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코로나 엔데믹” 전망…뭐가 달라지나?

입력 2022.01.25 (07:00) 수정 2022.01.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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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이 최고조에 이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 즉 '주기적 유행' 단계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 소장은 현지시간 23일 "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볼 만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일 스페인 총리의 엔데믹 전망에 대해 WHO 관계자가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며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던 것과는 입장이 달라진 겁니다.

엔데믹으로 전환되면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생활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외신에서 전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해봤습니다.


■ "엔데믹, 바이러스 종식 상태 아냐"

엔데믹은 '주기적 유행' 단계라는 번역에서 보듯, 바이러스가 종식된 상태를 뜻하지 않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엔데믹을 "특정 지역 내 인구에서 질병이나 감염원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거나 유행하는 상태"로 정의합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스튜어트 레이 존스홉킨스대 감염병학과 교수는 엔데믹을 "예상치 못할 정도로 급격한 감염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감염병의 전지구적인 확산과 사망자의 급증, 사회경제적인 충격을 뜻하는 데 비해, 엔데믹은 그 유행 규모와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윌리엄 샤프너 미국 국립감염병재단 의료국장은 "팬데믹의 끝은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지속적으로 바이러스에 대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전환 시점은 언제? "엔데믹은 점진적으로 진행"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엔데믹으로 전환될 것인지 즉 그 시점에 대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감염병 전문의 제이콥 르미외는 아직 엔데믹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의 전염 수준과 면역력 수준 사이에 평형이 이뤄질 때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넘어가는데, 오미크론의 감염 확산으로 면역력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긴 했지만 정확한 임계치를 알 수는 없다는 겁니다.

예일 공중보건대학원의 앨버트 고 교수는 이를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은 스위치를 켜고 끄듯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설명합니다. 어제까지 팬데믹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엔데믹 단계로 전환하지 않는다는 거죠.

고 교수는 "수백명의 전염병 전문가에게 임계치를 물어보면, 수백 개의 수치가 나올 것"이라면서 "여전히 팬데믹라고 해야할지, 엔데믹으로 바꿔 부를지 결정하는데는 수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엔데믹은 점진적인 과정이고 (미국에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전환 시기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독성, 전염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엔데믹에도 바이러스의 위험성은 여전"

엔데믹이 되면, 코로나의 위험은 좀 낮아질까요? 레이 교수는 이야말로 "가장 큰 오해"라고 말합니다. "엔데믹은 덜 위험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단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해졌다는 것뿐입니다." 라고 말이죠.

대표적인 엔데믹 단계의 질병은 인플루엔자입니다. 미국에선 해마다 1만 2천 명에서 5만 2천 명이 인플루엔자로 목숨을 잃습니다. 다만 엔데믹 상태가 되면 전염 수준이 계절이나 지역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의 위험 정도는 엔데믹 이행으로 자동적으로 낮아지는 게 아니라, 더 효과적인 치료제를 계속 개발하고 생산과 공급을 증대하려는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엔데믹 단계 코로나 방역은 어떻게 될까

앞서 전했듯, 엔데믹이 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존합니다. 샤프너 국장은 "코로나처럼 전염력이 높은 호흡기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박멸할 방법은 없다."고 말합니다. 코로나의 위험 수준이 계속된다는 것은 엔데믹에서도 노인과 기저질환자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엔데믹 상황으로 가더라도 마스크 착용 등 생활 방역 수칙과 백신 접종 같은 예방조치가 계속 권장되리라는데 전문가들의 이견은 없습니다.

다만 감염 수준이 국가별로 달라지면서 방역 조치가 국가별로 더욱 차별화될 수 있습니다. 또 방역이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수준이 지속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영국 리버풀 대학의 줄리안 히스콕스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모임에 대한 제한 조치나 코로나 검사 행렬은 올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미 엔데믹 수준의 조치에 나섰습니다. 지난 7일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영국 입국자는 도착 시 PCR 의무 검사 규정을 폐지하고 신속항원 검사로 바꾼 겁니다. 그러면서 PCR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영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관광과 항공업계는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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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코로나 엔데믹” 전망…뭐가 달라지나?
    • 입력 2022-01-25 07:00:20
    • 수정2022-01-25 07:02:45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이 최고조에 이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 즉 '주기적 유행' 단계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 소장은 현지시간 23일 "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볼 만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일 스페인 총리의 엔데믹 전망에 대해 WHO 관계자가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며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던 것과는 입장이 달라진 겁니다.

