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여성 후보들이 돋보인다…차기 홍콩 행정장관은 누구?

입력 2022.0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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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홍콩 행정장관에 선출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서하는 캐리 람 (사진=연합뉴스)2017년 홍콩 행정장관에 선출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서하는 캐리 람 (사진=연합뉴스)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연일 대통령 선거 관련 뉴스가 홍수를 이룹니다. 주요 후보들의 동정과 정책, 여론조사 등을 다룬 뉴스가 워낙 많다보니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 3월 27일 홍콩 행정장관 선거…아직 선거 분위기 느낄 수 없어

그런데 같은 3월, 역시 행정부 수반을 뽑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홍콩입니다.

3월 27일은 홍콩 행정장관 선거일입니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선거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후보가 부각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2021년 12월 22일 베이징에서 업무보고를 하며 기념 사진을 찍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왼쪽). (사진=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2021년 12월 22일 베이징에서 업무보고를 하며 기념 사진을 찍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왼쪽). (사진=연합뉴스)

상수는 캐리 람 현 행정장관입니다. 행정청 공무원 출신으로 홍콩이 반환된 1997년 이래 네번째 행정장관이자 첫 여성 행정장관입니다.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구현하라는 시진핑 주석의 지시를 성실히 구현해 왔습니다.

재임 초 민주화 시위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지난 한해 공안정국을 이끌며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지난 연말 실시된 입법회 선거도 친중파가 석권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연임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입법회 선거 직후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주석에게 업무 보고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캐리 람의 거취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뜩이나 초조한 캐리 람에게 1월 초 악재가 터졌습니다. 전인대 홍콩 대표 위트먼 헝의 이른바 '생일 파티 스캔들'입니다. 위트만 헝의 생일 파티에 정부 고위직 13명, 입법회 의원 20명 등 200여 명이 참석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홍콩 당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경고한 가운데 전인대 홍콩 대표 위트먼 헝(왼쪽)의 생일 파티에 정부 고위직 등 200명 가까이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사진=연합뉴스)홍콩 당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경고한 가운데 전인대 홍콩 대표 위트먼 헝(왼쪽)의 생일 파티에 정부 고위직 등 200명 가까이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사진=연합뉴스)

■ 현직 캐리 람 행정장관, 베이징의 연임 확답 못 받은 채 악재 돌출

홍콩 당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경고한 상황에서 벌어져 더욱 공분을 샀습니다. 캐리 람 장관에게도 부하 직원 관리를 잘못했다는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습니다. 실제 캐리 람이 재선 기회를 위협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며 격노했다는 홍콩 매체 '더스탠더드'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만약 캐리 람이 낙마한다면 토사구팽이란 말이 나올 법합니다. 캐리 람이 행정부를 이끈 지난 한해 민주진영 인사들이 시위 선동 혐의 등으로 줄줄이 구속됐고 비판 언론도 잇달아 문을 닫았습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물론 사문화됐던 식민지 시절 법까지 적용했습니다.

2017년 1월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를 면담하는 마거릿 챈 당시 WHO 사무총장(오른쪽).2017년 1월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를 면담하는 마거릿 챈 당시 WHO 사무총장(오른쪽).

그러는 사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 부상했습니다. 마거릿 챈 전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입니다. 중국인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유엔 산하 기구 수장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홍콩 매체 '이스트위크'는 챈 전 사무총장이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예비 내각을 꾸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챈의 대리인들이 유력 인사들의 이력서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 현직 행정장관·전직 WHO 사무총장 등 여성 후보군 돋보여

챈 전 사무총장은 지난 달 홍콩 입법회 선거에 투표하며 기자들에게 행정장관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중국이 개편한 홍콩의 선거제 덕에 홍콩 민주주의 체제가 꾸준히 발전하고 일국양제 전면 이행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중국 중앙 정부를 치켜세웠습니다.

홍콩 보건장관을 거쳐 2006년부터 10년간 WHO를 이끈 그녀의 경력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주목할만한 자산입니다.

