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출하는 빙판 사고…‘얼음물’에서 실전 구조 훈련

입력 2022.01.22 (09:45) 수정 2022.01.2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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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매년 이맘때면 얼음판 깨짐 사고가 속출합니다. 실제로 지난주에도 충남 홍성에서 얼음낚시를 하던 70대 남성이 빙판이 깨지면서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겨울철 수난사고는 여름에 비해 훨씬 위험합니다. 얼음물이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저체온증이 올 수 있고, 자칫 얼음판 밑으로 빠져들어 가면 바로 호흡중단이 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강원도소방본부가 인명구조 훈련을 벌였습니다.

강원소방본부의 겨울철 수난사고 구조 훈련 (2022년 1월 21일, 강원도 홍천강)강원소방본부의 겨울철 수난사고 구조 훈련 (2022년 1월 21일, 강원도 홍천강)

2022년 1월 15일, 충남 홍성 수난사고 구조장면.2022년 1월 15일, 충남 홍성 수난사고 구조장면.

■얼음낚시 왔다가…올해도 반복된 겨울철 빙판 사고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의 한 저수지. 낚시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73살 박 모 씨가 물에 빠졌습니다. 얼음낚시를 하다 물에 빠진 건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40여 분만에 박 씨를 구조했습니다. 박 씨는 저체온증과 심정지가 함께 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불과 1주일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전형적인 겨울철 빙판 깨짐 사고 사례입니다.

훈련을 위해 잠수복을 착용한 구조대원들.훈련을 위해 잠수복을 착용한 구조대원들.

■강원도소방본부, 빙판 사고 구조 훈련 실시…마네킹 이용해 실전처럼

이런 사고들이 이어지면서, 119구조대가 이달 21일 빙판 사고 구조 훈련에 나섰습니다.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의 홍천강. 30cm 넘는 두꺼운 얼음이 얼어 있었습니다. 얼음 위에 10여 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모두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특수구조단 대원들입니다. 대부분 두툼한 잠수복 차림이었습니다.

얼음판 한가운데로 걸어가 보니, 삼각형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한 변의 길이는 1 미터가 조금 넘는 정도. 훈련을 위해 입수할 자리를 미리 만들어 둔 겁니다.

훈련이 시작되자, 성인 남성 키만한 마네킹을 물에 빠뜨렸습니다. 마네킹 속은 비어 있어서, 안에 물이 차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처음엔 목 높이 정도에서 떠 있더니, 1분 정도가 지나자 머리까지 푹 잠긴 뒤 곧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수중에서 수색 및 구조 활동을 벌이는 구조대원들. 마네킹은 빠뜨린 지 2분여 만에 하류로 흘러가 있었다.수중에서 수색 및 구조 활동을 벌이는 구조대원들. 마네킹은 빠뜨린 지 2분여 만에 하류로 흘러가 있었다.

■2인 1개 조 수색…좁은 시야·추위와도 싸워야

그러자 119구조대원 두 명이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중 수색 작업은 2인 1개 조로 이뤄집니다. 겨울철은 수온이 낮다 보니 물에 들어간 뒤 수색하는 시간도 30분 정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호흡기와 기압계를 확인한 뒤, 둘 사이를 연결하는 줄을 걸고 빙판 위에서 대기하는 또 다른 구조대원에게 건네줬습니다. 만에 하나 구조대원들이 수중에서 작업을 못 할 상황이 되면, 이 줄을 당겨 끌어올리기 위한 겁니다.

연결된 줄이 끊어지진 않았는지 확인을 한 뒤, 구조대원 두 명은 “하강 준비 완료!”라고 외쳤습니다. 그런 뒤 빙판 위에 있던 대원이 “하강!”이라고 외치자 첫 번째 구조팀은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물 밑에서 이뤄지는 구조대원들의 작업은 미리 설치해둔 KBS의 수중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m 정도 깊이의 물속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뿌옇게 변했습니다. 마네킹을 물에 빠뜨린 지 2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구조대원의 시야에서 마네킹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마네킹을 건져 올리는 구조대원들.마네킹을 건져 올리는 구조대원들.

3분 정도가 지난 뒤, 얼음구멍에서 하류 쪽으로 10 미터쯤 내려가고 나서야 마네킹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구조대원들은 실제 사람을 구조하듯 마네킹을 끌어안고 수면 위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러자, 수면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조대원들이 마네킹을 들것으로 옮겼습니다. 구조대원 중 한 명은 “심정지, 호흡 정지 확인했습니다. CPR 시작합니다”라고 외친 뒤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습니다. 심폐소생술이 끝난 뒤, 구조대원 4명이 들것을 들고 육지로 이동했습니다.

훈련이 끝난 뒤, 잠수를 했던 대원들의 얼굴은 빨갛게 변해 있었습니다. 한 구조대원은 “방수복을 입어도 얼굴은 찬물과 피부가 직접 맞닿다 보니 아무래도 차가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심폐소생술이 끝난 뒤, 구조대원 4명이 들것을 들고 육지로 이동하고 있다.심폐소생술이 끝난 뒤, 구조대원 4명이 들것을 들고 육지로 이동하고 있다.

■“얼음 깨져 빠지면 호흡 유지가 최우선”

빙판에서 얼음이 깨지는 사고를 당하면, 당황한 탓에 빠르게 빠져나오려고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절대 금물입니다.

