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이 지목한 오미크론 ‘감염 경로’…경계령까지 내렸다

입력 2022.01.19 (15:33) 수정 2022.01.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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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 이른바 코로나19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하나 둘 늘고 있습니다. 베이징시의 경우 현재(1월 18일 기준)까지 3명의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확산도 확산인데, 최초 확진자의 감염 경로가 분명치 않습니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어떻게 감염됐는지 찾는 게 시급합니다.

그런데 중국,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 경로일 수 있다며 '이것'을 지목했습니다.

상하이 공항에서 하역 중인 화물들. (출처: 상하이TV)상하이 공항에서 하역 중인 화물들. (출처: 상하이TV)

해외에서 들어 온 우편물입니다.

베이징시 첫 오미크론 확진자는 1월 11일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문제의 택배'는 1월 7일 캐나다에서 발송돼 미국, 홍콩을 거쳐 베이징으로 왔습니다. 이 확진자는 택배를 수령한 뒤 상자와 상자 속 팸플릿을 만졌다고 알려졌습니다.

중국 위생건강위원회가 샘플을 채취해 조사했더니 택배 상자의 겉면과 안쪽에서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또 같은 날 캐나다에서 출발한 다른 54개의 미개봉 택배에서도 5건의 양성 결과가 나왔고, 이는 '오미크론의 해외 유입설'에 힘을 실었습니다.


선전시 정부가 17일 오미크론 확진자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펑파이)선전시 정부가 17일 오미크론 확진자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펑파이)

'국제 택배가 원흉이다.' 이렇게 지목하는 곳은 베이징시 뿐만이 아닙니다.

광둥성 선전시 역시 비슷한 발표를 했습니다.

선전시 정부는 1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고, 이 사람이 최근 해외에서 발송된 택배를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전에서 해외 냉동 시약과 관련한 물류업에 종사하고 있는 확진자는 1월 12일 북미에서 발송된 택배를 개봉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때 마스크나 장갑 등은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뒤 14일부터 인후통이 시작됐고, 15일 핵산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 중국이 '국제 택배' 저격하는 근거는?

중국이 감염 경로로 '해외에서 유입된 택배'를 지목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2020년부터 우한(武漢)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중국 내에서 커졌을 때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었습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2020년 6월 이후 중국에 들어온 브라질산 소고기, 독일산 족발 등 냉동식품 포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잇따라 확인됐다며 냉동 수입식품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2019년 말 우한 화난 수산시장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외국에서 왔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번에도 근거는 비슷합니다.

지난 8일 중국 본토로는 처음으로 톈진에서 나온 오미크론 확진자, 또 15일 확인된 베이징시 첫 오미크론 확진자 모두 14일 동안 해외 입국자와 접촉을 했다거나 시 밖을 나간 일이 없습니다.

과학적인 근거도 내놓았습니다.

베이징시의 경우 현지 확진자가 감염된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이 북미와 싱가포르 등지에서 나온 일부 변이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전시 방역 당국 역시 확진자가 감염된 오미크론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이 북미 지역에서 여러 차례 확인된 것과 100% 일치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마디로 '중국 밖을 나가지도 않은 사람들이 북미 등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유전자 서열의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설명입니다.

논리는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북미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어떻게 유입됐을까?'로 흘러갑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답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택배'에서 찾고 있습니다.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말이죠.


■ 국제 택배 문제라면?…"해외 직구 자제하라"

베이징시 질병예방통제센터는 곧바로 국제 택배 관련 '주의 사항'을 발표했습니다

△해외 직접 구매 자제하기
△해외 직구 택배를 받을 시 마스크·일회용 장갑 착용 권장
△택배기사와 1 미터 이상 거리 두기
△가급적 집 밖에서 택배 포장지 뜯기
△택배 포장지를 뜯고 난 뒤에는 바로 손 씻기
△손 씻기 전에 입, 눈, 코 만지지 말기


해외에서 온 택배를 만져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국제 택배 경계령'을 내린 셈입니다.

중국CCTV, 베이징일보 등 관영매체들은 '해외 택배'를 받을 때 주의할 사항을 안내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CCTV는 최근 며칠 동안 해외 유입 택배를 받을 때 주의 사항을 방송하고 있다.  (출처: 중국CCTV)중국CCTV는 최근 며칠 동안 해외 유입 택배를 받을 때 주의 사항을 방송하고 있다. (출처: 중국CCTV)

중국 우정집단공사도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국제우편물에 대해 검사와 소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광둥성 역시 18일 적극적인 조처를 내렸는데요. 광둥성 광저우시는 국제 우편물이 도착하면 무조건 2차례 소독을 해야 합니다. 둥관시는 국제 우편 한 건 배송할 때마다 손을 소독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 '택배로 감염' 의학계 의견은?

