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포기 안해요” 사고 8일째…애타는 가족들

입력 2022.01.18 (14: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 A씨. 사고현장을 둘러보고 있다.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 A씨. 사고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저는 지금 이렇게 옷을 입고 있고 좀 추우면 텐트에 들어갈 수도 있는데, 저희 아빠는 눈이 오나 날씨가 따뜻하나 추우나 항상 저 안에서 저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25살 A씨는 오늘도 사고 현장으로 갑니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수습본부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 본부에서 걸어 나와 첫 골목을 돌면 대형 타워크레인이 보입니다. 이곳에선 밤사이 수색 작업을 위해 투입된 타워크레인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인명 구조견들이 어디를 오가는지 가장 잘 볼 수 있습니다.

A씨는 사고 이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별다른 진척이 없는 풍경이지만, A씨는 늘 경찰 통제 울타리 가까이 바짝 다가섭니다. 사고현장 어딘가에 있을 아버지가 혹시나 보일까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지난 11일, 신축 공사 중인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이파크가 무너졌습니다. 현장 노동자 6명과 연락이 끊어졌고, 실종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사고 발생 사흘째 발견된 실종자 1명은 수습됐지만, 나머지 노동자 5명은 여전히 행방을 찾을 수 없습니다. 소방설비 일을 하던 A씨의 아버지도 사고 당일 현장으로 출근했습니다.

붕괴사고 8일째...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 애타는 마음으로 사고현장을 지키는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봤습니다.

■ 매일밤 꿈에 나오는 아버지


A씨는 사고 이후 현장을 벗어나 본 적이 없습니다. 사고현장 바로 옆 숙소에서 쪽잠을 자고, 버텨야 한다는 마음으로 포장과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떼운 게 벌써 일주일. 사고 이후 잠을 잘 때마다 아버지가 꿈에 나옵니다. 꿈 속 아버지는 힘든 기색 없이 환한 얼굴로 A씨에게 '여행가자', '놀러가자'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A씨는 "지난해 12월에 아버지랑 제주도 한라산에 가기로 했는데 다른 약속이 있다고 미뤘다"며 "그때 갈 걸 이런 생각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합니다.

A씨는 "구조대원들과 현장 노동자들이 위험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아버지가 빨리 설 전에라도 가족 품으로 돌아와 따뜻한 곳에 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끝까지 포기 안 해요"...실낱같은 희망 이어가는 가족들


B씨의 남편도 사고 당일 일터로 출근했습니다. 퇴근하고 나서 딸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자던 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B씨와 함께 사고현장 바로 옆 옥상에 오른 시동생은 "뛰어가면 꼭 닿을 것 같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B씨는 결국 터져 나오는 울음에 주저앉았습니다. 하지만 이내 단단한 목소리로 "남편은 쉽게 가버릴 사람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이 살아 있을 거라고 믿는다. 끝까지 포기 안 한다. 구할 거다. 내가 가서라도 구할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 생업 제쳐두고 사고 현장 지키는 가족들


기억은 현실보다 힘이 센 편입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일터로 출근한 실종자들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한 뒤 편안히 주무시던 아버지, 퇴근하고 나서 어린 딸과 함께 백숙을 만들어 먹자던 남편. 실종자 가족들은 빠른 구조를 원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자신의 SNS를 통해 하소연할 곳 없는 심정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된 노란 리본.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된 노란 리본.

사고현장 인근에는 '노란 리본'이 내걸렸습니다.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설치한 겁니다. "보고 싶어요", "빨리 돌아와 주세요"라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지만, 수색작업은 더디기만 합니다. 건물과 연결된 타워크레인은 붕괴 위험이 크고, 하루에도 수차례 낙하물이 떨어져 수색작업이 중단되기 일쑤입니다.

