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 해저화산 폭발 쓰나미는 ‘기상해일’, 한반도에도 ‘괴파도’ 올까?

입력 2022.01.18 (15:52) 수정 2022.01.1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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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에 있는 통가의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화산이 2022년 1월 14일 새벽 2시 42분에 폭발(최초 분화)했습니다. 이후에도 화산은 계속 분화 활동을 이어갔고, 15일 오후 1시 10분에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위 영상은 천리안 2A 호 위성이 대규모 폭발 시의 분화 모습을 포착한 것입니다. (영상 제공: 기상청)


■ 통가 화산폭발은 해저화산의 폭발

이번 통가 화산 폭발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해저화산'의 분출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구글 어스에서는 해저화산 폭발 지점을 아래의 지도와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지도에서 보이는 섬이 정확히 화산 분출 지점이 아니며, 실제로는 해저에서 화산이 분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도에서 보이는 섬은 실제 분출구가 아니라 분출구(칼데라)를 둘러싸고 있는 가장자리로서 일부가 해수면 위로 솟아 섬으로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통가 해저화산 폭발 지점 (자료: 구글 어스)통가 해저화산 폭발 지점 (자료: 구글 어스)

통가 해저화산 폭발 인근 섬 (자료: 구글 어스)통가 해저화산 폭발 인근 섬 (자료: 구글 어스)

■ 해저화산 폭발로 발생한 쓰나미… '기존 해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해저화산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쓰나미는 급격한 해저 지형 변화 때문에 발생합니다. 화산 폭발로 갑자기 해저 산사태(폭발에 의한 지형의 변화)가 발생해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해당 지역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이에 따라 쓰나미를 일으키는 대규모 파동이 생긴다는 것이 기존 학계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번 통가 화산 폭발의 경우는 해저에서 그러한 대규모의 지형 변형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일본을 비롯한 환태평양의 많은 지역에는 1.2 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한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실제로 일본 기상청은 화산 폭발에 따른 쓰나미 예측에 혼동을 초래했습니다. 초기에는 쓰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3m의 쓰나미를 예측했고, 결국 실제 관측된 쓰나미의 높이에 따라 예측을 거듭 수정했습니다. 일본 해안가에 도착한 쓰나미는 일본 기상청이 예측한 시간보다 더 일찍(3시간 정도) 도착했고,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해일보다 더 크게 나타나 일본 당국을 당황하게 하였습니다.

쓰나미와 관련해 최고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일본이 이런 실수를 한 배경에 대해 이 분야 전문가들은 새로운 해석을 제기하며 일본 기상청을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 쓰나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 '기상 해일'의 가능성

쓰나미 발생에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일본 도호쿠대 이마무라 교수와 도쿄대 토시유키 교수 등은 새로운 설명을 제시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쓰나미가 해저의 급격한 지형 변화에 따라 발생한 것이 아니라 대기로 전파된 '충격파'에 따라 발생한 '기상 해일'이라는 설명입니다. 전례 없이 현상이 발생해 일본 기상청도 예측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마무라 도호쿠대 교수는 일본에 도착한 쓰나미의 파장을 분석한 결과, 평소 쓰나미보다 파장이 짧았으며 이는 대기의 파동과 유사한 점에 착안했습니다. 화산 폭발로 발생한 엄청난 충격파가 대기로 전파됐고, 이 가운데 초속 300m 속도로 전파되는 충격파가 쓰나미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아래 그림은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토시유키 도쿄대 교수의 설명을 기반해 알기 쉽게 풀이한 것입니다. 토시유키 교수는 일본 근처의 바닷속 해구의 지형에 따라 생성되는 해파(sea wave)가 대기 중으로 전파되는 충격파와 공명 현상을 일으켜 쓰나미를 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일본에 도착한 '쓰나미'가 '기상 해일'이라는 동일한 분석입니다. 이 전례 없는 해석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학계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는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도호쿠대 이마무라 교수로부터 박사 학위를 받은 이호준 박사(KBS 재난방송 전문위원)는 이번 통가 화산 폭발에 따른 쓰나미가 그만큼 전례 없는 현상이라는 방증이며, 쓰나미의 도달 시간, 파장 등의 특성을 볼 때 이런 새로운 해석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 기사: https://mainichi.jp/english/articles/20220117/p2a/00m/0sc/021000c  (이미지 제작: 최유현)참고 기사: https://mainichi.jp/english/articles/20220117/p2a/00m/0sc/021000c (이미지 제작: 최유현)