그런데 '택배나 냉동 유통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나라는 중국이 사실상 유일합니다.

중국 외 나라들은 '택배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WHO, 세계보건기구도 같은 의견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식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동물이나 인간 숙주가 필요하기 때문에 식품 포장지 같은 물체나 표면에서는 증식할 수 없다는 겁니다.

혹시라도 표면에 바이러스가 생존했다고 해도 택배나 냉동 제품이 배송되는 기간, 그 사이 온도 변화 등을 감안하면 상자나 포장지 표면에서 끝까지 생존해 인체 감염으로까지 이어질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감염병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심지어 코로나19가 국제 소포나 냉장 유통(콜드체인)을 통해 퍼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하는 과학자도 있습니다.

에마누엘 골드먼 미국 럿거스대 미생물학 교수는 홍콩 매체 SCMP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접촉이 아니라 호흡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라며 "바이러스 RNA가 발견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바이러스의 사체를 발견하는 것과 같으며 그렇기 때문에 놀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CCTV가 19일 해외 유입 택배에 대한 검사와 소독이 강화됐다고 보도했다. (출처: 중국CCTV)중국CCTV가 19일 해외 유입 택배에 대한 검사와 소독이 강화됐다고 보도했다. (출처: 중국CCTV)

그런데도 중국이 또다시 '국제 택배 감염'을 꺼내 든 이유를 일부에서는 '중국의 위기감'에서 찾고 있습니다.

베이징시 첫 오미크론 확진자가 받은 국제 택배, 캐나다에서 발송됐었죠. 갑자기 중국 내 오미크론 감염의 진원지로 지목받은 캐나다 측은 '중국이 우리를 희생양' 삼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이 생자크 전 주중 캐나다 대사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위기에 처하자 중국이 그 원인을 다른 나라로 돌리는 것”이라며 “사실 여부를 조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캐나다를 비난하기 쉬운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캐나다 우정국 역시 “우편물 표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며칠에 걸쳐 배송되는 택배를 통해 전파될 위험은 작다는 것이 우리 공중보건국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여러모로 이번 '국제 택배' 주의령은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우한이 아닌 다른 나라일 수 있다'는 2년 전 중국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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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중국이 지목한 오미크론 ‘감염 경로’…경계령까지 내렸다
    • 입력 2022-01-19 15:33:33
    • 수정2022-01-19 18:09:12
    특파원 리포트

'제로 코로나', 이른바 코로나19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하나 둘 늘고 있습니다. 베이징시의 경우 현재(1월 18일 기준)까지 3명의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확산도 확산인데, 최초 확진자의 감염 경로가 분명치 않습니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어떻게 감염됐는지 찾는 게 시급합니다.

그런데 중국,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 경로일 수 있다며 '이것'을 지목했습니다.

상하이 공항에서 하역 중인 화물들. (출처: 상하이TV)
해외에서 들어 온 우편물입니다.

베이징시 첫 오미크론 확진자는 1월 11일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문제의 택배'는 1월 7일 캐나다에서 발송돼 미국, 홍콩을 거쳐 베이징으로 왔습니다. 이 확진자는 택배를 수령한 뒤 상자와 상자 속 팸플릿을 만졌다고 알려졌습니다.

중국 위생건강위원회가 샘플을 채취해 조사했더니 택배 상자의 겉면과 안쪽에서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또 같은 날 캐나다에서 출발한 다른 54개의 미개봉 택배에서도 5건의 양성 결과가 나왔고, 이는 '오미크론의 해외 유입설'에 힘을 실었습니다.


선전시 정부가 17일 오미크론 확진자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펑파이)
'국제 택배가 원흉이다.' 이렇게 지목하는 곳은 베이징시 뿐만이 아닙니다.

광둥성 선전시 역시 비슷한 발표를 했습니다.

선전시 정부는 1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고, 이 사람이 최근 해외에서 발송된 택배를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전에서 해외 냉동 시약과 관련한 물류업에 종사하고 있는 확진자는 1월 12일 북미에서 발송된 택배를 개봉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때 마스크나 장갑 등은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뒤 14일부터 인후통이 시작됐고, 15일 핵산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 중국이 '국제 택배' 저격하는 근거는?

