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보다 北미사일 걱정된다’는 미국인들…바이든, 묘수 있을까?

입력 2022.01.24 (16:53) 수정 2022.02.1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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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더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폭스뉴스가 지난 16~19일 미국 유권자 1천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다음 각각에 대해 얼마나 우려하느냐'며 제시한 8개 항목 중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북한'이라는 항목에서 응답자의 68%가 우려한다고 답했습니다. 두번째로 많은 응답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이었는데 응답률은 62%로, '북한 미사일'보다는 6%포인트 낮았습니다.

미국 남부 국경지대의 이민자(59%), 유권자 억압(58%), 유권자 사기(53%) 등의 선택지도 있었지만 '북한 미사일'이 걱정된다는 응답보다는 낮았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인들은 현재 일촉즉발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보다는 미국인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더 큰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지난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지난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 北,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 철회 시사

이런 미국인들의 우려를 더 키울 만한 발표가 지난주 북한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지난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미국에 대해 선결적으로 취했던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신속히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 발표 직후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북한은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한 바 있는데, 이를 전면 재고하겠다는 해석입니다.

북한이 이 발표를 내놓은 날은 공교롭게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정확히 1주년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신뢰조치의 즉각적인 '전면 재고'가 아니라 '전면 재고'를 '검토'한다고 표현한 대목에서, 이는 다분히 북한의 대미 압박용 발표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 북한, 바이든 우선순위에 다시 오를까?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에서 북한 문제는 중국 견제, 이란 핵협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비춰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하지만 폭스뉴스 조사에서 보듯, 미국인들이 북한 미사일에 대해 실제적인 위협을 느끼고 연초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등 무력시위의 수위를 고조시키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는 최근 북한의 잇단 무력시위가 미국에게도 신경 쓰이는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당장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위해 당근을 제시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를 해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제재 부과로 북한을 압박하려면 결국 중국을 압박해야 하는데 이같은 선택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모라토리엄 철회 예고 등의 행동이 미국을 향해 모종의 성의를 보여보라는 메시지로 읽히나 미국이 보여줄 수 있는 성의가 북한을 충족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북한은 오히려 전략무기 개발을 빨리 완수하는 게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고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은 괜히 정책실패로 부각될 가능성을 우려해 올해 11월 중간선거 이전에는 더욱 북한 문제를 건드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주 원칙론적인 대화 기조를 밝히며 북한의 개별 행동들에 대해 추가 제재 조치나 유엔을 통한 항의 정도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협상 교착이 장기화될수록 북한의 전략무기들만 고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 때 밝힌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5개년 계획' 중 핵심 5대 과업은 ▲극초음속 미사일 ▲ICBM 능력 제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 제고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 ▲군 정찰위성 운용 등입니다.

올해 초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선언한 점을 볼 때 당대회 당시 공언한 계획대로 무기체계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국면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은 현 교착 국면을, 전략무기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불가역적으로 완성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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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보다 北미사일 걱정된다’는 미국인들…바이든, 묘수 있을까?
    • 입력 2022-01-24 16:53:05
    • 수정2022-02-14 20:53:42
    취재K

미국인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더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폭스뉴스가 지난 16~19일 미국 유권자 1천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다음 각각에 대해 얼마나 우려하느냐'며 제시한 8개 항목 중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북한'이라는 항목에서 응답자의 68%가 우려한다고 답했습니다. 두번째로 많은 응답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이었는데 응답률은 62%로, '북한 미사일'보다는 6%포인트 낮았습니다.

미국 남부 국경지대의 이민자(59%), 유권자 억압(58%), 유권자 사기(53%) 등의 선택지도 있었지만 '북한 미사일'이 걱정된다는 응답보다는 낮았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인들은 현재 일촉즉발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보다는 미국인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더 큰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지난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 北,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 철회 시사

이런 미국인들의 우려를 더 키울 만한 발표가 지난주 북한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지난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미국에 대해 선결적으로 취했던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신속히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 발표 직후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북한은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한 바 있는데, 이를 전면 재고하겠다는 해석입니다.

북한이 이 발표를 내놓은 날은 공교롭게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정확히 1주년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신뢰조치의 즉각적인 '전면 재고'가 아니라 '전면 재고'를 '검토'한다고 표현한 대목에서, 이는 다분히 북한의 대미 압박용 발표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 북한, 바이든 우선순위에 다시 오를까?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에서 북한 문제는 중국 견제, 이란 핵협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비춰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하지만 폭스뉴스 조사에서 보듯, 미국인들이 북한 미사일에 대해 실제적인 위협을 느끼고 연초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등 무력시위의 수위를 고조시키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는 최근 북한의 잇단 무력시위가 미국에게도 신경 쓰이는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당장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위해 당근을 제시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를 해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제재 부과로 북한을 압박하려면 결국 중국을 압박해야 하는데 이같은 선택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모라토리엄 철회 예고 등의 행동이 미국을 향해 모종의 성의를 보여보라는 메시지로 읽히나 미국이 보여줄 수 있는 성의가 북한을 충족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북한은 오히려 전략무기 개발을 빨리 완수하는 게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고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은 괜히 정책실패로 부각될 가능성을 우려해 올해 11월 중간선거 이전에는 더욱 북한 문제를 건드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주 원칙론적인 대화 기조를 밝히며 북한의 개별 행동들에 대해 추가 제재 조치나 유엔을 통한 항의 정도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협상 교착이 장기화될수록 북한의 전략무기들만 고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 때 밝힌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5개년 계획' 중 핵심 5대 과업은 ▲극초음속 미사일 ▲ICBM 능력 제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 제고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 ▲군 정찰위성 운용 등입니다.

올해 초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선언한 점을 볼 때 당대회 당시 공언한 계획대로 무기체계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국면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은 현 교착 국면을, 전략무기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불가역적으로 완성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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