐습니다.

2013년 원전 부품 비리 이후, 부품 교체로 1년 만에 40%가 폭등했고, 이후에도 높은 가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규 원전 발전비용은 이미 재생에너지를 넘어섰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새로 발전소를 짓는데 드는 비용이 재생에너지보다 최대 10배 비쌉니다.

전력의 70%를 원전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3세대 원자로 건설비에 폐연료봉 처리 비용까지 더해져 발전 비용만 미국의 두 배가 넘습니다.

[김지석/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 "(원자력은)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자본 조달 비용도 높고요. 한 때는 재생에너지보다 쌌지만, 이제는 더 비싸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태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전 반대 측에서는 탄소 배출량이 석탄의 60% 수준인 LNG를 차선책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촬영기자:김준우/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지혜

[앵커]

김 기자, 일단 앞의 보도를 보면 원전이 비싸다고 했는데, 원전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경제성이 좋다'고 하거든요?

어떤 게 맞는 얘기입니까?

[기자]

먼저, 표 하나 다시 보겠습니다.

이건 원전을 새로 건설한다는 걸 전제로 계산된 건데요.

결국, 투자 관점에서 보면 원전이 가장 비싸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지어놓은 원전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특히 30년 넘은 국내 원전은 건설비 등을 상당 부분 회수했기 때문에 전력이 저렴한 게 맞습니다.

[앵커]

그럼 이미 지어놓은 원전이라면 전기료도 싸고, 탄소 배출량도 적으니 써야 하는 겁니까?

[기자]

최근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감원전, 탈원전 폐기도 바로 그런 관점입니다.

원전은 20기 넘게 지어놨고, 당장 탄소도 줄여야 하니, 있는 원전은 쓰던 대로 쓰자는 겁니다.

프랑스의 경우 전체 전력 생산의 70% 이상을 원자력에서 얻는데, 전기료가 독일의 60% 수준입니다.

유럽 평균보다도 낮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도 폐연료봉 문제를 해결 못 하고 있습니다.

핵폐기물처리시설이 있는 곳은 전 세계에 핀란드 단 한 곳입니다.

[앵커]

그런데 유럽연합도 원자력을 친환경으로 인정하겠다고 한 것 아닌가요?

[기자]

일단 각국에 그렇게 하겠다 통보한 상태입니다.

유럽연합의 이런 결정, 원전의 위험성보다 확실한 탄소 감축에 힘을 실어줬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조건을 붙였습니다.

핵폐기물 저장 시설을 갖춰야 친환경으로 인정하겠다는 건데,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앵커]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들쑥날쑥하고, 원전은 안전 문제가 있고, 다른 선택지는 없습니까?

[기자]

원자력계가 대안으로 내놓은 게 SMR이라고 부르는 소형 원전입니다.

가동 중에 전력 공급이 끊기더라도 기능을 할 수 있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상용화된 기술이 아닙니다.

당연히 폐연료봉이 나옵니다.

여기에 소형이라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앵커]

사회적으로 논의가 더 필요해보입니다.

김덕훈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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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 탄소중립의 ‘조연’ 될 수 있나?
    • 입력 2022-01-17 21:32:50
    • 수정2022-01-17 22:02:55
    뉴스 9
[앵커]

탄소중립연속 기획, 오늘(17일)은 두 번째로 원전을 둘러싼 쟁점 짚어봅니다.

체르노빌, 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큰 충격을 남겼고, 원전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크죠.

그런데 최근 세계 여러 나라가 탄소중립에 열을 올리면서 원전이 전혀 다른 이미지, '친환경'의 얼굴로 등장합니다.

원전의 탄소 배출량이 석탄의 1.4%밖에 안되고, 태양광보다도 적다는 겁니다.

특히 유럽에선 풍력 발전량이 크게 줄어 전기료가 서너 배씩 뛰자 이런 논리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안은 원전뿐이다', '아니다, 원전은 여전히 위험하다' 엇갈린 주장이 팽행하게 맞서고 있는데 먼저, 원전을 대안 카드로 꺼내든 유럽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파리, 유원중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영국 북해 연안의 해상 풍력발전 단지.

이상기후로 지난해 북유럽의 바람이 예년보다 약해 전력생산이 15%가량 줄었습니다.

풍력발전량 감소는 화석 에너지 의존도를 다시 높였습니다.

러시아와의 불화 속에 지난해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과 전력거래소의 전기 도매가격이 한때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에너지 위기감이 고조되자 유럽 각국이 원자력 발전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취임 초 원전 비중을 낮추겠다고 선언했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6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마크롱/프랑스 대통령/지난해 11월 9일 :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합리적 가격의 에너지 비용을 내려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생산에 계속 투자해야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탄소 배출이 적은 원전의 이점이 부각 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과 기후에 친화적인 '녹색' 사업으로 분류하기 위한 규정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이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규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겁니다.

