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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 열풍’의 그늘…청년·자영업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
입력 2022.01.21 (18:00) 취재K

1~2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이른바 ‘부캐’ 열풍, 주요 캐릭터 외의 다른 캐릭터를 이르는 ‘부(副) 캐릭터’의 준말인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부캐’ 열풍은 미디어뿐 아니라 노동 시장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낮에는 운동강사에서 밤에는 배달원으로 변신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카페 운영을 병행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주된 직업 외 다양한 형태의 부업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KBS는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부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과 지난해의 월별 데이터 평균치를 들여다봤습니다.

■ ‘임시근로자·청년’ 부업률 높아...“일자리 질 낮아지는 현상”

우선, 전체 취업자 중 부업을 한 적이 있었던 사람은 2019년 월평균 47만 3,044명에서 2021년 50만 6,410명으로 7% 정도 늘었습니다. 근로 형태 등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니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임시근로자는 2019년 월평균 11만 7,095명에서 2021년 13만 5,535명으로 15% 넘게 증가했습니다. 반면, 정규직인 상용근로자는 2019년 월평균 15만 2,944명에서 2021년 16만 6,420명으로 8.8% 늘었습니다.


연령별로 비교했더니, 20·30세대는 2019년 월평균 8만 9,822명에서 10만 3,848명으로 15.6% 증가했습니다. 반면, 중장년층인 40·50세대는 2019년 월평균 22만 8,152명에서 2021년 21만 3,614명으로 오히려 6.5% 정도 감소했습니다.

종합해보면 상용근로자보다는 임시근로자가, 중장년층보다는 청년층의 부업자 수가 비교적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부업이 증가했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20·30세대의 경우 안정적인 일자리보다는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가 많다 보니 부업을 통해 소득을 보충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질 낮은 일자리 형태가 많아지는 사회로 변화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연간 고용 동향’ 자료를 보면, 연간 취업자 수가 2,727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6만 9,000명 증가했습니다. 7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는데 고용 지표는 분명 개선된 것으로 보입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년 대비 경기 자체는 나아졌지만, 전반적인 소득이나 고용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며 “노동시장 사정이 양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임대료, 인건비 감당 못 해”...코로나19 강타한 자영업자

그럼 임금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는 어떨까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로 나눠 부업률을 분석했습니다.


먼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9년 월평균 1만 7,390명에서 2021년 1만 7,498명으로 0.6% 증가하는 데 그쳐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의 경우 2019년 월평균 12만 7,427명에서 2021년 13만 9,227명으로 9.2% 늘었습니다.

여기서 들여다 보아야 할 부분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가 2019년 153만여 명에서 2021년 130만여 명으로 대폭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019년 406만여 명에서 420만여 명으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즉,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세를 감안하면, 전체 부업에 참가하는 비율이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고용원이 있든 없든 전체적으로 자영업자의 부업률이 크게 오른 건데 코로나19로 인해 영업 시간 제한 등 장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부업에 뛰어든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연구위원은 “임대료, 인건비 등 유지비를 견디지 못해 부업을 하는 것으로 소득의 안정성이 그만큼 악화 되고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 피해가 누적돼 부업을 뛸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근로시간 단축·디지털화’...코로나19 이후에도 부업 늘 것

이러한 ‘부캐’ 열풍, 앞으로는 어떨까요? 전문가들은 부업을 가지는 사람들의 수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변화하는 산업 환경의 영향도 크게 작용합니다. 주52시간이 정착되고, 더 나아가 주 4.5일, 주4일 근무제를 논의하는 등 노동시간 자체가 줄면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여기에 디지털화, 비대면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부업을 할 수 있는 환경 또한 마련되고 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버 택시라든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며 “높은 물가에 비해 체감하는 임금은 오르지 않으면서 앞으로는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에 있는 사람들도 부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실 이런 ‘부캐’ 열풍은 ‘N잡러’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코로나 이전부터 계속된 현상입니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약화되고 다양한 직업을 가지는 등 직업관의 변화도 원인 중 하나일 겁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코로나19라는 재난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게 되면서 부업률이 더욱 급증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 주로 배달 등 운수·창고업종, 고령층은 공공일자리 부문을 중심으로 부업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용 지표를 보더라도 단기 일자리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부업’ 열풍과는 별도로 일자리의 ‘질’이 그만큼 보장되는지는 들여다봐야 할 부분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 ‘부업 열풍’의 그늘…청년·자영업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
    • 입력 2022-01-21 18:00:23
    취재K

1~2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이른바 ‘부캐’ 열풍, 주요 캐릭터 외의 다른 캐릭터를 이르는 ‘부(副) 캐릭터’의 준말인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부캐’ 열풍은 미디어뿐 아니라 노동 시장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낮에는 운동강사에서 밤에는 배달원으로 변신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카페 운영을 병행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주된 직업 외 다양한 형태의 부업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KBS는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부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과 지난해의 월별 데이터 평균치를 들여다봤습니다.