중국이 감염 경로로 '해외에서 유입된 택배'를 지목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2020년부터 우한(武漢)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중국 내에서 커졌을 때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었습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2020년 6월 이후 중국에 들어온 브라질산 소고기, 독일산 족발 등 냉동식품 포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잇따라 확인됐다며 냉동 수입식품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2019년 말 우한 화난 수산시장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외국에서 왔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번에도 근거는 비슷합니다.

지난 8일 중국 본토로는 처음으로 톈진에서 나온 오미크론 확진자, 또 15일 확인된 베이징시 첫 오미크론 확진자 모두 14일 동안 해외 입국자와 접촉을 했다거나 시 밖을 나간 일이 없습니다.

과학적인 근거도 내놓았습니다.

베이징시의 경우 현지 확진자가 감염된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이 북미와 싱가포르 등지에서 나온 일부 변이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전시 방역 당국 역시 확진자가 감염된 오미크론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이 북미 지역에서 여러 차례 확인된 것과 100% 일치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마디로 '중국 밖을 나가지도 않은 사람들이 북미 등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유전자 서열의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설명입니다.

논리는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북미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어떻게 유입됐을까?'로 흘러갑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답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택배'에서 찾고 있습니다.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말이죠.


■ 국제 택배 문제라면?…"해외 직구 자제하라"

베이징시 질병예방통제센터는 곧바로 국제 택배 관련 '주의 사항'을 발표했습니다

△해외 직접 구매 자제하기
△해외 직구 택배를 받을 시 마스크·일회용 장갑 착용 권장
△택배기사와 1 미터 이상 거리 두기
△가급적 집 밖에서 택배 포장지 뜯기
△택배 포장지를 뜯고 난 뒤에는 바로 손 씻기
△손 씻기 전에 입, 눈, 코 만지지 말기


해외에서 온 택배를 만져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국제 택배 경계령'을 내린 셈입니다.

중국CCTV, 베이징일보 등 관영매체들은 '해외 택배'를 받을 때 주의할 사항을 안내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CCTV는 최근 며칠 동안 해외 유입 택배를 받을 때 주의 사항을 방송하고 있다.  (출처: 중국CCTV)
중국 우정집단공사도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국제우편물에 대해 검사와 소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광둥성 역시 18일 적극적인 조처를 내렸는데요. 광둥성 광저우시는 국제 우편물이 도착하면 무조건 2차례 소독을 해야 합니다. 둥관시는 국제 우편 한 건 배송할 때마다 손을 소독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 '택배로 감염' 의학계 의견은?

그런데 '택배나 냉동 유통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나라는 중국이 사실상 유일합니다.

중국 외 나라들은 '택배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WHO, 세계보건기구도 같은 의견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식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동물이나 인간 숙주가 필요하기 때문에 식품 포장지 같은 물체나 표면에서는 증식할 수 없다는 겁니다.

혹시라도 표면에 바이러스가 생존했다고 해도 택배나 냉동 제품이 배송되는 기간, 그 사이 온도 변화 등을 감안하면 상자나 포장지 표면에서 끝까지 생존해 인체 감염으로까지 이어질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감염병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심지어 코로나19가 국제 소포나 냉장 유통(콜드체인)을 통해 퍼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하는 과학자도 있습니다.

에마누엘 골드먼 미국 럿거스대 미생물학 교수는 홍콩 매체 SCMP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접촉이 아니라 호흡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라며 "바이러스 RNA가 발견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바이러스의 사체를 발견하는 것과 같으며 그렇기 때문에 놀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CCTV가 19일 해외 유입 택배에 대한 검사와 소독이 강화됐다고 보도했다. (출처: 중국CCTV)
그런데도 중국이 또다시 '국제 택배 감염'을 꺼내 든 이유를 일부에서는 '중국의 위기감'에서 찾고 있습니다.

베이징시 첫 오미크론 확진자가 받은 국제 택배, 캐나다에서 발송됐었죠. 갑자기 중국 내 오미크론 감염의 진원지로 지목받은 캐나다 측은 '중국이 우리를 희생양' 삼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이 생자크 전 주중 캐나다 대사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위기에 처하자 중국이 그 원인을 다른 나라로 돌리는 것”이라며 “사실 여부를 조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캐나다를 비난하기 쉬운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캐나다 우정국 역시 “우편물 표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며칠에 걸쳐 배송되는 택배를 통해 전파될 위험은 작다는 것이 우리 공중보건국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여러모로 이번 '국제 택배' 주의령은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우한이 아닌 다른 나라일 수 있다'는 2년 전 중국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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