'기상 해일(meteo-tsunami, meteorological tsunami)'
은 결코 낯선 표현이 아닙니다. 2008년 5월, 충남 보령에서는 '보령 괴파도'라 불리는 해일이 발생해 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괴파도의 원인을 분석한 기상청 등의 연구진은 갑자기 성장한 저기압이 바닷물을 끌어올려 파동을 만들어냈고, 저기압의 이동 속도와 해파가 해안가로 이동하는 속도가 비슷해 공명 현상을 일으키면서 결국 충남 보령에서 해일을 일으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일본과 유럽에서도 수차례 관측돼 '기상 해일'로 이미 알려진 현상이었습니다.

이번 통가의 화산폭발 때문에 쓰나미가 관측됨과 동시에 일본뿐 아니라 한반도에서도 기압 1.8hPa의 순간 변동이 관측됐으며, 제주도 모슬포 등지에서는 해수면이 15cm가량 상승하는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기상청은 20cm 이하의 해수면 변동은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변동 폭 내에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통가 화산 폭발과 관련한 기상청의 해수면 변동 관측 (자료: 기상청)통가 화산 폭발과 관련한 기상청의 해수면 변동 관측 (자료: 기상청)

이제껏 태평양에서 발생한 해일은 우리나라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열도가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해일을 1차적으로 상쇄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일 발생이 대기로 전파되는 충격파일 경우에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은 일본처럼 깊은 해구가 없으며, 바다 수심이 깊지 않아(지진해일은 수심이 깊어야 해안가에서 높이가 높아짐) 일본만큼 강한 쓰나미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이와 같은 원리로 해일이 발생한다면 또 다른 '괴파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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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가 해저화산 폭발 쓰나미는 ‘기상해일’, 한반도에도 ‘괴파도’ 올까?
    • 입력 2022-01-18 15:52:50
    • 수정2022-01-18 19:48:39
    취재K

남태평양에 있는 통가의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화산이 2022년 1월 14일 새벽 2시 42분에 폭발(최초 분화)했습니다. 이후에도 화산은 계속 분화 활동을 이어갔고, 15일 오후 1시 10분에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위 영상은 천리안 2A 호 위성이 대규모 폭발 시의 분화 모습을 포착한 것입니다. (영상 제공: 기상청)


■ 통가 화산폭발은 해저화산의 폭발

이번 통가 화산 폭발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해저화산'의 분출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구글 어스에서는 해저화산 폭발 지점을 아래의 지도와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지도에서 보이는 섬이 정확히 화산 분출 지점이 아니며, 실제로는 해저에서 화산이 분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도에서 보이는 섬은 실제 분출구가 아니라 분출구(칼데라)를 둘러싸고 있는 가장자리로서 일부가 해수면 위로 솟아 섬으로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통가 해저화산 폭발 지점 (자료: 구글 어스)
통가 해저화산 폭발 인근 섬 (자료: 구글 어스)
■ 해저화산 폭발로 발생한 쓰나미… '기존 해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해저화산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쓰나미는 급격한 해저 지형 변화 때문에 발생합니다. 화산 폭발로 갑자기 해저 산사태(폭발에 의한 지형의 변화)가 발생해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해당 지역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이에 따라 쓰나미를 일으키는 대규모 파동이 생긴다는 것이 기존 학계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번 통가 화산 폭발의 경우는 해저에서 그러한 대규모의 지형 변형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일본을 비롯한 환태평양의 많은 지역에는 1.2 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한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실제로 일본 기상청은 화산 폭발에 따른 쓰나미 예측에 혼동을 초래했습니다. 초기에는 쓰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3m의 쓰나미를 예측했고, 결국 실제 관측된 쓰나미의 높이에 따라 예측을 거듭 수정했습니다. 일본 해안가에 도착한 쓰나미는 일본 기상청이 예측한 시간보다 더 일찍(3시간 정도) 도착했고,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해일보다 더 크게 나타나 일본 당국을 당황하게 하였습니다.