그 누구도 이들에게 도대체 왜 일 하러 간 아버지, 남편, 오빠가 집에 돌아오지 못했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밤낮없이 추위와 싸우며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가족들. 생업도 제쳐두고 가족들의 무사귀환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끝까지 포기 안해요” 사고 8일째…애타는 가족들
    • 입력 2022-01-18 14:36:39
    취재K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 A씨. 사고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저는 지금 이렇게 옷을 입고 있고 좀 추우면 텐트에 들어갈 수도 있는데, 저희 아빠는 눈이 오나 날씨가 따뜻하나 추우나 항상 저 안에서 저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25살 A씨는 오늘도 사고 현장으로 갑니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수습본부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 본부에서 걸어 나와 첫 골목을 돌면 대형 타워크레인이 보입니다. 이곳에선 밤사이 수색 작업을 위해 투입된 타워크레인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인명 구조견들이 어디를 오가는지 가장 잘 볼 수 있습니다.

A씨는 사고 이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별다른 진척이 없는 풍경이지만, A씨는 늘 경찰 통제 울타리 가까이 바짝 다가섭니다. 사고현장 어딘가에 있을 아버지가 혹시나 보일까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지난 11일, 신축 공사 중인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이파크가 무너졌습니다. 현장 노동자 6명과 연락이 끊어졌고, 실종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사고 발생 사흘째 발견된 실종자 1명은 수습됐지만, 나머지 노동자 5명은 여전히 행방을 찾을 수 없습니다. 소방설비 일을 하던 A씨의 아버지도 사고 당일 현장으로 출근했습니다.

붕괴사고 8일째...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 애타는 마음으로 사고현장을 지키는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봤습니다.

■ 매일밤 꿈에 나오는 아버지


A씨는 사고 이후 현장을 벗어나 본 적이 없습니다. 사고현장 바로 옆 숙소에서 쪽잠을 자고, 버텨야 한다는 마음으로 포장과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떼운 게 벌써 일주일. 사고 이후 잠을 잘 때마다 아버지가 꿈에 나옵니다. 꿈 속 아버지는 힘든 기색 없이 환한 얼굴로 A씨에게 '여행가자', '놀러가자'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A씨는 "지난해 12월에 아버지랑 제주도 한라산에 가기로 했는데 다른 약속이 있다고 미뤘다"며 "그때 갈 걸 이런 생각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합니다.

A씨는 "구조대원들과 현장 노동자들이 위험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아버지가 빨리 설 전에라도 가족 품으로 돌아와 따뜻한 곳에 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끝까지 포기 안 해요"...실낱같은 희망 이어가는 가족들


B씨의 남편도 사고 당일 일터로 출근했습니다. 퇴근하고 나서 딸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자던 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B씨와 함께 사고현장 바로 옆 옥상에 오른 시동생은 "뛰어가면 꼭 닿을 것 같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B씨는 결국 터져 나오는 울음에 주저앉았습니다. 하지만 이내 단단한 목소리로 "남편은 쉽게 가버릴 사람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이 살아 있을 거라고 믿는다. 끝까지 포기 안 한다. 구할 거다. 내가 가서라도 구할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 생업 제쳐두고 사고 현장 지키는 가족들


기억은 현실보다 힘이 센 편입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일터로 출근한 실종자들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한 뒤 편안히 주무시던 아버지, 퇴근하고 나서 어린 딸과 함께 백숙을 만들어 먹자던 남편. 실종자 가족들은 빠른 구조를 원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자신의 SNS를 통해 하소연할 곳 없는 심정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된 노란 리본.
사고현장 인근에는 '노란 리본'이 내걸렸습니다.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설치한 겁니다. "보고 싶어요", "빨리 돌아와 주세요"라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지만, 수색작업은 더디기만 합니다. 건물과 연결된 타워크레인은 붕괴 위험이 크고, 하루에도 수차례 낙하물이 떨어져 수색작업이 중단되기 일쑤입니다.

그 누구도 이들에게 도대체 왜 일 하러 간 아버지, 남편, 오빠가 집에 돌아오지 못했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밤낮없이 추위와 싸우며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가족들. 생업도 제쳐두고 가족들의 무사귀환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