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뱃머리 돌렸다…‘우크라이나 침공’땐 유가·원자재 직격탄

입력 2022.01.24 (17:30) 수정 2022.02.1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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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될 경우 가스공급 차질로 유가 급등이 예상된다. 대 러시아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알루미늄 등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오르는 등 우리 경제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아라비아해에서 아시아로 향하던 LNG운반선이 유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출처: 페이스북(김용우)아라비아해에서 아시아로 향하던 LNG운반선이 유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출처: 페이스북(김용우)

■ 아시아로 향하던 LNG운반선, 유럽으로 진로 돌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의 전운이 감돌던 지난달 말, 아시아로 오던 LNG운반선이 뱃머리를 유럽으로 돌렸다. 수에즈 운하를 건너 아시아로 향하던 미네르바 치오스 호가 인도 근처에서 다시 수에즈 운하로 방향을 180도 튼 것이다.

고액의 수에즈 운하 통과요금을 두 번이나 내는 것도 감수했다. 유럽의 가스 부족사태가 심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한 척이 전부가 아니다. SK증권 유승우 연구원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당시 최소 10개의 LNG화물이 아시아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전했다.

희망봉을 향하던 LNG운반선도 유럽으로 뱃머리를 180도 돌렸다. 출처: 페이스북(김용우)희망봉을 향하던 LNG운반선도 유럽으로 뱃머리를 180도 돌렸다. 출처: 페이스북(김용우)

이후 일단은 가스값이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고조되는 위기 속에 언제라도 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

현지시간 23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주재 대사관 직원가족들에게 철수령을 내렸다. 모든 미국인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권고했고, 러시아를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증가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 5주째 오른 국제유가…국내 휘발유 가격, 10주 만에 반등

침공이 현실화되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품목은 석유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쓰는 가스의 40%를 공급한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만 노르트스트림1, 2 외에도 야말-유럽과 브라더후드 등 여러 개가 더 있다.


이미 가스관 일부를 잠그면서 '시위'를 한 러시아는 침공과 나토의 반격 상황에 따라 가스관을 더 잠글 수 있다. 더구나 브라더후드 관을 비롯한 일부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지나 유럽으로 공급된다. 분쟁 발발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되면 가스가격이 치솟는 것은 물론이요, 대체재인 석유 가격도 오르게 된다. 이미 국제 유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5주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국내 석유 가격도 10주만인 지난주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유류세 인하조치가 시작된 11월 12일 이후 처음으로 주간 평균 휘발유 가격이 오른 것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 변화국내 휘발유 가격 변화

■ 무역수지 적자와 원화약세 지속될 듯

국제유가 상승으로 무역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유와 가스 가격이 올라 수입액수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 1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품목별 수입액은 원유가 전년동기 대비 96% 늘었고 가스가 228.7% 늘었다. 그만큼 국제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난달 5억 9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56억 3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통상 월말에 수출이 몰리는 현상이 있어 일부 적자는 메꾸겠지만 흑자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면 원화 약세 현상도 계속될 전망이다.


■ 알루미늄·금속·곡물 가격도 폭등 가능성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미국은 경제 제재로 맞설 것이다. 러시아가 광물과 곡물의 주요 수출국이라 원자재 가격 폭등도 우려된다.

영향을 받을 원자재는 우선 알루미늄이 있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알루미늄 생산국이고 팔라듐(1위)과 백금(2위), 구리(5위)와 니켈(3위) 등 다른 금속도 세계 주요 생산국 중 하나다.

밀 가격도 문제다. 월드탑익스포츠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 밀 수출의 17.7%를 담당하는 최대의 밀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도 8%를 분담하는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으로 두 나라의 밀 수출량이 세계 밀 수출 총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당시에도 밀 선물가격이 한 달 새 30% 급등한 바 있다.

광물이나 곡물을 직접 수출규제 대상으로 삼지 않더라도 문제가 된다.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망(SWIFT)에서 퇴출할 경우, 달러를 이용한 수출입거래가 전면 차단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0년 러시아 무역에서 달러결제 비중이 60%에 이르며, 특히 달러결제 비중이 높은 석유수출 통로가 막힐 소지가 있다.

다만 미국이 이런 조치를 실제로 시행할지는 미지수다. 국제은행간 통신망 배제 조치는 이란과 북한에 대해서 취한 바 있지만 러시아같은 주요국 대상으로는 시행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세계 경제에 미칠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 수출통제에 따라 우리 스마트폰·가전 업계도 영향

미국은 러시아로의 수출 규제도 검토하고 있다. 제재 대상으로는 스마트폰과 TV, 항공기와 자동차 부품 등이 거론된다. 특히 한국산 스마트폰이나 가전 제품도 러시아로의 수출이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

그 밖에 가스가격 폭등은 자명한 일이다. 중동의 주요 LNG수출국인 카타르와 미국이 유럽으로의 가수 수출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카타르는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LNG의 25%를 공급하는데, 아직은 가능성의 단계지만 장차 수급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국제가스값보다는 유가가 문제다. 국내에 공급되는 천연가스의 70~80%는 약 20년간 장기계약이 돼 있다. 일시적인 LNG시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로 도입되는 가격이 유가와 연동돼 있어 고유가가 이어지면 천연가스 도입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 라스푸티차-땅이 진흙뻘로 변하는 3월 말까지가 고비

뉴욕타임즈는 정보 관리의 말을 인용해 "3월 말 우크라이나의 진흙탕이 최선의 방어 수단 "이라고 보도했다.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동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땅은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지만 그 이후에는 해빙기를 맞아 뻘밭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전투용 기갑 차량의 진격이 어려워진다.

