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방역’ 언급한 북한…어떻게 변할까?

입력 2022.01.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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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 중인 함경북도 위생방역소 (출처: 노동신문)소독 중인 함경북도 위생방역소 (출처: 노동신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날아다니는 새와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 대해서까지 감염을 우려하며 철저하게 방어적인 방역정책을 펴왔던 북한. 그랬던 북한이 지난해 말 방역정책에 대해 새로운 언급을 했습니다.

노동당 중앙위 8기 4차 전원회의에서 '선진적·인민적 방역'을 이행하라고 한 겁니다.

나라의 방역기반을 과학적 토대우에 확고히 올려세우고 방역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갖추는것을 비롯하여 우리의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에로 이행시키는데 필요한 수단과 력량을 보강, 완비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어야 한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 8기 4차 전원회의

■ 북한의 '선진방역'...봉쇄 풀고 백신 수용?

지난 10일 노동신문에서는 '선진 방역'의 내용이 조금 더 구체화됐습니다.

▶통제 위주의 방역으로부터 발전된 선진적인 방역, 인민적인 방역에로 이행해야 한다
▶선진적인 방역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우리 식의 방역수단과 방법을 탐구 도입해 나가야 한다
▶인민들의 편의보장을 무시하는 현상을 철저히 극복해야 한다
▶일군(간부)들은 인민들이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 없는가를 늘 따져보고 필요한 대책을 적극 세워야 한다

노동신문은 그동안의 방역정책을 '통제적'이라고 평가하고, 인민들의 편의를 강조했습니다. 기존 방역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거기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선진적 방역기술을 받아들인다'는 부분에서는, 북한이 드디어 백신을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현재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과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뿐입니다)

무조건 막고, 봉쇄하는 방역정책이 2년 동안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불만과 피로가 누적되자, 북한도 방역 정책의 기조를 바꿔 백신을 도입하고 봉쇄도 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16일에는, 말만 무성했던 북한 신의주-중국 단둥 간 열차운행까지 재개되면서 약 2년 동안 봉쇄됐던 북중 국경도 일부 열렸습니다. 이 열차는 매일 1회 20량씩 운행하며 의약품과 식료품, 건축자재 등 민생 개선과 건설사업 물자를 주로 수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은 지난 21일 유엔이 북한에 백신 6천만 회분 지원 의사를 전했다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6천만 회분은 영유아를 제외한 북한 주민이 세 차례 접종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단둥역에 도착한 북한 화물열차단둥역에 도착한 북한 화물열차

■ 기대감은 커지지만...'소독·검사'가 선진방역?

이처럼 여러 정황들은 북한의 봉쇄위주 방역 정책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모든 종류의 대화와 접촉 기회를 차단해 왔습니다. 그랬던 북한이 봉쇄 위주의 방역 정책을 철회한다면, 이는 대화와 접촉에 나서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선진적' 방역이 외부의 기대와는 다를 수도 있다는 정황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선진적 방역토대 구축'의 예시로 평양시 위생방역소를 들었습니다. 여기서의 '선진적' 모습은 '백신 도입' 등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필요한 설비와 시약,기구,소모품들을 원만히 갖추며
▶효과가 보다 높은 소독수 제조기와 측정장치를 제작한다
▶소독수를 원만히 생산보장하며...(중략) 소독설비들의 능력을 정확히 검사하여 소독의 과학성을 철저히 담보...(후략)

여기서의 '선진적' 방역은 기존의 소독과 검사를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으로 읽힙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한발 더 나갔습니다. "왁찐(백신)이 만능이 아님이 증명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조선(북한)의 방역사업은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백신의 효능을 부정한 건데요.

조선신보는 '북한 감염자 0'의 비결이 '입체적 예방' 덕분이라며 "매 공장, 기관, 학교, 봉사 시설마다 설치되어 체온 재기와 손 소독을 한다"고 전했습니다.

주민의 '편의' 부분도 마찬가집니다. 노동신문은 24일자의 기사에서 '황해북도 승호지점'의 사례를 소개하며 "기 온이 떨어지는 조건에서 방역학적 요구를 철저히 지키면서 인민들의 편의를 더 잘 보장해주자고 하여도 대기실을 새로 꾸려야 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대기실 꾸미기'... 주민 편의를 언급했으니 국경 봉쇄 해제를 점차 확대할 거라는 외부의 기대와는 영 다른 방향입니다.

■ 북한의 '선진방역' 방향은 좀더 지켜봐야

북한에게 '방역'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선진적 방역을 언급했던 전원회의에서도 '비상방역이 국가사업의 1순위'라고 다시 한번 지적했고, 지난 8일부터는 조선중앙TV를 통해 비상방역을 강조하는 내용의 5분짜리 선동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출처: 조선중앙TV출처: 조선중앙TV

여전히 방역에 사활을 건 북한이 방역정책의 기조를 전환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립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물자를 의주 비행장의 방역장에 하역한 뒤 바로 사용하지 않고 품목에 따라 의약품은 최소 20일, 건자재는 최대 60일까지 소독과 자연 방치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물품에 따라 방치 기간에 차이를 두는 데 별다른 과학적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 정도로 북한이 코로나19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백신과 관련해서도, 김성 주 유엔 북한대사가 지원되는 백신 종류를 묻는 등 상당한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 북한의 응답은 없다고 국정원은 밝혔습니다.