이에 대해 프랑스와 폴란드 등은 찬성을,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은 반대하고 있어 EU가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독일 정부 대변인 : "우리는 원자력 기술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폐기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환경 시민단체들은 원자력 발전이 탄소 배출이 적다고 하더라도 전력을 많이 쓰는 현재의 소비행태가 변하지 않는 한 기후변화 대응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김현석

[앵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원전 부활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당장 대선 후보들부터 '감원전', '탈원전 폐기'얘기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안전성과 경제성 때문에 원전은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먼저 기후위기 대응팀 김덕훈 기자 취재 내용 보시고, 남은 문제, 더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10만 년간 보관해야 하는 사용 후 핵연료봉.

국내에는 영구 저장시설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핵폐기장! 결사 반대!"]

1986년부터 아홉 차례 추진했던 폐기물 처리장 건립이 모두 무산됐고, 폐연료봉은 40년 넘게 원전 부지 안에 쌓이고 있습니다.

누적량은 50만 다발, 2만 6천 톤.

당장 9년 뒤면 한빛원전부터 저장 공간이 꽉 찹니다.

[김경수/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 : "(방폐장 설치를) 계속 미루는 건 탄소 제로를 가는 데 바람직한 방향은 아닙니다. 이게 전제가 안 되고서는 원자력의 입지가 굉장히 불안하다고 보죠."]

계속 오르는 생산비도 부담입니다.

국내에서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의 정산단가는 지난 10년 사이 50% 올랐습니다.

2013년 원전 부품 비리 이후, 부품 교체로 1년 만에 40%가 폭등했고, 이후에도 높은 가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규 원전 발전비용은 이미 재생에너지를 넘어섰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새로 발전소를 짓는데 드는 비용이 재생에너지보다 최대 10배 비쌉니다.

전력의 70%를 원전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3세대 원자로 건설비에 폐연료봉 처리 비용까지 더해져 발전 비용만 미국의 두 배가 넘습니다.

[김지석/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 "(원자력은)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자본 조달 비용도 높고요. 한 때는 재생에너지보다 쌌지만, 이제는 더 비싸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태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전 반대 측에서는 탄소 배출량이 석탄의 60% 수준인 LNG를 차선책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촬영기자:김준우/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지혜

[앵커]

김 기자, 일단 앞의 보도를 보면 원전이 비싸다고 했는데, 원전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경제성이 좋다'고 하거든요?

어떤 게 맞는 얘기입니까?

[기자]

먼저, 표 하나 다시 보겠습니다.

이건 원전을 새로 건설한다는 걸 전제로 계산된 건데요.

결국, 투자 관점에서 보면 원전이 가장 비싸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지어놓은 원전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특히 30년 넘은 국내 원전은 건설비 등을 상당 부분 회수했기 때문에 전력이 저렴한 게 맞습니다.

[앵커]

그럼 이미 지어놓은 원전이라면 전기료도 싸고, 탄소 배출량도 적으니 써야 하는 겁니까?

[기자]

최근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감원전, 탈원전 폐기도 바로 그런 관점입니다.

원전은 20기 넘게 지어놨고, 당장 탄소도 줄여야 하니, 있는 원전은 쓰던 대로 쓰자는 겁니다.

프랑스의 경우 전체 전력 생산의 70% 이상을 원자력에서 얻는데, 전기료가 독일의 60% 수준입니다.

유럽 평균보다도 낮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도 폐연료봉 문제를 해결 못 하고 있습니다.

핵폐기물처리시설이 있는 곳은 전 세계에 핀란드 단 한 곳입니다.

[앵커]

그런데 유럽연합도 원자력을 친환경으로 인정하겠다고 한 것 아닌가요?

[기자]

일단 각국에 그렇게 하겠다 통보한 상태입니다.

유럽연합의 이런 결정, 원전의 위험성보다 확실한 탄소 감축에 힘을 실어줬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조건을 붙였습니다.

핵폐기물 저장 시설을 갖춰야 친환경으로 인정하겠다는 건데,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앵커]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들쑥날쑥하고, 원전은 안전 문제가 있고, 다른 선택지는 없습니까?

[기자]

원자력계가 대안으로 내놓은 게 SMR이라고 부르는 소형 원전입니다.

가동 중에 전력 공급이 끊기더라도 기능을 할 수 있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상용화된 기술이 아닙니다.

당연히 폐연료봉이 나옵니다.

여기에 소형이라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앵커]

사회적으로 논의가 더 필요해보입니다.

김덕훈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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