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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은 치매 발병 위험도 크다?…‘잘 죽으려면’ 필요한 건?
입력 2022.01.18 (06:01) 수정 2022.01.18 (10:54) 취재K

며칠 전 [사건후] 14년 믿고 맡겼는데…치매 독거노인 재산 가로챈 ‘간 큰’ 간병인(2022.1.13) 기사를 쓰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홀로 살아가는 노년의 삶이 외로운 것은 당연하다고 치더라도, 보통은 돈이 없어 문제라고 생각해왔는데 자산이 아주 많더라도 그게 다는 아니더란 것입니다.

■ 누구든 오래, 홀로 살 가능성 커지는데…정신까지 잃더라도, 무사히 잘 죽으려면?

한 인간이 태어나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제는 100년 가까운 시간이 주어집니다. 최근에는, 21세기 내로 인간의 최대 수명이 130세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한 캐나다 대학의 분석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공식적인 역대 최장수 기록은 122세이고 생존하는 최고령자는 만 119세의 일본인 노인이었는데, 누구나 110세를 넘어 장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세상이란 소리입니다.

119살로 현재 생존 최고령자인 일본의 다나카 카네 할머니 사진 (2022년 1월 7일 더 타임스 기사)119살로 현재 생존 최고령자인 일본의 다나카 카네 할머니 사진 (2022년 1월 7일 더 타임스 기사)

게다가, 이혼이나 사별에 더해, 비혼도 하나의 삶의 형태로 늘어나는 추세이니 '홀로' 늙어갈 가능성은 갈수록 더 커집니다.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아졌습니다. 지금까지는 결혼, 출산 등과 같은 '홀로 살지 않는 방식'으로 노년의 삶에 대한 해법을 구해왔는데 이제 더이상 그것도 답이 아닌 세상이 됐습니다.

그만큼 '독거노인'의 범위와 대상은 당연히 늘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고독사' 소식이 더 많아지고 잦아지리란 것도 자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100세 전후까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신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기억과 정신마저 잃어간다면, 치매로 모든 것을 지킬 수 없게 된다면, 그 마지막 죽음의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치매 인구의 증가는 이 같은 개인의 고민을 넘어서 정부에도 이미 큰 고민인 듯합니다.

■ 국내 65세 이상 노인 열 명 중 한 명은 치매 추정…이 가운데 '독거노인' 얼마나 될까?

최신 통계상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 천2백만 명가량 가운데 치매상병자(의료기관에서 치매 진단과 치매 진료를 받은 환자)가 약 83만 6천 명이었습니다. 추정 실제 치매환자 수는 86만 3천여 명으로 치매 유병률은 7.23%입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2020년 813만여 명 가운데 치매 상병자가 78만 6천여 명이었습니다. 추정 치매환자 수는 84만여 명으로 추정치매유병률 10.33%로 집계됩니다. 현재 65세 이상 열 명 중 한 명은 치매를 앓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 추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2017년 73만 명에서 2020년 84만 명으로 증가했는데, 2030년에는 136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예상합니다.

국내 전체 독거노인 가운데 치매 환자의 비율이 궁금했지만, 관련 조사 내용은 없었습니다. 대신 치매 환자 가운데 독거노인 비율을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에 문의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7년 9월부터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해 전국에 치매안심센터 256개소를 설치했는데, 이곳에 지난해 말까지 전체 추정 치매 환자의 60% 정도인 502,933명이 등록됐습니다. 복지부는 이들 등록 치매 환자 가운데 '독거' 환자의 비율이 32.3%에 해당하는 162,432명이라고 답했습니다. 등록된 치매환자 세 명 중 한 명이 혼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치매 환자가 늘수록 국가의 치매 관리 비용도 그만큼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이 제도는 치매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돌봄 부담을 줄이고 원 주거지에서의 치매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습니다.


복지부 중앙치매센터의 치매 돌봄 안내 조항들 역시, 치매 환자의 삶이, 환자 혼자서 유지하기는 어렵고 단 한 명의 보호자가 아니라 온 가족 구성원과 지역 사회 그리고 국가까지 나서야 비로소 돌봄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치매 환자의 재정 관리를 돕기 위해 치매 환자가 아직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때 재정적, 법적 조언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는데요.


여기엔 홀로 살며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치매 환자의 경우 민법상 후견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치매 공공후견 사업'도 포함돼 있습니다.

자격을 갖춘 공공후견인이 치매 환자의 재산관리를 비롯해 관공서 서류 발급이나 병원진료, 물건의 구매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독거' 노인은 치매에 더 취약하다?…"혼자 사는 55세 이상, 치매 확률 30% 더 높다"

사회적 고립이 완전히 제거될 수 있다면 치매 사례가 5.9% 줄어들 수 있다고 계산한 길 리빙스턴(UCL Psychiatry,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정신의학) 교수의 2017년 연구에 이어, 2020년 7월에는 같은 대학의 루팔 데사이(UCL Psychology & Language Sciences) 연구팀이 유럽과 아시아 7개국의 12개 연구에 포함된 55세 이상 21,666명의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혼자 사는 55세 이상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30%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2020년 9월 Ageing Research Reviews에 실린 논문(루팔 데사이 외 공저)2020년 9월 Ageing Research Reviews에 실린 논문(루팔 데사이 외 공저)

결혼 서약과 혈연으로 이어진 전통적인 형태의 관계 맺음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성장과 노화에는 '상호 간의 소통과 교류'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 같습니다. 오늘만큼은, 지금 딱 떠오른 주변의 어른들께 연락 한번 드려보는 건 어떨까요?

