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까지 나선 ‘사도광산’ 등재…세계유산 신청 곧 결정

입력 2022.01.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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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등재 신청 마감일(2월 1일)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니가타현 사도시 소재 '사도광산'을 세계유산 등재 추천 후보로 선정한 일본 측 움직임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마감일 2주 전인 어제(18일)는 일본 기시다 총리가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어제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단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정부로서는 등록(등재)을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확실히 검토해 가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등재 신청 여부를 확언하지 않은 것입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갖고 있다. [사진=日 TBS뉴스 유튜브 캡처]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갖고 있다. [사진=日 TBS뉴스 유튜브 캡처]

일본 정부 당국자들의 관련 발언도 비슷한 논조를 유지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어제 정례 기자회견에서 현재 진행상황을 묻는 질문에 "등록(등재)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가라는 관점에서 정부 내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총리의 발언과 거의 유사합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도 어제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확히 똑같은 답변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 측 반발에 관한 질문에 대해선 "한국 측 입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면서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한국 측에 적절히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전달한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도광산의 등재 신청을 요구하고 있는 니가타현은, 사도광산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이 일한 사실은 있지만 그것이 '강제노역'인지 여부는 자료나 기록이 없어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습니다.


■ 자민당 보수파 "신속히 등재 신청해야"…아베 전 총리도 가세

일본 정부가 대외적으로 신중한 기류를 보이는 데 대해, 일본 집권 자민당 내 보수파는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자민당 보수 성향 의원들 모임인 '보수단결모임'은 어제 참의원 회관에서 회합을 열고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니가타현 간부들과 사도시장도 참석했습니다.

자민당 보수 성향 의원 모임인 '보수단결모임'이 18일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촉구하며 회합을 열었다.자민당 보수 성향 의원 모임인 '보수단결모임'이 18일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촉구하며 회합을 열었다.

모임은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의 결정대로 정부가 신속히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해야 한다고 결의하고, 이를 일본 외무성과 문화청에 제출했습니다.

해당 결의안에는 사도광산에서의 조선인 강제노역 주장을 하고 있는 한국 측에 외교 경로를 통해 등재 의도 등을 적절히 설명하고, 관련 역사적 사실을 국내외에 발신할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모임 간사인 다카토리 슈이치 중의원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 신청 여부와 관련) 무엇을 어떻게 종합적으로 검토해,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니가타현 주민의 이해도, 국민의 이해도 얻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베 전 총리도 등재 신청 촉구에 가세하고 나섰습니다. '보수단결모임'의 고문을 맡고 있는 아베 전 총리는 "한국 측에 사실에 기초해 반박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8일 자민당 ‘보수단결모임’ 회합에 참석한 아베 전 총리가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18일 자민당 ‘보수단결모임’ 회합에 참석한 아베 전 총리가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다만 자민당 전체적으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사히 신문은 자민당 외교부회 간부들이 어제 저녁 외무성과 문화청 간부들로부터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한 현 상황을 청취했다면서, 참석 의원들 사이에서는 "조기 추천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다른 나라를 설득할 준비가 안 됐다"는 신중론이 엇갈렸다고 보도했습니다.


■ '한국 측 반발·실제 등재 가능성' 고심…다음주 윤곽 나올 듯

등재 신청 마감 시한을 앞두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본 정부의 속내는 복잡해 보입니다.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우리 정부의 반발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한국이 유네스코를 상대로 한 외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정치 안건이 되어 버렸다. 골치다"라고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요미우리 신문도 2015년 군함도 등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유산' 등재 과정에서 나타난 한국 측 문제 제기를 전하면서, "한국이 다시 국제사회에서 일방적 주장을 펼 수도 있다"는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강행할 경우, 한일관계가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외무성 내부에선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네스코 등재 심사 과정에서 부딪칠 수 있는 어려움 역시 일본 측 고려 사항입니다.

아사히신문은 오늘(19일) "유네스코가 지난해 세계기록유산에서 회원국이 반대하면 (세계유산에) 등재되지 않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난징대학살 관련 기록물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 온 중국 측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 역시 원해왔던 방향이라며, "일본이 (한국과) 합의 없이 (사도광산을) 추천하면 모처럼의 제도를 못 쓰게 되어 버린다(망치게 된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사도광산은 세계기록유산이 아닌 세계문화유산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해당 제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당사국과의 대화·합의가 중요하다고 주장해 온 일본이, 정작 자신들의 유산 등재 과정에서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면 논리적으로 약점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니가타현·사도시에서 발간한 사도광산 홍보물 표지에 V자형 계곡 사진이 소개돼 있다.일본 니가타현·사도시에서 발간한 사도광산 홍보물 표지에 V자형 계곡 사진이 소개돼 있다.