김영필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긴급기동팀장은 “얼음이 깨져 물에 빠졌을 때 올라오려고 하면 얼음이 계속 깨지기 때문에, 얼음 가장자리를 잡고 일단 중심을 잡고 상체를 호흡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얼음물에 빠졌을 땐, 즉시 큰 소리로 주변에 사고를 알려야 구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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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출하는 빙판 사고…‘얼음물’에서 실전 구조 훈련
    • 입력 2022-01-22 09:45:51
    • 수정2022-01-22 09:55:19
    취재K
매년 이맘때면 얼음판 깨짐 사고가 속출합니다. 실제로 지난주에도 충남 홍성에서 얼음낚시를 하던 70대 남성이 빙판이 깨지면서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겨울철 수난사고는 여름에 비해 훨씬 위험합니다. 얼음물이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저체온증이 올 수 있고, 자칫 얼음판 밑으로 빠져들어 가면 바로 호흡중단이 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강원도소방본부가 인명구조 훈련을 벌였습니다.
강원소방본부의 겨울철 수난사고 구조 훈련 (2022년 1월 21일, 강원도 홍천강)
2022년 1월 15일, 충남 홍성 수난사고 구조장면.
■얼음낚시 왔다가…올해도 반복된 겨울철 빙판 사고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의 한 저수지. 낚시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73살 박 모 씨가 물에 빠졌습니다. 얼음낚시를 하다 물에 빠진 건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40여 분만에 박 씨를 구조했습니다. 박 씨는 저체온증과 심정지가 함께 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불과 1주일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전형적인 겨울철 빙판 깨짐 사고 사례입니다.

훈련을 위해 잠수복을 착용한 구조대원들.
■강원도소방본부, 빙판 사고 구조 훈련 실시…마네킹 이용해 실전처럼

이런 사고들이 이어지면서, 119구조대가 이달 21일 빙판 사고 구조 훈련에 나섰습니다.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의 홍천강. 30cm 넘는 두꺼운 얼음이 얼어 있었습니다. 얼음 위에 10여 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모두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특수구조단 대원들입니다. 대부분 두툼한 잠수복 차림이었습니다.

얼음판 한가운데로 걸어가 보니, 삼각형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한 변의 길이는 1 미터가 조금 넘는 정도. 훈련을 위해 입수할 자리를 미리 만들어 둔 겁니다.

훈련이 시작되자, 성인 남성 키만한 마네킹을 물에 빠뜨렸습니다. 마네킹 속은 비어 있어서, 안에 물이 차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처음엔 목 높이 정도에서 떠 있더니, 1분 정도가 지나자 머리까지 푹 잠긴 뒤 곧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수중에서 수색 및 구조 활동을 벌이는 구조대원들. 마네킹은 빠뜨린 지 2분여 만에 하류로 흘러가 있었다.
■2인 1개 조 수색…좁은 시야·추위와도 싸워야

그러자 119구조대원 두 명이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중 수색 작업은 2인 1개 조로 이뤄집니다. 겨울철은 수온이 낮다 보니 물에 들어간 뒤 수색하는 시간도 30분 정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호흡기와 기압계를 확인한 뒤, 둘 사이를 연결하는 줄을 걸고 빙판 위에서 대기하는 또 다른 구조대원에게 건네줬습니다. 만에 하나 구조대원들이 수중에서 작업을 못 할 상황이 되면, 이 줄을 당겨 끌어올리기 위한 겁니다.

연결된 줄이 끊어지진 않았는지 확인을 한 뒤, 구조대원 두 명은 “하강 준비 완료!”라고 외쳤습니다. 그런 뒤 빙판 위에 있던 대원이 “하강!”이라고 외치자 첫 번째 구조팀은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물 밑에서 이뤄지는 구조대원들의 작업은 미리 설치해둔 KBS의 수중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m 정도 깊이의 물속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뿌옇게 변했습니다. 마네킹을 물에 빠뜨린 지 2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구조대원의 시야에서 마네킹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마네킹을 건져 올리는 구조대원들.
3분 정도가 지난 뒤, 얼음구멍에서 하류 쪽으로 10 미터쯤 내려가고 나서야 마네킹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구조대원들은 실제 사람을 구조하듯 마네킹을 끌어안고 수면 위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러자, 수면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조대원들이 마네킹을 들것으로 옮겼습니다. 구조대원 중 한 명은 “심정지, 호흡 정지 확인했습니다. CPR 시작합니다”라고 외친 뒤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습니다. 심폐소생술이 끝난 뒤, 구조대원 4명이 들것을 들고 육지로 이동했습니다.

훈련이 끝난 뒤, 잠수를 했던 대원들의 얼굴은 빨갛게 변해 있었습니다. 한 구조대원은 “방수복을 입어도 얼굴은 찬물과 피부가 직접 맞닿다 보니 아무래도 차가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심폐소생술이 끝난 뒤, 구조대원 4명이 들것을 들고 육지로 이동하고 있다.
■“얼음 깨져 빠지면 호흡 유지가 최우선”

빙판에서 얼음이 깨지는 사고를 당하면, 당황한 탓에 빠르게 빠져나오려고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절대 금물입니다.

김영필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긴급기동팀장은 “얼음이 깨져 물에 빠졌을 때 올라오려고 하면 얼음이 계속 깨지기 때문에, 얼음 가장자리를 잡고 일단 중심을 잡고 상체를 호흡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얼음물에 빠졌을 땐, 즉시 큰 소리로 주변에 사고를 알려야 구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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