(인포그래픽: 김현수 디자이너)
  • 독거노인은 치매 발병 위험도 크다?…‘잘 죽으려면’ 필요한 건?
    • 입력 2022-01-18 06:01:51
    • 수정2022-01-18 10:54:21
    취재K

며칠 전 [사건후] 14년 믿고 맡겼는데…치매 독거노인 재산 가로챈 ‘간 큰’ 간병인(2022.1.13) 기사를 쓰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홀로 살아가는 노년의 삶이 외로운 것은 당연하다고 치더라도, 보통은 돈이 없어 문제라고 생각해왔는데 자산이 아주 많더라도 그게 다는 아니더란 것입니다.

■ 누구든 오래, 홀로 살 가능성 커지는데…정신까지 잃더라도, 무사히 잘 죽으려면?

한 인간이 태어나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제는 100년 가까운 시간이 주어집니다. 최근에는, 21세기 내로 인간의 최대 수명이 130세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한 캐나다 대학의 분석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공식적인 역대 최장수 기록은 122세이고 생존하는 최고령자는 만 119세의 일본인 노인이었는데, 누구나 110세를 넘어 장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세상이란 소리입니다.

119살로 현재 생존 최고령자인 일본의 다나카 카네 할머니 사진 (2022년 1월 7일 더 타임스 기사)119살로 현재 생존 최고령자인 일본의 다나카 카네 할머니 사진 (2022년 1월 7일 더 타임스 기사)

게다가, 이혼이나 사별에 더해, 비혼도 하나의 삶의 형태로 늘어나는 추세이니 '홀로' 늙어갈 가능성은 갈수록 더 커집니다.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아졌습니다. 지금까지는 결혼, 출산 등과 같은 '홀로 살지 않는 방식'으로 노년의 삶에 대한 해법을 구해왔는데 이제 더이상 그것도 답이 아닌 세상이 됐습니다.

그만큼 '독거노인'의 범위와 대상은 당연히 늘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고독사' 소식이 더 많아지고 잦아지리란 것도 자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100세 전후까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신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기억과 정신마저 잃어간다면, 치매로 모든 것을 지킬 수 없게 된다면, 그 마지막 죽음의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치매 인구의 증가는 이 같은 개인의 고민을 넘어서 정부에도 이미 큰 고민인 듯합니다.

■ 국내 65세 이상 노인 열 명 중 한 명은 치매 추정…이 가운데 '독거노인' 얼마나 될까?

최신 통계상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 천2백만 명가량 가운데 치매상병자(의료기관에서 치매 진단과 치매 진료를 받은 환자)가 약 83만 6천 명이었습니다. 추정 실제 치매환자 수는 86만 3천여 명으로 치매 유병률은 7.23%입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2020년 813만여 명 가운데 치매 상병자가 78만 6천여 명이었습니다. 추정 치매환자 수는 84만여 명으로 추정치매유병률 10.33%로 집계됩니다. 현재 65세 이상 열 명 중 한 명은 치매를 앓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 추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2017년 73만 명에서 2020년 84만 명으로 증가했는데, 2030년에는 136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예상합니다.

국내 전체 독거노인 가운데 치매 환자의 비율이 궁금했지만, 관련 조사 내용은 없었습니다. 대신 치매 환자 가운데 독거노인 비율을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에 문의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7년 9월부터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해 전국에 치매안심센터 256개소를 설치했는데, 이곳에 지난해 말까지 전체 추정 치매 환자의 60% 정도인 502,933명이 등록됐습니다. 복지부는 이들 등록 치매 환자 가운데 '독거' 환자의 비율이 32.3%에 해당하는 162,432명이라고 답했습니다. 등록된 치매환자 세 명 중 한 명이 혼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치매 환자가 늘수록 국가의 치매 관리 비용도 그만큼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이 제도는 치매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돌봄 부담을 줄이고 원 주거지에서의 치매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습니다.


복지부 중앙치매센터의 치매 돌봄 안내 조항들 역시, 치매 환자의 삶이, 환자 혼자서 유지하기는 어렵고 단 한 명의 보호자가 아니라 온 가족 구성원과 지역 사회 그리고 국가까지 나서야 비로소 돌봄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치매 환자의 재정 관리를 돕기 위해 치매 환자가 아직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때 재정적, 법적 조언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는데요.


여기엔 홀로 살며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치매 환자의 경우 민법상 후견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치매 공공후견 사업'도 포함돼 있습니다.

자격을 갖춘 공공후견인이 치매 환자의 재산관리를 비롯해 관공서 서류 발급이나 병원진료, 물건의 구매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독거' 노인은 치매에 더 취약하다?…"혼자 사는 55세 이상, 치매 확률 30% 더 높다"

사회적 고립이 완전히 제거될 수 있다면 치매 사례가 5.9% 줄어들 수 있다고 계산한 길 리빙스턴(UCL Psychiatry,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정신의학) 교수의 2017년 연구에 이어, 2020년 7월에는 같은 대학의 루팔 데사이(UCL Psychology & Language Sciences) 연구팀이 유럽과 아시아 7개국의 12개 연구에 포함된 55세 이상 21,666명의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혼자 사는 55세 이상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30%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2020년 9월 Ageing Research Reviews에 실린 논문(루팔 데사이 외 공저)2020년 9월 Ageing Research Reviews에 실린 논문(루팔 데사이 외 공저)

결혼 서약과 혈연으로 이어진 전통적인 형태의 관계 맺음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성장과 노화에는 '상호 간의 소통과 교류'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 같습니다. 오늘만큼은, 지금 딱 떠오른 주변의 어른들께 연락 한번 드려보는 건 어떨까요?

(인포그래픽: 김현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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