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바이든 ‘취임 1주년’ 회견…미사일 연속발사에도 ‘북한’ 없었다

입력 2022.01.2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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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기자회견 중인 바이든 미 대통령취임 1주년 기자회견 중인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자화자찬은 길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극복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코로나 검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 “경기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데 물가상승률이 높아서 미국인들 힘들어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걸 알고 있는지, 잘 했다는 말보다 잘 못했다는 말을 앞세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다 못한 일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라고 취임 1년 밖에 되지 않았으니 더 잘해보겠다, 잘할 수 있다는 다짐도 간간이 넣었습니다.

■ 이어진 기자들의 질의응답은 혹독했습니다.
당초 한 시간 정도로 예정되었던 질의 응답 시간은 한 시간 반을 훌쩍 넘겨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그만하고 나갈 기미가 보이면 기자들은 집요하게 “진짜 단순한 질문이다, 하나만 받아라”라고 집요하게 질문 공세를 던졌습니다.

미국의 투표권 제한 법안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갈등처럼 국내 정치 관련 질문이 많았지만, 국제 관계와 외교안보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당장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있는 러시아 문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을 떠보는 것 같냐는 질문부터 정말 침공할 것 같냐, 어떻게 할 거냐,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처럼 이슈를 파고드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다음은 중국 문제였습니다. 대중국 관세는 어떻게 할 거냐,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이라고 생각하냐, 증거는 찾았냐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바이든의 가장 아픈 손가락인 아프가니스탄 문제까지 건드렸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느냐면서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예로 든겁니다.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난 세 시간도 할 수 있다, 계속해 봐라”고 웃으며 대응하던 바이든 대통령도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지적하자 발끈하며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내전 중인) 아프가니스탄을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으면 손 들어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그런데 북한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들어 북한이 4차례 미사일을 발사했고, 그 때마다 국무부는 규탄했지만 정작 바이든의 1주년 기자회견에서 어쩌면 가장 당면한 위협 - 러시아와 함께 - 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겁니다.
하필 바이든이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직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제부터 대미 신뢰조치를 제고하겠다”며 그동안 유예해 온 핵실험,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천명했습니다. 공교로운 시점이지만, 계산됐다고 보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바이든은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부러 언급하지 않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 사실은 현장에 관련 질문을 한 기자가 없었기도 합니다.

오미크론 확진자 폭증 이후 대폭 축소된 미 백악관 기자회견장 출입오미크론 확진자 폭증 이후 대폭 축소된 미 백악관 기자회견장 출입

■ 외신에 자리 내주지 않은 백악관 기자단

이번 바이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장은 오미크론 여파로 출입기자들의 수가 크게 제한됐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크게 올라간 이후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한 회견장 출입은, 미국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12월 말부터 규제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있었던 언론사는 백악관 상시 출입 65개 언론사 가운데 30개 언론사만 허용됐습니다.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국내 언론도 뽑기로 참석 여부를 결정했고, 외신은 1곳으로 한정됐습니다.

기자회견장 참석자를 통보하는 백악관 기자단 간사의 이메일에,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자에게도 자리를 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습니다.
“바이든이 미국 영토 내에서 - 출장이 잦은 만큼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담소를 자주 나눕니다 -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인데, 우리끼리도 경쟁이 치열하니 외국 언론은 넣어주기 힘들겠다”는 명료한 거절이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 참석 명단에 아시아 언론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 언론이 들어갈 수 있었다면 분명 북한 문제에 대한 질문을 했을 겁니다.
장장 2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리에 앉은 거의 모든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를 줬고, ABC 등 메이저 언론은 3번 씩 질문한 곳도 있었으니까요.

■ 북한이 드러낸 ‘새해 각오’...질문이 나왔다면 바이든 대답은?

물론 질문이 나왔다 하더라도 답변은 신통치 않았을 겁니다.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외교적 수사로 “동맹과 파트너들과 철통같은 안보를 지키겠다”, “북한의 위협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나왔을 겁니다.
문제는 북한은 정초부터 일찌감치 새해 각오를 만천하에 드러내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미국을 향해서 말이죠. 미국 싱크탱크들은 저마다 내놓은 해법은 다르지만, 하나는 비슷합니다. 북한의 새해 결심을 미국이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오바마 식 전략적 인내도 아닌, 트럼프식 톱다운 방식도 아닌 새로운 방식을 취하겠다”는 새 행정부의 청사진에 솔직히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1년 간 북한의 묵묵부답과 올해 보여주고 있는 무력 시위로 분명히 수정되었을 겁니다. 수정 중이거나요.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솔직하게 대놓고 말하기로 유명했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나는 말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라고 했을 정도로요.
우리로선 2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솔직한 인식을 한 올도 듣지 못해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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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바이든 ‘취임 1주년’ 회견…미사일 연속발사에도 ‘북한’ 없었다
    • 입력 2022-01-20 14:16:13
    특파원 리포트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중인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자화자찬은 길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극복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코로나 검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 “경기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데 물가상승률이 높아서 미국인들 힘들어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걸 알고 있는지, 잘 했다는 말보다 잘 못했다는 말을 앞세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다 못한 일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라고 취임 1년 밖에 되지 않았으니 더 잘해보겠다, 잘할 수 있다는 다짐도 간간이 넣었습니다.