이런 현상을 '라스푸티차'라고 부른다. 실제로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진격을 방해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일단 어느 정도 해소되기까지는 아직 두 달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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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NG선 뱃머리 돌렸다…‘우크라이나 침공’땐 유가·원자재 직격탄
    • 입력 2022-01-24 17:30:41
    • 수정2022-02-14 20:53:43
    취재K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될 경우 가스공급 차질로 유가 급등이 예상된다. 대 러시아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알루미늄 등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오르는 등 우리 경제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br />
아라비아해에서 아시아로 향하던 LNG운반선이 유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출처: 페이스북(김용우)
■ 아시아로 향하던 LNG운반선, 유럽으로 진로 돌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의 전운이 감돌던 지난달 말, 아시아로 오던 LNG운반선이 뱃머리를 유럽으로 돌렸다. 수에즈 운하를 건너 아시아로 향하던 미네르바 치오스 호가 인도 근처에서 다시 수에즈 운하로 방향을 180도 튼 것이다.

고액의 수에즈 운하 통과요금을 두 번이나 내는 것도 감수했다. 유럽의 가스 부족사태가 심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한 척이 전부가 아니다. SK증권 유승우 연구원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당시 최소 10개의 LNG화물이 아시아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전했다.

희망봉을 향하던 LNG운반선도 유럽으로 뱃머리를 180도 돌렸다. 출처: 페이스북(김용우)
이후 일단은 가스값이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고조되는 위기 속에 언제라도 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

현지시간 23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주재 대사관 직원가족들에게 철수령을 내렸다. 모든 미국인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권고했고, 러시아를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증가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 5주째 오른 국제유가…국내 휘발유 가격, 10주 만에 반등

침공이 현실화되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품목은 석유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쓰는 가스의 40%를 공급한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만 노르트스트림1, 2 외에도 야말-유럽과 브라더후드 등 여러 개가 더 있다.


이미 가스관 일부를 잠그면서 '시위'를 한 러시아는 침공과 나토의 반격 상황에 따라 가스관을 더 잠글 수 있다. 더구나 브라더후드 관을 비롯한 일부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지나 유럽으로 공급된다. 분쟁 발발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되면 가스가격이 치솟는 것은 물론이요, 대체재인 석유 가격도 오르게 된다. 이미 국제 유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5주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국내 석유 가격도 10주만인 지난주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유류세 인하조치가 시작된 11월 12일 이후 처음으로 주간 평균 휘발유 가격이 오른 것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 변화
■ 무역수지 적자와 원화약세 지속될 듯

국제유가 상승으로 무역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유와 가스 가격이 올라 수입액수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 1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품목별 수입액은 원유가 전년동기 대비 96% 늘었고 가스가 228.7% 늘었다. 그만큼 국제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난달 5억 9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56억 3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통상 월말에 수출이 몰리는 현상이 있어 일부 적자는 메꾸겠지만 흑자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면 원화 약세 현상도 계속될 전망이다.


■ 알루미늄·금속·곡물 가격도 폭등 가능성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미국은 경제 제재로 맞설 것이다. 러시아가 광물과 곡물의 주요 수출국이라 원자재 가격 폭등도 우려된다.

영향을 받을 원자재는 우선 알루미늄이 있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알루미늄 생산국이고 팔라듐(1위)과 백금(2위), 구리(5위)와 니켈(3위) 등 다른 금속도 세계 주요 생산국 중 하나다.

밀 가격도 문제다. 월드탑익스포츠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 밀 수출의 17.7%를 담당하는 최대의 밀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도 8%를 분담하는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으로 두 나라의 밀 수출량이 세계 밀 수출 총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당시에도 밀 선물가격이 한 달 새 30% 급등한 바 있다.

광물이나 곡물을 직접 수출규제 대상으로 삼지 않더라도 문제가 된다.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망(SWIFT)에서 퇴출할 경우, 달러를 이용한 수출입거래가 전면 차단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0년 러시아 무역에서 달러결제 비중이 60%에 이르며, 특히 달러결제 비중이 높은 석유수출 통로가 막힐 소지가 있다.

다만 미국이 이런 조치를 실제로 시행할지는 미지수다. 국제은행간 통신망 배제 조치는 이란과 북한에 대해서 취한 바 있지만 러시아같은 주요국 대상으로는 시행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세계 경제에 미칠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 수출통제에 따라 우리 스마트폰·가전 업계도 영향

미국은 러시아로의 수출 규제도 검토하고 있다. 제재 대상으로는 스마트폰과 TV, 항공기와 자동차 부품 등이 거론된다. 특히 한국산 스마트폰이나 가전 제품도 러시아로의 수출이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

그 밖에 가스가격 폭등은 자명한 일이다. 중동의 주요 LNG수출국인 카타르와 미국이 유럽으로의 가수 수출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카타르는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LNG의 25%를 공급하는데, 아직은 가능성의 단계지만 장차 수급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국제가스값보다는 유가가 문제다. 국내에 공급되는 천연가스의 70~80%는 약 20년간 장기계약이 돼 있다. 일시적인 LNG시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로 도입되는 가격이 유가와 연동돼 있어 고유가가 이어지면 천연가스 도입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 라스푸티차-땅이 진흙뻘로 변하는 3월 말까지가 고비

뉴욕타임즈는 정보 관리의 말을 인용해 "3월 말 우크라이나의 진흙탕이 최선의 방어 수단 "이라고 보도했다.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동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땅은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지만 그 이후에는 해빙기를 맞아 뻘밭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전투용 기갑 차량의 진격이 어려워진다.

이런 현상을 '라스푸티차'라고 부른다. 실제로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진격을 방해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일단 어느 정도 해소되기까지는 아직 두 달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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