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우리 만난 건 비밀로”…‘코바나 홍보 강의’ 녹취 살펴보니

입력 2022.01.25 (07:00) 수정 2022.01.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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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음'이 논란인 가운데 KBS가 또 다른 녹음 파일을 확보했습니다.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가 지난해 8월, 김 씨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른바 '홍보 강의' 녹음 파일입니다.

앞서 법원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포함한 김건희 씨의 발언 가운데 ▲ 사생활 관련 발언 ▲ 타인 간의 비공개 대화 등 두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인터넷 등에 게시할 수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KBS는 법원의 이 같은 가처분 결정 취지와 자체 선거보도준칙, 사내 변호사들의 자문을 거쳐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한해 내용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검증도 진행했습니다.

KBS 취재진이 지난 21일 서울의 소리 사무실에서 이명수 기자와 함께 ‘코바나컨텐츠 홍보 강의’ 관련 녹음파일을 확인하고 있다.KBS 취재진이 지난 21일 서울의 소리 사무실에서 이명수 기자와 함께 ‘코바나컨텐츠 홍보 강의’ 관련 녹음파일을 확인하고 있다.

■ "교육받고 업무 분담"…홍보 강의

이 기자가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은 건 지난해 8월 30일 저녁 6시 반쯤입니다.

한 달여 전(7월 27일), 김건희 씨와의 통화에서 "한번 와서 우리 몇 명한테 캠프 구성할 때 그런 것 강의 좀 해주면 안 되냐"면서 "그러면 우리가 그 룰(규칙)을 해서 캠프 정리 좀 하게"라고 요청받은 데 따른 자리였습니다.

이 기자는 이 강의에 대해 "코바나컨텐츠 직원 1명과 김건희 씨 수행비서 2명,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 2명이 있었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 김 씨의 수행비서 A 씨는 참석자들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A 씨 : 저희가 오늘 기자님한테 제대로 교육을 좀 받고 업무 분담을 하려고 지금 그냥 러프하게 모였습니다. (중략) 여기 다 사모님 최측근들이에요. 그래도 10년 이상 다 보신 분들.

이 기자는 이들을 상대로 윤 후보 부부의 언론 홍보와 이미지 전략, 취재 현장 대응 등을 주제로 조언을 이어갑니다.

지난해 8월 1일 윤석열 당시 대선 예비후보가 서울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청년 싱크탱크 ‘상상23 오픈 세미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지난해 8월 1일 윤석열 당시 대선 예비후보가 서울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청년 싱크탱크 ‘상상23 오픈 세미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 기자 : 쩍벌남, 제가 그때 얘기했잖아요. 총장님이나 저도 이렇게 벌리고 있는 스타일인데 항상 오다리한다 생각하고 계시라고 하세요.

…(중략)…

이 기자 : 장제원 의원을 잘 활용을 해야 돼요. 백블(백 브리핑 : 카메라가 없는 상태에서 격식 없이 오가는 질의 응답)을 하면 그런 거랑 분위기랑 같은 거를 장제원 의원이 국회의원한지 오래됐을 거 아니예요.

…(중략)…

이 기자 : 사모님(김건희) 행보가 있어야 되거든요. 제가 저번에 전화상으로도 한 번 얘기를 했는데 저기 새벽에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가라고. 그냥 수행비서 있잖아. 가서 사진 찍어가지고 인스타에 올리세요.

녹취록을 보면 김건희 씨는 이 기자 강의가 시작되기 전 "맨날 약 먹고 아파서 누워 있다", "약을 먹어서 조금만 있다가 일어나겠다"라면서 양해를 구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실제로 김 씨는 강의와 대화가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뒤 등장합니다.

김건희 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서초동 코나바컨텐츠 사무실.김건희 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서초동 코나바컨텐츠 사무실.

'조국 장관·진영 논리' 비판

김건희 씨는 이후 약 30분 동안 대화를 주도합니다.

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고, 진영 논리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김건희 : 객관적으로 조국 장관이 참 말을 잘 못 했다고 봐요. 그냥 양심 있게 당당히 내려오고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딸도 멀쩡하고. 나는 딸 저렇게 고생을 보면 속상하더라고. 쟤(조민 씨)가 뭔 잘못이야. 부모 잘못 만난 거. 처음엔 부모 잘 만난 줄 알았지. 잘못 만났잖아요. 애들한테 그게 무슨 짓이야.

…(중략)…

김건희 : 우리 남편(윤석열) 진짜 죽을 뻔했어요. 이 정권을 구하려다가 배신당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 그 사실을 일반인들은 모르니까 '윤석열 저거 완전히 가족을 도륙하고 탈탈 털고' 이런 스토리가 나오는 거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 세상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남의 가족을 탈탈 털어요.