대표적 친중파 정치인으로 꼽히는 레지나 입 홍콩 신민당 주석 (사진=레지나 입 페이스북)대표적 친중파 정치인으로 꼽히는 레지나 입 홍콩 신민당 주석 (사진=레지나 입 페이스북)

또 다른 여성, 이미 두차례 행정장관에 도전한 적 있는 레지나 입 신민당 주석도 거론됩니다. 1998년 홍콩의 첫 여성 보안장관 출신으로 입법회 의원을 여러차례 지냈습니다. 대표적 친중파입니다. 강경 발언 덕에 '드래곤 레이디'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 경제통으로 유력한 행정장관 후보로 꼽힌다. (사진=바이두)폴 찬 홍콩 재무장관. 경제통으로 유력한 행정장관 후보로 꼽힌다. (사진=바이두)

폴 찬 재무장관도 주목받습니다. 코로나19, 정치적 불안 요인, 헝다 리스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홍콩 경제를 이끄는 조타수입니다. 홍콩 입법회에서 회계 분야를 대표하는 의원을 지냈고 발전국장 경력도 있습니다.

런춘잉 중국 정협 부주석. 행정장관으로 재직하던 2017년 권한 남용과 입법부 권한 침해를 이유로 야당이 탄핵안을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사진=바이두)런춘잉 중국 정협 부주석. 행정장관으로 재직하던 2017년 권한 남용과 입법부 권한 침해를 이유로 야당이 탄핵안을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사진=바이두)

여기에 이미 한 차례 행정장관을 지낸 런춘잉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경찰 출신으로 공안장관으로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진압을 책임졌던 존 리 정무부총리, 찰스 리 전 홍콩증권거래소 행정총재 등도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됩니다.

세계 영춘권 연맹 의장이자 영화 제작자인 섄궈런이 행정장관 후보로 나서겠다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밝혔다.세계 영춘권 연맹 의장이자 영화 제작자인 섄궈런이 행정장관 후보로 나서겠다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밝혔다.

여기에 영춘권으로 유명한 예원(엽문)의 아들, 예준의 제자인 섄궈린(승국림)이 유튜브를 통해 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일종의 이색 출마자입니다.

그는 세계 영춘권 연맹 의장이며, 무술 영화 제작자이자 친중파 시사평론가로도 활동했습니다.

■ 선거제 개편으로 민주 진영은 출마 자체가 어려워

5년 임기 홍콩 행정장관은 1,448명 선거인단이 뽑는 간접선거로 선출됩니다. 출마 희망자는 적어도 선거위원 188명의 추천을 받아야합니다. 이때 공상·금융계, 전문직계, 노동·서비스·종교계, 정계, 전국 단체 대표계 등 5개 직군별로도 15명 이상 추천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출마 희망자가 정부 관리들로 구성된 공직출마자 자격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도록 선거 제도가 바뀐 점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9월 치른 선거인단 선거에서도 거의 전원 친중파가 당선됐습니다.

2017년 행정장관 선거 당시 범민주 진영이 재계와 연대해 일종의 '반란표'를 던졌던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선거제를 아예 바꾼 결과입니다.

2014년 홍콩 민주 진영 시위대는 2017년 치르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완전한 직선제로 치르자고 요구했다.2014년 홍콩 민주 진영 시위대는 2017년 치르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완전한 직선제로 치르자고 요구했다.

이처럼 후보자를 사전 심사하고 친중파가 장악한 선거인단이 행정장관을 뽑는만큼 베이징의 입김이 절대적입니다. 그럼에도 선거가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분명 이례적이라고 홍콩 매체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 선거가 석달도 남지 않았지만 '조용'…앞서 입법회 선거 투표율 30.2% 그쳐

이와 관련해 홍콩의 영문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홍콩인들의 관심이 한동안 친중 진영이 장악하고 새로 출범한 입법회에 쏠리도록 유도하려고 선거 분위기를 띄우지 않고 있다는 홍콩 정계 인사의 의견을 전했습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과열을 막고 탈정치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선거 기간을 단축시키려한다는 주장도 소개했습니다. 쑹시오충 선전대 교수는 홍콩 친중 진영 내 분란이 일지 않도록 중국 정부가 일단 지켜보는 중이라고 봤습니다.