엔데믹으로 전환되면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생활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외신에서 전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해봤습니다.


■ "엔데믹, 바이러스 종식 상태 아냐"

엔데믹은 '주기적 유행' 단계라는 번역에서 보듯, 바이러스가 종식된 상태를 뜻하지 않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엔데믹을 "특정 지역 내 인구에서 질병이나 감염원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거나 유행하는 상태"로 정의합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스튜어트 레이 존스홉킨스대 감염병학과 교수는 엔데믹을 "예상치 못할 정도로 급격한 감염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감염병의 전지구적인 확산과 사망자의 급증, 사회경제적인 충격을 뜻하는 데 비해, 엔데믹은 그 유행 규모와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윌리엄 샤프너 미국 국립감염병재단 의료국장은 "팬데믹의 끝은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지속적으로 바이러스에 대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전환 시점은 언제? "엔데믹은 점진적으로 진행"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엔데믹으로 전환될 것인지 즉 그 시점에 대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감염병 전문의 제이콥 르미외는 아직 엔데믹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의 전염 수준과 면역력 수준 사이에 평형이 이뤄질 때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넘어가는데, 오미크론의 감염 확산으로 면역력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긴 했지만 정확한 임계치를 알 수는 없다는 겁니다.

예일 공중보건대학원의 앨버트 고 교수는 이를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은 스위치를 켜고 끄듯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설명합니다. 어제까지 팬데믹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엔데믹 단계로 전환하지 않는다는 거죠.

고 교수는 "수백명의 전염병 전문가에게 임계치를 물어보면, 수백 개의 수치가 나올 것"이라면서 "여전히 팬데믹라고 해야할지, 엔데믹으로 바꿔 부를지 결정하는데는 수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엔데믹은 점진적인 과정이고 (미국에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전환 시기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독성, 전염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엔데믹에도 바이러스의 위험성은 여전"

엔데믹이 되면, 코로나의 위험은 좀 낮아질까요? 레이 교수는 이야말로 "가장 큰 오해"라고 말합니다. "엔데믹은 덜 위험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단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해졌다는 것뿐입니다." 라고 말이죠.

대표적인 엔데믹 단계의 질병은 인플루엔자입니다. 미국에선 해마다 1만 2천 명에서 5만 2천 명이 인플루엔자로 목숨을 잃습니다. 다만 엔데믹 상태가 되면 전염 수준이 계절이나 지역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의 위험 정도는 엔데믹 이행으로 자동적으로 낮아지는 게 아니라, 더 효과적인 치료제를 계속 개발하고 생산과 공급을 증대하려는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엔데믹 단계 코로나 방역은 어떻게 될까

앞서 전했듯, 엔데믹이 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존합니다. 샤프너 국장은 "코로나처럼 전염력이 높은 호흡기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박멸할 방법은 없다."고 말합니다. 코로나의 위험 수준이 계속된다는 것은 엔데믹에서도 노인과 기저질환자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엔데믹 상황으로 가더라도 마스크 착용 등 생활 방역 수칙과 백신 접종 같은 예방조치가 계속 권장되리라는데 전문가들의 이견은 없습니다.

다만 감염 수준이 국가별로 달라지면서 방역 조치가 국가별로 더욱 차별화될 수 있습니다. 또 방역이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수준이 지속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영국 리버풀 대학의 줄리안 히스콕스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모임에 대한 제한 조치나 코로나 검사 행렬은 올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미 엔데믹 수준의 조치에 나섰습니다. 지난 7일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영국 입국자는 도착 시 PCR 의무 검사 규정을 폐지하고 신속항원 검사로 바꾼 겁니다. 그러면서 PCR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영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관광과 항공업계는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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