…(중략)…

김건희 : 정치라는 게 신물이 나는 거야. 내 편만 옳다는 것 때문에 진영 논리는 빨리 없어져야 돼.

…(중략)…

김건희 : 하여튼 나는 진보니 이제 보수니 이제 그런 거 없애야 된다고 봐요. 진짜 이제는 나라가 정말 많이 망가졌어요.

강의가 있었던 8월 30일은 국민의힘이 경선 후보 등록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경선 체제로 돌입하는 날이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김건희 씨는 강의를 마친 이 기자에게 이날의 만남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한 뒤 헤어지기 전 105만 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넵니다.

김건희 : 하여튼 우리 만난 건 비밀이야.
이명수 : 그럼요. 네 네.

…(중략)…

김건희 : 누나가 줄 수도 있는 거니까. 누나가 동생 주는 거지. 그러지 마요. 알았지?
이명수 : 알겠습니다.



■ '공직선거법·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부터 지금까지 김건희 씨가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맡은 공식 직함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날 강의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 씨가 윤 후보 선거 활동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 당시 경선 후보의 배우자로서 충분히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국민의힘)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조계 해석도 엇갈립니다.

현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에는 언론인 등 공직자의 강연료 상한액을 1시간당 100만 원(1시간 초과 시 최대 15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서울의소리'는 인터넷 신문사로 등록돼 있습니다.

신장식 법무법인 민본 대표변호사는 지난 17일 MBC TV <뉴스외전>에서 "(이 기자 주장대로) 30분에 105만 원이라고 하면 이미 2배를 넘은 것"이라며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반면에 일반적인 대화와 간담회 등도 강의에 포함하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없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실제로 전체 녹음 파일은 3시간 20분 분량입니다.

일각에선 이 기자의 강의가 과태료를 넘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97조 : (방송ㆍ신문의 불법이용을 위한 행위 등의 제한)

① 누구든지 선거 운동을 위하여 방송ㆍ신문ㆍ통신ㆍ잡지 기타의 간행물을 경영ㆍ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ㆍ취재ㆍ집필ㆍ보도하는 자에게 금품ㆍ향응 기타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의사의 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할 수 없다.

KBS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날 강의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유권 해석을 요청했지만, 선관위는 " 현장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등 구체적인 행위와 내용을 알 수 없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 선거대책기구에서 선거운동 기획 및 전략 수립 등을 위하여 기자를 초청하여 선거 홍보 방향, 현황 분석 등 관련 내용을 청취하고, 역무에 대한 대가 제공의 일환으로 통상적인 범위에서 사례금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 제4호 차목에 따라 가능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가  지난 21일 KBS 취재진을 만나 강의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기자는 김건희 씨가 강의 대가로 건넨 105만 원을 보관하고 있다.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가 지난 21일 KBS 취재진을 만나 강의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기자는 김건희 씨가 강의 대가로 건넨 105만 원을 보관하고 있다.

국민의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답변 않겠다."

KBS는 강의의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한 국민의힘 입장도 물었습니다.

국민의힘은 "통신비밀보호법은 다자간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공개해 누설한 사람까지 처벌 대상"이라며 "녹음본을 KBS 내부에서 공유하고 상의하며 내보내는 것 자체가 이를 누설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변했습니다.

KBS의 질의에 대해선 "처벌 대상이 되는 녹음파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겠다"라며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피해자"라고 밝혔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기자가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강의 당시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했으니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기자가 대화에 화자(話者)로 참여했다면 법 위반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는 "강의 현장에 있던 사람 중 20대 남녀 두 명은 윤석열 캠프에서 왔다"는 이 기자 주장에 대해 "이들은 캠프 사람이 아니라 '코바나컨텐츠 사모팀'으로 불리며 SNS(인스타그램)를 관리하던 자원봉사자"라면서 "지난해 10월 이른바 '개 사과' 논란 이후 SNS 계정을 폐지하며 이 팀도 없어진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국민의힘이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지난 21일 김건희 씨 발언 대부분 내용의 방영을 허용했다.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국민의힘이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지난 21일 김건희 씨 발언 대부분 내용의 방영을 허용했다.

앞서 김건희 씨는 "이 기자가 통비법을 위반하여 타인 간의 대화를 불법적으로 녹음한 것에 포함된 김 씨의 발언 (2021. 8. 30 코바나 사무실에서의 대화 녹음 포함)의 보도를 금지해 달라"며 방영 금지 및 배포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지난 21일 ▲ 가족들의 개인적인 사생활 관련 발언 ▲ 이 씨가 포함되지 않은 타인 간의 비공개 대화 등 두 가지에 대해서만 인터넷 게시를 금지했을 뿐, 김 씨의 신청 대부분을 기각했습니다.