쓰나미와 관련해 최고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일본이 이런 실수를 한 배경에 대해 이 분야 전문가들은 새로운 해석을 제기하며 일본 기상청을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 쓰나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 '기상 해일'의 가능성

쓰나미 발생에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일본 도호쿠대 이마무라 교수와 도쿄대 토시유키 교수 등은 새로운 설명을 제시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쓰나미가 해저의 급격한 지형 변화에 따라 발생한 것이 아니라 대기로 전파된 '충격파'에 따라 발생한 '기상 해일'이라는 설명입니다. 전례 없이 현상이 발생해 일본 기상청도 예측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마무라 도호쿠대 교수는 일본에 도착한 쓰나미의 파장을 분석한 결과, 평소 쓰나미보다 파장이 짧았으며 이는 대기의 파동과 유사한 점에 착안했습니다. 화산 폭발로 발생한 엄청난 충격파가 대기로 전파됐고, 이 가운데 초속 300m 속도로 전파되는 충격파가 쓰나미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아래 그림은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토시유키 도쿄대 교수의 설명을 기반해 알기 쉽게 풀이한 것입니다. 토시유키 교수는 일본 근처의 바닷속 해구의 지형에 따라 생성되는 해파(sea wave)가 대기 중으로 전파되는 충격파와 공명 현상을 일으켜 쓰나미를 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일본에 도착한 '쓰나미'가 '기상 해일'이라는 동일한 분석입니다. 이 전례 없는 해석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학계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는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도호쿠대 이마무라 교수로부터 박사 학위를 받은 이호준 박사(KBS 재난방송 전문위원)는 이번 통가 화산 폭발에 따른 쓰나미가 그만큼 전례 없는 현상이라는 방증이며, 쓰나미의 도달 시간, 파장 등의 특성을 볼 때 이런 새로운 해석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 기사: https://mainichi.jp/english/articles/20220117/p2a/00m/0sc/021000c  (이미지 제작: 최유현)
'기상 해일(meteo-tsunami, meteorological tsunami)'
은 결코 낯선 표현이 아닙니다. 2008년 5월, 충남 보령에서는 '보령 괴파도'라 불리는 해일이 발생해 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괴파도의 원인을 분석한 기상청 등의 연구진은 갑자기 성장한 저기압이 바닷물을 끌어올려 파동을 만들어냈고, 저기압의 이동 속도와 해파가 해안가로 이동하는 속도가 비슷해 공명 현상을 일으키면서 결국 충남 보령에서 해일을 일으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일본과 유럽에서도 수차례 관측돼 '기상 해일'로 이미 알려진 현상이었습니다.

이번 통가의 화산폭발 때문에 쓰나미가 관측됨과 동시에 일본뿐 아니라 한반도에서도 기압 1.8hPa의 순간 변동이 관측됐으며, 제주도 모슬포 등지에서는 해수면이 15cm가량 상승하는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기상청은 20cm 이하의 해수면 변동은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변동 폭 내에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통가 화산 폭발과 관련한 기상청의 해수면 변동 관측 (자료: 기상청)
이제껏 태평양에서 발생한 해일은 우리나라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열도가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해일을 1차적으로 상쇄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일 발생이 대기로 전파되는 충격파일 경우에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은 일본처럼 깊은 해구가 없으며, 바다 수심이 깊지 않아(지진해일은 수심이 깊어야 해안가에서 높이가 높아짐) 일본만큼 강한 쓰나미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이와 같은 원리로 해일이 발생한다면 또 다른 '괴파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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