어떤 이유든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예전처럼 열띤 분위기에서 치러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과거에는 민주 진영이 행정장관 선거를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선전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홍콩 국가보안법, 선거제 개편 등으로 더이상 민주 진영이 선거에 적극 참여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민주 진영은 민주화 시위 등을 이유로 수감됐거나 망명했거나 어차피 안 될 일이라며 선거를 포기했습니다.

역대 최저 30.2%에 그쳤던 지난 연말 홍콩 입법회 선거의 투표율이 이같은 분위기와 민심을 대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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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0 07:00:11
    특파원 리포트
2017년 홍콩 행정장관에 선출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서하는 캐리 람 (사진=연합뉴스)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연일 대통령 선거 관련 뉴스가 홍수를 이룹니다. 주요 후보들의 동정과 정책, 여론조사 등을 다룬 뉴스가 워낙 많다보니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 3월 27일 홍콩 행정장관 선거…아직 선거 분위기 느낄 수 없어

그런데 같은 3월, 역시 행정부 수반을 뽑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홍콩입니다.

3월 27일은 홍콩 행정장관 선거일입니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선거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후보가 부각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2021년 12월 22일 베이징에서 업무보고를 하며 기념 사진을 찍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왼쪽). (사진=연합뉴스)
상수는 캐리 람 현 행정장관입니다. 행정청 공무원 출신으로 홍콩이 반환된 1997년 이래 네번째 행정장관이자 첫 여성 행정장관입니다.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구현하라는 시진핑 주석의 지시를 성실히 구현해 왔습니다.

재임 초 민주화 시위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지난 한해 공안정국을 이끌며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지난 연말 실시된 입법회 선거도 친중파가 석권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연임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입법회 선거 직후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주석에게 업무 보고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캐리 람의 거취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뜩이나 초조한 캐리 람에게 1월 초 악재가 터졌습니다. 전인대 홍콩 대표 위트먼 헝의 이른바 '생일 파티 스캔들'입니다. 위트만 헝의 생일 파티에 정부 고위직 13명, 입법회 의원 20명 등 200여 명이 참석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홍콩 당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경고한 가운데 전인대 홍콩 대표 위트먼 헝(왼쪽)의 생일 파티에 정부 고위직 등 200명 가까이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사진=연합뉴스)
■ 현직 캐리 람 행정장관, 베이징의 연임 확답 못 받은 채 악재 돌출

홍콩 당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경고한 상황에서 벌어져 더욱 공분을 샀습니다. 캐리 람 장관에게도 부하 직원 관리를 잘못했다는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습니다. 실제 캐리 람이 재선 기회를 위협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며 격노했다는 홍콩 매체 '더스탠더드'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만약 캐리 람이 낙마한다면 토사구팽이란 말이 나올 법합니다. 캐리 람이 행정부를 이끈 지난 한해 민주진영 인사들이 시위 선동 혐의 등으로 줄줄이 구속됐고 비판 언론도 잇달아 문을 닫았습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물론 사문화됐던 식민지 시절 법까지 적용했습니다.

2017년 1월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를 면담하는 마거릿 챈 당시 WHO 사무총장(오른쪽).
그러는 사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 부상했습니다. 마거릿 챈 전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입니다. 중국인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유엔 산하 기구 수장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홍콩 매체 '이스트위크'는 챈 전 사무총장이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예비 내각을 꾸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챈의 대리인들이 유력 인사들의 이력서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 현직 행정장관·전직 WHO 사무총장 등 여성 후보군 돋보여

챈 전 사무총장은 지난 달 홍콩 입법회 선거에 투표하며 기자들에게 행정장관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중국이 개편한 홍콩의 선거제 덕에 홍콩 민주주의 체제가 꾸준히 발전하고 일국양제 전면 이행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중국 중앙 정부를 치켜세웠습니다.

홍콩 보건장관을 거쳐 2006년부터 10년간 WHO를 이끈 그녀의 경력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주목할만한 자산입니다.