KBS는 이런 법원 결정 취지에 따라 전체 녹취 중 신변잡기적인 내용, 이 기자가 담배를 피운다며 자리를 비웠을 당시 녹음된 부분 등은 이번 보도에서 제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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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김건희 “우리 만난 건 비밀로”…‘코바나 홍보 강의’ 녹취 살펴보니
    • 입력 2022-01-25 07:00:15
    • 수정2022-01-25 11:32:43
    취재K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음'이 논란인 가운데 KBS가 또 다른 녹음 파일을 확보했습니다.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가 지난해 8월, 김 씨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른바 '홍보 강의' 녹음 파일입니다.

앞서 법원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포함한 김건희 씨의 발언 가운데 ▲ 사생활 관련 발언 ▲ 타인 간의 비공개 대화 등 두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인터넷 등에 게시할 수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KBS는 법원의 이 같은 가처분 결정 취지와 자체 선거보도준칙, 사내 변호사들의 자문을 거쳐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한해 내용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검증도 진행했습니다.

KBS 취재진이 지난 21일 서울의 소리 사무실에서 이명수 기자와 함께 ‘코바나컨텐츠 홍보 강의’ 관련 녹음파일을 확인하고 있다.
■ "교육받고 업무 분담"…홍보 강의

이 기자가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은 건 지난해 8월 30일 저녁 6시 반쯤입니다.

한 달여 전(7월 27일), 김건희 씨와의 통화에서 "한번 와서 우리 몇 명한테 캠프 구성할 때 그런 것 강의 좀 해주면 안 되냐"면서 "그러면 우리가 그 룰(규칙)을 해서 캠프 정리 좀 하게"라고 요청받은 데 따른 자리였습니다.

이 기자는 이 강의에 대해 "코바나컨텐츠 직원 1명과 김건희 씨 수행비서 2명,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 2명이 있었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 김 씨의 수행비서 A 씨는 참석자들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A 씨 : 저희가 오늘 기자님한테 제대로 교육을 좀 받고 업무 분담을 하려고 지금 그냥 러프하게 모였습니다. (중략) 여기 다 사모님 최측근들이에요. 그래도 10년 이상 다 보신 분들.

이 기자는 이들을 상대로 윤 후보 부부의 언론 홍보와 이미지 전략, 취재 현장 대응 등을 주제로 조언을 이어갑니다.

지난해 8월 1일 윤석열 당시 대선 예비후보가 서울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청년 싱크탱크 ‘상상23 오픈 세미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 기자 : 쩍벌남, 제가 그때 얘기했잖아요. 총장님이나 저도 이렇게 벌리고 있는 스타일인데 항상 오다리한다 생각하고 계시라고 하세요.

…(중략)…

이 기자 : 장제원 의원을 잘 활용을 해야 돼요. 백블(백 브리핑 : 카메라가 없는 상태에서 격식 없이 오가는 질의 응답)을 하면 그런 거랑 분위기랑 같은 거를 장제원 의원이 국회의원한지 오래됐을 거 아니예요.

…(중략)…

이 기자 : 사모님(김건희) 행보가 있어야 되거든요. 제가 저번에 전화상으로도 한 번 얘기를 했는데 저기 새벽에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가라고. 그냥 수행비서 있잖아. 가서 사진 찍어가지고 인스타에 올리세요.

녹취록을 보면 김건희 씨는 이 기자 강의가 시작되기 전 "맨날 약 먹고 아파서 누워 있다", "약을 먹어서 조금만 있다가 일어나겠다"라면서 양해를 구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실제로 김 씨는 강의와 대화가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뒤 등장합니다.

김건희 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서초동 코나바컨텐츠 사무실.
'조국 장관·진영 논리' 비판

김건희 씨는 이후 약 30분 동안 대화를 주도합니다.

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고, 진영 논리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김건희 : 객관적으로 조국 장관이 참 말을 잘 못 했다고 봐요. 그냥 양심 있게 당당히 내려오고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딸도 멀쩡하고. 나는 딸 저렇게 고생을 보면 속상하더라고. 쟤(조민 씨)가 뭔 잘못이야. 부모 잘못 만난 거. 처음엔 부모 잘 만난 줄 알았지. 잘못 만났잖아요. 애들한테 그게 무슨 짓이야.

…(중략)…

김건희 : 우리 남편(윤석열) 진짜 죽을 뻔했어요. 이 정권을 구하려다가 배신당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 그 사실을 일반인들은 모르니까 '윤석열 저거 완전히 가족을 도륙하고 탈탈 털고' 이런 스토리가 나오는 거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 세상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남의 가족을 탈탈 털어요.