■ ‘임시근로자·청년’ 부업률 높아...“일자리 질 낮아지는 현상”

우선, 전체 취업자 중 부업을 한 적이 있었던 사람은 2019년 월평균 47만 3,044명에서 2021년 50만 6,410명으로 7% 정도 늘었습니다. 근로 형태 등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니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임시근로자는 2019년 월평균 11만 7,095명에서 2021년 13만 5,535명으로 15% 넘게 증가했습니다. 반면, 정규직인 상용근로자는 2019년 월평균 15만 2,944명에서 2021년 16만 6,420명으로 8.8% 늘었습니다.


연령별로 비교했더니, 20·30세대는 2019년 월평균 8만 9,822명에서 10만 3,848명으로 15.6% 증가했습니다. 반면, 중장년층인 40·50세대는 2019년 월평균 22만 8,152명에서 2021년 21만 3,614명으로 오히려 6.5% 정도 감소했습니다.

종합해보면 상용근로자보다는 임시근로자가, 중장년층보다는 청년층의 부업자 수가 비교적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부업이 증가했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20·30세대의 경우 안정적인 일자리보다는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가 많다 보니 부업을 통해 소득을 보충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질 낮은 일자리 형태가 많아지는 사회로 변화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연간 고용 동향’ 자료를 보면, 연간 취업자 수가 2,727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6만 9,000명 증가했습니다. 7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는데 고용 지표는 분명 개선된 것으로 보입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년 대비 경기 자체는 나아졌지만, 전반적인 소득이나 고용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며 “노동시장 사정이 양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임대료, 인건비 감당 못 해”...코로나19 강타한 자영업자

그럼 임금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는 어떨까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로 나눠 부업률을 분석했습니다.


먼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9년 월평균 1만 7,390명에서 2021년 1만 7,498명으로 0.6% 증가하는 데 그쳐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의 경우 2019년 월평균 12만 7,427명에서 2021년 13만 9,227명으로 9.2% 늘었습니다.

여기서 들여다 보아야 할 부분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가 2019년 153만여 명에서 2021년 130만여 명으로 대폭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019년 406만여 명에서 420만여 명으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즉,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세를 감안하면, 전체 부업에 참가하는 비율이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고용원이 있든 없든 전체적으로 자영업자의 부업률이 크게 오른 건데 코로나19로 인해 영업 시간 제한 등 장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부업에 뛰어든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연구위원은 “임대료, 인건비 등 유지비를 견디지 못해 부업을 하는 것으로 소득의 안정성이 그만큼 악화 되고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 피해가 누적돼 부업을 뛸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근로시간 단축·디지털화’...코로나19 이후에도 부업 늘 것

이러한 ‘부캐’ 열풍, 앞으로는 어떨까요? 전문가들은 부업을 가지는 사람들의 수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변화하는 산업 환경의 영향도 크게 작용합니다. 주52시간이 정착되고, 더 나아가 주 4.5일, 주4일 근무제를 논의하는 등 노동시간 자체가 줄면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여기에 디지털화, 비대면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부업을 할 수 있는 환경 또한 마련되고 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버 택시라든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며 “높은 물가에 비해 체감하는 임금은 오르지 않으면서 앞으로는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에 있는 사람들도 부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실 이런 ‘부캐’ 열풍은 ‘N잡러’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코로나 이전부터 계속된 현상입니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약화되고 다양한 직업을 가지는 등 직업관의 변화도 원인 중 하나일 겁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코로나19라는 재난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게 되면서 부업률이 더욱 급증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 주로 배달 등 운수·창고업종, 고령층은 공공일자리 부문을 중심으로 부업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용 지표를 보더라도 단기 일자리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부업’ 열풍과는 별도로 일자리의 ‘질’이 그만큼 보장되는지는 들여다봐야 할 부분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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