'선진 방역'을 언급한 북한. 새로운 방역이 봉쇄를 풀고 접촉에 나서는 첫걸음일지, 한층 심화된 우려의 표현일 뿐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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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진 방역’ 언급한 북한…어떻게 변할까?
    • 입력 2022-01-24 20:17:28
    취재K
소독 중인 함경북도 위생방역소 (출처: 노동신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날아다니는 새와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 대해서까지 감염을 우려하며 철저하게 방어적인 방역정책을 펴왔던 북한. 그랬던 북한이 지난해 말 방역정책에 대해 새로운 언급을 했습니다.

노동당 중앙위 8기 4차 전원회의에서 '선진적·인민적 방역'을 이행하라고 한 겁니다.

나라의 방역기반을 과학적 토대우에 확고히 올려세우고 방역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갖추는것을 비롯하여 우리의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에로 이행시키는데 필요한 수단과 력량을 보강, 완비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어야 한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 8기 4차 전원회의

■ 북한의 '선진방역'...봉쇄 풀고 백신 수용?

지난 10일 노동신문에서는 '선진 방역'의 내용이 조금 더 구체화됐습니다.

▶통제 위주의 방역으로부터 발전된 선진적인 방역, 인민적인 방역에로 이행해야 한다
▶선진적인 방역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우리 식의 방역수단과 방법을 탐구 도입해 나가야 한다
▶인민들의 편의보장을 무시하는 현상을 철저히 극복해야 한다
▶일군(간부)들은 인민들이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 없는가를 늘 따져보고 필요한 대책을 적극 세워야 한다

노동신문은 그동안의 방역정책을 '통제적'이라고 평가하고, 인민들의 편의를 강조했습니다. 기존 방역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거기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선진적 방역기술을 받아들인다'는 부분에서는, 북한이 드디어 백신을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현재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과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뿐입니다)

무조건 막고, 봉쇄하는 방역정책이 2년 동안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불만과 피로가 누적되자, 북한도 방역 정책의 기조를 바꿔 백신을 도입하고 봉쇄도 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16일에는, 말만 무성했던 북한 신의주-중국 단둥 간 열차운행까지 재개되면서 약 2년 동안 봉쇄됐던 북중 국경도 일부 열렸습니다. 이 열차는 매일 1회 20량씩 운행하며 의약품과 식료품, 건축자재 등 민생 개선과 건설사업 물자를 주로 수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은 지난 21일 유엔이 북한에 백신 6천만 회분 지원 의사를 전했다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6천만 회분은 영유아를 제외한 북한 주민이 세 차례 접종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단둥역에 도착한 북한 화물열차
■ 기대감은 커지지만...'소독·검사'가 선진방역?

이처럼 여러 정황들은 북한의 봉쇄위주 방역 정책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모든 종류의 대화와 접촉 기회를 차단해 왔습니다. 그랬던 북한이 봉쇄 위주의 방역 정책을 철회한다면, 이는 대화와 접촉에 나서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선진적' 방역이 외부의 기대와는 다를 수도 있다는 정황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선진적 방역토대 구축'의 예시로 평양시 위생방역소를 들었습니다. 여기서의 '선진적' 모습은 '백신 도입' 등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필요한 설비와 시약,기구,소모품들을 원만히 갖추며
▶효과가 보다 높은 소독수 제조기와 측정장치를 제작한다
▶소독수를 원만히 생산보장하며...(중략) 소독설비들의 능력을 정확히 검사하여 소독의 과학성을 철저히 담보...(후략)

여기서의 '선진적' 방역은 기존의 소독과 검사를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으로 읽힙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한발 더 나갔습니다. "왁찐(백신)이 만능이 아님이 증명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조선(북한)의 방역사업은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백신의 효능을 부정한 건데요.

조선신보는 '북한 감염자 0'의 비결이 '입체적 예방' 덕분이라며 "매 공장, 기관, 학교, 봉사 시설마다 설치되어 체온 재기와 손 소독을 한다"고 전했습니다.

주민의 '편의' 부분도 마찬가집니다. 노동신문은 24일자의 기사에서 '황해북도 승호지점'의 사례를 소개하며 "기 온이 떨어지는 조건에서 방역학적 요구를 철저히 지키면서 인민들의 편의를 더 잘 보장해주자고 하여도 대기실을 새로 꾸려야 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대기실 꾸미기'... 주민 편의를 언급했으니 국경 봉쇄 해제를 점차 확대할 거라는 외부의 기대와는 영 다른 방향입니다.

■ 북한의 '선진방역' 방향은 좀더 지켜봐야

북한에게 '방역'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선진적 방역을 언급했던 전원회의에서도 '비상방역이 국가사업의 1순위'라고 다시 한번 지적했고, 지난 8일부터는 조선중앙TV를 통해 비상방역을 강조하는 내용의 5분짜리 선동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출처: 조선중앙TV
여전히 방역에 사활을 건 북한이 방역정책의 기조를 전환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립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물자를 의주 비행장의 방역장에 하역한 뒤 바로 사용하지 않고 품목에 따라 의약품은 최소 20일, 건자재는 최대 60일까지 소독과 자연 방치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물품에 따라 방치 기간에 차이를 두는 데 별다른 과학적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 정도로 북한이 코로나19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백신과 관련해서도, 김성 주 유엔 북한대사가 지원되는 백신 종류를 묻는 등 상당한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 북한의 응답은 없다고 국정원은 밝혔습니다.

'선진 방역'을 언급한 북한. 새로운 방역이 봉쇄를 풀고 접촉에 나서는 첫걸음일지, 한층 심화된 우려의 표현일 뿐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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