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후보 신청 대상 기간을 (조선인 강제징용 이전인) '에도 시기'로 최종 결정한다면, 세계유산 선정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있어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본 정부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도광산의 상징인 V자형 계곡이나 광산의 주요 시설들은, 에도 시대 이후인 근대에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연관 기사] [단독] 日 사도광산 상징조차 근대에 형성…“추천 자체가 모순, 결격 사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62180

한국 정부는 전문가 TF를 구성하고 관계부처 회의를 여는 등 일본 측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비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세계유산 등재 신청 마감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다음주 중 외무성 주재의 관계부처 연락회의를 거쳐 등재 신청 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내각 회의에서 결정을 추인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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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까지 나선 ‘사도광산’ 등재…세계유산 신청 곧 결정
    • 입력 2022-01-19 14:49:45
    취재K

내년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등재 신청 마감일(2월 1일)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니가타현 사도시 소재 '사도광산'을 세계유산 등재 추천 후보로 선정한 일본 측 움직임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마감일 2주 전인 어제(18일)는 일본 기시다 총리가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어제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단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정부로서는 등록(등재)을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확실히 검토해 가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등재 신청 여부를 확언하지 않은 것입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갖고 있다. [사진=日 TBS뉴스 유튜브 캡처]
일본 정부 당국자들의 관련 발언도 비슷한 논조를 유지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어제 정례 기자회견에서 현재 진행상황을 묻는 질문에 "등록(등재)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가라는 관점에서 정부 내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총리의 발언과 거의 유사합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도 어제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확히 똑같은 답변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 측 반발에 관한 질문에 대해선 "한국 측 입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면서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한국 측에 적절히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전달한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도광산의 등재 신청을 요구하고 있는 니가타현은, 사도광산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이 일한 사실은 있지만 그것이 '강제노역'인지 여부는 자료나 기록이 없어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습니다.


■ 자민당 보수파 "신속히 등재 신청해야"…아베 전 총리도 가세

일본 정부가 대외적으로 신중한 기류를 보이는 데 대해, 일본 집권 자민당 내 보수파는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자민당 보수 성향 의원들 모임인 '보수단결모임'은 어제 참의원 회관에서 회합을 열고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니가타현 간부들과 사도시장도 참석했습니다.

자민당 보수 성향 의원 모임인 '보수단결모임'이 18일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촉구하며 회합을 열었다.
모임은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의 결정대로 정부가 신속히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해야 한다고 결의하고, 이를 일본 외무성과 문화청에 제출했습니다.

해당 결의안에는 사도광산에서의 조선인 강제노역 주장을 하고 있는 한국 측에 외교 경로를 통해 등재 의도 등을 적절히 설명하고, 관련 역사적 사실을 국내외에 발신할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모임 간사인 다카토리 슈이치 중의원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 신청 여부와 관련) 무엇을 어떻게 종합적으로 검토해,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니가타현 주민의 이해도, 국민의 이해도 얻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베 전 총리도 등재 신청 촉구에 가세하고 나섰습니다. '보수단결모임'의 고문을 맡고 있는 아베 전 총리는 "한국 측에 사실에 기초해 반박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8일 자민당 ‘보수단결모임’ 회합에 참석한 아베 전 총리가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다만 자민당 전체적으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사히 신문은 자민당 외교부회 간부들이 어제 저녁 외무성과 문화청 간부들로부터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한 현 상황을 청취했다면서, 참석 의원들 사이에서는 "조기 추천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다른 나라를 설득할 준비가 안 됐다"는 신중론이 엇갈렸다고 보도했습니다.


■ '한국 측 반발·실제 등재 가능성' 고심…다음주 윤곽 나올 듯

등재 신청 마감 시한을 앞두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본 정부의 속내는 복잡해 보입니다.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우리 정부의 반발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한국이 유네스코를 상대로 한 외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정치 안건이 되어 버렸다. 골치다"라고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요미우리 신문도 2015년 군함도 등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유산' 등재 과정에서 나타난 한국 측 문제 제기를 전하면서, "한국이 다시 국제사회에서 일방적 주장을 펼 수도 있다"는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강행할 경우, 한일관계가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외무성 내부에선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네스코 등재 심사 과정에서 부딪칠 수 있는 어려움 역시 일본 측 고려 사항입니다.

아사히신문은 오늘(19일) "유네스코가 지난해 세계기록유산에서 회원국이 반대하면 (세계유산에) 등재되지 않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난징대학살 관련 기록물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 온 중국 측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 역시 원해왔던 방향이라며, "일본이 (한국과) 합의 없이 (사도광산을) 추천하면 모처럼의 제도를 못 쓰게 되어 버린다(망치게 된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사도광산은 세계기록유산이 아닌 세계문화유산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해당 제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당사국과의 대화·합의가 중요하다고 주장해 온 일본이, 정작 자신들의 유산 등재 과정에서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면 논리적으로 약점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니가타현·사도시에서 발간한 사도광산 홍보물 표지에 V자형 계곡 사진이 소개돼 있다.
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후보 신청 대상 기간을 (조선인 강제징용 이전인) '에도 시기'로 최종 결정한다면, 세계유산 선정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있어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본 정부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도광산의 상징인 V자형 계곡이나 광산의 주요 시설들은, 에도 시대 이후인 근대에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연관 기사] [단독] 日 사도광산 상징조차 근대에 형성…“추천 자체가 모순, 결격 사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62180

한국 정부는 전문가 TF를 구성하고 관계부처 회의를 여는 등 일본 측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비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세계유산 등재 신청 마감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다음주 중 외무성 주재의 관계부처 연락회의를 거쳐 등재 신청 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내각 회의에서 결정을 추인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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