…(중략)…

김건희 : 정치라는 게 신물이 나는 거야. 내 편만 옳다는 것 때문에 진영 논리는 빨리 없어져야 돼.

…(중략)…

김건희 : 하여튼 나는 진보니 이제 보수니 이제 그런 거 없애야 된다고 봐요. 진짜 이제는 나라가 정말 많이 망가졌어요.

강의가 있었던 8월 30일은 국민의힘이 경선 후보 등록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경선 체제로 돌입하는 날이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김건희 씨는 강의를 마친 이 기자에게 이날의 만남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한 뒤 헤어지기 전 105만 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넵니다.

김건희 : 하여튼 우리 만난 건 비밀이야.
이명수 : 그럼요. 네 네.

…(중략)…

김건희 : 누나가 줄 수도 있는 거니까. 누나가 동생 주는 거지. 그러지 마요. 알았지?
이명수 : 알겠습니다.



■ '공직선거법·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부터 지금까지 김건희 씨가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맡은 공식 직함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날 강의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 씨가 윤 후보 선거 활동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 당시 경선 후보의 배우자로서 충분히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국민의힘)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조계 해석도 엇갈립니다.

현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에는 언론인 등 공직자의 강연료 상한액을 1시간당 100만 원(1시간 초과 시 최대 15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서울의소리'는 인터넷 신문사로 등록돼 있습니다.

신장식 법무법인 민본 대표변호사는 지난 17일 MBC TV <뉴스외전>에서 "(이 기자 주장대로) 30분에 105만 원이라고 하면 이미 2배를 넘은 것"이라며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반면에 일반적인 대화와 간담회 등도 강의에 포함하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없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실제로 전체 녹음 파일은 3시간 20분 분량입니다.

일각에선 이 기자의 강의가 과태료를 넘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97조 : (방송ㆍ신문의 불법이용을 위한 행위 등의 제한)

① 누구든지 선거 운동을 위하여 방송ㆍ신문ㆍ통신ㆍ잡지 기타의 간행물을 경영ㆍ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ㆍ취재ㆍ집필ㆍ보도하는 자에게 금품ㆍ향응 기타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의사의 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할 수 없다.

KBS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날 강의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유권 해석을 요청했지만, 선관위는 " 현장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등 구체적인 행위와 내용을 알 수 없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 선거대책기구에서 선거운동 기획 및 전략 수립 등을 위하여 기자를 초청하여 선거 홍보 방향, 현황 분석 등 관련 내용을 청취하고, 역무에 대한 대가 제공의 일환으로 통상적인 범위에서 사례금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 제4호 차목에 따라 가능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가  지난 21일 KBS 취재진을 만나 강의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기자는 김건희 씨가 강의 대가로 건넨 105만 원을 보관하고 있다.
국민의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답변 않겠다."

KBS는 강의의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한 국민의힘 입장도 물었습니다.

국민의힘은 "통신비밀보호법은 다자간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공개해 누설한 사람까지 처벌 대상"이라며 "녹음본을 KBS 내부에서 공유하고 상의하며 내보내는 것 자체가 이를 누설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변했습니다.

KBS의 질의에 대해선 "처벌 대상이 되는 녹음파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겠다"라며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피해자"라고 밝혔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기자가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강의 당시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했으니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기자가 대화에 화자(話者)로 참여했다면 법 위반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는 "강의 현장에 있던 사람 중 20대 남녀 두 명은 윤석열 캠프에서 왔다"는 이 기자 주장에 대해 "이들은 캠프 사람이 아니라 '코바나컨텐츠 사모팀'으로 불리며 SNS(인스타그램)를 관리하던 자원봉사자"라면서 "지난해 10월 이른바 '개 사과' 논란 이후 SNS 계정을 폐지하며 이 팀도 없어진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국민의힘이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지난 21일 김건희 씨 발언 대부분 내용의 방영을 허용했다.
앞서 김건희 씨는 "이 기자가 통비법을 위반하여 타인 간의 대화를 불법적으로 녹음한 것에 포함된 김 씨의 발언 (2021. 8. 30 코바나 사무실에서의 대화 녹음 포함)의 보도를 금지해 달라"며 방영 금지 및 배포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지난 21일 ▲ 가족들의 개인적인 사생활 관련 발언 ▲ 이 씨가 포함되지 않은 타인 간의 비공개 대화 등 두 가지에 대해서만 인터넷 게시를 금지했을 뿐, 김 씨의 신청 대부분을 기각했습니다.

KBS는 이런 법원 결정 취지에 따라 전체 녹취 중 신변잡기적인 내용, 이 기자가 담배를 피운다며 자리를 비웠을 당시 녹음된 부분 등은 이번 보도에서 제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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