■ 이어진 기자들의 질의응답은 혹독했습니다.
당초 한 시간 정도로 예정되었던 질의 응답 시간은 한 시간 반을 훌쩍 넘겨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그만하고 나갈 기미가 보이면 기자들은 집요하게 “진짜 단순한 질문이다, 하나만 받아라”라고 집요하게 질문 공세를 던졌습니다.

미국의 투표권 제한 법안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갈등처럼 국내 정치 관련 질문이 많았지만, 국제 관계와 외교안보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당장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있는 러시아 문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을 떠보는 것 같냐는 질문부터 정말 침공할 것 같냐, 어떻게 할 거냐,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처럼 이슈를 파고드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다음은 중국 문제였습니다. 대중국 관세는 어떻게 할 거냐,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이라고 생각하냐, 증거는 찾았냐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바이든의 가장 아픈 손가락인 아프가니스탄 문제까지 건드렸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느냐면서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예로 든겁니다.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난 세 시간도 할 수 있다, 계속해 봐라”고 웃으며 대응하던 바이든 대통령도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지적하자 발끈하며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내전 중인) 아프가니스탄을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으면 손 들어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그런데 북한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들어 북한이 4차례 미사일을 발사했고, 그 때마다 국무부는 규탄했지만 정작 바이든의 1주년 기자회견에서 어쩌면 가장 당면한 위협 - 러시아와 함께 - 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겁니다.
하필 바이든이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직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제부터 대미 신뢰조치를 제고하겠다”며 그동안 유예해 온 핵실험,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천명했습니다. 공교로운 시점이지만, 계산됐다고 보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바이든은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부러 언급하지 않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 사실은 현장에 관련 질문을 한 기자가 없었기도 합니다.

오미크론 확진자 폭증 이후 대폭 축소된 미 백악관 기자회견장 출입
■ 외신에 자리 내주지 않은 백악관 기자단

이번 바이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장은 오미크론 여파로 출입기자들의 수가 크게 제한됐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크게 올라간 이후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한 회견장 출입은, 미국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12월 말부터 규제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있었던 언론사는 백악관 상시 출입 65개 언론사 가운데 30개 언론사만 허용됐습니다.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국내 언론도 뽑기로 참석 여부를 결정했고, 외신은 1곳으로 한정됐습니다.

기자회견장 참석자를 통보하는 백악관 기자단 간사의 이메일에,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자에게도 자리를 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습니다.
“바이든이 미국 영토 내에서 - 출장이 잦은 만큼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담소를 자주 나눕니다 -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인데, 우리끼리도 경쟁이 치열하니 외국 언론은 넣어주기 힘들겠다”는 명료한 거절이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 참석 명단에 아시아 언론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 언론이 들어갈 수 있었다면 분명 북한 문제에 대한 질문을 했을 겁니다.
장장 2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리에 앉은 거의 모든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를 줬고, ABC 등 메이저 언론은 3번 씩 질문한 곳도 있었으니까요.

■ 북한이 드러낸 ‘새해 각오’...질문이 나왔다면 바이든 대답은?

물론 질문이 나왔다 하더라도 답변은 신통치 않았을 겁니다.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외교적 수사로 “동맹과 파트너들과 철통같은 안보를 지키겠다”, “북한의 위협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나왔을 겁니다.
문제는 북한은 정초부터 일찌감치 새해 각오를 만천하에 드러내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미국을 향해서 말이죠. 미국 싱크탱크들은 저마다 내놓은 해법은 다르지만, 하나는 비슷합니다. 북한의 새해 결심을 미국이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오바마 식 전략적 인내도 아닌, 트럼프식 톱다운 방식도 아닌 새로운 방식을 취하겠다”는 새 행정부의 청사진에 솔직히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1년 간 북한의 묵묵부답과 올해 보여주고 있는 무력 시위로 분명히 수정되었을 겁니다. 수정 중이거나요.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솔직하게 대놓고 말하기로 유명했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나는 말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라고 했을 정도로요.
우리로선 2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솔직한 인식을 한 올도 듣지 못해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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