대표적 친중파 정치인으로 꼽히는 레지나 입 홍콩 신민당 주석 (사진=레지나 입 페이스북)
또 다른 여성, 이미 두차례 행정장관에 도전한 적 있는 레지나 입 신민당 주석도 거론됩니다. 1998년 홍콩의 첫 여성 보안장관 출신으로 입법회 의원을 여러차례 지냈습니다. 대표적 친중파입니다. 강경 발언 덕에 '드래곤 레이디'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 경제통으로 유력한 행정장관 후보로 꼽힌다. (사진=바이두)
폴 찬 재무장관도 주목받습니다. 코로나19, 정치적 불안 요인, 헝다 리스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홍콩 경제를 이끄는 조타수입니다. 홍콩 입법회에서 회계 분야를 대표하는 의원을 지냈고 발전국장 경력도 있습니다.

런춘잉 중국 정협 부주석. 행정장관으로 재직하던 2017년 권한 남용과 입법부 권한 침해를 이유로 야당이 탄핵안을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사진=바이두)
여기에 이미 한 차례 행정장관을 지낸 런춘잉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경찰 출신으로 공안장관으로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진압을 책임졌던 존 리 정무부총리, 찰스 리 전 홍콩증권거래소 행정총재 등도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됩니다.

세계 영춘권 연맹 의장이자 영화 제작자인 섄궈런이 행정장관 후보로 나서겠다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밝혔다.
여기에 영춘권으로 유명한 예원(엽문)의 아들, 예준의 제자인 섄궈린(승국림)이 유튜브를 통해 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일종의 이색 출마자입니다.

그는 세계 영춘권 연맹 의장이며, 무술 영화 제작자이자 친중파 시사평론가로도 활동했습니다.

■ 선거제 개편으로 민주 진영은 출마 자체가 어려워

5년 임기 홍콩 행정장관은 1,448명 선거인단이 뽑는 간접선거로 선출됩니다. 출마 희망자는 적어도 선거위원 188명의 추천을 받아야합니다. 이때 공상·금융계, 전문직계, 노동·서비스·종교계, 정계, 전국 단체 대표계 등 5개 직군별로도 15명 이상 추천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출마 희망자가 정부 관리들로 구성된 공직출마자 자격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도록 선거 제도가 바뀐 점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9월 치른 선거인단 선거에서도 거의 전원 친중파가 당선됐습니다.

2017년 행정장관 선거 당시 범민주 진영이 재계와 연대해 일종의 '반란표'를 던졌던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선거제를 아예 바꾼 결과입니다.

2014년 홍콩 민주 진영 시위대는 2017년 치르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완전한 직선제로 치르자고 요구했다.
이처럼 후보자를 사전 심사하고 친중파가 장악한 선거인단이 행정장관을 뽑는만큼 베이징의 입김이 절대적입니다. 그럼에도 선거가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분명 이례적이라고 홍콩 매체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 선거가 석달도 남지 않았지만 '조용'…앞서 입법회 선거 투표율 30.2% 그쳐

이와 관련해 홍콩의 영문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홍콩인들의 관심이 한동안 친중 진영이 장악하고 새로 출범한 입법회에 쏠리도록 유도하려고 선거 분위기를 띄우지 않고 있다는 홍콩 정계 인사의 의견을 전했습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과열을 막고 탈정치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선거 기간을 단축시키려한다는 주장도 소개했습니다. 쑹시오충 선전대 교수는 홍콩 친중 진영 내 분란이 일지 않도록 중국 정부가 일단 지켜보는 중이라고 봤습니다.

어떤 이유든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예전처럼 열띤 분위기에서 치러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과거에는 민주 진영이 행정장관 선거를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선전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홍콩 국가보안법, 선거제 개편 등으로 더이상 민주 진영이 선거에 적극 참여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민주 진영은 민주화 시위 등을 이유로 수감됐거나 망명했거나 어차피 안 될 일이라며 선거를 포기했습니다.

역대 최저 30.2%에 그쳤던 지난 연말 홍콩 입법회 선거의 투표율이 이같은 분위기와 민심을 대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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